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으음.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예전에 어느 소설에서 무공의 '무'도 모르는 현자형의 도사 할아버지가 나와서 신기한 소재네 하고 읽었었는데 가면 갈수록 이 할아버지가 사람 죽고 뼈부러지고 피뿌리는 건 신경도 안 쓰고 무인들이라는 자들이 어떻게 발을 차고 주먹을 휘두르는지만 신기해하는 내용이 이어지길래 이거 현자형 도사 할아버지 맞냐고 작가님한테 지적했는데 답변이 없었던 적이 있지요...
신기한 건 주변 독자들은 다들 언제쯤 할아버지 강해지냐고 물어서... 님 말씀대로 마음에 안 들어서 중도하차 하는 수밖에 없었죠....
동감합니다.
요즘 작품들 중에 작가들이 밑바닥에서 시작하네 현실적이네라고 하면서 처음엔 현실적인 감각을 가진 듯한 주인공 내세우다가 조금 잘 나가는 부분 들어서면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이라는식의 전개가 나오더라고요.
처음부터 주인공은 처음 만난 윗사람한테 반말하는데 정작 다음화엔 주인공이 사회생활 경험이 있어서 자신 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도 밑사람이면 그냥 말놓는다고 설명하질 않나(위아래로 다 반말한다는 건가...), 이세계 소환되서 현대의 인간이 어떻게 제 정신으로 칼 들고 전쟁하겠냐고 같이 온 사람들한테 얘기해 놓고는 칼 얻고 다다음 편에 어느 숙련된 검사가 넌 검에 미칠 재능이 있다라는 식의 말을 하니 바로 납득하고 곧바로 칼을 휘두르질 않나(그것도 허공에다가 아니라 그 숙련된 검사에게... 처음으로 칼을 들어본 사람이 대상이 누구든 간에 다른 사람에게 진검을...) 시간 회귀한 뛰어난 기사가 죽기 전 힘이 부족해서 주군을 돕지 못 했다며 더 성장에 박차를 가하면서 주군의 미래 부인을 만나는데 하는 말이 주군 부부가 금술이 좋았지만 자신은사실 주군의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다고 하면서 이후엔 히로인화... 물론 시간 회귀했고 사랑이라는게 선악을 가리긴 뭣하다는 건 알지만 회귀하고도 다시 주군을 위해 힘을 기르겠다는 기사,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우러러 볼 정도로 인품과 실력 모두 뛰어났다라는 설정의 기사가 아직 주군이랑 안 맺어졌으니 자기가 여자 먹겠다고 하는게 왠지 너무 괴리감에 들어서 도중 하차한 작품도 있었죠.
도덕이라고 할만한 정도까진 아닌 예들이지만 작가의 주인공에 대한 설정/설명과 연재가 이어지면서 드러나는 주인공의 실제 행동 간의 불일치가 크고 심지어 주인공들의 오점을 작가가 정당화시킨달까 마음대로 설명하고 해석을 유도하는 경우가 더러 있더라고요.
여기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얼마 전에 진흙 속의 진주를 찾는 마음으로 새 작품 찾다가 울컥해서 작가한테 작품과 주인공 소개는 그렇게 해놓고선 왜 주인공 마인드가 이따구냐라는 식으로 기분에 따라 마구 댓글 썼던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신고까지 먹었다니까요... 말 자체는 제가 잘못한 건 신고 들어오기 전부터 인정했던 거니 당연한 벌이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댓글 썼을 당시의 그 기분은 정말...
현실에서 판타지로 놀러가게 되면 다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화 되는 작품이 많이 보이긴 하지요. 하지만 감안해야 할 것도 있어요. 현대 사회에 살아가면서 인간관계가 좋으신 분들이 많이 있을까요? 전 거의 없다고 봐요. 일이나 공부를 하면 남과 경쟁하는 구조지. 친목을 이끌어 서로 공생하는 구조는 아니니까요. 결국 현대인이 정신병 하나 정도는 소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삭막한 사회에 살아가니 책임도 질 수 없는 공간으로 전이되면 더욱 삭막해 질 수 밖에 없는 문제도 생기더군요.
죽음에 대한 공포심... 솔직히 별거 없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동물을 잡기도 힘들어 하던 이들도 익숙해지면 오히려 난도질하는 것을 목격한 저로서는...(해부학 실험 시간 초기와 학기말 상태를 비교해 보면서요.) 부수고 찢고 하는 본능적 행동을 바라보면 스트레스 해소하는 것과 비슷해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그런 행동을 하는 다수 중에 소수는 정확한 실험을 하고 나중에 뒷처리시 무덤을 만들어주는 등 오히려 인간성을 엿볼 수도 있지만요.
결국 책임을 질 필요를 못 느끼는 공간에 머물게 되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변하게 되고 변할 수 밖에 없지 되질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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