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도는 현대의 프로게이머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3대 리그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프로게이머 진수련이 의문의 은퇴 후 온라인 게임인 론도를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사실 저는 소개말 같은 것은 잘 쓸 줄 모릅니다…… 다만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그리고 소년의 이야기를 한 번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색다른 게임 소설을 맛보고 싶으신 분,
끝나지 않는 윤무곡, 론도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낮은 협곡을 에둘러 부는 바람에는 미미한 혈향(血香) 같은 것이 감돌고 있었다. 아니, 그게 정말 혈향일지 아닐지 군중들은 알지 못했다. 그들 중 공기에 스며들 정도로 지독한 혈향이 어떤 것인지 맡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기, 저 녀석이야!”
군중들이 가리킨 곳에는 한 사내가 서있었다. 짙은 흑발을 어깨까지 늘어뜨린 남자는, 검은 초승달 모양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해치워!”
중앙의 깃발이 올라감과 동시에 군중들이 동시에 달려 나갔다. 수없이 날아드는 화살들과 마법들. 날카로운 반월도가 바람을 베어냄과 동시에 달려가던 유저들이 대거 멈춰 섰다. 압도적인 기세. 그들 중 누구도 이런 중압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남자의 검은 가면 사이로 드러난 두 눈은 결코 섬뜩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없이 다정(多情)하고, 유약한 눈빛이었다.
이벤트(Event). 정말로 이들은, 고작 그 짧은 단어가 주는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일까. 남자는 씁쓸함이 가슴에 스며드는 것을 외면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누구도 들여보내지 않겠습니다.”
후회, 절망, 혹은 슬픔? 어떤 말로도 그의 목소리를 형용할 수 없었다.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이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뿐. 말로는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이것 이상의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었다.
물론 그도 느끼고 있었다. 이 싸움이 시작되면, 자신은 살아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그는, 이곳에서 죽는다.
“공격!”
누군가의 선동에 의해 잠깐 주춤했던 유저들 중 하나가 남자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나가 일어나면 다른 하나가, 그러면 다른 둘이, 또 다른 셋이. 그것이 군중의 법칙. 남자, 아니 청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법한 그는 반월도를 굳게 쥔 채 작은 결심을 마쳤다.
반월도의 아련한 섬광이 유저들을 향해 쉴 새 없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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