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십 년째 여기저기서 끄적거리고 있는 글쟁입니다. 뭐, 소설을 생업으로 삼는 건 아니고 중학생 때부터 대학생인 지금까지 본인이 좋아서 무료란에서 이래저래 끄적이고 있는 중이죠.
제가 맨탈 터진 이유는.... 걍 뭐, 흔한 겁니다. 제 글이 마음에 안 들어서요.
십 년 전에, 제가 처음 소설을 쓸 때는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그저 쓰기만 했습니다. (조회수고 나발이고 그냥 미친 듯이 쓰는 거에만 의의를 두었지요)
조금 시간이 지나니 머리가 식으면서 조회수와 댓글에 신경이 쓰이게 되면서 수가 적으면 침울해지고 악플 달리면 화도 나고 서럽기도 하고 뭐 그렇더군요.
그러다가 좀 더 시간이 뭔가 기계적으로 써내려가기만 했고, 또 시간이 지나다 보니 글을 완성시키고 나면 2% 부족한 느낌이 들더군요.
이때부터 제대로 맨탈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건 아닌데. 뭔가 부족해.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이거다!’ 할 수 있는 느낌이 없어.
뭐가 부족하지? 문장? 단어? 스토리?
다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대체 어떤 점이 어떻게 모자란 거지?
일단 여기를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안 되는데 아예 다 지우고 새로 써보고.... 어쩌고저쩌고....
뭐, 대충 이런 느낌이 몇 년 전부터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습니다.
몇 번 그런 감각이 절정을 찍은 것도 모자라 학업까지 겹쳤을 때는 진짜 무언가 머릿속이 펑 터진 것처럼 와르르 무너져서 독자들에겐 죄송하지만 몇 달 동안 연중해 버린 적도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글에 콩깍지가 씌이기 마련입니다.
다른 사람은 다 재미없다고 해도, 작품을 쓴 글쟁이 본인만큼은 자신의 작품을 다른 작품보다 더 애착있고 재미있게 느껴지지요. (이건 제 랭킹이 최하위 밑바닥인 상태에서 베스트1위 글을 보더라도 그런 느낌은 똑같습니다)
뭐, 이건 글쟁이로서 다들 한 번씩 느끼는 거지만 저는 이 단계를 이미 지났으니까 넘어가도록 하고.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저는 이미 오 년도 더 옛날에 이 단계를 지난 상태입니다.
지금 제 상태가 어떻냐고 하면, ‘나한테는 내 글이 세상에서 재미있고 애착 있는 작품이다!’ 라는 단계를 넘어 ‘아, 내 글은 왜 이리 부족하고 부족하고 부족하기만 한 걸까....’ 하는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이 단계가 지금 오 년 넘게 지난 거 같은데 전~혀 나아질 기미가 안 들어요. 지금 뭘 어떻게 적어도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기만 해서 진짜 미칠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는데 저는 제 자신이 만족하지 못 하면 만족할 때까지 쓰는 스타일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자신의 글에 콩깍지가 조금이라도 씌이게 되는 글쟁이 본인이 이건 아니라고 느낄 정도면 독자들은 더 재미없다고 느낄 겁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저는 진짜! 도저히! 제 자신조차 만족하지 못 하는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타입입니다. 그런데도 여태까지 극악연재라고 해도 몇 년 동안 꾸준히 글을 올려왔던 건, 더 시간 끌어봐야 제 필력이 이 이상 나아질 거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 그래도 제 글을 기다려 주시는 얼마 안 되는 독자분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올리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 진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봤습니다.
작품 관련 자료 찾아다니고 다른 작가님들 글을 탐독하는 건 기본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 같은 건 한 컷, 한 컷을 글로 풀어내 거기에서 나오는 단어나 문장을 섞어 제 글에 풀어내 보기도 했습니다. (가끔 쓸 만한 영화나 드라마도 해 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쓰는 게 무협지(라고 읽고 판타지형 막장 신무협이라고 쓴다)라 거의 전투씬 위주로 파고들었긴 한데, 이제는 일상 스토리 부분까지 괴리감이 느껴지네요... 하;;
자, 대충 제 상태가 지금 이런 상태이고, 이런 단계입니다.
여러 고수님, 선배님들! 몇 년 동안 심해 밑바닥을 허우적거리고 있는 어린양에게 자비를 내려주세요!!
부디, 해결책을! 해결책이 안 되더라도 뭐라고 조언 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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