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먼저, 부족한 페이지수로 책을 내놓은 경험이 있는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핑계에 불과하겠지만, 한달에 1권 꼴로 책을 내놓아야 했던 저의 입장에서는 권당 310 페이지 정도의 원고 분량을 간신히 마감까지 맞추기가 빡빡했습니다.
마감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저희들로서도 충분한 분량으로 책을 내놓아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집필기간을 충분히 잡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시겠지만,
한권의 책이 출판되기 위해서는 독자님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시는 것 이외에도 여러가지 변수, 요소들이 많이 작용합니다. 그 중엔 직접 출판계에 계시지 않다면 이해하기 힘드신 이유들도 있습니다만...
이 말씀은 모든 작가분들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글쓰는 이의 한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사죄와 나름대로의 변명을 한 것 뿐이니 크게 마음쓰진 마십시오.
에어로님(커그에서 에로님이라 불리시는 그분 맞죠? ^^;)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글이란 것이 술마시듯 술술 써지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 상 잘라야 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에어로님 말씀은 핀트에서 약간 어긋난 것 같습니다.
책 크기가 줄어들었을 때, '글자, 줄간격, 여백을 줄이고 페이지를 늘려서 과거보다 분량이 줄어들지 않는다'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책 크기가 줄어들기 전에도 작가님들의 생활 패턴은 지금과 유사했다고 생각합니다. 불과 '몇 달' 사이 작가님들 대부분이 인생의 대대적인 변화를 겪지 않았다면요.
과거에 쓸 수 있던 분량이 겨우 몇 달 지난 지금 와서 쓸 수 없는 분량이 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보통은 그렇습니다.
신국판의 경우 책 1권의 원고 분량은 원고지 1천매 내외입니다. 이때 약 300 - 320 내외입니다. 편집하기 나름이죠.
요즘 같이 4*6판으로 나오는 경우도 저 같은 경우는 책1권의 분량은 원고 1천매 내외로 보고 있긴 하는데... 320-330쪽이 넘어가는 것 같더군요.
안 그런 출판사도 많이 있긴 합니다.
이 경우 역시 편집하기 나름입니다.
예를 들자면
각 장에 장표지 1장씩 집어 넣으면 기본적으로 책이 8장(16페이지) 정도가 늘어나죠...
만약 새로운 장을 무조건 오른쪽면에서 시작하게 편집하면, 한권의 책당 쪽수가 제가 느끼기엔 4-5쪽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통계낸 것은 아닙니다.)
앞서 제가 말씀드린 원고지 1천매를 기준으로 했을 때 신국판(예전책의 크기) 각 장을 무조건 다음쪽(좌우 상관없이)에서 시작하게 되면 그 정도의 쪽수가 나오더라 이런 얘기입니다.
각 페이지당 한줄당 글자수는 31(영문62자) +-1자 내외이며 줄수는 24줄 정도를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의 4*6판은 한줄당 글자수 29자 정도이며 쪽당 줄수 22줄일 때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역시 각장은 무조건 다음쪽에서 시작하는 기준입니다.
이렇게 하면 대략 한권의 글자수가 나오겠죠.
31*24*300=22만 3천여자 - 이차저차한 여백 = 16만자 정도
아주 오래전부터 보통 책 1권의 글자수는 대략 16만자로 생각해 왔답니다.
여기서 200자 원고지 1장에는 보통 150자 내외의 글자가 들어간다고 알려져 있었고 1천매의 원고면 대략 15만자죠.
그래서 보통 옛날(7-80년대)의 순수소설들 1권은 원고지 1100-1200매 내외였습니다.
당시에는 10호(또는 아래아한글의 9 - 9.5포인트 내외)의 폰트에
장1(아래아한글 장평90%)
자간 -1(16분각, 아래아한글 자간 -10내외) 정도의 글자를 썼기에
이 정도의 원고 분량이면 보통 320쪽 내외의 소설책이 만들어졌었습니다.
---- 에구.. 사실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런 류의 글들을 편집디자인 관련 잡지들에 기고했었던 때가 벌써 15년이 지나서 지금은 가물가물하네요...
하여튼 요즘에는 (정확히 보면 컴퓨터를 위한 출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1993-4년) 이후) 전반적으로 글자의 크기가 커졌습니다.
어느 시기부터 아래아 한글의 10포인트가 주류가 되더니,
90년대 후반에는 기본적으로 10.5포인트가 정착되었죠.
그러다가 요즘에는 10.8포인트, 또는 11포인트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고지 매수가 점점 줄어들어서 원고 1천매라 하더라도 예전 책들의 볼륨이 그대로 나오는 것입니다.
제가 관여하고 있는 초기에 출판사에서 10.5포인트의 글자로 책을 냈더니 다른 출판사들의 책과는 글자크기가 확연하게 차이나 버리더군요.
좀 난감했었습니다...
독자들도 좀 싫어하는 편입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평균적인 시력들이 안 좋아진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물론, 저도 원래 질문하셨던 요지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만 탁 털어놓고 얘기하기는 좀 그래서 아주 원론적인 답변을 늘어 놓은 것입니다.
이 답변을 잘 살펴 보시면 사실 답은 다 나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언제나 즐거운 독서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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