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네요. 압존법의 문제를 잘못 확대 판단하신 건 아닌지....
그리고,
[님]은 두 가지 용법으로 쓰입니다.
‘접미사’ [님]은 사장님, 부장님, 대장님 등등처럼 신분을 나타내는 말 다음에 쓰여 높임의 뜻을 더합니다. 접미사이기에 앞 신분 명사와 붙여 씁니다.
‘의존명사’ [님]은 성이나 이름 다음에 쓰는 호칭으로, 한문 [씨氏]보다 높임의 뜻이 더해주는 단어입니다. 대부분은 한글 우리말보다 한문이 더 고귀한 것으로 쓰이는 데, 그런 현상에 반하는 참 드물고 귀한 단어입니다. 한문 [씨]가 사무적이라면 [님]은 상대를 높여주면서도 더욱 정감 있게 호칭함을 나타냅니다. 문피아에서 [씨]보다 [님]을 추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상대를 호칭하는 데 쓰는 의존명사이기에 앞의 성과 이름 등의 명사와는 띄어 씁니다.
홍길동 님, 길동 님, 시시포스 님,
시시포스님, 제가 적었다시피 원래 님자는 접미사조차 아니었었다는 거로 알고 있읍니다. 옛날 한 고을의 수령으로서 백성의 생사여탈권을 가젔던 사또조차 사또님이라고는 안 불렀다는 거죠.
사실 이제 와서 시장, 사장, 부장 하고 님자 없이 쉽게 부를 수 있을 거라고 저조차 생각지는 않습니다만, 그저 문제 제기라도 해보자는 심정에서 글 올려 봤읍니다.
하지만 사실 직위나 직함뒤에 님자 붙이기 시작한게 그다지 오래된 일은 아닙니다. 제 어릴 적 기억에도 군수(옛날의 사또) 라 했지 군수님이라고 했던 기억은 별로 없거든요. 뭐 높여서 군수영감이란 소리는 들어봤지만. 실상 영감조차 판서(장관급) 정도에 해당할 호칭이었겠지만요.
그런데 웃기는 건 아직 대통령님이가고는 안 하죠? ^^ 옛날 폐하, 전하 처럼 각하라 하던 자들이 있긴 했지만...
님이란 말이 잘못된 표현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일부 표현에서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있는 것이지 님이라는 표현자체에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시시포스님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됩니다만. 각종 사전에서조차 XXX님이라는 표현이 존칭의 문장에서 나옵니다.
현대의 문법과 말글의 파괴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님아" 라는 예제를 말씀하시거나 각종 통신체 어투를 문제 삼으셔야겠지요.
사장님께 보고할 때 XX부장님이라는 표현이 틀린 것은 직급상 사장이 높기 때문에 상대존칭이 틀렸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 앞에서 어머님이라고 하는 것이 틀린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붙여야 할 곳에 붙이고 떼야할 곳에 떼야하는 존칭의 잘못된 사용은 말씀하시고자 하는 내용과는 다른 예시가 아닐까 합니다.
"XXX님께서 ~하셨습니다." 혹은 "XXX님이 ~하셨습니다."라는 표현은 상대존칭만 주의하면 올바른 사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님"자가 남발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일부의 잘못된 사용법이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음, 제가 말씀드리려 했던 것은, 원래는 장관께서, 판사께서 이러 저러 하셨다 정도면 충분하고 또 실제 얼마 전(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었는데, 어느사이엔가 님자를 안 붙이면 이상해질 만큼 변질 돼 버렸다는 것정도 였읍니다.
한가지 더 예를 들자면, 사랑이라는 단어도 비슷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불과 제 어릴 때만 해도 사랑이라는 말은 참으로 쉽게 뱉을 만한 그런 쉬운 말이 아니라 고귀하다할 정도였다 생각하는데, 요즈음 보면 서양의 영향인지 너무도 쉽게 내뱉고 또 쉽게 접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저 만의 노파심일까요?
아무튼 이렇게라도 관심을 가져주심에 저로서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하겠습니다. (읍니다 에서 습니다 로 맞춤법도 바뀌었더군요^^)
우리말의 묘한 변질은 확실히 우려할 사항이죠!
홍길동 님,
1
위에서 설명했듯이 [접미사 신분의 님]과 [의존명사 호칭의 님]은 다른 겁니다. 실생활이든 문피아에서이든 호칭 할 때는 꼭 띄어 써 주십시오. 예로 ‘시시포스 님’ ‘홍길동 님’입니다.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홍씨]는 성씨가 김이나 박이 아닌 ‘홍’인 사람을 말하고, [홍 씨]는 ‘홍 아무개’를 호칭하는 겁니다. [김씨]는 ‘성이 김 이름이 씨’이고 [김 씨]는 성이 김이고 이름은 생략하고 부르는 겁니다. 이렇게 신분 호칭의 명사는 앞 단어인 성과 이름에서 꼭 띄어 씁니다.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입니다. 이런 걸 몰라 안 지키는 점도 우리말 변질의 한 문젯거리입니다.
2
[접미사 님]의 남발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은 ‘그리 심한 우리말 변질은 아니다’입니다. 전 ‘괜찮다’라고 생각합니다. [님]의 쓰임은 높임뿐만 아니라 정감의 드러냄도 있죠. 즉, 윗사람이나 동료가 아닌 아랫사람은 높임으로 쓰고, 윗사람이나 동료도 아랫사람이나 타인을 정감 있게 호명할 때에도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별님 해님 꽃님 등의 자연지물에다가도 사용합니다.
사또님은 안 썼지만 대신 원님 수령님이라고 썼죠. 역시 이 부분에서도 ‘한문 + 님’의 조합이 일상에서 더 존경을 뜻하며 빈번히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을 호칭하는데 그 사람의 신분이나 직위나 직업은 알지만 성이나 이름을 모를 경우, 어떤 표현이 그 상대에게 존중과 편안한 정을 드러내줄까요? [접미사 님]밖에 없습니다.
동넷사람 님의 글처럼, 예전에는 위아래의 존대가 중요한 시대였지만 지금은 동급 평등의 존대가 더 흔하고 올바른 시대입니다. 그래서 신분뿐만 아니라 직업에도 [접미사 님]을 붙여 씁니다. 성과 이름을 아는 개인적으로 긴밀한 사이는 아니더라도 신분과 직업이라는 사회적 계약 관계의 상대이지만, 호칭에서라도 존중과 막연한 정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식적이거나 사무적이거나 여러 부류의 사람이 섞인 자리라면 [씨]를 사용하겠죠. 높임뿐만 아니라 편안함 친밀함을 표현하거나 일대일 자리이거나 하면 [신분의 접미사 님]을 씁니다. ‘사랑해요, 고객님!’ ‘고객님 뭘 도와드릴까요?’ 은행에서 50대 지점장이 10대 소녀에게 하는 말입니다. 자연스런 우리말 표현입니다. 고객에 대한 높임 50% + 친밀한 정 50%입니다.
3
한용운 님의 [님의 침묵]에서의 ‘님’은 위의 [접미사 신분의 님]도 [의존명사 호칭의 님]도 아닌 별도 용법인 [명사 사모하는 사람, 님=임]입니다.
4
압존법 등의 올바른 높임말 사용은 우리말에서 정말 골칫거리입니다. 우리말에서는 상대를 높일 때, 단어 조사 어미 등등 모든 부분에 걸쳐 표현되기에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접미사 신분의 님]과 [의존명사 호칭의 님]은 그것과는 별 상관없는 현 실생활에서 올바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시포스 님, 장문의 관심 감사드립니다.
시절이 변하면 따라야 하는 것도 인간의 숙명이려나요? 그러면서도 이건 아닌데 싶은 게 꽁하니 뭉쳐있는 듯한 제 심정이 아주 편치만은 않네요. 그다지 오래 산 것도 아닌데, 변화가 워낙 극심한 시절이어서 더 그러려나요?
문피아에 좋은 글들이 참 많은데, 개중에는 어법이나 맞춤법(사실 이건 가끔 법이 바뀌는지 요즘엔 모르겠는 것도 꽤 있더군요) 같은 걸 무시한 듯한 그런 것도 상당수 보이고, 뭐 그런 저런 생각에 몇 자 끄적여 보았읍니다.
어쨋든 대세가 그렇다면 저도 님님 하기는 해야 될텐데...
님자를 붙여야 존중된다는게 대세라면... 마치 영어에 있어서의 Sir가 우리말의 님처럼 흔해빠진 호칭이 돼 버렸듯이...
('고객님'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건 아마도 30~40년도 채 안될겁니다^^)
'님'이라는 단어 뜻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기존의 님이 붙던 의미가 바뀌면서 일어난 것입니다.
선생이라는 단어도 원래는 '님'이 붙지 않습니다. 선생이라는 단어 자체가 존경의 의미를 가진 '먼저 태어난'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어 별도로 '님'이라는 단어가 쓰일 필요가 없었죠. 뒤에 '-사'가 붙는 대다수의 직업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직업 자체를 별도로 높여주지 않아도 이미 존경의 의미가 포함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일제시대와 이후의 혼란기로 인해 부정적으로 인식이 변화되고 존경의 의미가 퇴락되었기 때문에 '님'이라는 단어를 붙이게 된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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