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저도 한때는 대여점을 내집처럼 생각하고 살긴 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만화방을 내집인냥 하루도 빠짐없이 방문하였고, 오랜시간동안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만화와 무협을 즐겼습니다.
대여점에 다닐때 제 경우는 이랬습니다.
단골(다니다 보면 단골이 되는데요) 대여점에서 책을 빌립니다.
1. 2~3권을 빌린다.
2. 2~3일만에 갇다 준다.
그냥 오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습관화 되었을 때)
3. 다시 다른책을 빌린다.
4. 2,3번을 반복한다.
이러다보면 어느순간에 그 대여점에서 보지 않은 책이 거의 없을 정도로 됩니다.(좋아하는 장르에 한해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신간을 뒤적거리다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책 한권을 보는데(고르는 척 하면서) 20분이면 족합니다. 사실 이정도도 걸리지 않죠. 줄거리가 별게 없으니까요.
그러면 그 책을 빌려서 오느냐?
아닙니다.
어느 순간부터 빌리기에는 돈이 너무나 아까운 책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도저히 빌리지 못하겠더군요.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하게 되면, 이런책을 보는 시간이 아깝기 시작합니다. 달관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죠.
그럼 단골집에 가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마지막 경지에 이르면 끊게 되죠.
@ 자랑하는건 아니니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한때 단골로 있던 몇몇 대여점이 있었는데, 그 주인 아주머니나 아저씨들이 제게 부탁을 하더군요.( 한결같이 같았습니다. )
"자네가 책좀 골라주게. 반품해야 할 책들을....."
이런식으로 말입니다. 제가 얼마나 그 단골집을 드나들었는지 상상이 될 겁니다.
하여간 제가 단골로 있던 대여점에서는 만물박사로 통했습니다. 한두권 쉭 지나가면, 결말도 보입니다. (대부분 대동소이하니까요.)
하지만 전 그 대여점 주인장들에게 조언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무리 인내심을 가지고 좋게 봐 줄려고 해도, 추천할만한 책이 단 한권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현실이었고, 이후로 대여점에 가본적이 없습니다. 슬픈일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무협을 읽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사촌동생에게 모두 넘겨 주었지만, 한때 꽤 많은 책들이 있었습니다. 무협소설만......
제목을 나열하면, 영웅문 1,2,3부, 녹정기, 비호외전(이하 김용작품) 그리고 기억나는 작품중 하나가 잠룡기(원제:천룡갑)정도네요. 삼국지 10권도 모두 있었습니다. 그외 더 많은 몇권의 책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나는 것은 이정도 입니다.
이런류의 소설 외에는 더이상 무협을 보기 힘들더군요.
물론 지금도 고월(풍운고월조천하)라든가 영웅독보행(개인적으로 금강님의 작품 중 최고로 꼽음) 정도는 아직도 좋아합니다.
하나 빠뜨렸군요.
"눈물의 마시는 새"
이 작품은 제가 아는 동생이 빌려줘서 읽엇습니다. 1권을 읽는데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했지만, 이전에 보고 감명받았던 대부분의 소설들이 그랬으므로 읽었습니다.
다음날 2~4권까지 모두 빌렸습니다.(아는 동생에게) 그것을 다 읽고, 나만의 감동의 휩쌓였죠. 책 권당 12000원에서 16000원 정도합니다.
그리고 주말 서점에 가서 4권을 한꺼번에 사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물론 이 책은 양장본인관계로 아직도 소장하고 있고, 제가 죽는날까지 소장하게 될 만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설을 쓴다면, 저같은 사람은 꽤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눈물의 마시는 새 -> 눈물을 마시는 새
오타였습니다.
이왕 오타 수정한김에 한말씀 더.
눈물을 마시는 새는 작품에서 왕을 가르킵니다.
쉽게 말씀 드리면 제목을 "왕" 이렇게 해도 무방하지만, 멋드러지게 "눈물을 마시는 새"라는 절묘한 표현을 찾아 낸 것이죠.
이 소설 후반부에 가면 '왕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에 대해서 충분히 보여 주지만, 사실 저는 그 "왕"의 존재에 대해서 독자들의 상상력에 맏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눈물을 마시는 새'에 대해서 너무 추상적인 의미를 부여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잔잔한 여운까지 남겨서 충분히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고 생각하고, 소설의 기법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하다고 느꼈습니다.
속편격인 "피를 마시는 새"는 너무나 실망스러웠지만, 그분의 전작을 볼때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드래곤 라자'의 성공 이후 이영도씨가 독자들에게 더 말해줄 것이 있었는지는 제가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만, 먼 미래로까지 세계를 확장 시킨 ((한권이었는지 두권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거리네요) 이야기까지 읽었을때 분명 상업성(전작의 흥행을 바탕으로)이 짙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물론 '퓨처워커'라는 작품은 가까운 미래를 바탕으로 합니다만, 이것 역시도 전작의 명성을 등에 업고가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색안경을 쓰게 바라보게 하더군요.
결국 그것이 "피를 마시는 새"를 낳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 실망감도 대단했었고요. ^^(개인적 감상이니 피를 마시는 새를 재미있게 읽었거나 높은 평가를 하는 분들은 이해를 바랍니다.)
여하튼 "피를 마시는 새"가 출간되지 않았다면, "눈물을 마시는 새"는 보기 드문 명작이 되었으리라는 감상을 덧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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