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개인적으로 구무협이 영웅전기의 형태를 갖고 있다면 대도오를 기점으로 한 신무협은 이를 철저히 거부하는, 인정무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뢰도가 등장하면서 말만 신무협이지 실상은 경무협(그야말로 가벼운 고민, 간단한 대립 구조가 특징)으로 넘어갔다고 봅니다. 헌데 이젠 일본의 영향을 진하게 받은 (전부터 그런 기미는 있었지만 그야말로 강력한 영향을 받은) 명랑무협 혹은 소년무협이 등장했더군요. ...그야말로 사랑과 우정, 희망 이 세 단어 빼곤 아무 것도 없는. 그리고 이 명랑소년무협은 네이버 웹소설에서 아주 잘 크고 있습니다. 태규님이 앞장 서고 계시더군요. 풍사전기 때 중도를 품겠다던 그 커다란 포부에 기대 많이 했었는데, 이리 한 쪽으로 기우실 줄은, 쩝.
정확히는 익숙함의 차이일 겁니다. 한국식 판타지 세계관은 무협만큼 지킬 게 많습니다. 창작형 판타지요? 그런 게 대체 판타지라는 간판을 달고 나오는 국내의 글 전체의 몇 %나 될지. 그럼에도 판타지를 자주 쓰는 건,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무협을 쓰다보면, "어렵다"는 얘길 자주 듣습니다. 특히 한자 얘길 많이 하죠. 근데 그거 아십니까? 판타지에도 한자 쓰면 똑같이 어렵단 얘길 합니다. 그럼 뭐가 문제냐? 익숙하고 낯설고의 문제인 거죠. 판타지-오크, 엘프, 드워프, 미스릴 따위-는 익숙하고 무협-구파일방, 한자, 한자, 한자 따위-는 낯서니까. 근데 뭐라고 할 바가 못 되는 게, 동서의 힘의 우위가 명백해진 순간부터 시작된 백인선망과 서양문화선호에 그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 심지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고요. 아무튼 오늘날의 한국인에게 무협보다 판타지가 쉽고 편한 건 어쩔 수 없는 문화현상의 결과라고 봅니다.
Commen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