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고정관념을 주장할 때엔 별다른 근거가 없어도 됩니다. 하지만, 기존의 고정 관념을 흔들고 싶을 때엔 그만한 근거를 가지고 와야 합니다.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고 21세기에 주장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증거들을 제시해야 사람들이 진지하게 읽어본다는 것이죠.
이 점은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설에서 사건을 엮는 인과관계도 결국 주장과 근거에 불과하니까요. 그래서 소설에서도 흔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얘기할 때 그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게 되는데, 그것이 제대로 된 설명이 아니거나 그런 설명 자체가 부족하고 없다면 개연성이 없게 됩니다.
물론 고정관념에만 의존하는 소설은 매우 개연적이지만 식상하겠죠. 보통 리얼리즘 소설들이 그렇고요. 전개는 뻔해질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소설의 작가들은 비개연적인 사건들을 집어넣으며 그것을 독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열심히 변명해야 하는 겁니다. 예컨데 타자님의 눈마새를 봅시다. 그 세계관만 때오면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들입니다. 도깨비가 피를 무서워하고 레콘이 물을 무서워한다? 제정신이 아니죠. 레콘도 도깨비도 실존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걸 아주 아름다운 필력으로 적절하게 소설에 녹여내서 독자들을 납득시키신 거죠. 인물들의 반응이나 소품들을 적절히 활용해서 독자가 마치 그런 세계가 있는 것처럼 믿게 하니까요. 반면, 그런 노고들이 없었다면 눈물을 마시는 새도 개연성없는 허무맹랑한 소설이 되어버렸겠죠.
충분히 그 점을 글에서 어필했는데, 제가 글 솜씨가 부족해서 채이서님을 제대로 이해 못 시켜드린 거 같네요.
그런 주관적 개인의 신념을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당연히 본인이 뭘 하고 살든 주변에 피해만 안 주면 아무도 뭐라 안 합니다.
하지만, 그게 일반적으로 아무런 설명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죠?
필즈상 받을만한 수학자가 어머니 연금에 기대사는 이유에 대해 소설을 쓰려면 그런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뭐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대인 공포증이 생겼다거니, 인간의 욕망을 초월했다거나 등등요. 아니면 몰래 타임머신을 개발하느라 밖에 나갈 시간이 없다던가.
다들 가치와 개연성에 대해 굉장히 혼란을 가지고 계신듯 한데, 그런 차이가 생기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인 가치-고정관념-개연성-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그 말은 그게 개연성이 없는 내용이니까 충분한 설명으로 독자들을 납득시켜야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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