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장르 구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개연성과 흡입력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중국 무대로 무협을 쓰려면 당연히 중국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대략이라도 알아야겠지요. 그래야 마땅한 개연성을 연출할 수 있을테니.
한국 역사를 소재로 등장시키려면, 최소한 그 역사의 배경은 알아야겠지요. 그래야 상상력을 가미하더라도 개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테니까요.
마법의 써클이나 소드마스터 같은 명칭은 저도 좋아하지 않고, 싫어하는 분도 상당하며, 완전히 상상력의 산물일 뿐이니 무시해도 상관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판타지는 주로 서양을 배경으로 하니 그쪽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두고 참고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정말 어색해집니다.
서양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단전, 혈도가 등장하면 맥빠지지 않습니까?
분명 다른 세계, 다른 배경(중세풍 이계)인데 '전기 신호', '직구' 같은 단어가 등장하니 맥빠지더군요. 재밌는 작품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쓰다보니 처음부터 말씀하시려는 결론과 달리 곁길로 빠졌네요. ㅋ
뭐 말씀하시려는 바는 알겠는데... '사대주의'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내려온 바탕과 전통이 그러하고, 거기서 개연성과 그럴싸함을 만들어내야 하니 그걸 쉽게 깨기는 힘든 것이겠지요.
각설하고, 우리나라에서 얼불노 같은 세계적인 대작이 나오길 소망합니다. ^^
외국 것에 대한 선호가 사대주의로 경계하시고 배척하고 싶으시다면, 우리 것에 대한 선호는 쉽사리 아민족 중심주의로 귀결될 수 있음도 경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둘은 해악에 있어서 별반 차이가 없답니다. 이득을 보는 쪽이 어디냐의 차이가 있을뿐이죠. 작은불꽃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개연성의 문제를 그것과 혼동하시면 곤란합니다.
그리고 우리 문화의 이름을 내거는 것보다 외국 문화의 이름을 내거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게 더 잘 팔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개탄스러우실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엔 그런 식으로 무조건 경계하고 배척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한 이유를 잘 따져보고 연구해보는 편이 낫죠.
제 생각엔 그 이유는 오히려 중세의 것이 한국의 도깨비보다 친숙하기 때문입니다. 도깨비나 무당과 같은 소재들은 21세기의 한국인들-특히 젊은 층-에게 굉장히 어색하고 낯설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처녀 귀신이니 도깨비나 무당 하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지만 엘프나 오크나 트롤에 대해선 매우 잘 압니다.
그리고 이것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과연 도깨비와 무당, 스님과 같은 소재들은 2000년전 한반도를 살아가던 원주민들에게 익숙한 것이었을까요? 그것 또한 외래 문물이 전파된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넓게 보면 인간의 공통된 사유 속에서 딱히 무엇을 외래 문물이고 무엇이 우리 것이고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알게 됩니다.
도깨비와 무당의 고유한 존재 가치는 그것이 낯설다는 것 정도뿐입니다. 우리 것이라 우리에게 더욱 소중한 것이 아니라요. 즉 다양성의 가치뿐이란 겁니다. 언젠가 독자분들이 익숙한 중세 판타지와 서클 체계에 지칠 때 그런 새로운 것을 찾을지도 모르죠.
이젠 글로벌시대를 넘어 세계가 한 울타리안에 있다고 봐야겠지요. 지구반대편의 스포츠를 실시간으로 보고, 멀리서도 얼굴을 마주보며 얘기까지도 나눌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국가나 종족간의 활발한 교류로 민족주의도 점점 쇠퇴되어 일면 국수주의적인 면도 곳곳에 나타나고 있고요. 제 생각엔 대표적인 인물이 아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걸 얘기한 것 아닙니다.
뭐랄까? 그냥 김치 불고기? 우리 장르소설에도 한국하면 떠오르는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대주의란 표현때문에 본질이 흐려지고 말았군요. 죄송합니다.
언젠가 독자들이 중세판타지와 서클체계에 지칠 때 새로운 것을 찾을지도 모른단 글에는 지쳐서 찾는게 아니라 새롭고 신선한 내용이 나타나 열광하며 돌아선다로 바꾸고 싶은 맘입니다. ㅎㅎ 즐거운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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