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민법과 거래법에 따라 대여가 금지되었다는 루머도 있고, 김대중에 의한 IMF 특별법이 통과되어 대여점이 합법화되고 대량 양산되었다는 루머도 있지만, 둘 다 사실이 아니다. 대여점에 관해 명확하게 규정된 법 조항은 찾을 수 없다. 다만, 그 이전부터 대여점(대본소 및 만화방)은 존재하고 있었고, 지금도 별다른 문제 없이 영업하는 곳이 많이 있으므로, 원래부터 불법이 아니었던 것 같다.
쉽게 말하자면, 합법도 불법도 아니라 비범죄인 겁니다. 관련 법 규정 자체가 존재하질 않아요. 물건을 사서 대여하는 걸 불법으로 규제하는 법 자체가.
1. 대여권은 복제권에 포함되는데, 복제권은 저작권자가 저작물을 담고 있는 매체를 양도한 이후에는 그 물건에 대한 배타적 배포권을 잃게 되어 양수인의 그 물건에 대한 판매나 배포 행위를 금지할 수가 없다는 '최초판매원칙'에 의하여 제한됩니다. 즉, 어떤 사람이 돈을 주고 소설책을 적법하게 구입한 이상, 이것을 중고서점에 돈을 받고 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더라도 저작권자의 배포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적법하게 양수한 당해 매체에만 인정되는 것이므로 이 사람이 책을 스캔해서 뿌린다든지, 통으로 복사해서 새 책을 만들어 누굴 준다든지 하는 행위는 당연히 저작권 침해행위가 됩니다. 참고로 우리 저작권법상 규제하고 있는 영리 목적 대여는 판매용 음반과 판매용 프로그램에 한정됩니다.
2. 저작권은 작품성이 뛰어나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창작성이 있다면 킬링타임용 소설이든 제가 쓴 일기이든 저작물입니다.
오해가 있네요. '관련 법률이 없는' 것이 아니라 법에서 저작물 이용자의 이용편의라는 정책적 고려에 의해 '의도적으로' 배포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작권법은 흔히들 생각하시는 것과는 달리 저작권자의 저작권 보호와 이용자의 정당사용 사이의 경계를 모색하는 법이므로 저작권자의 권리를 규정함과 동시에 이를 일정한 범위에서 제약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이 경계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성질이고요. 한 마디로 말해서, '법이 없어서 대여점을 못 없애는' 게 아니라 애초에 허용된 영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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