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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향 님의 서재입니다.

달이 무너진 세계에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여울향
작품등록일 :
2016.10.20 19:54
최근연재일 :
2016.10.26 00:09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216
추천수 :
9
글자수 :
33,600

작성
16.10.20 20:42
조회
273
추천
2
글자
16쪽

제1화 폭죽을 쏘아올리고

DUMMY

황금빛 만월의 달.

예로부터 달빛은 사람을 취하게도, 감성적으로 만들기도 한다더니 틀린 말은 아닌 듯 했다.


“···더럽게 밝네.”


만월의 달을 두 눈동자에 담은 채, 공원을 배회하던 그가 거칠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자신마저 마음이 아릿하고 심란해져 오는 것이 아무래도 달의 마력에 빠져들었나 보다.


지익. 지익.

슬리퍼를 바닥에 끌며 걸어가자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마치 심사가 배배꼬인 자신 마냥 거친 발걸음.


“음···.”


카키색 반바지와 하얀 티셔츠, 덜렁거리며 바닥을 끄는 슬리퍼.


그에게 주변의 관심과 시선들이 모여들었다. 어딘가 설렁설렁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눈빛이 불량하게 느껴졌는지 그가 사람들을 지나쳐 갈 때 마다 힐끗 쳐다본다.


시선을 느낀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달그락.

쉴 곳을 찾아 어슬렁거리던 그가 멈추자 한 손에 덩그러니 들려있던 검은 봉지가 묵직하게 흔들렸다.


“쯧.”


작게 혀를 차며 주변을 살피자 공원은 온통 사람들 천지였다. 역사상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날이라더니, 평소 한적했던 공원은 달 구경을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뭐 이리들 나오셨을까.”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하하호호 웃던 커플이 그의 곁을 지나치다 어깨를 움츠렸다. 훤칠한 키에 매서운 눈매를 가진 그가 인상을 쓰고 있자 거칠고 무거운 분위기가 풍겨왔다.


"다, 달이 참 밝네."

"그, 그러게. 호호호."


그가 바라보자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곤 방향을 바꿔 멀어져 갔다. 조금은 경직된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한 눈에 보아도 겁을 집어 먹은 게 보였다. 그도 자신의 눈매가 매섭다는 것을 알지만 저런 반응을 보일 때면 좀 씁쓸했다.


“···쯧.”


이와 같은 일이 반복하길 몇 차례.

무슨 위험한 야생동물 보듯 눈치를 보는 행인들을 보자니, 어째 평온한 양떼 무리에 뛰어든 한 마리의 늑대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아, 이건 글렀어. 못 고쳐.”


어머니가 버릇된다며 혀를 차는 습관을 고치라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생은 무리였나 보다.


“이런 기분도 오랜만이네.”


과거에 방황하던 시절에는 사람들의 저러한 시선들이 익숙했다. 예전에 비해 두려움은 담기지 않은 경계어린 눈빛이지만, 과거의 흑역사가 떠올라 얼굴이 뜨거워 졌다.


이제는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의 일이지만 이렇게 문득문득 떠오를 때마다 이불이라도 뒤집어 쓰고 싶은 기분이었다.


"음···"


도저히 쉴 만한 벤치가 없어 보이자 그가 근처의 화단에 걸 터 앉았다. 봉지에 손을 넣어 뒤적여 아직 차가운 기운이 남아있는 캔 맥주를 꺼냈다.


“청승맞아 보일려나.”


딸각. 치이익―!

휘영청 밝은 달빛에 의지한 채 단숨에 들이키자 답답한 속을 차가운 술이 채워갔다. 끊이지 않고 목울대를 움직이자 맥주의 탄산에 목이 따끔거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크으으···!”


비어버린 맥주 캔을 내려놓자 속이 텅 빈 알루미늄 소리가 공허하게 울린다.


“후우우···!”


술 기운이 도는지 몸이 따뜻해 지자 그가 평온한 공원을 바라 보았다.


꼬꼬마 아이의 양손을 부여잡고 산책을 나온 부부, 벤치에 앉아 서로에게 기대어 체온을 나누는 연인들, 애완견과 산책을 나온 젊은 아가씨까지.


‘선배.’


고개를 젖혀 만월의 달을 보았다. 그 속에서 언제나 백합꽃처럼 하얀 얼굴로 상냥하게 웃던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했던 사람.


그녀는, 선배는 그런 사람이었고 매서운 눈매에 접근을 꺼려하던 주변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을 향해 미소를 보여주었다.


- 안녕?


그녀의 모습을 두 눈에 담고.

희고 고운 얼굴에 피어오른 미소를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아 올려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 좋아합니다. 선배.


그 덕분에 자신은 착각에 빠졌고 용기를 내었다.


- 아···! 어쩌지.


난처한 기색이 역력한 선배의 얼굴.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손에 힘을 주어 대답을 기다리던 자신.


- 미안해, 구준아.


맥없이 풀려버리던 주먹, 어색한 미소로 구준을 응시하던 선배의 눈동자.


- 넌 내가 아끼는 동생이야. 마음은 고맙게 받을게.


그렇게 그의, 구준의 첫 사랑은 깨져버렸다.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설레던 마음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딸각!

첫 사랑의 실패에 마음이 거칠어진 탓 일까?

공원에 존재하는 이들은 가로등 불빛과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데 자신만 홀로 어둠속에 떨어진 기분이 드는건 말이다.


‘아서라. 가뜩이나 우울한 기분인데. 어디까지 떨어지려고.’


지이이잉. 지이이잉.

달빛을 벗 삼아 술을 기울이려는데 진동음이 울렸다. 메시지가 도착하여 확인해 보니 아는 녀석이 보내온 것이다.


[오빠, 뒤를 보세요!]


뒤를 돌아보니 화단 뒤쪽에서 고개를 쏙 내민 소녀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럴거면 문자는 왜 했나 싶어서 쳐다보는데 소녀가 사뿐한 걸음으로 다가와 마주섰다.


“오빠, 여기서 청승맞게 술 먹었어요?”

“소연이, 너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


귀 밑 머리를 뒤로 넘기며 배시시 웃어 보인 소연이 양손에 든 쇼핑백을 흔들어 보이며 올려다 보았다.


탐스러운 이마에 예쁜 미소.

뒤로 묶어 올린 포니테일의 머리칼이 움직일 때마다 강아지의 꼬리마냥 흔들거렸다.


베이지색 가디건과 하늘색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몸의 맵시가 살아있어서 어딜가도 눈길을 사로잡는 발랄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냄새 좋네. 향수 뿌렸구나?”


달콤한 꽃 향기에 섞여 향수 냄새가 풍겨오길래 피식 웃자, 소연이 눈을 흘기며 방긋 웃었다. 구준이 이제라도 눈치를 채줘서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헤헤. 그, 그냥 기분 좀 내 보려고 해 봤어요. 이상해요?”

“괜찮아.”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으로 구준네 집과는 친한 사이였다. 그와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많은 아이였다. 두 집안이 친해진 계기가 애초에 둘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까.


“오빠네 놀러 갔더니. 언니가 다 죽어가는 얼굴로 나갔다고 걱정하시던데요?”


그렇게나 표정이 안 좋았나 싶어 손으로 얼굴을 쓸어보던 구준이 자리를 옮겼다. 마침 벤치 하나가 비어있어 나란히 앉자, 소연이 슬금슬금 옆으로 다가와 그 큰 눈으로 구준의 옆 모습을 담았다.


“흐응.”

“···왜?”


말없이 맥주를 홀짝이는 구준을 보며 소연이 의미심장한 콧소리를 내었다.


언니에게 구준의 상태를 듣고는 바람 빠진 풍선마냥 힘없이 추욱 쳐져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멀쩡해 보였다.


“오빠, 무슨 일 있죠? 힘들 때면 혼자 여기서 시간 때우고 그랬잖아요.”


소연이 어서 털어 놓으라며 작고 여린 손으로 벤치를 팡팡 두드렸다.


“잘 아네?”

“그, 그, 그냥 어쩌다 보니까 알았어요.”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을 더듬거리는 게 귀여워 머리를 쓸어주자 소연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이 부끄럼쟁이 이웃에게 아무래도 걱정을 끼쳤나 보다.


“으으···!”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던 소연이 힐끗 올려다 보았다. 궁금한게 있지만 물어보진 못하겠는지 망설이는 기색이 느껴졌다.


“별거 아닌데···”


그래, 정말 별거 아니었다. 그저 첫 사랑이 깨졌을 뿐이니까. 다만 학교에서 선배를 어떤 얼굴로 다시 봐야 할지는 좀 걱정이 됐을 뿐이었다.


“물어봐도 돼.”


구준이 질문을 허락했지만 여전히 눈치를 보던 소연이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안 물어볼래요. 그런 얼굴을 한 사람한테 어떻게 물어봐요.”

“내 얼굴이 어떻길래?”


구준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자 소연이 가만히 고민을 하더니 손바닥을 마주쳤다. 적절한 비유가 떠올랐는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우유! 우유나 물도 없이 식빵을 꾸역꾸역 삼키는 얼굴이요.”

“···아, 그런 괴상한 얼굴이라니.”


갑갑함과 목멤의 절정인 얼굴이란 애긴데 상상이 안 된다. 그런 얼굴일랑 사양이었다. 상상속의 식빵을 맥주로 단숨에 넘겨버린 구준이 입을 열었다.


“고백했다가 차였어.”


담담하고도 나직한 말투.


실연의 상처는 어느정도 가라앉은 뒤이기도 하고, 딱히 알려준다고 어디가서 소문을 낼 소연이도 아니었기에 말해주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고, 고고고, 고백이요오!?”


벌떡 일어난 소연이 우왕좌왕 하더니 손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달아오르다 못해 익어버린 붉은 얼굴로 목이 타는지 구준이 내려놓았던 캔을 집어들곤 벌컥벌컥 들이켰다. 조금 흘렸는지 하얀 목덜미를 타고 술 방울이 흘러 내렸다.


“크으···! 후아아아! 오빠, 정말 괜찮은 거에요!? 저, 저, 막 걱정돼요···!”


걱정된다는 녀석이 입 꼬리가 잔뜩 올라가서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언행불일치라는 말이 이럴 때 쓰였다고 했던가?


“···그래. 근데 그 캔은 내려 놓으렴.”


아무래도 고2짜리에게 술 먹였다고 한 소리 들을 것 같았다. 소연네 부모님이 됐든, 구준의 집안이 됐든 갈굼을 당하리라.


“딸꾹! 왜, 왜요? 약간 쓰긴 하지만 톡톡톡 쏘고! 괜, 괜찮으은데요?”


‘말이 늘어진 다만?’


정작 취하고 싶은건 구준인데 맥주 반 캔에 소연이 헤롱 거렸다. 괜찮나 싶어서 걱정을 하는데 소연이 쪼그려 앉아서 무언가 주섬주섬 꺼냈다.


“응? 그게 뭐냐?”

“헤헤헷!”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웬 쇼핑백인가 싶었는데, 그 안에서 한 다발의 폭죽이 나왔다.

로켓폭죽이라고 불을 붙이면 소리를 내며 하늘로 치솟는 폭죽이었다. 30개 가까이 되는 폭죽이 끈으로 단단히 묶여서 한 덩어리처럼 보였다.


“옵빠랑, 딸꾹! 오늘 보름달 폭죽 놀이 하려고 챙겼어요~! 원래 이런 날 하는 거예요!”

“그래···”


아무리 봐도 공원에는 폭죽놀이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사람들도 소연이 폭죽을 꺼내자 관심을 보였다.


“에헤헤~! 봐, 봐요! 이렇게, 요렇게 해서, 짜―잔!”


재주도 좋게 30개의 로켓폭죽을 한 몸체인양 땅에 우뚝 세웠다. 이제 불을 붙이면 화려한 폭죽놀이가 시작 될 것이다. 크고 강력한 걸로 한방에 말이다.


“우후훗. 스트레스는, 딸꾹! 역시 화려하게 팡팡 해줘야죠.”

“너 쌓인게 많았구나.”

“이제, 딸국! 점화에요~!”


소연이 폭죽의 심지에 불을 붙이려고 라이터를 꺼내들고 한참을 씨름을 했다. 하지만 심지가 눅눅해졌는지 불이 붙지 않아 곧 울상을 짓더니 구준을 돌아 보았다.


“정말 한방에 묶음으로 날리려고 했구나.”


나직히 감탄아닌 감탄을 하는데, 그녀는 오기가 생겼나 보다.


“아 정말! 이렇게 되면!”


구준이 멀뚱히 바라만 보자 왠지 심통이 난 소연이 신문지 한 장을 주어 들었다. 일간 스포츠 신문인지 앞면에는 어느 야구선수가 홈런을 때려 올리는 사진이 대문짝 만하게 걸려있었다.


칙! 칙!

설마하는 마음으로 사람들과 구준이 지켜보는데, 소연이 기어코 신문지에 불을 붙이더니 폭죽 밑에 던져 놓았다. 효과가 제대로인지 모든 심지들이 일제히 불이 붙었다.


“후후훗.”


타오르는 불빛을 받으며 해맑게 웃는 소연과는 다르게, 구경하려고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급히 뒷 걸음질을 쳤다. 괜히 근처에 있다가 불똥이라도 튈까 도망친 것이다. 정작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소연은 겁도 없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얘가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술은 먹이면 안되겠네.”

“웅? 왜요오. 이런 건 딸꾹! 가까이에서 봐야죠!”

“그래, 그래. 저기도 잘 보일 테니까. 이리와.”


손짓을 하자 칭얼거리며 반항을 하는 소연을, 구준이 다가가 어깨를 감싸자 순순히 끌려왔다. 술이 제대로 도는지 설핏 드러난 목덜미도 붉게 물들었다.


치이이이―!

심지가 짧아지다 못해 아예 폭죽이 전소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지켜보는데 소연이 구준의 품에 파고들었다. 무언가 웅얼거리길래 귀를 가까이 하자 숨소리와 함께 소연의 말이 들려왔다.


“봉구준1호 발사에요.”

“······.”


어째서 그의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구준의 시선이 발사직전의 폭죽덩어리에게 향했다. 자신의 이름이 붙어서인지 어쩐지 화형을 당하는 봉구준1호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이렇게 가는구나.”

“날아라아~!”


취이이이이익―!

소연의 외침과 함께 타이밍 좋게도 로켓폭죽이 점화되었다. 힘차게 바닥을 때리는 불꽃이 공원을 따뜻한 주황빛으로 물들여갔다.


“우와, 엄마. 저거 날아가요!”

“그러네···, 저게 가능하구나.”


구경하던 모자의 대화를 들은 구준도 속으로 동감을 표했다. 한데 묶었다고 저렇게 힘차게 날아오를 줄이야. 게다가 솟아 오르는 화력과 보여지는 화려함이 범상치 않았다.


휘이이이익!

순식간에 추진력을 얻어서 공중을 향해 쏘아져 나가는 폭죽을 따라서 구준과 소연,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로 향했다.


“···저거 아무래도 개조된 폭죽 같은데.”


시중에서 나도는 허접한 폭죽이 절대 아니었다.


“터진다아~! 히끅!”


도대체 어디서 구해왔나 싶어서 쳐다보는데 흥이 오른 소연이 까치발을 들며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마침내 폭죽이 하늘 높이 치솟아 커다란 보름달 안으로 사라졌다.


퍼버버버버벙―!

굉음과 함께 화려한 불꽃의 춤사위가 하늘을 수놓았다.


덩치가 덩치이니 만큼 한참을 각양각색의 불꽃들이 나타났다 사라져갔다. 소연도 자신이 그려놓은 밤 하늘의 장관에 즐거운지 양손을 흔들며 힘차게 외쳤다.


“아하핫! 퍼어어엉~!”


그 순간 보랏빛 광채가 번쩍이며 밤 하늘에 퍼져나갔다.

불꽃의 색과는 다른 이질적인 빛.


“우와아아···, 아···?”


사람들이 환호가 잦아 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화려한 불꽃의 축제가 거짓말이었다고 말하듯 급격한 분위기의 반전. 모두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침묵에 잠겼다.


“엄마, 엄마.”


손가락을 빨던 꼬마 아이가 곁에 있던 엄마의 손을 놓고 하늘을 가리켰다. 신기한 광경을 엄마와 함께하고 싶었는지 방방 뛰며 입을 열었다.


“달님. 부서졌어요!”


황금빛 찬란했던 달이 위아래로 뜯어지며 두 갈래로 나뉘어 지고 있었다.


“···오, 오빠.”


사람들이 경악과 당황으로 웅성거릴 때, 소연이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매단 채 구준을 올려다 보았다.


비정상적인 광경에 넋을 놓고 있었던 구준이 그녀를 내려다 보자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내가 안그랬어요. 그쵸?”


놀랬는지 딸꾹질은 멈췄나 보다. 간절한 눈빛으로 올려다 보는 커다란 눈동자에 얼빠진 자신의 얼굴이 비춰지자 구준이 입술을 깨물며 소연의 머리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었다.


“그래. 단지···”

“······”


달의 파편들이 유성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제각각 방향을 정해서 맹렬하게 지구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소원을 빌거나 아름다운 장관에 감탄을 했을 테지만 지금 공원의 사람들은, 세계의 인류는 그럴 수 없었다.


“달이 미쳤나 보다.”


위 아래로 쪼개진 달.

그 중심에는 검은 구체가 나타나 불길한 보랏빛을 타오르듯 뿜어내고 있었다.


‘눈동자?’


달은 어느새 지구를, 인류를 내려다 보는 눈동자가 되어 있었다.


“······히끅.”


그리고 그 검은 눈동자는 지구를 향해서 약동하듯 보랏빛 광채와 파편들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


지금, 달이 무너진 세계에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구준이 손 아귀에 힘을 주자 소연이 품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조금이지만 떨림이 느껴졌다.


‘이상할 정도로 침착한 내가 이상한 거겠지.’


구준은 수 많은 파편의 궤적들을 바라보며 어째서인지 하나의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앞으로의 세계가 그가 알던 평온한 세상은 아닐 것 이라는 예감을 말이다.


작가의말

현대물을 써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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