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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시작 님의 서재입니다.

보스 씹어 먹는 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재시작
작품등록일 :
2019.03.12 11:10
최근연재일 :
2019.05.2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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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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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DUMMY

<1화>

봄바람이 부는 월광 오피스 빌딩 옥상.

25세 최한성은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예, 죄송합니다. 곧 마련하겠습니다. 네네. 네, 죄송합니다······.”

아직은 서늘한 봄바람이 불어왔지만 한성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밀린 병원비 수납 독촉 전화였다.

한성의 어머니는 의식 불명인 상태로 병원에 몇 년째 입원 중이었다.

한성은 허공에 고개를 스무 번쯤 조아리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휴우······.”

이번에도 어떻게든 애원이 통했다.

정말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머니 병원비와 여동생 학비.

둘 중 하나도 포기할 수 없었다.

한성은 하루 식비를 4000원 이하로 맞췄지만, 그래도 돈은 늘 모자랐다.

“어우, 매번 미안해 죽겠네.”

한성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때, 옥상 계단 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이 씨발놈아. 네가 그렇게 잘났어? 엉?!”

한성은 물탱크 뒤에 서서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만 내밀어 봤다.

목소리는 한성이 속한 회사인 ‘월광 헌터 상사’의 부사장 것이었다.

부사장은 뒤에서 ‘사장 아들’이라고 불렸는데, 갑질의 화신 같은 인간이었다.

직원들이 인사를 대충 하거나 잠깐 졸기라도 하면 그걸 귀신 같이 지적하면서 면박을 줬다.

면박을 줬을 때 상대가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기어코 불이익을 주는 집요한 인간이기도 했다.

그 사장 아들 앞에는 두 손을 모으고 굽신 거리는 신입 사원이 있었다.

“죄송합니다. 부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얌전해 보이는 신입 사원이 쩔쩔맸지만, 사장 아들은 연신 씩씩거렸다.

“너 배짱 좋다? 그거 알아?”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씨발, 어제 회식 때처럼 쎈 척 해보지 왜?”

“그런 게 아니라······.”

“뭐? 여사원한테 술 따르게 하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아? 아주 그냥, 어? 내가 분위기 좀 띄워 보려고 한 거 가지고 선비질 좆나게 하더라? 또 해보지 그래?”

“부사장님. 제발······.”

“왜? 관객이 없으니까 쎈 척이 안 나오시나 봐? 그럼 지금 사장실 가자. 사장실 앞에서 어제 했던 거 고대로 리바이벌 해보자고?”

그러자 신입 사원은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부사장님.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그 모습을 보자 사장 아들은 더더욱 기염을 토했다.

사장 아들은 옥상이 자기 무대라도 되는 양 펄펄 뛰었다.

그러다 물탱크 쪽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한성을 발견했다.

“야, 너! 우리 회사 사원이지? 일루 와봐!”

한성은 어깨를 움츠리며 다가갔다.

사장 아들은 무릎 꿇은 신입 사원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야, 이 새끼 때려.”

“네?”

“이 새끼 싸대기 때리라고!”

사장 아들의 나쁜 버릇이 또 나왔다.

주변에 보는 사람이 없으면, 부하 직원을 시켜서 때리게 했다.

“자!”

사장 아들은 한성에게 돈을 내밀었다.

지갑에서 거칠게 뽑은 5만원권이 40장 이상 되어보였다.

“······!”

그 순간, 한성과 무릎 꿇은 사원과 눈이 마주쳤다.

무릎 꿇은 사원은 고생을 많이 하지 않고 자랐는지 순해 보였다.

한성은 망설였고 신입 사원은 고개 숙여 시선을 피했다.

“뭐해? 받고 빨리 때려!”

지폐 다발이 한성의 뺨을 찰싹 찰싹 때렸다.

“왜? 액수가 적어?”

“······.”

한성은 사장 아들을 말없이 노려봤다.

“이 새끼 봐라? 이젠 개나 소나 눈알을 부라리네? 눈 안 깔아?”

한성은 대답하지 않고 뒤돌아섰다.

마음 같아서는 무릎 꿇은 사람도 일으켜 세우고 싶었지만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다.

한성은 옥상 계단 쪽으로 향했지만.

“어쭈, 저 새끼 봐라?”

퍽!

사장 아들이 벗어서 던진 구두가 한성의 뒤통수에 맞았다.

“야! 주워 와!”

“······.”

한성은 일단 한 번만 더 참기로 했다.

‘어머니 병원비와 여동생 학비.’

한성은 허리 숙여 구두를 줍고, 사장 아들 쪽으로 살살 던져 줬다.

데굴데굴······.

사장 아들의 발치에 구두가 굴러가 멈췄다.

“부사장님. 사람한테 구두 던지지 마십쇼. 한 번은 그냥 참겠습니다.”

“허? 이 새끼 봐라?”

사장 아들은 반대쪽 구두를 벗더니 한성에게, 이번에는 얼굴을 노려서 힘껏 던졌다.

부웅!

휙.

한성은 고개만 젖혀서 피했다.

“어?!”

사장 아들의 구두는 옥상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저런, 안전 펜스가 너무 낮군요.”

사장이 돈 아낀다고 안전 펜스를 낮게 설치한 탓이다.

한성은 웃음을 참으려 애썼다.

그러자 사장 아들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들고 있던 지폐 뭉치를 바닥에 촥 소리 나게 내던질 정도였다.

“이 개애애애애새끼가아아아!”

사장 아들은 한성에게 덤벼들었다.

대학생 시절 럭비부 출신답게 돌진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뻐억!

한성의 주먹이 사장 아들의 코를 정통으로 갈겼다.

미리 뒷발을 뒤로 빼고 자세를 낮춰서 주먹을 휘두른 덕분이다.

털썩!

달려들던 사장 아들은 그대로 앞으로 엎어져 뻗었다.

“아우, 까딱하다 손목 다칠 뻔 했네.”

한성은 주먹을 털었다.

“무, 무슨 짓을.”

무릎 꿇고 있던 사원이 부들부들 떨었다.

무서운 일에 휘말려 버렸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한성은 왼손을 뻗어 신입 사원의 뒷목을 잡았다.

“으앗!”

“감사인사는 됐습니다. 내려가 계세요.”

“아, 저기······.”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한성은 환하게 웃으며, 하지만 손에 힘을 주고 신입 사원을 질질 끌고 갔다.

그리고 신입 사원이 뭐라 말하기 전에 계단 쪽으로 반강제로 밀어서 내려 보냈다.

쾅!

한성은 옥상 문을 닫았다.

옥상 위에는 사장 아들과 한성만 남았다.

“으으······!”

코피를 흘리며 사장 아들이 고개를 들었다.

한성은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하고 싶은 말씀은 많으시겠지만, 일단 들어보세요.”

한성은 스마트폰의 녹음 파일을 재생해서 들려줬다.

녹음 파일은 사장 아들이 신입 사원을 큰소리로 갈구는 부분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사장 아들의 “이 개애애애애새끼가아아아!” 하는 부분을 마지막으로 녹음 파일이 종료됐다.

녹음 파일을 들은 사장 아들은 입을 떡 벌렸다.

코피가 윗입술을 타고 들어갔다.

“이 자식, 원하는 게 뭐냐······!”

“일단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죠.”

“부탁?”

“예. 실은 예전부터 고민했던 건데, 저 회사 그만두고 헌터 하려고요.”

“헌터?”

사장 아들 얼굴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게이트 너머의 던전으로 들어가 몬스터를 사냥하는 직업.

헌터라는 직업을 빼면, 2034년 현재의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직업이다.

“부사장님. 창고에 샘플 무기랑 갑주 있죠?”

“설마 그걸 달라는 건가.”

“퇴직금은 안 받고 회사 때려치우는 거니까 그 정도는 챙겨가도 되겠죠.”

어차피 1년 미만으로 근무했기에 퇴직금은 나오지도 않았지만, 한성은 그렇게 말했다.

“······그 녹음 파일 지우겠다고 약속하면. 샘플로 따로 빼 놓은 기본 헌터 장비, 너한테 넘긴다.”

“네, 그렇게 하죠.”

두 사람은 그렇게 거래했다.

한성은 손을 내밀었다.

사장 아들은 코피를 닦으며 코웃음 쳤다.

“흥, 악수는 무슨.”

“악수 말고, 돈이요.”

한성은 옥상 바닥에 떨어진 5만원권 지폐들을 가리켰다.

“엎드리신 김에 지폐 좀 주우세요.”

“······.”

화를 내며 일어나기에는 코피가 멈추지 않았다.

사장 아들은 코를 훌쩍이며, 바닥에 흩어진 지폐를 줍기 시작했다.

바람에 날려가서 많지는 않았다.

지폐를 다 주운 사장 아들은 머뭇머뭇 한성을 올려다봤다.

“아, 그건 휴지로 쓰세요.”

한성은 한 장 빼고 다 뺏었다.



샘플용 헌터 기본 장비를 얻은 한성은, 형식상의 사직서를 책상 위에 올려둔 뒤 회사를 나왔다.

회사 앞에서 택시를 잡았다.

짐이 많아서 뒷좌석에 탑승했다.

“헌터 협회로 가주십시오.”

부드럽게 출발하는 택시.

한성은 뒷좌석에서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헌터가 되는 수밖에 없다.’

여동생 학비, 어머니 병원비를 얻기 위해.

그리고 사람 같지도 않은 것들에게 굽실거리는 대신, 진짜 몬스터들을 잡아 죽이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헌터가 되는 수밖에 없어!’

한성은 헌터가 되어 자아실현과 막대한 부를 모두 거머쥐겠다고 거듭 다짐하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다니던 회사의 사원 전용 게시판에 접속했다.

게시물 제목은 ‘사장 아들 갑질 공론화에 관하여.’ 라고 지었다.

그리고 내용은 작성하지 않고, 녹음 파일만 첨부 파일로 업로드했다.

그 다음 스마트폰에 담긴 녹음 파일 원본을 삭제했다.

‘약속은 지켰다. 녹음 파일을 삭제한다고만 했지, 그전에 업로드 안한다고는 안했음.’



한성은 헌터 협회에 가서 입회 시험을 봤다.

F급 헌터 필기시험은 자동차 운전면허보다 쉬웠다.

문제는 실기 시험이다.

체력 테스트 통과 후, 3개월 이내에 1회의 실전 경험을 반드시 거쳐야만 미션을 스스로 고를 수 있는 정식 헌터가 될 수 있었다.

“무조건 가장 빠르고 가까운 던전으로 배정해 주십시오.”

한성은 예의바르게 말했다.

실전은 일주일 뒤로 잡혔다.



“신참 헌터들은 잘 들어라!”

이번 토벌 미션의 대장인 E급 헌터 황씨가 목청을 높였다.

길바닥에 앉아 장비를 점검하던 하급 헌터들이 황씨에게 주목했다.

“괜히 위험한 짓거리 하지 말고 내 뒤만 쫓아와라! 알았냐!”

“예엣!”

“목소리 작다! 목소리 작은 놈은 몬스터한테 일찍 죽는다! 다시 목소리 크게 대답해!”

“옛!!”

“좋아. 그럼 5분 뒤 진입한다.”

그 말에 상점창을 여는 헌터도 있고 무기를 점검하는 헌터도 있었다.

최한성은 대기선에 쪼그려 앉아 스탯창을 확인했다.


<최한성의 스탯창>

근력 : 13

속력 : 12

체력 : 12

관찰력 : 15

마력 : 14

의지력 : 14

특성 : ‘거너 LV 1.’

이능력 : 없음.

보유 코인 : 없음.


초라한 스탯창이었지만 한성은 실망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돈 생각은 하지 말자. 우선 실력을 키우자.’

여동생과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다급해진다.

하지만 그 다급함 때문에 몬스터에게 다치기라도 하면 본전도 못 건진다.

그래서 한성은 몇 번이고 자신에게 침착하라고 타일렀다.

그 순간.

“야, 한성아!”

황씨가 최한성을 불렀다.

한성은 얼른 황씨 앞으로 달려갔다.

“예, 부르셨습니까?”

“흠흠, 긴장하지 마라. 고블린 토벌은 헌터 미션 중에서 아주 쉬운 거니까.”

“예. 염려 마세요.”

황씨로 알려진 중년 사내, 황영찬은 한성이 사는 집 바로 옆에 사는 이웃이었다.

한성의 아버지가 몬스터에게 죽음을 맞이했을 때, 크고 작은 도움을 줬던 고마운 사람이다.

“앞으로 헌터 생활 오래 할 건데, 첫 미션부터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지?”

“알고 있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저씨. 아, 아니, 대장님.”

“그래.”

토벌대장 황씨는 아주 잠깐 이웃집 아저씨의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1초 뒤, 다시 E급 베테랑의 얼굴로 돌아왔다.

“게이트 앞 진입 준비선에 정렬! 이제부터 실전이다!”

황씨와 한성을 포함한 50명은 고블린 언덕 토벌 미션을 맡았다.

참가자는 E급 헌터 10명과 F급 헌터 40명.

F급 헌터의 절반 정도는 이번이 첫 실전이었다.

그러나 걱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헌터 협회가 신참들이 많은 부대에게 이 미션을 지정해줬다는 건, 고블린 언덕 토벌 미션은 쉬운 미션이라는 뜻이니까.

“협회가 신참 아다 깨라고 배정해 준 미션이지 뭐.”

몇몇 신참 헌터들이 시시덕거렸다.

황씨는 노려봄으로서 그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줄 맞추어 던전 입구, 게이트로 걸어갔다.

던전 게이트 입구는 게이트 전담 싸이커, 일명 게이트 키퍼들이 막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F급 권장 던전인 고블린 언덕 게이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게이트 키퍼 박철구입니다.”

“본인은 이번 던전 강습을 지휘하는 토벌대장 황영찬입니다.”

“고블린 숫자가 폭증해서, 싸이커들이 게이트를 틀어막는 걸로는 도저히······.”

“그래서 우리가 온 겁니다.”

“예. 브리핑은 다 받으셨지요?”

“물론입니다.”

“그럼 던전 청소, 부탁드립니다.”

싸이커는 자기 동료들을 데리고 재빨리 물러났다.

여기서부터는 헌터, 그중에서도 룬 블레이더와 거너들의 역할이었다.

스르릉······!

룬 블레이더들은 각자의 룬 블레이드를 꺼내 들었고.

철컥!

거너들은 총기를 장전했다.

한성 또한 거너로 편성되었기에, 보급형 볼트 카빈-KA1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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