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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大遠) 님의 서재입니다.

넘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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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大遠)
작품등록일 :
2014.06.04 22:05
최근연재일 :
2018.06.19 02:50
연재수 :
2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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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9,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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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0,921

작성
14.06.0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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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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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3
글자
10쪽

넘버즈. 1장(2)

DUMMY

알버트의 부름에 한사람이 검문소에서 걸어 나왔다. 차림새로 봐서는 경비병은 아닌듯했다.

“그렇지 않아도 나올 참이었네. 에헴, 어디 보자 이게 얼마 만에 보는 현상범들이냐.”

손바닥을 비비며 다가와 알버트가 들고 있던 수배 전단을 받아들고 살피기 시작했다.

“오오··· 크크크크··· 와하하하하.”

수배 전단을 살펴보던 라첼이 미친 듯이 웃어댔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쳐다볼 정도.

묶여있는 현상범들과 미친 사람처럼 웃는 라첼 때문에 모여드는 사람들을 경비병들이 쫓아 보내고도 한동안 그의 웃음은 멈추질 않았다.

“어이 왜 그래?”

“내가 왜 그러겠나? 좋아서 그러지. 이것들을 잡아 온 게 저 청년인가?”

라첼의 물음에 알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다네. 청년이라고 하기엔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응?”

궁금해하는 라첼에게 알버트가 길리안의 신분 패를 넘겼다.

그걸 본 라첼이 놀라서 신분 패와 길리안을 번갈아 보았다.

“흐음··· 열일곱 살이라고?”

“예, 곧 열여덟 살이 됩니다.”

“허어···. 이것 참. 뭘 잘못 먹으면 자네처럼 되는가?”

“예?”

“하하하 이쪽 말에 의하면 잘 먹어서 이렇게 됐다는군.”

“흠, 뭐 그것보다 이래서야··· 아무튼, 여기서는 좀 그러니 일단 이것들 좀 치워주게.”

라첼의 부탁에 알버트가 손짓을 하자 경비병들이 우르르 달려와 묶여있는 자들을 검문소 안쪽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런데 왜 좋아하다 마는가?”

알버트의 물음에 라첼이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그야 당연히 신뢰성이 떨어지니까. 겉보기엔 괜찮지만, 영웅심에 불타는 열일곱 살짜리 기사··· 도 아닌 아이에게 잡혀 온 놈들이라면 알만하지 않은가?”

“하긴.”

알버트가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체격도 좋고 힘도 있어 보인다. 어릴 때부터 기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면 실력도 어느 정도는 될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름 있는 현상금 사냥꾼들도 잘 건들지 않는 흉악범들이 17살 기사 지망생에게 줄줄이 잡혀 왔다고 하면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세상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니까.

“이건?”

“돌려주게. 적어도 가짜는 아니잖아?”

알버트의 말에 라첼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길리안의 신분 패를 뒤집었다.

나무로 만든 평민들의 신분 패는 위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정해진 규격이 있고 위조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취해 놓았지만, 솜씨 좋은 기술자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각 영지에서 제작해 발급하기 때문에 가끔은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물론 신분 패를 위조했다고 해도 끝은 아니다.

패는 위조할 수 있어도 각 영지나 관청의 서류까지 위조하는 것은 관계자가 얽혀있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

다만 정확히 알아보려면 해당 영지에 연락을 취하니 시일도 오래 걸리고 불편한 점도 많지만 그래도 이곳은 수도다. 각 영지에서 변동된 신분이나 발급한 패의 정보는 주기적으로 보고되어 모두 기록이 된다.

그 때문에 위조된 신분 패를 들고 수도를 활보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가끔은 그런 바보 같은 녀석들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오~ 라이라프 영지 출신인가?”

“예. 동쪽 끝에 있는 작은 영지입니다.”

대답하는 길리안에게 라첼이 신분 패를 건넸다.

“알고 있네. 그래, 쭉 그곳에 살았나?”

“예. 집안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았고 저도 떠나오기 전까진 그곳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오호. 그럼 티롤 크란프님을 알겠군.”

“네. 저희 영지의 행정관님입니다. 티롤 아저씨를 아십니까?”

“아저씨라? 상당히 가까운 사인가 보군.”

“어릴 때부터 봬왔으니까요. 제게 글도 가르쳐 주셨고 다른 것들도 많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흐음···.”

행정관들의 대부분은 평민이다.

물론 귀족들도 있지만, 그들은 대부분이 고위직으로 하급 행정관들을 관리한다. 대부분의 실무를 보는 행정관들은 평민.

하지만 평민이라고 해도 다 같은 평민은 아니다. 맡은 직책이나 하는 일의 위치에 따라 그 안에서도 등급은 있는 것이니까.

특히 영지 행정관의 경우, 해당 영지에서는 상당한 지위라고 봐도 좋다.

“한 2년 전쯤인가? 그곳에 가본 적이 있지.”

“어 그러셨습니까? 뵌 기억이 없는데···”

“마치 영지에 오가는 사람은 다 안다는 식으로 말하는군.”

라첼의 말에 길리안이 머리를 긁적였다.

“몇 년 사이에 많이 발전하고 사람도 늘었지만 작은 곳이고, 상단이나 몬스터 헌터들 외에는 외부인이 그리 많이 오는 곳은 아니니까요.”

“하긴 그렇기도 하겠군. 아무튼, 그분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일세.”

그 말에 길리안도 인정한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존경을 받을 만한 분입니다. 영주님도 그 밑에 계신 기사님들이나 행정관님들도 모두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티롤 아저씨는 영주님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분입니다.”

길리안의 말에 라첼도 기분이 좋은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래 보이더군. 아 그러고 보니 그때 자네와 이름이 비슷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 이름이 뭐였더라. 음··· 맞아. 킬리안? 이라고 한 것 같군. 혹시 형제인가?”

“윽 그건··· 영지 기사님들이 붙여주신 제 별명입니다.”

“허허, 자네가 킬리안? 하긴 이곳에 와서 찾아보니 그런 이름은 없어서 이상하다고 생각만 하고 말았지만, 별명이라··· 그리 좋은 별명 같지는 않군.”

그 말에 길리안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하도 칭찬을 하셔서 궁금했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길리안의 얼굴과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흐음, 들은 것과 비슷하긴 한 것 같군. 그래 자네가 킬리안이란 말이지.”

“길리안입니다. 길리안 후버.”

“아무려면 어떤가. 그보다 자네 혹시 내게 줄 것 없는가?”

“라첼님 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맞습니까?”

“정식으로 소개하지. 수도 동부관청의 5급 행정관인 라첼 프리만일세.”

“라첼 프리만···.”

그의 이름을 되뇌던 길리안이 바닥에 내려놓았던 짐 꾸러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잘 말려있는 가죽 뭉치를 꺼내 라첼에게 건넸다.

“티롤 아저씨께서 보내신 편지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걸 가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길리안의 물음에 라첼이 받아든 것을 풀며 답했다.

“이전 편지에 영지 사람을 보내 편지를 전할 거라고 하셨거든. 물론 몇 달 전이었고, 그게 자네일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그러셨군요.”

라첼은 가죽에 싸여있던 편지를 꺼내 빠르게 읽어나갔다.

읽는 내내 그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다 읽었는지 다시 잘 말아서 조심스레 품에 넣고 길리안을 쳐다보았다.

“자네 티롤님께 도대체 뭘 먹인 건가?”

“예?”

라첼이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묻는 길리안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아닐세. 하여간 오래 살고 볼 일이야. 하하 재미있어. 이러면 대충 처리할 수가 없군. 내가 꼼꼼하게 잘 처리해주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하겠습니다.”

허리를 깊게 숙이는 길리안을 보면서 라첼의 입가에는 다시 미소가 걸렸다.

“자네 오늘 운이 아주 좋아.”

라첼의 말에 길리안이 웃었다.

확실히 그의 생각에도 그런 것 같았다. 관청까지 가서 만나야 할 라첼을 성문에 들어서자마자 만났고, 일 처리도 잘해줄 것 같았다.

그가 떠나온 라이라프 영지는 수도에서 엄청나게 먼 곳이고, 모르는 사람도 많을 그런 시골영지였다.

기사아카데미의 교육과정은 보통 6년. 그 시간을 수도에서 홀로 보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런 그에게 영지에 있는 이들은 많은 신경을 써줬다.

티롤 행정관이 편지에 적은 내용이 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자신을 부탁하는 내용도 있을 것이다. 떠나오기 전에 손을 붙잡고 어려운 일이나 부탁할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찾아가 상의하라고 했던 이가 바로 눈앞에 있는 라첼이었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기사 장이 적어준 추천서를 비롯해서 영지에서 수도에 인맥이 있는 이들은 저마다 편지를 적어줘서 아직 짐 속에는 몇 통의 편지가 더 있었으니까.

그런 모두에게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기사가 되겠다고?”

“예. 그렇습니다.”

“그냥 기사는 아닌 것 같더군.”

라첼의 말에 길리안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넘버즈가 되고 싶습니다.”

“허허 넘버즈라···.”

길리안의 말을 되뇌듯 중얼거리는 라첼은 음성은 왠지 씁쓸한 듯했다.

지금까지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알버트도 살짝 놀라는 듯했지만 이내 씁쓸하다는 듯 입맛을 다실뿐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아 아닐세. 뭐 꿈은 클수록 좋겠지. 내가 자네는 운이 좋다고 했었지? 오늘 아마 자네의 꿈인 넘버즈를 볼 기회가 있을 거야.”

“저, 정말입니까?”

“뭐 자주는 아니지만, 수도에 살다 보면 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네. 가까이 가기는 힘들지만 말이야.”

“언제 어디로 가면 됩니까?”

꽤 흥분한 것 같은 길리안의 말투에 라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마 지금 남문으로 달려가면 늦지 않을 거야.”

“남문입니까? 그냥 남쪽으로 쭉 가면···.”

“아아 수도의 길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네. 어이 알버트 이 친구에게 사람 하나 붙여주게.”

“그러지.”

“자네는 가서 보고 오게. 어차피 금방 처리될 일은 아니니까 말이야.”

“예. 감사합니다.”

대답한 길리안이 알버트가 붙여준 경비병과 함께 성문 안으로 뛰듯 사라졌다.

그런 길리안의 뒷모습을 보던 라첼이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넘버즈라··· 그냥 기사라면 몰라도 그건 좀···. 뭐 차차 느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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