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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랑괴행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 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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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랑괴행
작품등록일 :
2024.04.01 05:58
최근연재일 :
2024.04.24 19:3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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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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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탈출.

DUMMY

2. 탈출.


폭발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밤하늘을 붉게 물들일 정도로 연신 터져 나갔다.


쾅콰과광! 콰광!


사람들이 아우성을 지르며 분분히 흩어지는 가운데 오도랍은 별다른 요동조차 보이지 않고 신속하게 걸음을 옮겼다.


아까의 말과 태도를 고려하면 미리 정한 장소가 있기라도 한 모양.


내달리듯이 그를 따라가던 나는 돌연 오도랍의 발밑이 붉게 타오르는 것 같은 환영을 봤다.


이윽고 뒤따르는 마나의 비정상적인 움직임.


다급하게 외쳤다.


“조. 조심!”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강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급히 몸을 뒤틀었으나 그 충격에 날아가 저편 바닥에 처박혔다.


“끄으윽!”


극심한 고통에 숨도 내뱉기 힘들었다.


다만 그런 상황에서도 냉철하게 육체를 살폈다.


내부 장기가 진탕이 된 것처럼 울렁거렸으나 괜찮았다.


팔다리가 떨어질 것처럼 아팠으나 부러진 곳은 없었다.


거친 땅바닥에 이리저리 쓸린 살갗이 매우 쓰라렸으나 역시 회복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니 일어나라.


여긴 사지(死地)다.


살아남고 싶다면 반드시 이곳을 벗어나야만 한다.


후들거리는 팔로 땅을 짚고 어떻게든 바닥에 몸을 눕히려는 육체를 강제를 끄집어냈다.


방금 세상이 느려진 것 같은 묘한 감각과 함께 육체에 새겨진 섬뜩함.


본능적으로 몸을 뒤틀지 않았더라면···.


저 바닥에 흩뿌려진 파편들이 온몸을 관통하고 지나갔겠지.


이 상황에 굳이 일일이 헤아릴 필요는 없으나 아마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이성과 파편을 피한 본능적 움직임은 『초월 재능』의 영향 덕분일 터.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는 모양이다.


“쿨럭쿨럭!”


입안에 가득 고인 피가래를 바닥에 뱉었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오도랍이 있던 곳을 바라봤다.


오도랍의 일부였을 살점들만이 드문드문 남아있었다.


욕지기가 치미는 걸 느꼈으나 지금은 감정 따위에 휘둘릴 상황이 아니었다.


오도랍의 최후가 나의 것이 되지 말란 법이 없으니까.


다만 그는 무슨 연유로 나를 도와주려고 했던 걸까? 본인 역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지 않았던가?


쿠우웅! 쿠웅!


저편에서 다시금 터져 나오는 폭발.


상념 등을 털어내고 길게 숨을 내쉬자 호흡법을 통해 흡수된 마나가 육체 곳곳을 안정시켰다.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 내게 있어선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술. 간밤에 창안하지 못했다면···.


여하튼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마나의 흐름을 읽고 움직이는 것이 최선.


마나의 흐름을 관조했다.


그러자 돌연 사방이 핏빛처럼 붉게 빛났다.


오직 한 곳, 감독관과 경비병들의 숙소가 있는 방향을 제외하고.


끝없이 착취당한 자들의 거처는 사지 그 자체고 착취하던 자들의 거처는 오히려 안전하다라···.


그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자연히 표정이 일그러졌다.


다만 지체할 여유 따윈 없었다.


상념과 별개로 저들의 숙소를 향해 달렸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지금의 폭발보다도 더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갈 테니까.


*


“헉! 헉!”


숨이 턱에 닿을 때까지 달리고 달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숙소 쪽에 다다를 때까지도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


잘못 본 건 아니다.


벌써 근방의 마나들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훅! 훅!”


거친 숨소리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드러냈지만 다행히 어젯밤 창안한 호흡법이 그 한계를 조금씩 확장하고 있었다.


비척거리며 움직이던 두 다리가 뛰는 것처럼 변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


문제는 숙소를 지키고 있는 경비병들이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저들의 호통 소리에 즉시 걸음을 멈춰 세웠으나 경비병들은 다짜고짜 검을 뽑아 들고 내게 다가왔다.


저벅. 저벅. 저벅.


병사들의 발소리가 마치 저승사자의 발소리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저승사자나 마찬가지였다. 눈빛에 살의가 가득했으니까.


다만 놈들을 두려워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오도랍의 마지막이 스쳤다. 그 말고도 육편으로 화한 무수한 시체들···.


‘돌파하지 못하면 죽는다.’


길게 숨을 내쉰 나는 몸의 모든 신경을 곤두세운 채 저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병사들은 금세 내 앞에 다다랐고 한 병사의 검이 매섭게 허공을 갈랐다.


후우웅!


돌연 그 모든 광경이 마치 정지한 사진 수백 장을 늘어놓은 것처럼 분할되는 것을 느꼈다.


거의 본능적으로 몸을 뒤틀어 검을 피했다.


다시 손을 뻗어 경비병의 검을 낚아챘다.


“무슨? 컥!”


지금껏 살면서 사람에게 해코지라고는 거의 해보지 않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불같이 피어오르는 살의를 첨예하게 벼려냈다.


검을 빼앗자마자 몸을 돌려 병사의 목을 베어냈다.


서걱!


근육과 뼈가 한꺼번에 갈리는 소음과 함께 핏물이 비산했다.


그 섬뜩한 감각이 손과 팔을 타고 올올히 새겨졌다. 전부 호흡과 함께 새겨진 마나로 인해 가능한 반격.


“쿨럭!”


다만 한계를 넘어선 움직임에 피를 토했다.


“감히!”


“이 노예 새끼가!”


남은 두 명의 병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내 상체와 하체를 동시에 노린 공격.


그러나 놀랍게도 그 모든 공격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마치 온몸에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그들이 내딛는 발과 검의 궤적, 심지어 저들이 내뱉는 숨결까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매우 생소하고 한편으로는 경이롭기까지 했으나 생사를 오가는 위기의 순간이다.


살아남는 것에만 집중했다.


검술이라고는 단 한 번도 배워보지 않았으나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공격을 쳐냈다.


다시 몸을 사선으로 띄우며 상체를 향해 날아오는 검을 막아냈다.


챙! 챙캉!


동시에 팽이처럼 몸을 돌려 두 병사의 목젖을 검으로 갈랐다.


촤아악!


“컥! 커걱!”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목을 움켜쥔 병사들은 눈을 부릅뜬 채로 나를 쳐다보다가 풀썩 앞으로 쓰러졌다.


저들의 시선 따위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다.


극한의 고통이 온몸을 엄습했기 때문.


땅에 엎드려진 나는 몸을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피가 섞인 침이 연신 흘러내렸고 두 눈의 실핏줄이 모조리 터진 모양인지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거듭 한계를 벗어난 움직임으로 몸이 산산이 터질뻔한 충격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걸 느꼈다.


‘지금 정신을 잃으면 안 된다.’


그 순간.


콰과과과과광!


내가 예측했던 폭발이 사방을 휩쓸었다.


주변 바닥이란 바닥이 전부 터져 나갔다.


다행히 폭발 범위에서는 벗어났으나 강한 충격파에 얻어맞은 나는 저편 숙소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커허헉!”


갈비뼈와 내장이 크게 상한 모양인지 입에서 살점 같은 게 튀어나왔다.


“후우. 후우.”


살아남았으면 됐다. 살아남았으면···.


천근만근 내려앉는 눈꺼풀을 가까스로 붙잡고 벽을 지탱해 몸을 일으켰다.


아이러니하게도 극심한 고통이 오히려 흐려지던 정신을 일깨웠다.


붉고 검은 것으로 얼룩진 시야로 주변을 돌아보던 나는 일단 숙소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해야 했다.


주변에 폭발이 다시금 발생한다면 숙소의 외벽이 얼마간 상쇄해줄 수 있을 터.


그 충격파에 벽 등이 무너져 압사할 위험이 있으나 별수 없다.


지금은 약간의 충격만으로도 죽음에 이를 게 분명하니까.


힘겹게 숙소 안쪽에 들어서자 익숙한 면상의 중년 사내가 목이 꺾인 채 혀를 빼물고 죽어있었다.


충격파에 휩쓸린 육중한 체구가 중력과 합세해 목을 꺾어버린 듯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나를 두들겨 팼던 페일세바였다.


마음 같아선 면상이라도 후려치고 싶었으나 그럴 여력조차 없었기에 비척거리며 안쪽 구석에 걸어가 주저앉았다.


이곳에 떨어진 내게 선의를 베푼 자와 악의를 베푼 자가 모두 죽어버린 상황.


뭔가 의미를 찾아볼 여유는 없었으나 기분이 묘했다.


충격파 때문인지 실금과 함께 일부분 부서진 천장을 공허하게 바라봤다.


더는 불가항력이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어려울 지경.


내가 창안한 호흡법은 정신을 잃은 중에도 기운을 흡수할 수 있으니 얼마간이라도 회복시켜주길 기대해보는 수밖에.


‘···. 죽을 거라면 죽을 테고 살 거라면 살겠지.’


길게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


후두둑! 후둑!


이마 닿는 차가운 빗방울.


마치 화인처럼 강렬하게 느껴졌다.


오감마저 넘어선 초감각이 주변의 모든 걸 선명하게 감지했다.


위기를 감지하기 위해 남은 모든 에너지가 감각 쪽으로 집중된 모양.


계속 이런 식으로 감각을 확장해둘 수는 없다. 지금 내 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까.


“후우우.”


숨을 갈무리하며 과도하게 뻗어나간 감각을 추슬렀다.


묘한 거슬림에 눈을 뜨자 무너진 천장이 보였다. 천장의 잔해에 깔린 페일세바의 시신 역시.


외벽도 무너져내려 외부가 훤히 보일 지경이었다.


아무래도 정신을 잃은 사이 그 빌어먹을 폭발이 또다시 일어났던 모양이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게 다행일 지경.


‘완전히?’


자연히 머리 위 반쯤 남은 천장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 심상치 않음에 즉시 저편으로 몸을 던졌다.


쿠르릉! 쿵!


거의 동시에 무너지는 천장.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건물 잔해에 깔려 죽었을지도 모를 일.


초감각이 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더라면 아마도 그렇게 됐겠지.


쏴아아아!


얼음장처럼 차가운 빗물.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다만 그 덕분에 모든 것을 태울 것처럼 일렁이든 불길들이 시꺼먼 연기로 화해 빗물 사이로 흩어지고 있었다.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계속 비를 얻어맞는다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질 테고 당연히 그건 육체 능력의 저하를 낳으니 생존 확률이 더 줄어드는 걸 말하니까.


하지만 연신 폭발이 일어나던 일촉즉발의 상황에 비한다면 비교적 안전했기에 일단 차근히 주변을 살펴봤다.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건 노예 카론으로 눈을 떴을 때 이미 인지한 내용.


곡괭이질을 계속해서 시키긴 하는데 마치 곡괭이질 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정작 채광하려는 자원은 없었기 때문.


사실 이해하지 못할 광경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완전히 다른 세계여서 그런가 하고 넘어갔는데.


‘아까 일어난 폭발···.’


어쩌면 그 모든 게 어떤 유물이나 유적지 등을 발굴하기 위한 의식이었을지도 모를 일.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좋지 않다.’


전에도 어둡긴 했지만, 지금은 어둡다 못해 음산하기까지 할 지경. 여기만 그런 건지 이 세상 전체가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검은 안개 같은 게 온 사방에 자욱하게 펼쳐져 있었다. 불길이 꺼지며 발생한 연기와는 또 달랐다.


‘여기가 어디든 무슨 일이 벌어졌든.’


여길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바닥에 나뒹굴던 경비병의 검을 챙겨 살펴봤다. 상태가 안 좋긴 했으나 무기가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여길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는 몰라도 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지면에서 분출된 마나의 폭발은 땅 아래 깊은 구덩이를 남겼기에 갈 수 있는 구역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


구덩이 중 한 곳에 다가가 바닥을 확인해봤으나 검은 안개로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일말의 마나조차 없는 공간.


마나를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선명하게 볼 수 있으니 이건 더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어쩌면 주변을 자욱하게 뒤덮은 검은 안개의 발원지가 이 구덩이들인지도 모를 일.


다만 저 아래 무엇이 있는가는 생각해볼 이유가 없었다. 하등 쓸데없는 짓거리니까.


당장 비를 피하고 먹을 것을 찾아야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을 테니.


다행히 호흡법 등으로 인해 어떻게든 살아남았지만 어쩐 일인지 폭발 이후 이 공간에서 마나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상황이 좋아지기는커녕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열악해진다는 걸 의미했다. 만약 호흡법조차 무용지물이 된다면 그때는···.


‘그전에.’


벗어나야 한다.


발길을 돌려 앞으로 나아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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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타임 어택. +1 24.04.05 1,199 33 13쪽
13 13. 의뢰. +2 24.04.04 1,214 33 13쪽
12 12. 유비무환. +1 24.04.04 1,278 36 14쪽
11 11. 군마. +2 24.04.03 1,332 37 13쪽
10 10. 득실. +1 24.04.03 1,400 3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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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전쟁. +1 24.04.01 2,311 4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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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마경. +3 24.04.01 2,923 63 10쪽
» 2. 탈출. +2 24.04.01 3,227 80 12쪽
1 1. 카론. +7 24.04.01 4,350 9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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