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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너몽
작품등록일 :
2017.07.03 23:28
최근연재일 :
2017.07.0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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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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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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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현재를 있는 과거

DUMMY

내가 학생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였다. 솔직히 중학교 때까지는 게임이나 다른 유흥 문화의 유혹에서 버틸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을 안 하고 뛰어 놀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으니깐 하지만 고등학교는 달랐다.


10까지 학생들을 잡아놓고 해가없는 새벽에 학교에 들어가서 해가없는 밤에 학생들을 집으로 보내는 학교는 놀 시간은커녕 쉴 시간도 그렇게 많이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상관없었다.


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는 기대를 많이 받는 모범생 이였고 공부를 하는 것도 싫지는 않았다. 문제는 내가 공부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건 아니라는 거다. 항상 나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그것에 끝까지 매달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던 배가 얼마나 고프던 나는 그 문제 하나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피로와 스트레스는 혼자서 풀 수 없었다. 중학교 때에는 항상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놀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부모님과의 넉넉한 대화로 피곤함을 풀었다.


더 이상 풀리지 않는 피로와 스트레스는 나를 점점 괴롭게 했고 어느 날 저녁 나는 한 문제를 발견하고 풀려고 했다가 병원에 가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3일 동안 입원해야 한다는 말에 공부가 중요하다고 말을 했지만 부모님은 나의 몸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곳에서 공부의 공자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그만두어야만했고 거의 즐겨보지 않은 유흥 문화를 억지로 즐겨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입원일수만 늘릴 뿐이었다. 그러던 중 나는 부모님의 권유로 한 영화를 보게 된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였지만 내가 있는 곳을 1인실 이였고 부모님을 제외한 아무도 내가 그 영화를 본다는 것을 몰랐다. 정직했던 나는 그 영화를 거부하려 했지만 그 영화의 이름에 나도 모르게 빠지게 되었다. ‘타짜’


타짜라는 용어는 국어 지문에서 허영만의 만화에 대해서 말할 때 아주 잠깐 나온 적 있거나 반에서 아이들이 그 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따라 할 때 들어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공부에만 몰두 하느라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영화를 끝마친 순간 나는 나의 왼쪽 소목을 부여잡으며 알 수 없는 희열감과 스릴감에 빠졌다. 그날 저녁 내내 자지 못하고 영화에 나왔던 장면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공부 이외에 내가 깊게 빠져들 만한 걸 찾았다.


나는 부모님께 직접 도박에 대한 것을 말한다면 이상한 것에 중독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지게 할 것을 알고 있었고 화투를 사달라고 하기 에는 너무 직접적 이였기에 마술을 해보고 싶다며 트럼프 카드를 사달라고 부탁했다. 마술은 속임수를 이용해서 사람들의 시야를 헷갈리게 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도박에는 그런 기술들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트럼프 카드는 마술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포커, 블랙잭, 브릿지, 도둑잡기, 원 카드 등등 여러 가지 게임에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의 의구심이 들기는 하겠지만 위험하다고는 생각 못한 카드였다.


애초에 트럼프 카드는 혼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속임수 익히기 정도는 인터넷을 통해서 혼자 해낼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몸 상태는 점점 호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퇴원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학교로 돌아간 뒤에 구석에 모여 있는 아이들에게로 가서 트럼프 카드를 꺼내들고 낭낭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놀자!!!”


항상 쉬는 시간에 아무 말도 없이 조용했던 내가 갑자기 다가와서 큰 목소리로 말하자 아이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 했지만 아침 조례시간에 담임 선생님에 나를 잘 좀 대해달라는 말 때문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주머니에서 트럼프 카드를 꺼냈다. 포커라는 게임을 모르는 아이들은 없었지만 제대로 된 규칙을 알고 게임을 할 줄 아이들은 많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처음부터 하나씩 알려주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 다 지나서야 규칙 설명을 끝마쳤다.


그때 처음으로 수업이 지루하다고 생각했고 수업 중에 잠까지 잤다. 쉬는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쉬는 시간은 적절했고 아직도 수많은 쉬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나를 잠에 들게 한 것은 온통 포커라는 게임을 실제로 해볼수 있다는 희열 때문에 몸이 기쁨을 주체 못해 쓰러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자 게임은 의미를 잃고 변질되어 갔다. 정확한 룰은 있지만 그 룰을 지켜줄 제대로 된 규칙이 없었기 때문에 힘이 있는자 들이 무력으로 카드를 바꿔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은 더 이상 내가 즐기려 했던 게임이 될 수 없었다.


모범생의 이미지를 아직까지도 지니고 있었기에 말을 꾸며내서 나의 죄는 전혀 없고 다른 아이들에게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 가능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게임이 하루 만에 부서지자 나의 생각에는 큰 변화가 다가왔다.


“고등학생의 머리로는 게임을 이해할 수 없다.”


몇몇 고등학생을 제외한 평범한 고등학생은 금전적 문제 때문에 힘들어 본적이 없다. 한마디로 그들은 절박해질 필요가 없었고 그 때문에 도박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산되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학생들끼리 모여 하는 도박보다 쉽고 돈을 더 잘벌수 있는 불법도박들이 존재 했기에 그들이 이 게임에 목숨을 걸 필요도 없었다.


난관을 넘었다고 생각하자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학생들의 머리로는 생각할수 없는 절박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헤맸다. 그렇게 인터넷을 뒤지다가 도착한곳은 조폭들이 운영하는 클럽안쪽에 있는 도박장이었다.


처음 들어갔을 때에 느껴지는 공기는 더러웠다. 담배냄새와 남자들의 찌든냄새 그리고 희미하게 병원에서 느꼈던 피 냄새도 느껴졌다.


“뭐고, 이런 새파란 거 애새끼로 둔 새끼도 있었나?”


온몸에 문신을 한 남자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나머지 조폭들도 따라 웃었지만 나는 그를 지나 처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당연히 잡혔다. 나는 내가 손님이라며 중요하게 대접해달라고 했지만 돈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도박장에서 돈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쫓겨난 뒤에 돈을 얻기 위해서 부모님에게 학원을 더 다니겠다고 학원비를 달라고 했다. 부모님은 몸을 생각하라면서 만류 했지만 정신적으로 물러설 곳이 없던 나에게 여유는 없었다.


여유가 없으면 점점 초조해지고 초조함의 끝은 절망 또는 광기였다. 그 둘 중에서 나는 광기와 혼연일체가 되어 부모님이 보지 못했을 때 지갑을 훔쳐 달아났다. 모범생이라면 해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미 광기에 가득 차있던 나에게 그런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다.


돈을 들고 찾아간 도박장에서 내가 본 것은 수많은 경찰들이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나를 어린애 취급하고 쫒아냈던 남자는 바닥에 기면서 경찰들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저렇게 잡히면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길로 집으로 돌아간 뒤에 부모님에게 미쳤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성적이 많이 뒤처진 것 같아서 어떻게든 따라 가고 싶었다며 훈훈하게 마무리했지만 도박은 더 이상 가까이 할 수도 없었다.


합법적으로 그리고 들켜도 아무렇지도 않게 도박을 하고 싶었다. 희열을 느끼고 싶었다. 돈을 따고 잃은 사람들의 절망적인 표정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공부를 했다. 딱 죽기 직전까지 해서 경찰대에 들어간 이후에 졸업했다.


분명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울로 가서 검찰과 나란히 서서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부모님도 그것 원했고 나도 그런 게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삶에는 희열이 필요했고 유흥이 필요했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직위는..


“나는... 대한민국 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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