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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곰돌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터에서 무한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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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곰돌
작품등록일 :
2021.10.05 03:48
최근연재일 :
2022.08.03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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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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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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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3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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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은혜(2)

DUMMY

깡! 하는 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졌다.

베르난 녀석의 검과 내 검이 부딪히는 소리.


베이지 않게 몸을 획 돌리며 앞으로 굴렀다.

수십 수백번 바 왔던 장면이기에 얼추 검격을 피할 수 있었다.


완벽하진 않았는지 옆구리가 살짝 베였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보다는 검을 확인해야만 했다.


정확히 삼분의 이 정도가 날아간 상태.

서로의 검이 부딪혔지만 놈의 검에는 기스조차 없었다.


‘괴물같은 새끼···’


수백번을 상대해 왔지만 이녀석은 괴물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렸다.


이를 갈며 곧장 아저씨 앞을 막아섰다.

반 이상 날아간 검을 든 채로.


내 검 끝이 향하는 곳은 당연히 베르난이 있는 쪽 이였다.

그가 이를 바드득 가는 것이 보였다.


고작 농노가 앞을 가로막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을 터였다.

그리고 당당하게 살아남아 다시금 길을 막았으니 분개 할 만 했다.


“하. 비천한 천민 새끼가. 감히 나를 당황시키는 구나.”


아무말도 하지 않은 체 쳐다보았다.

어떻게 아저씨를 살려야 하나 궁리만 할 뿐이였다.


시간은 많지 않았다.

나는 지금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아저씨를 살리고 싶었다.


죽으면 또다시 아저씨를 보게 되겠지만 지금은 현생이 중요했다.

지구에서 첫 죽음을 맞이 했을 때 보다도 현재 살아가는 지금 이순간이 소중했다.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회귀하며 녀석에게 통했던 도발을 걸려는 순간이였다.


“제발··· 이 아이를 살려주십시오. 제 목숨따위는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이아이는 그저··· 끌려온 녀석일뿐입니다요···”


아저씨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베르난을 향해서.


패잔병 처럼 목을 베기 좋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농노들이 전쟁터에서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 행하는 자세였다.


나는 아저씨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붙잡았다.


덜덜덜덜···


손끝을 타고 진동이 느껴진다.


아저씨는 그 어느때보다도 몸이 떨리고 있었다.

공포가 온 몸을 휩쓸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반드시 죽는다는 상황이 뇌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 이겠지.


하지만 몸에서 보내는 감각을 무시한 체 나를 위해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공포감에 동조되기 보다는 따뜻함이 내 온몸을 감싸안았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아저씨를 일으켜 세웠다.

내가 다시금 앞으로 나아갔다.


아저씨가 환생 할 때마다 나를 위해서 희생했던 포지션이였다.


“그···그러지마라··· 아저씨가··· 시간을 벌 테니··· 너는···”


움직이지도 못 한체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말려온다.


“괜찮아요. 이때까지 아저씨가 절 위해서 희생해 주었는 걸요.”

“그게 무슨···?”


아저씨는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 하였다.

당연하겠지.


그는 자신도 모르는 시간대에서 멍청하리만치 나를 위해서 희생을 해 왔으니까.

지금도 그러기 위해서 행동을 하고 있고.


“그냥 그런 게 있어요. 이번에는 저를 믿어 주세요.”


나는 아저씨애게 속에 담은 말을 모조리 내뱉었다.

그런 뒤 베르난을 향해 소리쳤다.


이번엔 내가 아저씨를 지켜 줄 차례였으니까.


“말에서 내려라! 기사도에 맞게 나를 상대하라!”


주변에서 수근거림이 일렁였다.

천민따위가 내뱉는 말치고는 꽤나 혁명적 이였기 때문이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넌 기사도 뭣도 아닌 비천한 천민이다.”


나는 그의 말에 씨익 웃었다.


“혹시 질까봐 두려운 것이냐? 더러운 마법무구와 병사들 뒤에 숨어 있는 것이 꼭 겁에 질린 개새끼같구나.”

“닥쳐라! 너같은 녀석은 나의 ‘제대로 된’ 검격을 일합조차 버티지 못 한다.”


‘제대로’란 말을 붙이는 것을 보니 상당히 자존심이 상한 것이 분명했다.

내가 녀석의 앞을 한번 가로막았기 때문에 나온 말 같았다.


그 어떤 천민도 나같은 일을 해낸 녀석이 없었을 터였다.

나의 도발에 오히려 옆에있는 기사가 화가 났는지 베르난에게 말했다.


“베르난 백작님! 저런 미천한 새끼의 말은 더 이상 들어 줄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즉시 눈 앞에서 치우겠습니다.”

“···”


베르난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부관녀석은 상관 없다는 듯이 나를 향해 소리쳤다.


“비천한 천민이 혀를 잘 놀리는구나! 네 생은 여기까지다. 이럇!”


베르난은 오묘한 표정을 지은 체 내달리는 부관을 보기만 하였다.

나도 베르난 옆에 있는 기사의 말을 들었지만 가만히 있었다.


녀석과 맞 붙기도 전에 죽을 수도 있는 상황.


도발을 하기보다는 검을 축 늘어트린 체 베르난을 쳐다만 보았다.

이것이 녀석에게 행하는 최고의 모욕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말을 타고 나를 향해 달려온 기사의 검이 점점 가까워진다.

모로 세워진 검은 내 목을 날리기에 최적화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 목이 날아가기 직전이였다.


“그만!”


베르난의 목소리가 전장을 타고 울려퍼졌다.

얼마나 급했는지 마나를 담아서 소리친 것이 분명하였다.


“히이잉!!”


말이 급하게 멈추어 서며 크게 울었다.

검은 황급히 궤도를 틀어서 허공을 내리쳤다.


“베르난 백작님! 녀석의 꾀임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제가 즉결처형하겠습니다!”

“내가 그만 하라고 말을 했을 터인데!”


화가난 얼굴로 베르난이 말에서 내리며 말했다.

내앞에 선 녀석이 나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비천한 녀석이. 내 검격을 겨우 한번 막아섰다고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사실이니까.”


빠드득.


내 도발에 녀석이 이빨을 갈았다.

상황이 무르익었음을 느낀 나는 이때까지와는 다른 대사를 꺼냈다.


베르난을 죽이기 위한 말이 아닌, 아저씨를 살리기 위한 말을.


“약속해라. 내가 이기면 뒤에 있는 아저씨를 살려준다고.”


“닥쳐라···! 너는 나를 모욕한 죄로 당연히 죽어야 하고, 뒤에있는 녀석도 내 앞을 가로막은 죄로 마땅히 죽여야한다!”


나는 녀석의 말을 듣고 또다시 비장의 말을 꺼냈다.

수백번 회차하며 베르난의 심금을 울렸던 대사.


이번에도 당연히 통할 것 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마치 발작버튼과 비슷 한 것이였으니까.


“질까봐 두려운 것이냐? 네가 이긴다면 당연히 나와 아저씨는 죽을 터. 혹시 다른 기사들이 복수해주는 것을 생각하고 싸우는 것이느냐?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그는 드디어 가슴에 손을 얹었다.


“나 헬틴백작 가문의 기사, 베르란이 가문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다. 만약 내가 지게 된다면 저 뒤에있는 농노를 반드시 살려 보내줄 것을 동포들에게 부탁한다. 이것을 지켜주지 않는다면 나와 가문의 명예를 짓밟는 행위. 동포들은 부디 나와 가문의 명예를 지켜주기 바란다.”


베르난의 말에 주변에 있던 모든 기사와 병사들이 가슴에 손을 얹었다.

드디어 내가 원하는 판이 짜여졌다.


수십 수백번 짜여진 판이 아닌 즉석에서 만든 판.

안도감이 온 몸을 차 올랐다.


‘다행이다···’


그의 말에 나를 살려준다는 말 따윈 없었다.

하지만 상관 없다.


이 세계를 살아가는 아저씨는 살아남아서 가족들한테 돌아갈 것 이였으니까.

기사의 약속은 그만큼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이겨내야만 한다···’


자신은 없었다. 수백번의 회귀동안 성공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어떻게 해 내야만 했다.


그래야 아저씨에게 받은 은혜를 갚을 수 있을테니.


검을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녀석도 모든 무구를 벗은체 나에게 다가온다.


아저씨를 지나치며 걸어갈려는 순간 내 팔을 붙잡았다.

의문에 찬 얼굴로 뒤를 돌아보자 아저씨가 내게 자신의 검을 건넸다.


“이거··· 이 검을 가져가거라··· 그리고··· 도망 칠 수 있으면 치거라··· 나따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괜찮아요. 아저씨. 꼭 가족들의 품에 돌려보내 드릴게요.”


“그··· 그러지 말고···”


뒷말은 일부러 듣지 않았다.

검을 받아든 뒤 아저씨에게 고개를 숙여서 예를 표했고 다시금 베르난에게 다가갔다.


서로 마주서자마자 그가 입을 열었다.


“선초따위 양보하지 않겠다.”


그의 성격대로 곧바로 검을 휘둘러왔다.

목과 가슴사이로 행해지는 첫번째 검격.


나는 고개를 크게 숙여서 앞으로 다가갔다.

검이 머리 위을 휙 하고 지나갔다.


처음부터 나의 목을 분리시킬 생각이였기에 첫 검격은 동작이 컸다.

같은 기사들 끼리의 싸움이였으면 베르난에게 상당히 곤란한 타이밍이 났겠지만 내겐 아니였다.


검을 휘두르는 대신 다가가는 기새 그대로 몸을 옆으로 확 틀었다.


깡!


바닥에 있는 검과 돌이 부딪히는 소리.

베르난은 그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돌맹이에 박힌 검을 빼지 않은 체 서있었다.


지금도 기사들 끼리의 싸움에선 공격 타이밍 이였을 터였다.

하지만 나와 베르난 녀석의 싸움에는 큰 격차가 존재했다.


나는 오히려 뒤로 물러났고,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 뿐 이였다.

그저 정해진 회귀에 따른 말 한마디.


“왜? 놀랐어? 빨리 검 뽑아. 나는 검이 땅에 박혀서 이겼다는 소리 듣고싶지 않거든.”


나의 조롱에 그가 싸늘해진 표정으로 달려든다.

이때까지 회귀하며 겪어왔던 검격들.


감각적으로 완벽하게 피해냈다.

생체기 하나 없었으니 녀석과의 싸움에서 가장 완벽했다.


“이런 비천한 천민새끼가!!”


어느때보다 화가난 베르난.

마나를 가득 담아서 휘둘러온다.


빈틈이 보였다.

나는 항상 이 타이밍에 달려들어 검을 찔러넣었다.


그 어떤 각도로 넣어도 성공하지 못 한 칼질.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잠식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앞으로 몸이 쭈욱 늘어지며 베르난과 거리가 좁혀졌다.


“이··· 이런···!”


베르난 녀석이 당황한 듯 몸을 쭈욱 뺀다.

녀석이 물러난 만큼 내가 다가갔고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검격을 날렸다.


검끝이 녀석의 목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서걱-!


‘마··· 말도 안돼···’


손 끝에 베는 감각이 느껴졌다.

베르난 녀석이 뒤로 물러나며 목을 부여잡는 것이 보였다.


“끄르르륵···”


피가 손 사이로 샘솟았다.

확인사살을 하지 않더라도 곧 있으면 죽을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온 몸에서 희열이 차오른다.

내가 변태라서가 아니다.


게임으로 따지면 수십 수백번 죽어가며 도전했던 보스몹을 잡은 것 이였다!

아마도 이런 일이 가능 했던 것은 아저씨가 준 검에 있었던 것 같다.


사소한 차이라도 결과엔 큰 영향을 주는 법.

검의 길이나 미세한 무게의 차이가 승리를 결정지은 것이 분명했다.


‘해낸것인가 드디어···?’


하지만 기뻐하기도 잠시 베르난 쪽의 기사들과 종자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주군···!”

“저 망할 천민 새끼가···!”


종자들은 나를 향해 욕을 내뱉을 뿐이지 달려들진 않았다.

정식 기사를 이긴 나에게 덤빌 용기가 없는 모양이였다.


‘이대로··· 아저씨랑 도망 칠 수 있으려나···?’


내가 뒤를 바라보자 아저씨가 믿기지 않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베르난진영에 있던 병사들의 표정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 모습을 같이 바라보던 부관이 입을 열었다.


“길을 열어 주어라. 베르난님의 명예를 지켜 주어야 한다.”


사람으로 된 길이 생겨났다.


“빨리 꺼지거라.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그의 말을 듣고 아저씨는 적 병사들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나 또한 뒤 따라 갈려던 찰나였다.


“넌 어딜 가는거지?”

“예···?”


멍청하게 반문했다.

혹시나 살려 주나 싶어서 따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안 통하는 모양이였다.


“넌 오늘 죽어야 한다. 베르난님의 영혼을 달래야 하니까.”


이 루트는 실패다.

아저씨를 살리는 데 성공했지만 내가 죽음에 처했으니까.


하지만 후회 따위는 없었다.


부관녀석은 베르난의 시체를 말 위에 얹은 뒤 진영 깊숙한 곳으로 보냈다.

그 뒤에 나에게 다가왔다.


풀 플레이트 메일을 갖춰 입은 상태로.


나는 검을 들고 있는 것이 무의미 하게 느껴져 땅에 던져버렸다.


“치사하군.”

“닥쳐.”


녀석이 검을 치켜들었고 내 목을 칠려는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나또한 믿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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