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 추적
메인 시나리오 3장 종료까지 18일 남음
“그런데 어떻게 탈옥을 하려고요?”
엘레나의 질문에 나이젤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사실 저에겐 마땅한 계획이 없습니다.”
“에? 계획이 없으시다고요?”
엘레나가 당황하며 되물었지만, 나이젤은 머리만 긁적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탑에서 탈옥한 경우는 없다고 하던데······”
엘레나의 말처럼 탑에서 탈옥에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
첫 번째 문제는, 탑을 지키는 간수들. 그들은 한 가문으로써, 오직 탑을 지키고, 탑의 죄수들을 감시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들의 평균 레벨은 1000 이상. 심지어 죄수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대결을 펼치며 스텟과 스킬을 강탈하기 때문에, 레벨 대비해서 훨씬 강하다. 탑에 갇혀있는 죄수들도 엄청난 강자들이지만, 간수들을 상대로는 감히 싸워볼 생각을 못하는 것이 그 이유였다.
두 번째는 그들을 구속하는 구속구. 죄수들은 힘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구속구를 항시 착용한 상태기 때문에, 원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구속구는 간수 외에 다른 자가 건드린다면 즉시 폭발하면서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주기 때문에, 사실상 구속구의 해제는 불가능에 가깝다.
세 번째 문제는 탑의 구조와 탑 내의 시스템. 강한 자일수록 아래에 갇히게 된다. 어떻게 구속구를 풀더라도 탑을 올라가야하는데, 한 명이 탈옥할 경우, 다른 죄수들이 그를 다시 잡으려 한다. 이는 탑의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인데, 탈옥수를 잡을 경우, 즉시 해방이라는 시스템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요인들이 겹쳐져서 탑은 탈옥이 불가능에 가까운 감옥이 될 수 있었다.
탑이 만들어지고 유지된 것은 약 600년. 600년 동안 탈옥에 성공한 케이스는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기획자인 나만 알고 있는 사실. 지금은 간수들 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전설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이젤이 탈옥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는 것은······
“나이젤님. 믿고 있는게 있으신거죠?”
엘레나의 질문에 나이젤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로얄가드 훈련에서는 온갖 종류의 훈련을 받습니다. 본래 로얄가드는 왕족을 지키는 자. 왕족이 사라진 지금은 영주를 지키는 자가 되었죠. 고위급의 경호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위험에 대비하는 훈련을 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탈옥이죠.”
로얄가드의 악명 높은 탈옥 훈련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어지간한 감옥으로는 그들을 절대 가둘 수 없다. 하지만 탑은······
“탑은 조금 다를 텐데요?”
내 질문에 나이젤 역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리 저희라고 해도··· 그곳을 쉽게 탈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나 특정 분야에 비상식적인 천재들이 한 명씩은 있기 마련이죠.”
“지금 탑에 갇혀 있는 로얄가드 중 탈출의 천재가 있다는 말씀이신거군요.”
“네. 개인 전투력은 로얄가드 평균에 조금 못 미치지만······ 탈출 하나 만큼은 천재적인 녀석이 그곳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아직 단장님께서 탈출을 허락하지 않으셨을 테니까요.”
나는 기억을 되짚어서 나이젤이 말하는 사람이 누군인지 생각해 보았다. 꽤나 오랜 시간을 생각해 내려 애썼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
그 얘기는 애초에 설정 상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얘기. 아니면 갑자기 그런 능력이 생겼거나 겠지. 이것도 메인 시스템이 준비한 일인건가.
나는 미연 팀장님께 텔레파시를 넣었다.
-팀장님.-
-응, 현성씨.-
-혹시 로얄가드 중에서 탈출의 천재···라는 사람이 있습니까?-
-트리온을 말하는 모양이네.-
트리온? 기억이 나긴 한다.
하지만 분명 설정상으로는······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분명 우리가 설정해 놓은 능력치 상으로는··· 그런 재주를 부릴 수가 없는데, 어느 날부터 탈출 쪽에 어마어마한 능력을 보이기 시작하더라고.-
-어느 날 부터라는 말씀은··· 그 능력이 발현된지 얼마 안되었다는 말씀이신거군요?-
-맞아. 내가 로얄가드를 떠나기 직전이니까··· 대략 3주 전? 그러고보니 딱 로얄가드들이 잡혀가기 직전이네?-
우연이 아니다.
악의 용사가 움직이는 것에 대응해서 메인 시스템이 그런 능력을 부여한 거겠지.
-나이젤이 그 트리온을 믿고 가는 거였구나.-
-네, 그 사람이면 탈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더군요.-
-으음··· 가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성 씨, 조심해.-
-네? 아, 네. 그곳의 간수들이야······-
-응, 내가 로얄가드에 있을 때 이런저런 정보를 많이 접했었는데··· 간수들의 레벨이 우리가 설정한 것보다 훨씬 높아져 있었어.-
간수들의 레벨이······?
이것도 악의 용사 쪽에서 꾸민 일인가?
-어떻게 그렇게 급격히 레벨이 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간수들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건 위험할거야.-
-레벨이 어느 정도 길래······-
-평균치가 1500 정도 되었어.-
1500이라······ 확실히 압도적이다.
간수들과 싸운다는 선택지는 감히 생각할 수 없겠어.
-어마어마하네요. 감사해요, 다시 연락 드릴께요!-
-아, 그리고··· 벨라가 안부 전해달래.-
직접 텔레파시를 넣지 않고 왜···?
-알겠어요, 감사해요!-
미연 팀장님과의 텔레파시를 끊고나자 나이젤이 말을 걸어왔다.
“그건 그렇고··· 케이님.”
“네?”
“아무래도 추적이 붙은 것 같습니다.”
추적이?
나는 빠르게 감지 스킬을 사용해 보았지만, 감지되는 것은 딱히 없었다.
“감지 스킬을 사용하신 모양이군요. 감지 스킬의 최대 영역 밖에서 추적해오고 있습니다.”
과연 로얄가드라 이건가. 감지보다 상위 스킬을 갖고 있는 모양이군.
“어떤 놈들인지 아실 수 있으십니까?”
“움직임으로 봤을 때··· 도둑 길드인 것 같군요. 딱히 저를 쫓아와서 이득 볼 건 없을텐데······”
“도둑 길드의 전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가장 강한 마스터가 400 레벨 정도였습니다. 지금 우리를 쫓고 있는 추적대를 직접 이끌고 있는 모양이군요.”
“그런 것 까지 아실 수 있으십니까?”
“추적하는 형태와 속도 등을 고려해 봤을 때, 마스터가 아니면 이 정도의 추적은 불가능합니다.”
역시 로얄가드라고 해야할까.
마치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분석을 하고 있었다.
“속도로 봤을 때, 곧 조우 할 것 같군요. 여기서 처리하고 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이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런데 도둑 길드에서는 나이젤님의 전투 실력을 모르는 겁니까?”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실력을 보인적은 없어서··· 아마 저들은 자기들보다 약간 위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피해를 보더라도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서 오는 거겠지. 도둑 길드처럼 범죄자들이 모인 곳일수록 조직을 떠나기가 어려워진다. 계급이 낮은 조직원이더라도 마음 먹으면 꽤나 조직에 골치아픈 정보를 영주들에게 넘길 수 있으니까.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 도둑 길드들은 무단 이탈자에 대해서 꽤나 강하게 조치하는 편이었다.
조금 길을 걷다보니 나이젤의 말처럼 뒤 쪽에서 일곱명의 기척이 느껴졌다.
“왔습니다.”
나이젤의 말을 듣고 검을 뽑으려는 순간 나이젤이 내 앞으로 한 발 나서며 말을 이었다.
“저들이 쫓는 것은 저니까,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나이젤의 레벨은 나보다 약간 못한 수준. 하지만 대인 전투라면 나이젤이 나보다 훨씬 강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서 검을 놓았다.
어느 새 길 끝 자락에서 일곱 명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젤!! 이 배신자!!”
전형적인, 험상궃은 인상을 가진 사내가 크게 소리치며 달려오는게 보였다.
“저 자가 마스터입니다.”
키가 2m는 넘어보이는데··· 힘 꽤나 쓰겠어.
하지만 여기는 게임. 아무리 근육질이어도 레벨이 낮으면 소용 없다.
어느새 일곱명이 나이젤과 마주보고 섰다.
마스터를 제외한 여섯 명의 도둑들도 제법 실력이 있는 편이었는지, 숨을 헐떡이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나이젤! 갑자기 배신을 한 이유는 뭐지?”
“할 일이 생각났을 뿐이다.”
“말이 짧다?”
마스터가 거대한 철퇴를 흔들면서 나이젤을 위협했지만, 나이젤은 평안한 얼굴을 유지할 뿐이었다.
“이제 내 보스도 아닌데, 말을 높일 필요는 없지 않나?”
“감히···!!! 한번 내 부하는 영원히 내 부하다!”
“그럼 당신의 부하였던 적이 없던 걸로 하면 되겠군.”
나이젤은 가볍게 손을 털며 앞으로 나섰다.
“감히!! 얘들아! 다리 두 짝 모두 부러뜨려서 가져와라!”
마스터의 말에 여섯 명의 도둑들이, 도둑이라는 직업에 걸맞게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나이젤을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레벨 치고는 민첩에 제법 투자를 많이 했는지 꽤나 빠른 움직임.
하지만 내 눈에도 다 보일 정도니······
퍼버버벅.
빠른 북치는 소리와 함께 여섯 명의 도둑이 공중을 날더니 이내 땅에 처박혔다.
“이, 이게···!!”
마스터는 자신의 예상보다 나이젤의 실력이 훨씬 위였는지 당황한 눈치였다.
“내가 직접 나서야 하다니!”
마스터는 철퇴를 돌리며 나이젤을 향해 돌진했다.
2m의 거구가 아까 도둑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이젤을 향해 움직였다.
“죽어라!!”
순식간에 나이젤에게 접근한 마스터가 나이젤을 향해 철퇴를 휘둘렀지만······
퍽!
“커헉!!”
가볍게 철퇴를 피한 나이젤은 마스터의 턱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한 방이었지만, 타격이 극심했는지 마스터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더니 이내 쓰러졌다.
나이젤은 쓰러져 있는 마스터에게 가까이 가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 때 같이 지낸 정이 있어서, 죽이진 않았다. 돌아가서 다신 나를 찾지마라.”
차갑게 말을 한 나이젤이 뒤로 돌아 우리에게 오려는 순간, 쓰러져 있는 마스터가 웃기 시작했다.
“크크큭···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마스터의 몸이 천천히 일어남과 동시에 불길한 마력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익숙한 느낌. 이건······
“죽여버리겠다!!!”
마스터의 몸에서 거대한 마력이 터져 나오면서 몸이 변이되기 시작했다.
검은색 날개가 마스터의 등을 뚫고 나왔다. 날개 뿐만 아니라 옆구리에서는 한 쌍의 팔이 더 돋아나기 시작했고, 미간에서는 또 하나의 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악마화.
악의 용사가 손을 댔다는 얘기.
하지만 분명 고치 상태를 거쳐야 했을 텐데···?
아론 때도 그렇고··· 악마화 속도를 올렸군.
나는 악마가 된 마스터의 레벨을 확인했다.
862.
나이젤 보다 250은 더 높은 레벨.
나는 나이젤을 돕기 위해 검을 뽑으려 했다.
“케이님, 괜찮습니다.”
“나이젤님, 저건 위험합니다.”
“악마화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저 혼자 처리할 수 있습니다.”
나이젤은 그렇게 말하며 품 속에서 너클을 꺼내 손에 끼었다.
로얄가드의 정보력 덕분에 알고 있는건가.
일단 나는 나이젤의 말처럼 뒤로 물러섰다.
“크하하하!! 죽여버리겠다!!”
악마가 된 마스터가 나이젤을 향해 손을 뻗자, 손에서 강대한 에너지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불길한 마력.
조용히 서있던 나이젤은 그 불길한 마력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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