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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무림맹의 마교소교주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루스차일드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6
최근연재일 :
2023.05.26 21:5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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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추천수 :
23
글자수 :
55,495

작성
23.05.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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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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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정파무림맹

DUMMY

석달 전 늦은 오후.

무림맹.


요 며칠 사이의 늦더위에 무림맹 내 모든 전각의 창이 다 열려있건만.

정파제일두뇌 혹은 천뇌라 불리는 총군사 제갈군의 집무실의 모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게 사실인가?”


수없이 쌓인 서책으로 비좁은 집무실 가운데에 선 채, 말 없이 있던 무림맹주 뇌전검제 위무웅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이것이 사실이냐 이 말이야.”


손에 종이를 쥔 위무웅에게서 잔뜩 성난 맹수의 소리가 나왔다.

그 소리에 은은한 내공이 배어있었다.


“내공이 넘치나 봐?”


잔뜩 날 선 위무웅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제갈군은 책에서 눈을 떼지도 않았다.


“왜? 그게 거짓 같나?”


제갈군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모습이 위무웅을 불쾌하게 했는지.


“지금 장난하나 군사?”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 말했다.

제갈군은 이걸 듣고도 계속해 붓을 놀렸다.


“군사? 지금 본 맹주의-”

“맹주님의 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하고있는 것이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태연하게 제 일이 다 끝날 때까지 맹주인 위무웅에게 기다려달라는 제갈군이었다.


“뭐라고?”


위무웅이 제갈군과 알고 지낸지 어언 50여년.

그 세월 중, 오늘처럼 황당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황당함을 넘어선 감정에 제갈군을 노려봤다.


“중요한 것은 지금 그 서신에 적힌 것이 진짜인지 아닌지가 아니거든.”


이를 알면서도 눈길도 주지 않고, 붓 끝으로 위무웅의 손을 가리킨 제갈군.

그 모습을 고스란히 보던 위무웅은.


“··· 알았네. 기다리지.”


말 없이 제갈군의 집무실 한 쪽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대충 한 1다경만 더 기다려. 그 정도면 다 끝날듯 하니까.”

“··· 누가 맹주인지 모르겠군.”


위무웅의 투덜거림이 이어졌다.




정확히 1다경 후.


“후우- 드디어 다 했군.”


긴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제갈군은 입김으로 종이의 먹을 불어 말렸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위무웅의 엉덩이가 반쯤 들렸다.


이걸 그 사이 파악한 제갈군의 눈이 세모꼴이 되어서는 위무웅 앞에 앉았다.


“언제까지 그렇게 엉덩이 들썩이려고? 이젠 체면치레도 좀 하고 그러자고.”

“······ 맹주직 때려치든가 해야지 이거 원.”


이 후로도 작은 소리로 궁시렁대는 위무웅이었다.

그 소리가 점점 커지려 하자.


“그 말이 벌써 20년째십니다, 맹주?”

“···알았다고. 안 하면 될거 아닌가.”


이 말과 함께 위무웅은 제갈군이 건넨 종이를 읽어내려갔다.


종이를 다 읽은 후로도 위무웅은 말이 없었다.

그저 내공을 끌어올려 제갈군이 건낸 종이를 태워 없앨 뿐.


“보신 것과 같이 근자에 들어 서장과 신강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서장(西藏) 그리고 신강(新疆).

고대로부터 이 두 지역은 중원의 평화와 안녕을 위협하는 이들의 땅이다.

그 곳에는 포달랍궁과 천마신교가 있으니까.


이 중에서도 중원에 가장 위협적인 곳은 신강의 마교.


가장 직전에 있었던 새외무림과 중원의 전쟁 역시 정마대전이었다.


“심각한 일이군.”


위무웅에게서 지금껏 듣던 중 가장 심각한 소리가 나왔다.


“그렇습니다.”


자연스럽게 맞장구를 치는 제갈군.


“그런데··· 무언가 이상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맹주?”

“이처럼 중요한 일이라면, 비선당에서 먼저 보고가 올라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위무웅에게서 정파무림맹주다운 말이 나왔다.


“비선당에서 올라온 보고에는 그런 것이 없었는데. 이상하지 않는가?”


평소 위무웅의 성격이라면, 이렇게 점잖게 말하지는 않는다.

이걸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제갈군이라 이 상황이


“비선당도 모를겁니다. 아니, 알래야 알 수가 없었겠지요.”


말이 더 길어지려는지.

제갈군은 말 없이 뜨거운 찻물을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본 위무웅.


“그게 무슨··· 소리인가, 군사? 그걸 비선당이 알래야 알 수가 없다니?”

“제 말이 아직도 농 같으신가 봅니다.”


차분한 제갈군.


“말 그대로입니다, 맹주님. 이미 제가 다 확인해 봤습니다.”


딱딱한 제갈군의 말에 위무웅 역시 굳었다.


“이 제갈 모가 본 맹 내에 마졸이 숨어들어 있다는 것을 안 지 열흘째입니다.”

“······.”


열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그러나 제갈군이 이런 말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말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젊어서는 만산자로, 무림맹에서 일을 한 이후로는 천뇌라 불리워 온 제갈군.


별호답게 무림인으로서 제갈군이 장기로 내세우는 것은 병법과 계책, 그리고 산술이다.

이런 제갈군이 자신있게 하는 말이니 틀릴 리가 없다.


“지금쯤은 비선당에서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는 있을겁니다.”

“어렴풋하게라.”

“아주 모르진 않을겁니다. 아니, 모를 리가 없습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곤륜 인근에서 마졸들이 자주 보인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으니까요.”


비선당도 어렴풋하게는 알 것이라는 말.

그 말에 위무웅은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


제갈군의 침묵과 별개로 위무웅은 이상함을 느꼈다.

그가 아는 비선당과 제갈군은 무림의 모든 일을 아는 이.


이상했다.


“그래도 비선당이나 군사가 이를 알아채는데 이리 시일이 걸릴 수 있는건가?”


제갈군을 향해 물었으나 답이 없었다.


“아무리 저 극악무도한 마졸놈들이 술수를 썼다 한들-”

“이 제갈 모가 그들의 움직임을 안 것이 이제 열흘입니다, 열흘.”


‘열흘’이라는 날 수를 유독 강조하는 제갈군.


“그러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그만큼 저 더러운 마졸들이 극비리에 움직여 왔다는 것입니다.”

“···그렇군.”

“그러니 비선맹에서 이 제갈 모보다 먼저 알기는 힘들었을겁니다.”

“그···렇다면.”

“예. 그들이 그렇게 외쳐 온 마도천하를 이번엔 어떻게 해서라도 실현하겠다 이거겠지요.”


마도천하(魔道天下).

지난 수 천년 무림역사에 마교가 준동하면 무조건 내거는 기치다.


질서는 없고, 오직 무(武)만을 추구하며.

사람 목숨을 파리와 같이 여기는 이들.

그것이 중원에서 마교 혹은 마교도다.


이는 중원에서 살아가는 이라면, 삼척동자도 아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눈을 피할 방책으로 마졸 놈을 이 신성한 맹에 침투시킨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 한들, 마졸 놈들이 마기를 감출 방법이 없지 않나?”


이 역시 무림인이라면 다 아는 것.

그러니 위무웅의 말은 어떤 방법으로 지금까지 들키지 않고 있냐는 것이다.


“알아보니 극마에 이르면, 마기를 감출 수는 있다더군요.”

“극마? 그게 가능한거야?”

“가능한 것이니 책에 적혀있고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는 제갈군.


“지금 중요한 것은 극마가 가능한가가 아닙니다, 맹주. 중요한 것은 그 마졸을 찾아내 처단하는 것입니다.”

“이런 말을 내게 할 정도면, 이미 방도를 찾아봤다는 뜻일텐데. 무언가, 그 방법이.”

“맹주님, 제게 이 일을 맡겨 주십시오. 최대 3년 안으로 이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갑자기 곤륜에서 오는 모든 보고를 전부 다 군사께 돌리라니요?”


비선당주 탐밀귀 모법무는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그가 무림맹에 투신해서 비밀당주가 된 이후.

중원의 모든 소식과 정보는 그의 것이었다.


그 덕에 단 시간에 지금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었고.

그것이 모법무의 힘이며, 그렇다 생각해왔다.

그는 그가 비선당주직을 내려놓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그의 자리를 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랬는데.

당황스럽다.


“왜 그러십니까, 모 당주?”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말하는 제갈군.

이에 모법무는 있는 힘껏 웃어보였다.


“아니, 군사. 이게 지금 말이 될 일입니까?”

“말이 되지 않을 것은 무에 있습니까?”


모법무의 항의에도 제갈군은 여전히 물러날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모 모가 맹에 투신해, 이 직을 맡은 지 벌써 20여 년입니다.”

“계속 말씀하시지요, 모 당주.”

“그 간,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모 모가 있는 비선당의 일에 그 누구도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갑자기 이 제갈 모가 모 당주의 일에 간섭한다 이겁니까?”

“누가 봐도 그리 볼 것입니다, 군사.”


모법무의 말을 듣고있는 제갈군.

그는 평소와 같이 차를 마셨다.


“맹주님의 명도 아니고, 이 모 모가 맡아야 하는 것을 어떤 연유로 군사께 돌려야 하는 지에 대한 말도 없고.”


제갈군을 향한 모법무의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가고.


“이러한데 이 모 모가 곤륜에서 오는 모든 보고를 군사께 돌려야 하는 이유가 없습니다.”


제 할 말을 다 한 모법무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말씀 다 하셨습니까?”

“아직 더 있습니다만, 더 해도 군사께서는 듣지 않으실 것 같군요.”

“그렇다면 이 제갈 모가 말을 해도 되겠습니까?”


마시던 찻잔을 탁자에 소리도 없이 내려놓은 제갈군.


“당주께서도 아실겁니다. 최근 들어 곤륜에서 올라오는 보고에 신강의 일이 제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신···강이요? 갑자기 그건 왜-”

“근자에 이 제갈 모의 귀에도 수상치 않은 일들이 들어와 그렇습니다.”


수상치 않은 일이라고만 에둘러 말하는 제갈군.

그 모습을 말 없이 보던 모법무.


“수상치 않은 일이라면··· 설마 마교에 대한 일입니까?”


마교라는 말이 주는 무게가 상당했는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는 모법무를 향해 제갈군 역시 조용히 말을 이었다.


“모 당주께서도 아실겁니다. 곤륜을 통해 올라오는 신강과 마교에 대한 보고가 늘었다는 것을요.”

“그야··· 그렇긴 해도 그걸 군사께 모두 다 돌려야 하는 이유가 없습니다.”

“조금 전, 이 제갈 모의 귀에도 수상치 않은 일이 들어온다 한 말을 기억하십니까?”

“1각도 전의 일인데 그걸 기억 못 하면 안 되지요.”

“이 제갈 모 역시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일입니다만··· 본 맹에 마교의 끄나풀이 있다는군요.”


지금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에 놀란 모법무.


“이런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이 제갈 모 역시 당황스럽습니다, 모 당주.”


말은 당황스럽다 하지만, 제갈군은 무표정했다.


“그래서 이 제갈 모가 그 마졸을 찾아 이용하려고 합니다.”

“그 말인 즉··· 그 마졸을 찾고 이용할 때까지만 비선당의 정보가 필요하다 이거시군요.”

“그걸 가지고 순찰당에 협조를 구하려고요.”

“순찰당이요? 맹 내의 비밀스러운 일이라면 우리 비선당이-”

“놀라셨다면 미안합니다만, 최대한 조용하게 일을 진행하려면 이 일은 그 누가 봐도 비선당과는 관련이 없어야 할 듯 합니다.”


이 중요한 일에 비선당이 나설 수 없다는 말에 모법무는 말이 없어졌다.


“······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군사.”


이것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다 끝나는 듯 했다.


그 신호로 제갈군은 들고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를 본 모법무 역시 그럴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오늘의 이 불쾌함이 끝날 것이라 생각한 그 순간.


“그런데 말입니다, 모 당주.”

“무슨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예상하지 못 한 제갈군의 행동에 모법무는 이상함을 느꼈다.


“만약 모 당주께서 이 제갈 모라 하신다면 순찰당의 누가 이 일에 가장 적합하다 보십니까?”

“갑자기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생각 못 한 질문에 모법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시다시피 이 제갈 모가 맹 내 모든 이를 다 아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모 당주께서 보시기에 맞아 보인다 싶은 인물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순찰당의 채 대주가 더 적합해 보입니다.”

“순찰당의 채 대주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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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협상(2) 23.05.13 71 2 12쪽
5 4화. 협상(1) 23.05.12 73 2 12쪽
4 3화. 마교가 여기서 왜 나와 23.05.11 90 2 12쪽
3 2화. 짬처리 대상 맹호대 23.05.10 124 2 12쪽
» 1화. 정파무림맹 23.05.10 162 3 12쪽
1 프롤로그 +1 23.05.10 220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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