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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심장을 가진 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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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역전
작품등록일 :
2019.10.05 18:25
최근연재일 :
2019.10.17 20:31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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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0
글자수 :
68,181

작성
19.10.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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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프롤로그 - 각성

DUMMY

“지, 진수야! 살려줘···!”


신소희는 거대한 그림자에게 붙잡혀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거대한 그림자는 신소희를 희롱하듯 다리를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신소희는 미지의 존재가 자신을 붙잡고 휘두르는 것에 대해 상상도 못할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뱀파이어···?”


진수는 네퀴티아의 그림자가 연상하며 무의식적으로 말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스스로의 말을 부정했다.


“아니에요. 저희들은 밤의 귀족이지, 그림자의 일족이 아니에요. 그러므로 그림자를 거대하게 만드는 기술은 몰라요.”


네퀴티아는 그림자에 숨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녀는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저 거대한 그림자가 어떤 환민인지 짐작조차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환민을 알고 있다 자부하지는 않으나··· 대전쟁에서 수많은 환민을 쓰러트리면서 경험으로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환민이 있다니.’


본래의 힘이였다면 종류에 상관없이 압살하면 된다. 하지만 힘을 잃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적의 종류가 중요해진다. 종류만 파악하면 약점을 파악하고 적은 힘으로 쓰러트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되도록이면 내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끝내고 싶어요.’

“그녀를 놔줘!”


진수는 거대한 그림자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기술’을 지니지 못한 그의 공격이 거대한 그림자에게 통용될 리가 없다. 거대한 그림자가 휘두른 팔에 직격당한 진수는 날아가 그대로 벽에 부딪쳤다.


“커헉!”

“지, 진수야!!”


갈비뼈가 흔들거리는 충격 속에서 그는 이를 악물었다. 네퀴티아는 진수를 흘겨보다 그림자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그림자란 뱀파이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아공간. 아공간에는 그녀를 포함해 다양한 것들을 보관할 수 있다. 그녀는 그림자 안에 있던 레이피어를 꺼냈다.


“당신에게 한 가지 사실을 알려드리겠어요. 대다수의 환민에게는 물리력이 통용되지 않아요. 오히려 통과해버리죠. 그래서 일반인은 환민과 접촉했더라도 아무것도 느끼지도 못하는 거지요. 그래서 환민은 마치 파동처럼 그들을 지나쳐 갈 뿐이랍니다.”


귀신이 사람을 뚫고 지나가거나 벽을 뚫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진수도 그건 알고 있었다. 이 행동 외에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없어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각자라도 예외가 아니에요. 각자도 결국은 인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환민은 달라요. 이걸 명심해두세요.”


그녀는 거대한 그림자 앞에 섰다. 거대한 그림자는 네퀴티아를 내려다본다.


“이런 환민조차 저를 내려다보고 있다니··· 정말 슬프군요. 전생의 저였다면 지금 당장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절을 하고 있을 텐데 말이지요.”


그녀는 레이피어를 들었다. 그리고 거대한 그림자를 찌르기 위해 레이피어를 강하게 쥐는 순간. 거대한 그림자는 얼마든지 찌르라는 듯이 더욱 크기를 키우는데.


“···잠깐, 멈춰주세요.”


네퀴티아는 함부로 자신의 팔을 잡은 자의 목숨을 날려버리려고 하였지만, 진수라는 것을 알고 멈추었다.


“왜 저를 막지요?”

“저 환민의 정체를 알아냈기 때문이에요.”

“인간들 사이에서 퍼져 있는 정보는 불신하기를 바랄게요. 상상과 착각을 통해 쌓아진 정보에 불과하니까요. 당신이 알아냈다는 정체는 분명 불확실할 거에요.”

“하지만 저는 인간들의 상상력을 믿습니다. 그들은 분명 잘못된 추론을 하지만, 완전히 틀린 말을 하지 않아요. 뱀파이어의 핵심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기술했어요. 그러니 다른 환민의 핵심도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기술해놓았을 가능성이 있겠죠.”


그는 거대한 그림자가 쥐고 있는 신소희를 바라보았다. 신소희는 그림자의 장난질에 기절해서 정신을 놓고 있다.


‘당장 우리들을 공격하고 있지 않다. 그 말은 역시.’

“만약 제 정보가 틀리다면 막지 않겠어요.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실 수 있나요?”


그의 차분한 목소리에 그녀의 정신도 차분해졌다.


“···저는 자비로운 군주. 당신의 실수는 한 번 정도는 용서해줄 수 있어요.”

“곧바로 말을 전하겠어요.”

“그전에 잠시만요.”


네퀴티아는 진수의 허리를 잡고 뒤로 빠르게 백덤블링을 하였다. 거대한 그림자의 또 다른 팔이 조금전 그들이 있던 곳을 덮쳤다.


쾅!


“인간의 형태가 아니게 되고 있군요.”


거대한 인간의 형상을 취하고 있던 그림자에게서 수많은 팔이 나오기 시작한다.


“어서 말하세요. 저의 인내력은 그리 길지 않으니까요.”

“10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네퀴티아 씨.”


설득하는 데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을 뿐.


그림자의 팔들이 솟구쳐 올라 그들을 노려왔다. 네퀴티아는 힘을 잃었을지언정 감각까지 잃은 것은 아니기에 팔들을 손쉽게 피해냈다. 하지만 아직 네퀴티아의 단계는 보지도 못한 진수는 느껴지는 속도와 회피력에 내심 감탄했다.


“지금 말하세요!”


그림자의 공격이 멈춘 순간, 그의 입이 열렸다.


“저 환민의 정체는 그슨대. 어두운 골목길에서 소년소녀의 꼴로 사람을 꾀어내고, 소년소녀를 단숨에 덮쳐 죽이는 그림자 괴물. 그에게서 조심해야할 점은 단 하나! 물리력을 시행하지 마세요! 만약 물리력을 시행한다면 저 괴물은 더욱 강해지고 거대해질 테니까!”


어둑시니와 자주 착각을 당하는 한국 요괴중 하나인 그슨대이다. 어둑시니는 사람을 놀래키는 ‘요정’과 가깝다고 여겨지는 반면, 그슨대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살해하는 악귀. 심지어 물리공격을 맞으면 오히려 강해지는 특성 탓에, 조건부 불사신이라고해도 무방하다.


‘조금 전 직접 그를 타격하면서 이 점을 확인했어.’


백택이 말하기를 자신은 환민이면서 인간. 그러므로 타격을 하고자한다면 타격이 가능하리라 여겼고, 실제로 그의 공격은 그슨대에게 먹혔다. 공격을 먹히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슨대의 모습이 더욱 거대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 순간, 그는 곧바로 그슨대라 확신했다.


“물리력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슨대의 공격이 재차 이어졌다. 수많은 팔들이 땅바닥에서 위로 솟구쳐 올랐고, 주위의 벽과 창고를 짓뭉개버렸다. 안 그래도 낡은 창고는 완전히 무너지고 시멘트 벽은 균열이 져서 복구가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소동 속에서조차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건··· 적에게는 사람들을 속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거야.’


CCTV조차 속이고 있는 것이리라. 그들이 골목에서 정체절명의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까.


진수는 당장 싸우고 있는 와중에도 눈앞의 적보다 다른 것을 신경쓰고 있었다.


“무조건 기술을 사용하라는 거군요.”


그녀의 말에 그의 정신이 다시 싸움에 집중되었다. 과연 네퀴티아는 수백의 팔이 솟아났음에도 아무런 문제도 없어보였다.


“정말 기술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기술 남용만큼은 피할 수 있으니 다행이네요.”


기술 중에도 물리공격이 주가 되는 공격 기술이 있고, 물리적이지 않은 공격이 있다. 괜히 물리공격을 사용하다 낭비할 일만 피할 수 있으니, 이를 다행으로 여겨야 하리라. 뿐만 아니라 레이피어로 그슨대를 공격했더라면 더욱 강해진 그슨대를 상대했어야만 하리라.


‘그가 없었다면 더한 낭비가 있었겠죠.’


과연 책사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겠다. 물론 그의 발언이 틀린다면 모두 없던 이야기가 되겠지만.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어요. 진수.”

“네.”


물리력이 통하지 않는 그림자의 일족. 그녀는 그의 주문에 맞는 기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른팔을 앞으로 뻗었다. 기술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왔기에 오랫동안 쓰지 않았다. 실력이 녹슬 일이 있을까 싶지만.


이 기술은 뱀파이어인 자신에 대한 증명. 그녀의 기술은 자연스럽게 발현되었다.


그녀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피의 웅덩이가 생성되었다. 그녀는 오른손을 활짝 폈다. 그러자 피의 웅덩이는 땅속으로 스며든다. 네퀴티아는 자신을 향해 또 다시 팔을 휘둘러오는 그슨대를 응시했다.


“나, 밤을 이은 자, 데솔라티오의 이름으로 명한다.”


해가 서서히 지며 달빛이 네퀴티아를 비쳐온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붉게 변해간다.


“집어삼켜라(Mănâncă).”


활짝 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슨대의 발밑으로 새까만 피의 웅덩이가 나타나, 순식간에 크기를 키워 그슨대를 집어삼켰다. 거대한 악어와 같은 형상의 피는 그슨대를 삼켜 그대로 땅 밑으로 꺼져버리고 이후에는 신소희만 남게 되었다.


“물리 면역이라는 점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군요.”


힘을 잃었지만, 이런 잡스런 것에게 죽을 정도는 아니다. 그녀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칭찬을 바라고 진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진수가 시선을 멍하니 앞으로 향한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후훗. 저의 대단함에 할 말을 잃었나보군요.”


그녀는 그를 이해해주었다.



한편, 그 장면을 계속 지켜보고 있던 존재가 있었다.


“···과연 그 정도의 힘밖에 회복하지 못했다는 건가.”


실라키오스는 눈을 번뜩였다. 모두 그의 계획이다. 진수를 감시하면서, 그의 호구력을 알아챘다. 그래서 그는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신소희를 이용했다. 신소희를 구한다는 명목 하에 그는 분명 자진해서 함정에 빠져줄 테니까.


그리고 그는 자신의 예상대로 함정에 빠졌고, 네퀴티아도 들어오게 되었다. 그 결과, 조금 전 전투에서 네퀴티아가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생각보다 저 인간이 눈치가 빨라서 딱 하나의 기술만으로 그슨대를 해치워버렸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는 네퀴티아의 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같은 뱀파이어이기에 지레짐작이 가능한 것이다.


“좀 더 많이 사용했다면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오차 범위를 생각하더라도 내가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


한국에 와서 새로 얻게 된 그슨대라는 하인은 물리력이 통하지 않아 반드시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물론 그녀가 신소희와 진수를 데리고 도망칠 수도 있었겠지만, 결계를 뚫어내려면 이 역시 기술이 필요하다.


결국 신소희는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네퀴티아는 그슨대와 자신 간의 연결성을 짐작하지 못했다. 만약 자신이 평소 사용하던 환민을 이용했더라면 의심은 했겠지만, 그슨대여서 그녀는 자신과 연관이 있으리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만월(滿月)이 뜨는 날. 그 때가 바로 결전의 날이다. 전(前)로드여.”


정진수와 네퀴티아에 대한 정보는 모두 획득했다. 이제 정보를 총집합하여 그들을 낚아 올리는 일만 남았다.



신소희는 도중에 정신을 잃었다. 그래서 그녀는 진수가 자신을 도와준 줄로만 알았다. 신소희는 이에 대해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진수에게 찾아갔다.


“··· ···.”


하지만 진수는 보답을 하러온 신소희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 상태는 신소희 앞에 있을 때뿐만이 아니라 시종일관 이어졌다.


한편, 네퀴티아는 사건 이후로 이어지는 그의 모습에 의문을 품었다.


‘···제가 보여준 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엄청 대단한 것이였나요?’


인간에게 자극이 너무 강했던 것이 아닐까. 정진수는 그슨대와의 싸움 이후로 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게 되었다. 얌전했던 진수가 더욱 반응이 없으니 메두사와 눈이 마주친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혹시 몰라요. 그슨대의 기술 중에는 바라본 자를 굳혀버리는 기술이 있을지도.’


그런 어처구니없는 상상 까지도 가지게 만드는 진수의 태도 변화는 갑작스러웠다. 만약 진수가 평소 베풀던 선행조차 베풀지 않았더라면 당장 어떠한 조치를 취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하지만 그 선행조차 평소와는 다르죠.’


그녀는 그림자 속에서 진수를 응시했다. 정진수는 오르막길을 오르는 할머니의 짐수레를 밀어주고 있었다. 불평 하나 없고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사과할 때마다 괜찮다고 말하며 걱정하지 말아달라는 모습은 평범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 평범은 평범하지가 않다.

그가 보이는 모습은 사람이라면 보편적으로 보이는 평범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만의 모습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은 선행은 실에 의해 조종을 당하는 마리오네뜨의 선행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녀는 선행을 베푸는 진수를 진수라고 부르기가 꺼려졌다.


‘평소의 그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알 리가 있나. 그녀는 진수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머리를 계속 굴렸다. 당연하게도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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