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미아밈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가 사고쳤다. 우리가 나서야 할 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미아밈
작품등록일 :
2019.04.02 21:41
최근연재일 :
2019.04.09 20:59
연재수 :
6 회
조회수 :
461
추천수 :
7
글자수 :
20,016

작성
19.04.05 20:01
조회
88
추천
1
글자
8쪽

2. 유수현은 이번에도 완벽했다

DUMMY

<이계 냉장고>

이계의 존재들을 저장 할 수 있습니다.

급속냉동, 해동, 가열, 숙성 등의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소용돌이를 넘으니 자그마한 방이 나타났다.

마치 엘리베이터를 연상시키는 모양새로 정면에 양쪽으로 갈라지듯 열리는 문이 달려 있다.


수현은 익숙한 듯 방 한 켠에 달린 단말기를 작동시켰다.


[환영합니다.]


단말기가 인사를 건넨다.


“어. 안녕.”


수현은 대충 대답하고 수많은 탭 중에서 ‘생물 보관고-67’을 선택했다.

화면에 글자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훑어보던 수현은 원하는 것을 찾고 입을 열었다.


“여기로 가 줘.”

[생물 보관고, 섹터 67로 이동합니다.]


방이 조금 흔들리는가 싶더니 곧 멈췄다.


[문이 열립니다.]


섹터 67은 마치 외계인의 실험실과 비슷했다.

어두컴컴한 내부, 조명이라곤 원통형 실린더에서 나오는 음침한 초록색 빛이 전부였다.

실린더 안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액체에 담겨 있었다.


“패러사이트... 패러사이트... 이거다.”


무언가를 찾던 수현은 걸음을 멈추고 작은 실린더 앞에 멈췄다.

달팽이처럼 껍질을 가지고 있는 생물, [패러사이트 – 피롯사]라는 태그가 붙어 있다.


피롯사는 각성자에게만 기생하는 특이개체로 보통 3일 정도의 잠복기를 가진다.

귀 속을 통해 들어가 뇌를 완전히 장악하면 활동에 들어간다.

활동을 시작하면 숙주의 이능을 완벽하게 활용하여 인간을 사냥하고 고기를 먹는 악랄한 녀석이었다.

게이트가 열린 초창기, 헌터가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여 인육을 먹은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는데 그 정체가 바로 이 피롯사였다.


“지금은 조기 발견만 되면 무서울 게 없지.”


매우 희귀한 개체로 단 두 개 밖에 없는 재고라 아까운 마음도 있었지만 고객이 고객이니만큼 통 크게 꺼내기로 했다.

수현은 둘 중에 아무 개체에도 기생한 적 없는 깨끗한 놈을 골랐다.


“이거 포장해서 보내줘.”

[알겠습니다.]


피롯사가 담긴 실린더가 아래로 쑥 사라지더니 빈 실린더 하나가 그 자리를 채웠다.


처음의 방으로 돌아온 수현은 열려있는 푸른 소용돌이를 넘어 화장실로 돌아왔다.


“어?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방민혁이 수현을 보자 놀란 듯 물었다.


“잠깐 할 일이 있어서. 작업은 다 끝났어?”

“저는 끝났고 예린 선배가 마무리만 하면 돼요. 일단 한 번 보실래요?”

“그래.”


얼핏 보기엔 처음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프로의 솜씨는 디테일에서 오는 법.


“일단 피롯사가 둥지를 트는 달팽이관이랑 시신경을 제거 하고 뇌에 촉수를 감은 흔적을 파 뒀어요. 감염자에게 나타나는 관자놀이를 지나는 혈관의 푸른 상흔에 안구의 혈관 패턴도 그대로 옮겨 놨으니까 외과적으로는 부검에서 걸리는 일이 없을거에요.”


언제 봐도 놀라운 솜씨였다.

큰 덩치와 다르게 섬세한 손길로 다년간 유명 메이크업 샵과 특수분장 현장을 구르던 방민혁이었다.

도안이 있으면 인간을 도화지삼아 무엇이든 재현하는 인간복사기 방민혁.

그리고 그 도안과 도안을 채울 재료를 제시하는 게 바로 나예린이었다.


“완벽하네. 수고했어.”


수현은 세 번째 칸의 칸막이에 붙어있는 살점들을 손가락으로 훑어 모았다.

그리고 아까 ‘이계 냉장고’에서 꺼낸 철제 상자를 열었다.

수현은 껍질만 덩그러니 놓인 상자 속에 모은 살점을 털어 넣었다.

죽은 듯 가만히 있던 껍질속에서 하얀색 몸체가 쑤욱 나오더니 뭉쳐진 살점을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마무리 하고 올게.”

“옙, 다녀오세요.”

“남은 화학 처리까지 마쳐 놓을게.”


수현은 단말기를 조작해 ‘숙성실’을 선택했다.

숙성실은 섹터 67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텅 빈 공간.

옆구리에 끼고 있던 철제 박스를 가장 안쪽에 놓고 뚜껑을 열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 엘리베이터로 귀환했다.

단말기를 통해 보이는 숙성실의 내부.

피맛을 보고 활동을 재개한 피롯사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숙주를 찾지 못한 기생형은 곧 죽는다.

숙주가 죽으면 기생형도 같이 죽는다.


십여분이 지나자 드디어 잠잠해졌다.

하얀 살 부분은 모두 녹아 없어지고 검은 색 바탕에 흰 지그재그 무늬가 새겨진 껍질만 남았다.

피롯사는 기생한 개체에 따라 다른 패턴이 껍질에 새겨진다.

아까 피해자의 살점을 먹인 건 그 이유에서였다.


마지막으로 피해자의 사망 시각에 맞게 피롯사의 껍질을 급속 숙성시켰다.

완성.

이로써 피롯사는 완벽하게 피해자의 몸속에 기생하다 최후를 맞은 상태가 되었다.


“저거 포장해서 다시 보내줘.”




피롯사의 껍질에 시체에서 떼어낸 핏덩이를 묻히고 그럴싸하게 마무리했다.

작업이 끝났음을 수호에게 알린 후 세 사람은 클럽을 나섰다.


“유수현!”


세 사람이 일을 끝내고 올라오자마자 누군가 수현을 향해 소리쳤다.

짧은 스포츠 머리에 탄탄하게 단련된 몸.

사람들이 헌터나 운동선수라고 오해하지만 진짜 직업은 헌터들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그들의 행적을 폭로하는 웹 언론 헌터스패치의 기자였다.


“...또 너냐.”


문지후는 으르렁대며 수현을 째려보았다.


“누가 할 소리. 그렇게 좋아하는 헌터나 쫓을 것이지 왜 맨날 우릴 따라다니는 거야.”


수현은 귀찮게 구는 모기를 보듯 미간을 찌푸리며 툭 쏘아붙였다.


“하!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네 녀석이 현장에 있었지. 그런데 클리너면서 현장이 정리된 건 본 적이 없고 항상 누군가 이계의 존재에게 죽어있었어. 헌터 협회의 높으신 분들하고 꽤나 친한 모양인데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오늘은 기필코 너와 헌터들의 구린 뒷사정을 밝히고 말 테다.”

“아 예. 수고하세요. 그 말 벌써 몇 번째 듣는 건지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랍니다.”


문지후는 수현의 태도에 화가 치밀었다.


그는 김반장 사망 사건 때 대형 언론사의 기자였다.

정의감 넘치는 그는 13반이 행동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싣기 위해 노력했지만 권력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회사에 질려버린 그는 퇴사하여 클리너 처우개선 운동 및 헌터의 실태 고발을 위한 시위에 참가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았다.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문지후는 유수현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두가 입을 모아 아버지 같았다는 김반장을 죽인 헌터를 규탄하는 운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

13반의 일원이었으면서 헌터의 뒤치다꺼리를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돈만 벌면 다인가.

저 사람에게 정의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인가. 인정이란 없는가.


“네가 하고 있는 짓을 보면 김반장이 피눈물을 흘릴 거다.”

“!”


문지후의 도발에 잠깐 멈칫한 수현.

고개를 돌려 문지후를 바라본다.


“큭큭.”


수현이 낮게 코웃음 쳤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수현은 문지후를 뒤로 한 채 봉봉 3호에 올라 사무실로 향했다.

문지후는 수현이 떠난 자리를 향해 침을 뱉고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뉴스의 헤드라인은 태양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S급 헌터인 김무열의 생일파티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눈물겨운 우정 스토리가 장식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헌터가 사고쳤다. 우리가 나서야 할 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5. 양수 공업단지 대작전 2 19.04.09 49 1 7쪽
5 4. 양수 공업단지 대작전 19.04.08 50 1 8쪽
4 3. 유수현은 장현우를 만났다. 19.04.06 55 1 8쪽
» 2. 유수현은 이번에도 완벽했다 19.04.05 89 1 8쪽
2 1. 유수현은 클럽에 갔다 19.04.04 76 1 8쪽
1 0. 유수현은 그렇게 살았다 19.04.03 141 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