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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용병의 역사 개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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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틈
작품등록일 :
2023.09.12 12:32
최근연재일 :
2023.09.14 22:51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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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9.14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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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서릿발족의 고블린 퇴치 (1)

DUMMY

잠시 후, 준우는 침착을 되찾았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간에게 100억 원을 강탈(?)당하고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납치, 감금된 인간치고는 놀라울 만큼 빠르게.


준우가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3년 전, 지하에 있던 사람 중에, 위기 시에 침착함을 되찾지 못한 인간은 다 죽었다.


'또 어두운 곳이네.'


준우는 기시감을 곱씹었다.


왕십리역 지하에 갇혀 있을 때도 이런 어둠 속에 있었다.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지만.......'


왕십리역은 거대한 환승역이다.


그 덕분인지 피의 고리 테러에도 시설들이 완파되지 않았고, 많은 생존자가 있었다.


폭발 당시 준우가 있었던, 왕십리역 지하 5층에 있던 인원들은 모두 생존했을 정도다.


테러범들이 지하철 노선과 통로들은 꼼꼼하게 폭발시켰기 때문에 바로 탈출할 수는 없었지만, 처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곧 구출 될 줄 알았으니까.'


2호선 노선도를 따라 서울 전역에 일어난 테러 때문에 구조를 할 인력, 시설, 자본, 행정력이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는 걸 그때는 몰랐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는 곳, 빛이 있는 곳에 모여들었다.


그리곤 자판기와 상점들에서 가져온 물과 음식, 탈출에 대한 희망과 온기를 나눴다.


'그랬는데.......'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갑자기 전기가 나가고, 빛이 사라지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넉넉하게 나누던 것들이 고작 몇 시간 만에 자취를 감췄다.


대신 도난, 비난, 추행, 시비가 튀어나오더니 불안과 혼란을 물어 날랐다.


그러다 첫 번째 유혈 사태가 비상등 부근에서 터졌다.


어둠 속에 있기 싫고 핸드폰 밧데리도 아끼고 싶은 이들에게, 파괴되지 않은 비상등 근처는 최고의 명당이었다.


그 공간을 서로 차지하려 했고 몸싸움이 격해졌다.


서로 희망과 온기를 나누던 지성인(知性人)이 분노와 폭력을 나누는 무법자로 바뀌는 건 순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인간은 양지에서와 많이 다른 존재였다.


'고작 비상등 불빛 때문에 싸우다가....... 결국 그것도 깨 먹었지.'


준우는 바로 그 장소 가까이에 있었다. 얼마나 가까웠냐면 방금까지 체온을 나누던 아저씨의 따뜻한 피가 얼굴에 튀었을 정도였다.


곧 피뿐만이 아니라, 주먹도 날아들었음은 물론이다.


그때 준우는 일상을 벗어난 비일상, 고난이 시작되리란 예감을 느꼈다.


'그래. 마치 지금처럼 말이지.'


거울 속, 어둠 안에 있으려니까 비슷한 어둠 속에서 있었던 일들이 마구 떠오른다.


'그런데...... 이거 주마등인가?'


주마등이란 단어를 떠올린 이유는 지금 살아 있는지 확신을 할 수 없어서였다.


100억 원을 자신과 똑같은 녀석이 가지고 사라지고,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납치, 감금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숨을 안 쉬잖아?'


완전히 굳어버린 몸은 숨도 쉬지 않았다. 확신할 수 없지만 심장도 뛰지 않는 것 같았다.


어둠과 정적 속에서 숨도 쉬지 않고 정신만 멀쩡하다니.


'귀신 같네.'


준우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상태를 평했다.


'그럼, 너도 귀신이니?'


준우는 눈앞에 보이는 시신을 보며 물었다.


[으어어어.]


갑자기 나타난, 머리 한쪽이 움푹 파인 시신.

녀석이 훅, 다가와 준우와 이마를 맞댔다. 휑하니 뚫린 눈구멍과 눈이 맞는다.


바닥에서부터 올라와 팔다리를 잡아채는 피 묻은 손들의 감촉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살인자.]


[왜, 왜? 나도 받아줬어야지....]


[으어어어.]


놈들의 목소리가 울린다.


'.......'


끔찍하고 익숙한 악몽이다.


평소처럼 대답한다.


'죽이려 했으면, 죽어도 닥치고 있어야지!'


준우가 뭐라고 하든, 시신과 핏물이 켜켜이 쌓인다.


준우가 그 속에 잠겨가던 중.


갑작스럽게 세상에 빛과 소리가 돌아왔다.


마치 꿈속에서의 일인 듯 준우를 괴롭히던 시신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묘연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준우는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나타나자 발작적으로 움직이려고 했지만, 여전히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요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묘연이 양팔을 활짝 펼치며 말했다.


"아직은 휑하지만, 차차 가꿔 나가시면 될 거예요."


준우는 묘연이 요람이라 부른 장소를 둘러보았다.


'큰... 감옥?'


준우는 출구와 몸을 숨길 만한 곳을 찾았지만, 그런 곳은 없었다.


축구장보다 넓적한 공간은 석벽으로 모든 곳이 막혀 있었고, 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몸을 숨길 만한 가구나 지형도, 문이나 창문도 없었다. 심지어 준우가 들어왔던 거울도 보이지 않았다.


"어때요? 마음에 드나요?"


묘연이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목 위로는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호오, 정말 침착하네요. 보통은 미친, 음...... 많이들 감정적이 되시는데."


"이 정도는 아니지만, 험한 꼴을 몇 번 당해봤던지라....... 감정적이라, 그편이 편하시면 그렇게 할까요? 일단 비명부터?"


"하하하."


묘연이 웃는 모습을 보며 준우가 침을 삼켰다.


무기 없는 양손, 예쁜 얼굴에 몸매도 좋은 젊은 여자.


경계심이 풀리기 좋은 조건만 모아두었다.


그래서 더욱 긴장감을 올렸다.


'총을 들고 있다고 생각하자, 아니, 그보다 더 위험해.'


실제로 아직도 목 아래로는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차라리 포박당했다면 이해하겠는데.......


준우는 상대의 위험도를 총 든 우주 괴수쯤으로 책정했다.


대적 불가, 도주 불가다.


"하하. 아뇨, 대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힘을 안 빼도 되니 좋네요. 기왕이면 그 눈빛도 좀 곱게 해주시면 좋겠는데요. 예쁜 얼굴이 아깝잖아요."


"원래 눈빛이 이런지라......."


"그래요? 아까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묘연이 둘 사이 허공으로 시선을 던지자 화면이 나타났다.


-아, 아아아. 가, 감사합니다. 하하.


100억 원을 받고 황홀해하는, 녹아내릴 듯한 표정의 준우가 거기 있었다.


"어때요?"


묘연이 물었다.


"바보 같아 보이네요."


"전 아주 보기 좋네요. 그 순간에 딱 맞는 얼굴이잖아요? 용병은 의뢰에 따라 다양한 환경에 처하게 되니까 여러 얼굴이 있는 게 좋죠. 항상 차갑거나, 항상 뜨거우면 곤란하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질이 있으시네요."


"......따지고 싶진 않은데, 저건 제가 아닌데요. 제가 납치된 후에, 그 쪽에서 만든 가짜 아닙니까?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기억한다. 납치 된 후에, 거울 속에서 저 얼굴을 지켜봤으니까.


갑자기 몸이 굳고, 자신와 똑같은 인간이 100억 원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정신 건강에 좋지 못한 경험이었다.


"가짜요? 아하하. 설마요. 굳이 따지자면......."


웃던 묘연이 짖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줄였다.


"......무슨 말이죠?"


"알고 싶으세요?"


묘연이 허공에 뜬 화면을 연기를 흩트려 트리듯이 휘저었다. 화면이 사라지고, 마술처럼 손에 동전이 들려 있었다. 천막 안 행사에서 썼던 그 동전이었다.


"한 번 더 해보실래요? 어떤 색인지 맞추면 정답을 알려드리죠."


"......."


묘연이 동전을 튕겼다 잡아챘지만 준우는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돌이켜보면 저 동전도 모두 속임수의 일환이었으리라.


총 든 우주 괴수가 아니었으면 욕이라도 해줬을 텐데.


"흥, 재미없게시리. 알겠어요. 그냥 알려드리죠. 저희는 합법적인 업체라서요. 저쪽 우준우 씨에게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어요. 저희는 갑자기 트럭으로 박아버린 다거나 모니터 속으로 빨아들인 다거나 하지는 않는답니다."


"네?"


"저쪽, 행복한 우준우씨가 진짜 우준우 씨라고요. 당신은 조금 전에 태어났어요. 축하해요. 오늘 생일이시네요. 엄마라고 불러 볼래요?"


"엄마."


"하, 진짜 한다고요? 놀랍지 않으세요? 안 믿는 건가?"


묘연이 처음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놀라는 건 혼자 있을 때 해도 되니까요. 자아 찾기는 원래 부모님을 벗어나 혼자 해야죠."


"꺄하하하. 이거 어쩌죠? 점점 맘에 드네~."


묘연이 시원하게 웃었다. 그리곤 정말 아이를 보듯이 정겨운 눈빛을 보내며 준우의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었다.


준우는 묘연의 반응을 살피며 좀 더 엄마 농담을 이어가기로 했다.


"지금 목숨 줄 잡고 계신 분과 친해지는 게 급선무인데, 혈연이라니 좋네요. 아들에게 모질게 굴진 않으시겠죠?"


"물론이죠. 후후."


"그런 의미에서 이거 좀 풀어주실래요? 못 움직이니 갑갑하네요."


"어머, 내 정신 좀 봐."


아무런 전조 없이 준우의 몸이 자유를 되찾았다.


조심스레 몸을 움직여 보고, 가슴을 만져 심장이 뛰는지도 확인해 본다.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고 있다.


'휴, 일단 풀려는 났는데.......'


생각보다 쉽게 풀려났지만, 육탄전을 벌일 생각을 하진 않았다.


상대는 총 든 우주 괴수다.


"이제 집에 보내달라고 해도, 그건 안 들어주시겠죠?"


"그건 안되죠. 해야 할 일도 많고, 한세상에 우준우 씨가 둘이 되면 곤란하거든요. 저희는 세계관 내에서만 움직여야 해요."


"풀어주시면 곤란하지 않게 문제없게 할 자신 있습니다."


"어우, 쓱싹 하시게요?"


묘연이 목을 날리는 시늉을 해 보였다.


원본을 처리할 거냐는 물음.


"아뇨.... 잘 숨기고 살게요. 아무에게도 안 들키고요. 둘이면 돈도 잘 벌리겠네요. 저쪽도 저라면 공감할 겁니다."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하다가 보면, 몸이 둘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100억이 있는데 돈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아......."


"그리고 100억 원이나 받아놓고 그냥 가시겠다고요? 그건 아무리 엄마라도 화나죠, 안 그래요?"


묘연이 짐짓 인상을 썼다. 그 표정을 조심히 살피면서도 준우는 가급적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


"......제가 받았나요? 저쪽 우준우가 받았지?"


"오! 둘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니 상관없다?"


"네. 아까 하신 말씀대로라면 그렇잖아요?"


"후후, 그럼 이건 어때요?"


다행히 묘연은 인상을 풀고, 오히려 재밌다는 듯 웃었다.


"여기서 용병 일 열심히 하면 가족들을 살릴 기회를 준다면요?"


"네?!"


"생각해 본 적 있죠? 과거로 돌아가 테러를 막을 수 있다면? 아니면 가족들만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


"후후, 아까 계약은 본인과는 상관없다고 했죠? 정말 상관없나요? 저쪽 우준우 씨와 아무 상관 없으니, 그의 가족을 살리는 데에는 관심 없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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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4화 서릿발족의 고블린 퇴치 (1) 이 수정되었습니다.(23/9/16) 23.09.16 6 0 -
» 서릿발족의 고블린 퇴치 (1) 23.09.14 13 0 11쪽
4 이세계 용병 모집 (3) 23.09.13 11 0 14쪽
3 이세계 용병 모집 (2) 23.09.12 14 0 11쪽
2 이세계 용병 모집 (1) 23.09.12 17 0 12쪽
1 계약은 신중히 23.09.12 24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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