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편지.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두 번째로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첫 번째 편지는 당신에게 전해주지 못하고 제 서랍 속에 있습니다.
당신께 이 두 번째 편지를 전합니다.
첫 번째 편지는 전하지 못하고 당신께 이 편지를 전합니다.
그 날을 기억합니다.
편지를 처음 쓰던 그 떨리는 마음을 기억합니다.
두근두근대는 심장소리가 긁적이는 펜의 소리보다 클 정도로 두근두근 하던 그 마음을 기억합니다.
편지를 처음 썼던 그 부끄러운 마음을 기억합니다.
그대에게 전해줄 생각에 부풀어있던 내 마음을 담지 못한 것 같은 그 편지에 부끄러움을 느끼던 그 마음을 기억합니다.
기억합니다.
부끄러운 편지를 힘껏 꾸겨버리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려던 손이 멈추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기억합니다.
어떤 편지지를 골라야할까 1시간을 고민한 나의 마음을...
당신을 좋아하던 그 마음을 담아내던 나의 마음을.....
삐뚤빼뚤하게 써버려 지우개로 벅벅 지우던. 당신에게 조그만 흠집도 보이고 싶지 않던 내 마음을....
떨리는 손이 너무 미워서 물을 연신 마셔대면서도 속이 타던 내 마음을..
그대에게 편지를 전해주는 상상에 터져버릴 것 같던 내 마음을.
그대에게 거절받는다는 생각이 두려워 행복속에서도 고개를 가로젖는 내 두려움을...
누군가
처음으로
타인을
생각하는...
참을 수 없는.....
전하고 싶은.....
이 마음을......
저의 그런 마음이 너무 애틋하여 너무 안쓰러워
버리지 못하고 조심스레 펴서 서랍속에 넣어놓았습니다.
미안합니다.
당신에게 첫 번째 편지를 전하지 못하고 두 번째 편지를 전하는 이런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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