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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수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역류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임현수
작품등록일 :
2010.12.29 18:59
최근연재일 :
2010.12.29 18:59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17,888
추천수 :
2,393
글자수 :
33,669

작성
10.10.14 11:06
조회
28,875
추천
63
글자
7쪽

운명의 역류!-5

DUMMY

사비나도 심상찮은 기색을 느꼈기에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잭슨이 간신히 정신을 차린 듯 입을 열었다.

“저번에 못 간 투산 상단 용병행 있지 않소?”

“알렌 때에 못 갔던 일 말인가요?”

“그래. 바로 그 의뢰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는 거야.”

“무슨 말씀이신지……?”

“나갔던 용병들이 오크 떼를 만나 모두 변을 당했단 거요. 죽은 자도 많고, 살아온 사람들도 중상을 입어 더 이상 용병 일을 못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래.”

“정말요?”

“좌우간 무사히 돌아온 용병은 없대. 하다못해 경상이라도 입었어.”

“어머!”

놀란 사비나도 새파랗게 질렸다. 그렇게 한동안 방 안에 침묵만이 감돌았다. 어느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옆에서 놀던 알렌에게 집중되었다.

‘이거 왜 이래? 또 부담스럽게.’

할 수 없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바라보던 잭슨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저 녀석이 그때 난리쳐서 못 갔던 거 아니오?”

“그랬죠.”

“허, 이럴 수가! 저 녀석이 뭔가 알고 행동했던가?”

“설마 아기가?”

“아니야. 아기는 영이 맑아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에 책에서 본 적이 있소.”

“그래서 우리 알렌이가!”

“그래! 이놈이 나를 살린 거지. 이리 오너라.”

아버지는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나를 껴안아 줬다. 넉살 좋게 목을 끌어안은 알렌이 말했다.

“아빠!”

“하하! 복덩이 아들!”

그제야 환한 표정으로 변한 알렌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버지의 목을 더욱더 힘차게 껴안았다.

“허, 이놈이!”

아버지는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그저 한없이 껴안아 줄 뿐이었다. 드디어 악연 하나를 끊어 놓은 기분이 상쾌했다.

잭슨 모르게 작게 중얼거렸다.

‘운명 이 개자식아! 어디 한번 해보자고.’

다짐하다가도 긴장이 풀리자 어느새 손목을 풀고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다.

잭슨은 어이없는 얼굴로 알렌을 바라보다 픽 웃고 말았다.

“어! 이놈이 또 잠들었어.”

“그러게 말이에요.”

“이놈이 효자네, 효자야. 아비의 목숨을 구했잖아.”

“그러네요. 그때 참…….”

잭슨은 그때 화를 낸 게 못내 미안한 듯 알렌의 머리를 한없이 쓰다듬고만 있었다. 옆에 있는 사비나도 고사리 같은 알렌의 손을 잡고 감정이 복받친 듯 눈가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잠든 알렌이다.


***


늘 좋은 일만 있으면 인생이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게 삶이다.

얼마가 지난 후, 아버지와 어머니는 걱정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허 참.”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용병단을 그만둬야 될 거 같아.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말이야.”

“눈치가 보이다니요? 저번 일 때문인가요?”

“그래. 사고가 나자 그때 안 간 내가 묘하게 눈총을 받게 됐어. 다른 사람들 다 다쳤는데 나만 무사하니, 아무래도 낯 뜨거워서 다닐 수가 없을 거 같아.”

“어쩌죠?”

“아무래도…….”

“입장이 난처하겠어요.”

“솔직히 그래.”

걱정스레 얘기하는 잭슨이다. 옆에서 자는 척하면서 몰래 듣고 있던 알렌이 조금은 움찔한 표정이다.

‘이런 젠장!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설마 그렇게는 안 되겠지?’

그런데 잭슨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위험한 용병단을 그만두고 잠시 쉬다가 검술관이라도 차려야 될 거 같아. 다행히 이쪽엔 용병들이 별로 없어서 검술관을 차린다면 그럭저럭 목에 풀칠은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하세요.”

순종적인 사비나의 말에 잭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님도 그리 반대하시지는 않을 거 같소.”

“저야 당신 뜻대로 따를 뿐이에요.”

다소곳이 말하는 사비나의 음성에 알렌은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런, 돌려도 원위치란 말이야? 도대체 어떻게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짜증이 물씬 밀려왔다.

잭슨이 다친 후 검술관을 차리는 게 똑같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에 왼팔을 잃은 후 어쩔 수 없이 용병 일을 그만두고 받은 약간의 위로금으로 검술관을 차린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제는 또 다른 삶으로 바뀌었는데도 그때와 똑같이 검술관을 차린다고 나선다.

욱하는 성질이 목청을 비집었다.

절절한 심정이다. 이제 13년 정도가 지나면 이 마을에 로이드 그 망할 놈이 또 다른 검술관을 차릴 것이다. 그리고는 빌어먹을 용병인 로이드가 아버지를 찾아와 대결을 요구할 게 분명했다.

그 대결에서 패배한 아버지의 여생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로이드!

그놈이 수련생을 독점하려고 아버지와 겨뤘다.

그때 아버지는 홧김에 그와 겨뤘다가 크게 상처를 입고, 평생 병마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셨다.

그 꼴은 다시 보고 싶지 않았지만, 어린 자신이 말해 봐야 그저 치기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게 분명했다.

어디 그뿐이랴!

가슴에 깊이 담겨 있던 후회 중 가장 아픈 기억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어린 동생 알토였기에, 알렌은 머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다시는 그 꼴 안 봐!’

눈빛이 반짝였다.

애썼지만 결국 원위치, 투지가 불타올랐다.

기억과 바뀐 건 그나마 잭슨이 멀쩡하단 점이다.

깨달음을 전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솔직히 자신도 잘 모르는 검술이다. 깨달음이란 일단 익힌 후에 알려 주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설명할 것인가! 5살짜리가 검술의 지고한 논리를 펼친다면 누가 믿어 주겠는가?

되지도 않는 이야기였기에 결국 혼자서 돌파할 숙제였다.

한숨이 절로 났다.

‘거참! 인생 고독하네. 돌아와도 깜깜한 건 마찬가지야.’

중얼거림마저 힘겨워 보이는 알렌이다.


고민 끝에 알렌은 빨리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시간이 없다면 먼저 뛰는 거야!’

온몸에 힘이 솟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당장 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밖에 없었다. 깨달음은 머리에 있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 인생 지랄이네! 이 몸으로 어떻게 검을 휘두르나?’

아찔한 순간이다. 아직 어린 몸이라 검은 무리인 건 알았지만 가만있을 순 없다.

시간은 절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회를 찾아야 했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눈동자가 유난히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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