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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해삼™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자의 비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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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해삼™
작품등록일 :
2024.03.31 20:13
최근연재일 :
2024.04.10 19:34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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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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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781

작성
24.04.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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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 비서, 창고도 청소합니다!

DUMMY

9. 비서, 창고도 청소합니다!




“오 비서, 오늘은 청소를 좀 도와주겠나?”


기근은 애써 미소를 지은 채 서현에게 부탁했다.

그 말을 듣고 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소요?”

“평소에 안 쓰는 물건을 창고에 넣어뒀는데, 그냥 두면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거든. 그래서 가끔은 꺼내서 청소하고 있다네.”


생각보다 별 일 아닌 것 같았다.

서현은 흔쾌히 수락했다.


“얼마든지 맡겨만 주세요.”

“고맙네. 이걸 나 혼자 어떻게 하나 걱정이 컸는데, 오 비서가 있어서 다행이야. 개인적인 물건도 많아서 다른 사람한테 맡기는 건 조금 걱정 됐거든.”


기근은 그때서야 안심한 기색이었다.


“그나저나 창고는 어디에 있죠?”

“회장실 바로 옆에 있네.”


기근은 곧바로 회장실 옆에 있는 서재로 향했다. 그는 서재 옆에 있는 커다란 저울 모양 장식물을 움직였다. 그러자 드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서재가 움직이더니, 새까만 문 하나가 나타났다.

서현은 그걸 보고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여기에 이런 공간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나 말고는 아무도 안 쓰는 곳이라, 여기에 이런 게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드물어.”


그러면서 기근은 윗옷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곧 그의 손에 짤랑거리는 열쇠꾸러미가 들려 나왔다. 하나 같이 크고 오래되어 보였다.


“어디보자······열쇠가 어디에 있더라······이건가······아냐, 이건 스위스 비밀 계좌용이고······에······여기에 있다!”


기근은 그 중 하나를 집더니, 검은 문의 손잡이 부분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굵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 데나리온에 밀 한 되요, 한 데나리온에 보리 석 되로다」”


곧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기근은 천천히 검은 문을 열어 젖혔다.

그러자 엄청난 물건과 잡동사니의 행렬이 서현의 눈을 사로잡았다.


“와우.”


서현은 그걸 보고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녀의 반응에 기근은 은근히 자부심 섞인 어조로 말했다.


“어떤가? 이게 바로 묵시록의 기수가 관리하는 창고일세.”


기근의 창고에는 온갖 귀금속은 물론 예술작품, 큼지막한 조각상까지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기세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엄청나군요.”

“당연하지. 모든 시대에 긁어모은 보물로 가득하니까 말이야. 영국 여왕에게 받은 훈장도 여기 어디에 있을 걸세.”


기근은 그러면서 작게 손짓했다. 그러자 허공에서 걸레와 소독제, 물티슈 같은 청소 용품이 튀어나왔다.


“자, 우선 앞에서부터 시작하지. 물건을 꺼내 잘 닦은 다음에 말려 놓게나.”

“네!”


과연 이걸 전부 오늘 안에 청소할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서현은 우선 청소용품을 틀어쥐었다. 비서로서 한 번 맡은 업무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이게 그녀의 좌우명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예술 작품이 엄청 많네요?”


서현은 구석에 있는 그림 액자들을 옮기며 말했다. 기근은 그 말을 듣고 알은 채를 했다.


“내가 직접 후원한 화가나 작가들이 직접 헌정한 거야. 내가 이래 뵈도 예술계에서 손 큰 후원자로 유명하다네.”

“회장님께 그런 안목이 있을 줄 몰랐습니다.”

“후후후, 예술만큼 돈이 되는 사업도 없거든.”


그러던 중 그림 하나가 서현에 눈에 들어왔다. 그건 그녀도 익히 아는 작품이었다.


“이건 모나리자 아닌가요?”

“맞아. 다빈치에게 직접 받았지. 나는 그 인간이 크게 성공할 줄 알았어.”


기근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답했다. 서현은 액자 안에 담긴 모나리자를 보며 경악에 젖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럼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건······.”

“아,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이지만 그건 진품일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를 두 장 그렸거든. 그리고 그 중 하나는 내게 있지. 친필 서명도 있다네.”


기근의 말대로 액자 한 구석에는 다빈치의 서명도 있었다. 적어도 가품은 아닌 것 같았다. 애초에 기근 성격상 가품이 여기에 있을 리 없겠지만 말이다.


“음? 이 나팔은 뭐지?”


그렇게 한참 청소 중에 서현은 잡동사니 귀퉁이에 놓여 있는 나팔 하나를 발견했다.

놋쇠로 만든 듯 표면이 반질반질 했는데, 어딘가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흘렀다. 딱 바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게 거기에 있었나?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아니나 다를까, 기근이 그걸 보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요한 물건인 모양이었다.


“이게 뭔가요? 딱 봐도 비싸 보이는데.”


서현은 나팔을 이리저리 살피며 물었다. 그러자 기근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천국에서 빌려온 심판의 나팔이야. 이게 울리면 우리 묵시록의 4기사는 집결해야 하지. 최후의 심판이 일어난다는 증표거든.”


엄청난 그 정체에 서현은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나팔을 놓칠 뻔 했다.


“그렇게 엄청난 게 창고에 있었다고요?”

“지난 번 사내 체육대회 때 쓰려고 빌려왔거든. 그리고 돌려주는 걸 깜빡했네.”


기근은 기억을 되짚으며 말했다. 아니, 이 나팔이 그럴 때 쓸 수 있는 물건이란 말인가. 서현은 기가 찼다.


“이걸 체육대회 때 쓰셨어요?”

“공지 전달용으로 이것만한 물건이 없어. 그냥 적당히 읊조리기만 해도 온 누리에 공지가 울려 퍼지지. 간식 먹으라고 전달 할 때 요긴하게 썼다네.”


그렇게 말하면서 기근은 히죽 웃기까지 했다.

혹시 최후의 심판이라는 거, 생각보다 별 거 아닌 걸지도 몰라.

서현은 그걸 보고 진심으로 이 고민까지 들었다.


“아무튼 그건 돌려줄 물건이니 따로 빼놓게나. 괜히 내가 그걸 가지고 있다가 최후의 심판 때 묵시록의 기사들이 집결하지 못하면 큰일이니까.”


기근은 그저 짤막하게 조언할 뿐이었다. 서현은 우선 머릿속에 있던 상념을 뒤로 하고 나팔을 서둘러 입구 쪽으로 옮겨놨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 나팔이 울리지 않길 빌고 또 빌었다.


“이게 여기게 있었네? 한참 찾았었는데.”


그러던 중 기근이 잡동사니에서 불타는 칼 하나를 집어 들었다. 칼의 표면 위에는 아직도 불이 이글거리며 타고 있었다. 서현은 기겁해서 물었다.


“그, 그건 뭐죠? 혼자 불타고 있는데요?”

“이거? 천사의 화염검일세. 작년 수능 때 쓴 물건이지.”

“그걸 수능 때요?”

“정확히 말하자면, 임직원 자녀들이 수능 볼 때 직접 나가서 응원해줬거든. 그때 조금 추워서 아는 천사한테 빌려 왔어. 천사들이 에덴을 지킬 때 쓰는 물건이라 효과는 확실해.”


그럼 그렇게 어마어마한 무기를 고작 난로 용도로 사용했단 말인가.

서현은 불의 검 옆에서 멀찍이 물러서며 물었다.


“그것도 돌려주실 거죠?”

“흐음, 아직 돌려달라는 말은 안했는데. 그러지 말고 올해까지만 쓰고 돌려주지 뭐.”


그러면서 기근은 다시 잡동사니에 불타는 칼을 꽂아 넣었다. 칼의 표면에서 일어난 불이 다른 곳에 옮겨 붙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회, 회장님! 이것 좀 보세요! 살아 있어요!”


그렇게 한참 청소하고 있을 무렵, 서현은 잡동사니 한 구석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는 걸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그녀가 발견한 것은 여자 비슷하게 생긴 생물체였는데, 마치 상아를 깎아 만든 듯 온몸이 새하얗기만 했다. 그것은 입을 뻐끔거리며 짤막한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아, 그거?”


기근은 그걸 보고 난처한 기색을 내보였다.


“이건 뭐죠? 이런게 여기에 있어도 되나요?”


서현이 깜짝 놀라 묻자 기근은 앓는 소리를 냈다.


“끙, 이것만큼은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대체······뭔가요?”


서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기근은 보여준 적 없는 무시무시한 얼굴로 물었다.


“비밀 지켜줄 수 있나? 이게 알려지면 여러모로 곤란해지거든.”


혹시 묵시록의 기사가 간직한 거대한 세계의 비밀 중 하나일까.

서현은 애써 정신을 붙잡은 채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비서의 생명은 비밀엄수입니다. 그건 당연하죠.”

“그럼 다행이군.”


기근은 안도의 숨을 내쉰 뒤, 솔직히 털어 놓았다.


“사실 별 거 아니네. 아담의 갈비뼈 조각이야.”

“설마 그 아담이 제가 아는 그 아담인가요?”


서현의 질문에 기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모든 인류의 프로토 타입. 최초의 선지자이자 모든 살아 있는 자들의 아버지.”

“그런데 아담의 갈비뼈가 왜 여기에 있나요?”

“아담이 이브랑 부부싸움을 조금 했거든. 아담이 그때 화가 나서 다른 여자를 만들어서 바람피우겠답시고 멋대로 갈비뼈를 뽑았지.”

“바람 좀 피우고 싶어서 갈비뼈를 뽑아요?”


서현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물었다. 하지만 기근은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답했다.


“남자를 모르네. 남자는 성욕의 동물이야. 그보다 더 한 짓도 하는 게 남자라네.”


그러면서 기근은 꿈틀 거리고 있는 새하얀 덩어리를 가리켰다.


“아무튼 그래서 나랑 짝짜꿍 하면서 어찌 새로운 여자를 만들어볼까 했는데 실패했어. 내게는 창조의 권능이 없었거든. 그리고 저건 저때 만들어진 실패작이야.”


그러니까 이건 만인의 아버지가 남긴 치부란 말인가.

서현은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오우······.”

“그래, 알아. 아버지 아담이라는 작자가 이런 짓을 했으니 후손으로서 얼마나 착잡하겠어. 하지만 이해해주게. 그때는 아담이 화가 나서 제정신이 아니었네.”


기근은 애써 아담을 두둔했다. 서현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더 따질 힘도 없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고맙네.”


그녀가 수긍하고 넘어가자 기근은 애써 밝은 기색으로 웃어 보였다.




* * *




청소는 밤 늦은 시간이 돼서야 끝났다.


“오늘 고생 많았네.”

“아닙니다. 보탬이 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서현은 기진맥진한 얼굴로 답했다.

솔직히 청소는 비서로서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는 업무였다. 청소 중에 온갖 괴상한 물건이 튀어나와서 문제였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늦게 끝났군. 걱정 말게. 야근 수당은 지급할 테니.”


기근은 시간을 확인한 뒤 덧붙였다. 그리고 대뜸 서현에게 무시무시하게 생긴 몽둥이 하나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건 보너스일세. 가져가게나.”

“이건 뭔가요?”


서현은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몽둥이 표면에는 검붉은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고, 쥘 때 마다 비명 소리가 흘러 나왔다. 딱 봐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지옥 불에서 벼려진 단죄의 몽둥이일세. 죄인들을 심판하는 용도인데, 안마용으로도 좋아. 근육통에 쓰면 좋으니 가지고 가게나.”


그런 무시무시한 물건을 근육통에 써도 되는 걸까.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서현은 내색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이것도 빌려온 물건은 아니겠죠?”

“이건 지옥 창립 기념 파티 때, 경품 추첨을 통해서 받은 물건일세. 부담 없이 쓰게나.”


다행히 이건 기근의 물건인 모양이었다.

서현은 눈치 껏 단죄의 몽둥이를 받아들었다.


“가, 감사합니다, 회장님.”


기근은 싹싹한 그녀에게 흐뭇한 어조로 일렀다.


“늘 고맙네. 오 비서가 있어서 얼마나 내가 든든한지 몰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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