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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엘

군자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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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엘
작품등록일 :
2023.06.28 16:59
최근연재일 :
2023.07.10 18:1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60
추천수 :
2
글자수 :
43,912

작성
23.07.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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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R2. 정면돌파 (2)

DUMMY

시발점은 재훈의 급발진이었다.


녀석은 시우가 잡혀가려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분노를 쏟아내더니, 급기야 라운드 중이 아님에도 경찰에게 달려들고 말았다.


하지만 라운드 중이 아닌 이상, 개개인의 특수능력은 발휘되지 않는 것이 이 게임의 룰.


때문에 군자나 시우가 보기에, 녀석은 곧 대원들의 총에 맞아 벌집이 되고 말 운명이었다.


‘말 그대로 분노조절 장애잖아...’


상식적으로 이 싸움은 말이 안 됐다. 아까부터 이상한 놈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조차 눈깔이 돌아가 무장한 경찰에게 달려들 정도일줄은 몰랐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팝업창이 떠오르며 전세가 달라졌다.


[<히든 퀘스트 : 목격자 제거> 발동.

게임 중 참가자가 아닌 제3자에 대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특히 민간인을 해친 경우, 게임 내 패널티가 발생함과 더불어 관련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게임 진행요원’의 경우 조금 다른 룰이 적용됩니다.

경찰, 특수요원이나 기타 게임의 진행과 관련된 인물은 ‘민간인’으로 분류되지 않아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목격자를 모두 제거한 경우, 히든 퀘스트는 종료되며 별도의 패널티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팝업창과 함께, 라운드 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특수능력이 돌아왔던 것이다.


군자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무구를 만들어냈다.


“달려들어!”

“!!!”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있던 셋의 몸 주위로, 바닥에 널려 있던 피가 빨려 올라가듯 퍼지면서 붉은색 코팅이 입혀지기 시작했다.


직전까지 군자가 입고 있던, 강도 높은 전신갑주였다.


그 모습을 본 대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방아쇠를 당겼지만,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발사된 총알은 갑옷에 막혀 도탄되고 말았다.


“뭐, 뭐야?!”

“오래 못 버티니까, 빨리 죽여!”


군자는 동시에 바닥에 그림을 그리면서, 이윽고 꽤나 묵직해 보이는 모닝스타 하나를 뽑아냈다.


“야, 받아!”

“...땡큐.”


재훈은 짧은 감사 인사 이후, 곧바로 살육에 들어갔다.


뭔가 부러지는 소리, 숨막히는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녀석들은 의외로 아주 잘 훈련된 집단은 아닌 듯했다. 자기들만 무장한 상태에서는 의기양양하며 거리를 좁혀 왔던 녀석들이, 막상 동등한 싸움의 당사자가 되고 선두에 있던 대원의 머리가 박살나는 소리 이후부터는 우왕좌왕 당나라 군대가 따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재훈에게 잡아먹히는 사냥감이 된다는 뜻이었다.


“죽어!”

“히이익!”


한참 동안의 싸움 끝에, 예닐곱 명 남짓한 대원들이 전부 땅에 쓰러지고 박근철 경사만이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너, 너 이거 나중에 아주 크게 후회하게 될 거다!”

“......”

“무기 내려놔!”


허망한 외침일 뿐이었고, 이어 휘두른 둔기에 박 경사마저 바닥에 통나무처럼 넘어지고 말았다.


이어지는 광경은 정말 끔찍했다.


빡! 빠각!

“윽...”


재훈은 이미 저항 능력을 잃어버린 박 경사에게 다가가, 육중한 둔기로 그의 머리를 계속 내려치기 시작했다.


불과 두어 대만에 사람이 다짐육이 되었다. 여태 본 광경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징그러웠기에, 군자는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욕지기를 겨우 참아내고 있었다.


옆을 보니, 그건 시우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웩!”


물론,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게워냈지만 말이다.


가만히 두면 본인이 힘이 다해 쓰러질 때까지 똑같이 연육 작업을 계속할 것 같았기에, 군자가 말리려고 다가서며 말했다.


“그만 해.”

“......”

“그만 하라고.”

“네가 뭘 알아! 씨발!”


쨍그랑!


재훈은 큰 소리를 지르며 맞섰지만, 의외로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어찌나 험하게 썼는지 벌써 여기저기 휘어진 모닝스타가, 군자가 달려들어 팔을 세게 붙잡자마자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으윽!”


녀석도, 한계에 부딪혀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튼튼한 무구라 하더라도, 총알이 가지고 있는 운동에너지를 완전히 막아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싸움 도중, 군자 또한 총에 두세 발 맞았는데 그때마다 엄청난 고통에 몸서리쳤다. 배에 맞을 때에는 S급 격투기 선수가 제대로 배빵을 놓는 것 같아 움직이기도 어려울 수준이었다.


그런 총을, 재훈은 거의 십수 대는 맞았다. 몸에 둘러져 있는 코팅마저 너덜너덜해진 게 보이는 수준이었다.


여전히 눈을 부릅뜨고 있는 재훈에게, 군자가 한숨을 쉬며 톤 다운된 목소리로 말했다.


“...퀘스트 아직 안 끝났다고.”

“뭐?”

“목격자가 남아 있다고, 미친놈아. 괜히 쓸데없는 데 힘쓰지 말고 빨리 찾을 준비나 해!”


아니나다를까, 비슷한 시점에 아래층에서 저벅거리는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발걸음이 한두 명의 소리가 아니었다.


곧이어 옥상 문틈으로 무언가가 떨어졌고,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섬광이 일시에 일어 가까이 있던 군자와 재훈의 시야를 날려버렸다.


“윽!”

“크윽!”


녀석들이 무한히 올라오면 어떻게 할까? 계속 이렇게 이길 수 있을까? 군자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채로 온몸에 이중 삼중의 갑주를 덧칠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삐걱- 하는 문 열리는 소리가 났는데...


“...?”

“뭐, 뭐야?”


동시에, 녀석들이 당황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문 바로 뒤에서 나는 소리였다.


간신히 시야가 돌아오자마자 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분명 훤히 열려 있는 문이었지만 바깥으로 보이는 생경한 광경이었다.


문 너머에는, 모래가 정갈하게 깔린 광활한 운동장이 보였다.


“휴...”


시우가 한숨 돌리는 소리를 내자, 상황이 파악된 군자가 물었다.


“네가 한 거야?”

“어... 다행이 안 늦었네!”


시우는 자기 특수능력으로, 옥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문을 다른 문과 연결해 두었다.


반대편 풍경을 자세히 보니, 행복초등학교 운동장 인근의 어떤 문인 듯했다. 시우의 순발력이 빛난 순간이었다.


“임기응변이야! 빨리 수를 생각해 내 봐!”

“어...”


아니나 다를까, 대원들은 문을 부숴서라도 들어오려는지 건너편에서 쿵쿵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때,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건?”

“상관은 없는데... 그럼 목격자 제거 퀘스트를 끝낼 수가 없잖아? 여기처럼 좁은 공간도 아니라서, 네가 만든 갑옷도 결국 벌집이 되고 말 거라고.”


맞는 말이었다.


수적으로 절대 열세인 상황에서, 컨디션마저 좋지 않은 셋이 개활지로 나가 싸우는 건 자살 행위였다.


게다가 경찰이 몇 명일지 알고?


어쨌든 이 싸움은 여기서 끝내는 게 맞았다.


그때, 비틀거리던 재훈이 군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뭐?”

“...줘.”

“뭘 달라는 거야?”

“......무기! 아무거나!”


녀석은 자기도 거의 송장 같은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눈에서 죽일 듯한 살기를 풍기면서 싸울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군자는 벽 너머 쿵쿵거리는 소리에 심장이 쫄깃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침, 옥상 한구석에 웬 골프채 한 세트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게 보였다. 다가가서 뒤져보니 꽤나 비싸 보이는 놈들이었다.


“혹시, 이걸?”


군자는 골프채 중 하나를 집어 돌아와, 방금 재훈에게서 뺏었던 모닝스타를 다른 한 손에 잡은 채 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너, 어떤 무기가 제일 자신 있어?”


재훈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야구방망이!”


순간, 군자의 양손이 빛나면서 두 물체가 바닥의 그림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타난 것은, 칠흑같이 어두운 색의 야구방망이였다.


카본으로 된 드라이버 헤드 때문인지, 잔물결 모양의 패턴이 보이는 가볍고도 튼튼한 방망이였고, 이를 받아든 재훈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보이는 것도 같았다.


“열어!”

“흡...!”


군자가 소리치자, 시우가 능력을 풀었다.


동시에, 문이 벌컥 열리면서 대원 몇 명이 넘어지듯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타탕! 탕!


이어지는 총격에, 옥상은 다시 난장판이 되었다.


이번에는 시우도 이를 악물고 뛰어들었다.


어차피 여기서 물러서면 죽음뿐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무엇보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자기를 구해주려는 사람들 때문에 힘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 용기는 이어지는 싸움에서 더욱 고양됐다.


총칼로 무장한 대원들의 공격이, 셋에게 거의 데미지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크헉!”


칼날이 훑고 지나간 목덜미에서 벌컥거리는 피를 쏟으며 대원이 쓰러지고, 그 위를 잽싸게 밟고 올라간 시우가 이어지는 공격으로 뒤의 녀석을 맞이했다.


이전까지 받았던 물건들도 충분히 훌륭했지만, 역시 새로운 스킬로 만들어 낸 무구들은 이전과 차원이 달랐다.


무기는 훨씬 가벼우면서도 예리했으며, 공기를 가르는 느낌조차 잘 나지 않을 정도로 휴대성이 좋았다.


전신에 두른 갑주는 관절 부위가 훨씬 유연해져 움직이기가 한결 수월했다. 총에 정면으로 맞으면 여전히 엄청난 고통을 느꼈지만, 아까만큼 일시적으로 멈칫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군자는 계속해서 피를 퍼올리고 있었다. 아까와 달리 소총으로 무장한 대원도 있었기에, 난사당하면 아무리 카본 합성 무구라도 뚫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뭔가를 그리고 만들어내고 사용하기를 반복하면서 군자의 숨소리가 거칠어졌지만, 그만큼 둘의 전투력은 충분히 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온갖 비명과 요란한 소리가 잦아든 순간.


[<히든 퀘스트 : 목격자 제거> 완료.]


떠오른 팝업창 하나에, 산 자들은 죽은 자의 시신 위로 힘없이 쓰러져 조용히 숨을 몰아쉬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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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2. 정면돌파 (2) 23.07.10 7 0 10쪽
8 R2. 정면돌파 (1) 23.07.07 14 0 11쪽
7 R1. 사이코패스를 권하는 사회 (4) 23.07.05 8 0 11쪽
6 R1. 사이코패스를 권하는 사회 (3) 23.07.03 14 0 10쪽
5 R1. 사이코패스를 권하는 사회 (2) 23.06.30 17 0 12쪽
4 R1. 사이코패스를 권하는 사회 (1) 23.06.29 12 0 16쪽
3 R0. 복수의 자격(2) 23.06.28 17 0 11쪽
2 R0. 복수의 자격(1) 23.06.28 31 0 12쪽
1 프롤로그 23.06.28 41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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