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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황[魔皇]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지너스
작품등록일 :
2017.07.20 01:41
최근연재일 :
2017.07.30 02:35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271
추천수 :
14
글자수 :
25,956

작성
17.07.20 01:55
조회
415
추천
3
글자
6쪽

출생

DUMMY

1470년, 명나라 성화(成化) 6년


성화제(成化帝)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셋째황자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말만 셋째황자였을 뿐, 첫째황자는 어린 나이에 요절하고 둘째황자는 누군가에 의해 독살 당했으니 지금으로썬 황좌를 이을 수 있는 유일한 적통이었다.

첫째황자의 어머니인 후궁 만귀비는 그간 잉태된 수많은 아기씨와 둘째 황자의 암살에 대한 범인으로 지목되었으나 성화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그녀는 해당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다. 이를 시작으로 더더욱 노골적이게 된 만귀비의 행태는 결국,


“만귀비보다 일찍 임신을 한 이는 쥐도 새도 모르게 독살을 당하게 된다.”


라는 엽기적인 소문을 낳게 된다.

그런 와중에 태어난 셋째황자는 어찌 보면 만귀비에 대한 반역이오, 기적이었다.


황자의 어미가 되는 숙비는 오랑캐의 포로출신이긴 하나, 뛰어난 외모와 기재를 가졌기에 황제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그 결과로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부풀어 오른 배를 천으로 동여매고 오히려 웃는 낯으로 만귀비와 산책을 다니는 등의 방법으로 다른 이들을 속여 출산에 성공 할 수 있었다.

중인들은 황제의 총애를 믿고 갈수록 안하무인이 되어가는 만귀비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쌓여가던 중이었기 때문에 셋째황자의 순산을 기뻐하는 한편, 셋째황자를 낳은 숙비가 오랑캐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숙비에게 크게 감화되어 그녀의 심복을 자처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궁내에서 유 환관으로 불리는 유백환이었다.


“무슨 일이시옵니까? 숙비 마마.”


차가운 달빛을 쬐며 암울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던 숙비는 아직도 망설여지는지 입술을 움찔거리며 주저했다. 허나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무언갈 결심하곤 입을 열었다.


“자네는 최근 황궁에서 잉태되는 아기씨가 대부분 유산되거나 혹여 태어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독살 당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렇사옵니다.”

“그렇다면 그 범인이 누군지도 알고 있느냐?”


숙비는 품에 안겨 자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눈가가 촉촉해짐을 느꼈다. 이를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던 유 환관이 대답했다.


“어찌 모르겠습니까? 궁내에서 잡일을 하는 하녀들까지도 만귀비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도 알겠구나?”

“미천한 제가 감히 어찌 마마의 깊은 뜻을 다 알까 만은 만귀비의 손에 황자님이 해를 입으실까 걱정되시리라 짐작만 할 뿐이옵니다.”

“그래, 잘 아는구나."


숙비는 성화제의 정복전쟁 때의 포로로 잡혀온 여인으로써 궁내에서 지지기반이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궁내에 있는 황제의 처와 첩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심복들마저 오랑캐라 부르며 업신여길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낳게 된 황제의 아들은 어찌 보면 축복과 동시에 불안과 위협, 혹은 저주로까지 생각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아이를 죽이거라.”

“예?”


자신의 품에 안겨있던 황자를 유 환관에게 내민 황비는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이건 강요는 아닐세. 나는 그간 많은 노력을 해왔네. 자네와 같은 인재들을 내 곁에 두기 위한 것, 이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길 바라며 숨죽여 온 것, 저 가증스러운 만귀비 앞에서도 흐트러 지지 않고 웃으며 응대한 것, 출산의 고통 속에서도 혹여나 문밖의 이들이 눈치 챌까 소리도 내지 않은 것 등,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했네.”


숙비의 고통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봐왔던 유 환관은 땀을 한 방울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저 아이를 지키지 못할 것 같네. 그럼 어찌되겠는가? 보나마나 아무도 모르게 독살을 당할 텐데 이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끔찍한 고통이지 않겠는가?”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그만! 내가 어떤 처지인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네. 이것은 힘이 빠져서 하는 푸념이 아니라 이런저런 요소들을 계산 해본 결과일세.”


출산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여인의 그것이라기엔 너무나도 차가운 눈빛을 정면으로 받은 유 환관은 작게 몸을 떨며 대답했다.


"신에게 어찌 이리도 무거운 명령을 내리시옵니까? 저는 절대로 황자 마마를 죽일 수 없사옵니다."

"내가 이렇게 부탁해도 말이냐?"


순간, 부탁이라는 말과 동시에 숙비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궁에서 여러 장군들이나 힘 깨나 쓰는 족속들을 만나본 유 환관이었지만 숙비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 이 분이 여인의 몸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최소 만 단위 이상을 이끄는 숙비를 상상한 한 유 환관은 살짝 고개를 가로저으며 숙비의 물음에 답했다.


"그렇사옵니다."

"지금 이 일로 네가 죽을 수 있음에도 말이냐?"


-쿵!


"저 유백환은 목에 칼이 들어온다 한들 숙비 마마를 슬프게 만들지 않겠사옵니다."


유 환관은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방 안에 맴돌던 차가운 기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는 어느새 따뜻한 표정의 숙비가 말했다.


"진정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아이를 민가로 데려가 기르고 5살이 되는 해에 다시 황궁으로 데려 오거라. 자네이기에 하는 부탁일세. 가능하겠는가?"


갑자기 달라진 숙비의 태도에 잠시 어안이 벙벙해진 유 환관은 이내 숙비가 자신을 시험했다는 사실을 깨닫곤 불쾌함도 잊은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당해버렸군.’


그리곤 목소리와 마음을 가다듬고 힘차게 대답했다.


"맡겨만 주시옵소서. 숙비 마마"


달밤에 은밀한 이야기가 오간 후, 유 환관은 숙비에게서 몇 가지 물건과 당부를 듣고 자신의 숙소에 황자를 숨겼다. 그리고 며칠 뒤 숙비의 입김으로 공식 명령를 받아내자 황자와 함께 궁을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는 무관인 친동생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황자를 그의 아들로 입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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