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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이야기 님의 서재입니다.

안녕, 미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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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이야기
작품등록일 :
2015.09.10 20:27
최근연재일 :
2015.09.11 20:21
연재수 :
2 회
조회수 :
288
추천수 :
4
글자수 :
8,365

작성
15.09.11 20:21
조회
59
추천
1
글자
9쪽

이름이 뭐에요(2)

DUMMY

2화.

 

 

 

좀처럼 입맛이 돌아오지 않는 탓에 매일 저녁을 걸렀다. 혀로 맛을 느끼는 행위를 일종의 낙으로 삼아온 나였기에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를 낯설게 여기고 당황스러워 하기 까지 했다. 주변 사람들이라 해봤자 회사 사람들이 전부였지만.



“ 어, 엄마 ㅡ. ”



퇴근 하며 확인한 핸드폰에는 엄마에게 온 부재중 전화 한 통이 와 있었다. 내가 이사를 하고난 뒤, 부쩍 걱정이 늘은 엄마는 예전보다 연락하는 횟수가 잦아졌고, 나는 그런 엄마의 연락을 가끔은 미뤄 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엄마의 전화를 받고나면 그랬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고, 죄스러워진다.



“ 저녁? 먹었지. 엄마는? ”



먹지도, 먹을 생각도 없는 저녁을 먹었다고 거짓말을 치고, 엄마의 저녁식사 여부를 묻는다. 선의의 거짓말이라면 이것 또한 내 나름의 선의의 거짓말이라. 엄마의 입에선 ‘ 아직이지, 뭐… …. ’라는 대답이 나왔고, 주차된 차로 걷던 빠른 발걸음은 어딘가 시려오는 가슴 한 켠에 의해 느려졌다.



“ 어서 챙겨먹어 ㅡ. 왜, 입맛 없어? ”


[그러게. 자꾸 맛이 안 나네.]



한 달 전에 편도선 수술을 받은 엄마는 그 때 이후로 음식 맛을 모르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꺼내놓으셨다. 목상태가 회복이 된 후, 집을 찾아갔을 때 선반에 있던 라면이 한가득 줄어든 것을 보고 엄마의 입맛이 얼마나 없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잘 끓여드시지도 않는 라면이 확 줄어든 것을 보고 맛있는 거 먹으러 나가자고 엄마 손을 붙잡았었다. 그러나, 엄마는 붙잡힌 손을 빼내며 돈이 아깝다는 말을 하셨고, 나는 그 말에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한 순간도 참지 못하고 토해냈었다.



“ 엄마, 일단 나 집에 가서 연락할게. ”



푹 꺼지는 목소리에 어린 짠기가 엄마에게 까지 전해질까 또 한번 못된 딸이 되었다.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핸들에 이마를 기대었다. 그리고, 고갤 옆으로 돌리자 조수석에 가만히 앉아있는 곰인형, 추가 눈에 들어온다. 어린아이 몸집만한 저 아이의 이름은 추다. 벌써 나와 4년을 함께 했고, 운전을 할 때면 항상 내 옆을 지켜준다. 사실은 내가 추를 태우고 운전을 하는 버릇이 있는 거겠지만.



“ 내일은 엄마 보러 가자. ”



하얀 털로 뒤덮인 말간 얼굴에 부드럽게 올라간 양쪽 입꼬리와 매끈한 돌맹이가 떠오르는 까맣고도 까만 두 눈은 내가 아닌 곳을 향해있지만, 추는 마치 내가 하는 말에 ‘그래.’라고 대답해주는 것 같… ….


The buttons on your collar ㅡ, The color of your hair ㅡ

네 옷깃의 단추들 ㅡ, 네 머리의 색 ㅡ

I think i see everywhere… ….

난 모든 곳에서 너를 보는 것 같아… ….


순식간에, 그것도 너무나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 차키를 꽂아만 두었던 차가 제멋대로 시동이 걸림과 동시에 번쩍거리는 전조등이 주차장을 환히 내비추었고, 불빛을 반짝거리며 틀어진 라디오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피아노 선율, 가사말 하나 하나가 듣는 이를 향한 이야기인 듯 차분히 읊어부르는 폴 부캐넌의 목소리가 그 어느 날, 영화관에서 홀로 앉아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 까지 좀처럼 일어서지 못하고, 눈물 젖은 얼굴로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던 그 노래가 지금은 내게 공포로 다가오고 있었다.



“ 이봐요, 서영씨! ”


“ 으아악, 엄마아!!! ”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있는대로 힘껏 소리를 지르며 두 귀를 틀어막고 얼굴을 다리 위로 파묻었다. 화통을 삶아먹은 듯 목청이 너무나 좋았던 탓에 순간적으로 기억 속에 묻어버렸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얼마 안 가 떠올랐고, 천천히 고개를 들고 뒤를 돌아본 그 짧은 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게 다 겁은 더럽게 많은 주제에 공포영화를 너무나 많이 본 탓이다.


창 밖에는 낯설지 않은 남자가 두 눈을 끔뻑거리며 지레 겁을 먹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긴장감에 얼어붙은 몸이 안도감으로 녹아내리자 한숨이 절로 터져나왔고, 손 마디 끝이 시려오는 느낌에 두 손을 마주잡고 주물렀다.



“ 무슨 일 있어요? ”



의아한 얼굴로 물어오는 이 남자는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다. 나와 같은 시기에 입사를 했는데, 아이디어 뱅크라 불리며 내놓는 아이디어 기획마다 대박을 터트려 고속승진 루트를 밟은 남자였다. 낙하산이니 어쩌니, 뒤를 따라다니는 소문은 무성하지만 공과 사 어느 것으로든 흠 잡을 데가 없어 어디까지나 근거없는 뜬소문으로 뒤에서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심풀이 대상이다.



“ 아뇨, 별 일 아니에요. ”



창을 내리고, 인사를 한 뒤 질문에 대답한 나는 민망함에 남자의 얼굴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고, 귀 뒤로 잘만 고정 되어 있는 짧은 머리칼만 쓸어넘기기 바빴다.



“ 시동 켜놓고 한참 놀라하는 것 같길래… …, 그래서 와봤어요. ”


“ 아, 네… …. ”


“ 혹시, 인형 때문에 놀란 거에요? ”


“ 추 때문에 그런거 아니에요. ”


“ 예? ”



내가 말해놓고 내가 놀라 숨을 들이마쉬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미친거야, 이 서영. 인형을 옆에 앉혀놓고 안전벨트 채워놓은 것도 모잘라서 이름까지 붙여놓고 데리고 다니는 걸 알면 나를 얼마나 우스운 인간으로 볼까. 미친여자, 또라이로 볼 게 분명해.



“ 그냥 무시해도 돼요. 실은 시동이 멋대로 켜지고 노래도 멋대로 켜져서 놀랐어요. ”



주여. 내 말에 남자의 얼굴은 더욱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변해 있었다. 이젠 정말 빼도 박도 못하게 미친 여자로 볼 게 분명해.


Now I see it everyday

이제는 당신을 매일 보고 있어

And I know that I am, I am… …, I am the luckiest

그래서 알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놈이라는 걸


폴 부캐넌의 노래는 어느새 끝나 있었고, 새로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같은 영화에 삽입된 두 노래가 연속으로 흘러나온 것이다. 분명 랜덤재생으로 해놓았는데 말이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나는 짜증스럽게 플레이어의 전원 버튼을 꺼버렸다. 낭만적인 선율로 가득했던 차 안이 조용해졌고, 나는 그제서야 평온을 되찾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 그러실 줄 알고, 말 안했던 거에요. ”


“ 뭐를요? ”


“ 당연히 안 믿으실 줄 알았다구요. 그래서 말 안하려고 했다는 거에요. ”



평온을 되찾긴 개뿔. 내가 뭘 어쨌다고 라는 표정으로 가득한 남자의 얼굴에 쏘아붙이 듯 내뱉어버렸다. 내 또래이며, 다른 부서여도 상사인건 분명한데 나는 지금 누구한테 화풀이를 하고 있는 건지. 감정 조절 정말 안된다, 이 서영. 최악이야.



“ 아뇨, 믿어요. ”


“ 네? 뭐라구요? ”


“ 급발진의 일종이겠죠. 차도 제멋대로 움직이는 판에 그거라고 그렇게 안될까요. ”



그제서야 이 남자의 모습 하나 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성적인 감정을 포함한 특별한 감정이 아닌, 사람 대 사람 간의 인간관계에 있어서 폐쇄적인 내가 상대방을 인지함에 있어서 마음의 문을 여는 것과 비슷하다.


감성과 이성 사이에 오로지 이성적인 관념만 고집할 것 같은 무뚝뚝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남자는 부드러운 인상을 지닐 줄 알았다. 표정의 섬세한 변화가 많은 그는 무성하게 매달려 따라다니는 소문들은 역시 소문들에 불과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끔 만들어 보이는 순수한 눈빛도 띨 줄 알았다.


어느새 나를 바짝 긴장시켰던 공포심과 불안함은 사라져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급발진의 일종이라는 말이 웃기다는 생각도 들었다. 푸흐, 하고 웃음이 터지니 남자도 머리를 긁적이며 웃음기를 머금어 보였다.



“ 죄송해요. ”


“ 아닙니다. 나를 예민하게 만드는 날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



또한 그는 나보다 더욱 어른스러운 면모를 지녔다.



“ 혹시 모르니까 정비도 한번 맡겨보세요. ”


“ 그럴게요. 고맙습니다. ”


“ 고마우시면 밥 한 끼 같이 먹어요. ”


“ 네, 그럴게요.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



고개 인사로 함께한 내 대답에 남자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저렇게 웃으니 어려보이기 까지 한다. 여러모로 좋은 건 다 가지고 있는 듯 하네. 사람마저 좋아보이니, 소문이 들끓을 법도 하지. 어쩌면 그는 질투에서 비롯된 소문들이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는 다는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이드 미러 속의 그는 멀어지고 있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이 작아지고 보이지 않게 될 때 즈음, 지상으로 향하는 통로로 들어섰다.



“ 추야, 오늘 엄마 보러 가자. 가서 맛있는 거 먹자. ”



그리고, 나는 신경질적으로 꺼버렸던 플레이어의 전원 버튼을 다시 눌렀다. 그러자, 벤 폴즈의 The Luckiest가 이어져 흘러나왔다.


작가의말

노래 가사 해석은 [안나의 일기]라는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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