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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민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방위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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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민
작품등록일 :
2019.04.01 11:08
최근연재일 :
2019.05.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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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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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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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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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7-2. 사라진 부리막대와 하람의 운명 그리고 애필로그

DUMMY

3월 21일 목요일(춘분 다음 날)


하람이 책상 밑에서 빠져나왔다. 연구소 상황실은 폭탄을 맞은 듯 처참했다. 캄캄한 칠흑 속에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하니 두려웠다.


“소장님, 부장님 어디 계세요?”

하람이 주변을 살폈다. 상황판의 세계지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유리창은 모두 깨져서 바다 바람이 그냥 들어왔다. 깨진 창 너머로 검붉은 동해바다가 보였다. 파도는 여전히 거칠게 몰아쳤다. 금방이라도 파도가 창을 넘어 들이칠 거 같았다.


하람은 조금 전의 일을 회상했다. 강태석 소장과 김찬민 부장이 자신의 옆에 있었다. 창이 흔들리고 책상이 흔들릴 때 큰일이 발생할 것이 느껴졌었다. 강화 유리 창문이 깨지고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 조짐을 감지한 김찬민 부장이 대피명령을 내렸다. 직원들은 모두 지하 대피소로 이동했고, 김찬민 부장과 강태석 소장만 상황실에 있었다.


“우리도 가야 하지 않을까요?”

강태석 소장의 말에 김찬민 부장이 주변 상황을 최종 확인한 후 상황실 문을 나서려는 그 순간 불이 꺼지면서 큰 폭발음과 귀를 찢는 강한 소리가 들린 후 기억을 잃었다.

하람은 그들을 계속 찾았다. 그때 문 근처에서 소리가 들렸다. 하람이 쓰러진 잔해더미를 치우자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강태석 소장이 보였다.


“소장님, 괜찮으세요?”

“괜찮아. 그런데 다리가 움직이질 않네.”

하람이 강태석 소장을 누르고 있는 책상을 들어 올렸다. 강태석 소장이 다리를 빼냈으나 한쪽 다리가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다.

“어떠세요?”

“다리가 부러진 거 같아. 부장님은 어디 있니?”

“아직 못 찾았어요.”


하람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잔해 더미 아래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하람이 잔해를 걷어 내자 책상 밑 공간에 김찬민 부장이 보였다.

“괜찮으세요?”

“난 괜찮아. 다행히 책상 밑으로 굴러 들어가서 몸을 피할 수 있었어.”

그가 책상 밑에서 나왔다. 김찬민 부장과 하람은 부상이 심한 강태석 소장을 복도 쪽으로 끌어냈다. 김찬민 부장이 부서진 책상 나무와 커튼으로 부목을 만들어 강태석 소장의 다리를 묶었다.


“이렇게 하면 조금은 나을 겁니다.”

“언제 이런 걸 다 배우셨어요?”

“저희야 항상 험한 곳을 다니다 보니 이런 일이 다반사라 응급처치 상황을 알아두고 있죠.”


김찬민 부장이 일어나 바닷가를 바라보았다.

“이제 다 끝난 걸까요?”

“그런 거 같은데,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구나.”

하람의 말에 김찬민 부장이 어둑한 마을 쪽을 보며 말했다. 주변은 온통 암흑 천지였다.

“원시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드네요.”

하람이 말했다.


“지하 대피소의 직원들은 무사한지 가봐야겠어요. 여기서 쉬고 계세요.”

김찬민 부장이 앉아 있는 강태석 소장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복도 중앙에 있는 계단으로 향했다.

“지구방위기사단이 이겼겠죠?”

“잠잠한 걸 보면 그러지 않을까?”

강태석 소장이 자세를 고쳐 잡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벽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지하로 대피한 직원들은 무사해요.”

김찬민 부장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전기, 통신 등이 모두 나갔어요. 도로도 대부분 파손되어 이곳에 있으면서 구조를 기다려야 해요.”

“해가 뜨면 좀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까요?”

하람이 어둠 너머 수평선 위로 희미하게 보이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 김찬민 부장도 바다를 보았다. 하람은 동해를 보며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리고 밝은 얼굴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지구방위기사단이 다이몬을 물리쳤데요.”

“그래? 다행이다.”

강태석 소장이 웃으며 말했다.

“저를 찾고 있어요. 무 대륙으로 가야 해요.”

“지구방위기사단이 이리로 안 오고? 여기서 무 대륙까지 어떻게 가려고?”

강태석 소장이 놀라서 물었다. 

“점핑을 몇 번 하면 갈 수 있어요.”

“너도 매디처럼 순간이동을 한다고?”

“매디처럼은 아니고, 그것을 여러 번 반복하면 돼요.”

“우리랑 함께 가는 거지?”

강태석 소장이 아픈 다리를 이끌고 일어났다.

“그건 힘들어요. 전 혼자는 가능한데 누군가와 함께 이동할 수는 없어요. 두 분만 남겨 놓고 가서 미안해요.”

강태석 소장의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했다. 김찬민 부장도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상황보고 바로 올게요. 그동안 치료 잘 받으세요.”

“너도 몸조심해라.”


김찬민 부장이 하람을 따뜻이 안아 주었다. 강태석 소장도 하람하고 포옹을 했다. 하람이 조용히 사라졌다. 강태석 소장은 깜짝 놀랐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품에 안겨 있었던 하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하람이 괜찮을까요?”

김찬민 부장이 근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강단 있는 아이라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강태석 소장이 동해바다를 보며 말했다. 아침을 알리 듯 수평선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몇 번을 점핑하여 하람이 무 대륙의 신전 앞에 도착했다. 신전은 지구의 대 변화 속에서도 부서진 곳 하나 없이 깨끗했다. 하람은 신전 안으로 들어가 열두 개의 기둥에 둘러 싸여 있는 원형 안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원형이 빙글빙글 돌더니 하람이 사라졌다. 그리고 지구방위기사단이 있는 지하로 내려갔다. 하람이 도착하자 모두들 반가운 얼굴로 맞이했다.


“다이몬은 어디에 있나요?”

“여기 안에 있어.”

푸르미르가 여의주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제 다 끝난 건가요?”

“하람아, 잠시 얘기 좀 하자.”


대간이 하람을 데리고 구석으로 갔다. 하람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구방위기사들이 바라보다 둘이 대화를 시작하자 다들 다른 곳을 응시했다. 대간과 하람이 지구방위기사단 쪽으로 걸어오자 이든이 먼저 하람에게 다가갔다.


“대간에게 얘기 들었지?”

하람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었다. 할 수 만 있다면 자기가 나서서 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지구방위기사단을 하람은 천천히 바라보았다.


“다시 돌아 올 수 있는 건가요?”

“반드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할게.”

대간이 힘겹게 말했다. 다른 지구방위기사들은 뒤 돌아 있었다. 백호가 하람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결심이 선 거니? 네가 안 하겠다면 하지 않아도 돼.”

하람의 눈이 붉게 충혈 됐다. 하람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자, 그럼 이제 신전으로 올라가자.”


지구방위기사단과 하람이 신전 중앙에 모였다. 열두 개의 기둥 안으로 지구방위기사단이 들어갔다. 중앙에는 하람 혼자 여의주를 갖고 있었다. 열두 개의 기둥이 서서히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원형의 단은 반대편으로 돌았다. 여의주에서 푸른빛이 나며 열두 개의 기둥을 비추었다. 끊어졌던 열두 궤의 고리가 연결되었다. 그리고 하람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신전을 벗어나자 빛의 속도로 하람이 사라졌다. 빠르게 돌던 기둥이 멈추었다. 가운데 원형의 단도 멈췄다. 기둥 안에 있던 지구방위기사단이 사람의 모습이 되어서 나타났다. 그리고 말없이 각자의 길을 갔다.

   


에필로그


여의주 안은 커다란 사차원의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우주와 같은 공간, 암흑의 공간, 미로와 큐브들이 엇갈려 있는 공간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공간들이었다. 불가마니가 공간 속을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으며, 공간과 공간을 이동할 때 균열된 틈 사이로 불가마니에서 푸른빛이 보였다.


강태석 소장은 다리에 핀을 박는 수술을 했었다. 깁스를 한지도 보름이 지났다.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답답했다. 황정민 박사가 수다를 떨고 가서 그나마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다. 그녀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뉴스 보도하듯 설명했었다. 첨성대는 복원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무 대륙 발굴 조사팀이 꾸려지는데 그녀가 선정되어 조만간 무 대륙으로 떠난다고 했다. 막상 그녀를 떠나보내려고 하니 아쉬웠다.


하람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지구는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대간과 하람을 만났던 일주일이 정말 꿈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그들을 못 볼 것 같았다. 햇볕이 따뜻하게 병실에 들어왔다. 춘곤증이 온 건지 강태석 소장의 눈이 스르르 감기려고 했다. 그때 문 앞에 누군가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감기려는 눈을 뜨고 봤다. 대간이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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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26-4. 다이몬과 푸른악령들과의 마지막 일전 19.05.03 62 2 10쪽
52 26-3. 다이몬과 푸른악령들과의 마지막 일전 19.05.03 53 2 8쪽
51 26-2. 다이몬과 푸른악령들과의 마지막 일전 19.05.02 58 2 9쪽
50 26-1. 다이몬과 푸른악령들과의 마지막 일전 19.05.02 62 2 7쪽
49 25. 하늘의 문이 열리다 19.05.01 54 2 7쪽
48 24. 가온누리님의 별과 하늘의 문 19.05.01 53 2 9쪽
47 23-2. 스핑크스와 피라미드의 수수께끼를 풀다 19.04.30 59 2 8쪽
46 23-1. 스핑크스와 피라미드의 수수께끼를 풀다 19.04.30 50 2 7쪽
45 22. 지구방위기사단의 위치를 확인하다 19.04.29 50 2 7쪽
44 21. 하몬의 습격을 피하다 19.04.29 73 2 12쪽
43 20. 사라진 지구방위기사단과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19.04.26 46 2 10쪽
42 19-2. 푸른악령들과의 일전 19.04.26 58 2 8쪽
41 19-1. 푸른악령들과의 일전 19.04.25 60 2 7쪽
40 18. 부활하는 푸른악령들 19.04.25 48 2 11쪽
39 17-2.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곳 19.04.24 58 2 8쪽
38 17-1.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곳 19.04.24 51 2 8쪽
37 16. 마지막 지구방위기사 푸르미르를 찾다 19.04.23 61 2 9쪽
36 15-2. 푸른악령의 근거지 악마의 산 19.04.23 45 2 7쪽
35 15-1. 푸른악령의 근거지 악마의 산 19.04.22 42 2 7쪽
34 14. 지구방위기사단을 만나다 19.04.22 40 2 8쪽
33 13. 부리막대 상자 속 지구방위기사단의 위치를 해석하다 19.04.19 41 2 8쪽
32 12-2. 무 대륙의 멸망 원인과 세차운동 19.04.19 37 2 9쪽
31 12-1. 무 대륙의 멸망 원인과 세차운동 19.04.18 48 2 7쪽
30 11-4. 진시황릉과 검은 병사들 19.04.18 38 2 8쪽
29 11-3. 진시황릉과 검은 병사들 19.04.17 31 2 8쪽
28 11-2. 진시황릉과 검은 병사들 19.04.17 31 2 8쪽
27 11-1. 진시황릉과 검은 병사들 19.04.16 51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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