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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제민님의 서재입니다.

극악의 게임에서 살아남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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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제민
작품등록일 :
2021.02.15 22:43
최근연재일 :
2021.02.25 15:2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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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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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가루라 마을(3)

DUMMY

Ep6. 가루라 마을(3)




“보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녀석들 여기서 무슨 배지를 찾고 있었습니다.”


제논과 이리스를 안내한 남성은 그룩이 홀로 들어오자 곧바로 그룩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것만이 그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도 보인다. 그런데 저 녀석들을 여기까지 안내한 버러지 새끼는 누구지?”

“예?”


콰아앙-!


그룩은 질문에 대한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자신의 부하를 한 손으로 날려버렸다.

그 힘이 어찌나 센지 남성은 날아가듯 벽에 부딪혀 꿈틀대더니 이윽고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무슨 짓을 하는 건가요?! 당신의 부하 아닙니까?”

“부하? 아~ 방금 그 자식 말인가? 아쉽게도 난 배신자 새끼들까지 부하라고 생각하진 않아서 말이야.”

“어째서 저딴 인간을 따르는지 모르겠군요.”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웃는 그룩을 보며 이리스가 이를 바득 갈았다.

아마도 지난밤 그녀의 동료들을 잃었던 사건이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런 이리스와는 달리 제논은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그룩을 침착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감지로 느껴지는 기척은 이리스보다 살짝 높은 정도인가, 문제는 착용 중인 저 마도군데...’


그룩의 전신을 뒤덮고 있는 거대한 마도구.

그 마도구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상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위험했다.

제논은 빠르게 자신의 기억을 뒤져 원하는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마치 전신 슈트와도 같은 형태. 순간 제논의 머리에 과거에 게임에서 유행했던 한 슈트가 스쳐 지나갔다.


“이봐 떡대. 그거 설마 크리트 슈트냐?”


제논의 예상이 맞았던 것일까.

그룩의 눈동자가 몰라보게 커졌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글쎄, 넌 말해줘도 몰라.”


크리트 슈트.

제논이 아포칼립스 2077을 즐길 무렵 한때 최강이라 불리기도 했던 전신 슈트였다.

물리 공격에 강한 크리트라는 광물을 사용한 슈트로써 그 조합법에 따라 가공할만한 물리 내성을 가지는 것이 그 특징.

그 슈트가 처음 나왔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유저가 그 슈트를 썼을 만큼 대단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제논 역시 그중 하나였고.


“보아하니 초창기 모델 같은데 그거 생각보다 구리다?”

“구리다고? 크하하하핫!”


제논의 말에 그룩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부하에게 자신을 사격하도록 명령했다.


“저게 지금 뭐 하는...”

“내버려 둬요, 과시하고 싶어 하는 거 같으니까.”


순간 수많은 총알이 그룩을 향했지만, 그 어떤 총알도 그룩을 상처입히지는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입고 있는 마도구에는 물리 피해 완전 무효화 기능이 있었으니까.


“이제 좀 알겠나? 이 기능이 있는 한 너희에게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크리트 슈트의 기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이리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어 갔다.

제논의 총이 통하지 않는다면 저 남자를 상대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었기에.

하지만 자신의 검이 저 슈트를 뚫어낼 수 있을지 솔직하게 자신이 없었다.


“뭐해요, 그쪽이 상대하려고요?”

“네? 하지만 총이 통하지 않는 이상 제가.”

“됐어요, 그쪽한텐 무립니다. 덩치는 제가 맡을 테니까 대신 주변의 다른 녀석들이나 좀 상대해줘요.”

“하지만...”


제논은 이리스를 뒤로 한 채 양손에 총을 뽑아 들고 그룩과 마주했다.

사실 크리트 슈트는 마검사라 하더라도 고위 레벨이라면 얼마든지 파훼가 가능한 슈트였다.

단지 이리스에게는 아직 일렀을 뿐.

앞으로 몇 걸음 걸어 나온 제논은 락 온 스킬을 발동시켜 그룩으로 타겟을 고정했다.


“총이 안 통한다고?”


제논이 그룩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 카앙!


“몇 번을 말해줘야... 크헉.”


제논의 총알은 그룩의 부하들과 마찬가지로 크리트 슈트에 아무런 흠집조차 내지 못한 채 튕겨 나갔다.

하지만 탄이 가진 위력만큼은 확실하게 전달됐는지 그룩이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제논을 바라봤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이새끼.”

“보는 그대로 마총사 나부랭이지 뭐.”


그룩은 표정을 구겼다.

크리트 슈트가 있는 한 여전히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는 있었지만, 제논의 여유만만한 표정은 어쩐지 맘에 걸렸기 때문에.


‘설마 정말로 이 슈트를 파훼할 방법이 있는 건가?’


아니. 절대로 그럴 일은 없다.

고레벨의 마도사가 아닌 이상 이 슈트를 파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그룩은 자신의 불길한 예감을 애써 지우며 제논을 향해 달려들었다.

더 이상 그가 자유롭게 공격하게 놔둬선 안 될 것 같다는 본능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콰아아아아앙-!


무투가의 가장 큰 강점은 민첩성과 근력.

거대한 몸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빠른 속도로 그룩이 제논을 노렸지만, 제논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여유롭게 공격을 피해냈다.


“속도에는 자신이 있는 모양이구나 쥐새끼 주제에.”

“마총사가 속도에 자신이 있을 리가. 그냥 네가 느린 거지.”


마총사는 무투가에 비해 당연하게도 그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서로 같은 레벨일 경우의 이야기.

마도 레벨에서 우위를 보이는 제논의 신체 능력은 그룩과 비슷한 수준, 아니 그보다도 조금 더 위라고 볼 수 있었다.

그룩은 이를 바득 갈며 자신의 몸에 신체 강화 스킬을 사용했다.


“민첩성 강화, 근력 강화.”

“강화 스킬도 사용할 줄 알아? 귀찮게 됐네.”

“그 건방진 입부터 찢어발겨 주마!”


제논이 그룩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지만, 그룩은 팔로 날아오는 총알을 튕겨내고는 곧바로 제논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속도와 파워.

공격을 피하는 제논의 행동에도 전과 같은 여유는 보이지 않았다.


“이제 좀 실감이 나나 보지? 무투가와 마총사가 근접에서 싸운다는 게 어떤 의민지 말이야.”


웃음기가 사라진 제논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룩의 가슴에 흥분이 차올랐다.

신체 강화 스킬까지 사용한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것은 조금 상정 외였지만, 싸움의 흐름은 이미 자신의 것.

제논이 단 한 번이라도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는 순간, 자신의 승리가 확정된다.

하지만 그 순간.


“후우-. 근접전투로 이겨보려던 건 좀 오바였나.”


한참 방어에 치중하던 제논이 한숨을 내쉬고는 그룩의 얼굴에 총알 한 발을 날렸다.

순간 총알을 쳐내기 위해 멈칫하는 그룩.

제논은 그 틈을 이용해 서로의 거리를 조금 벌려놓은 뒤 그룩을 쳐다봤다.


“내가 초창기 모델이 구리다고 했지? 그 이유가 뭔지 알려줄까?”

“아직도 그 소리냐.”

“뭐 듣기 싫어도 들어. 초창기 모델처럼 물리 내성을 무효까지 끌어올리면 약점이 생겨. 바로 물리 공격이 아닌 마력 공격에 취약해진다는 거야.”


그룩은 제논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알고 있던 사실이기에.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마술사와 고위 마도사들만 피해서 사냥한다면 그 정도 약점 따위 없는 것과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안 좋은 소식 하나. 나한테도 비슷한 수단이 있다는 거지.”


제논은 양손의 권총을 그룩에게 겨눈 채 스킬을 발동시켰다.


“바인드 불렛(Bind bullet).”


마총사의 3레벨 스킬인 바인드 불렛.

총구를 떠난 탄환이 목표물인 그룩을 강타하자 그룩의 다리 아래서 마력의 덩굴들이 그를 감싸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씨발!”

“아마 못 풀 거다. 네가 그 슈트를 입고 있는 이상.”


본디 마도사에겐 마력 저항이라는 힘이 있기에 이런 바인드 마법은 장시간 대상을 구속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그룩이 입고 있는 크리트 슈트.

강력한 물리 내성과는 반대로 사용자의 마력 내성을 떨어뜨리는 그 성질은 이 순간 바인드 마법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쥐새끼 주제에 잔재주를... 하지만 결국 나를 공격할 수단이 없는 이상 네 놈이 이길 수는 없지. 안 그래?”

“아 그것도 말인데. 사실 너랑 나랑은 상성이 너무 안 좋아.”

“크하하핫, 잘 알고 있구나.”

“아니 네가 생각하는 반대 의미로 말이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그룩.

제논은 그런 그룩을 향해 다시 한번 총알을 퍼붓기 시작했다.


타앙-, 탕, 타아앙-.


“학습 능력이 없는 건가? 총알은 통하지 않는다고 몇 번을...”


탕-, 타앙- 타아앙.


가장 먼저 변화를 알아차린 것은 그룩 본인이었다.

절대로 깨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무적의 슈트.

몇 번이고 총알을 튕겨냈던 그 슈트에 조금이지만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뭐, 뭐야? 이거 왜 이래?”

“그게 가드 크러쉬라는 거다.”


그 어떤 방어구라 하더라도 같은 곳에 지속적인 타격을 입히면 반드시 그 방어를 허물고 마는 힘.

그것이 제논이 3회차 보상으로 받은 기누스의 권총이 가진 특별한 힘이었다.


콰아아앙!


제논의 총알을 몇 번이나 더 견뎌 냈을까.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크리트 슈트가 가드 크러쉬의 효과로 인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완전히 부서졌다.


‘저, 저딴 괴물이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이미 자신의 패배는 불 보듯 뻔한 상황.

그룩은 자신이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내린 판단은 그답게도 협박. 자신을 건드렸다간 무사할 수 없음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나, 나를 죽이면 그분들께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이대로 떠난다면 네놈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해주마.”


머리를 굴려서 나온 한 마디가 우습게도 고작 이런 거라니.

제논이 어처구니없어하며 입을 열었다.


“그분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널 살려둬선 안 되겠다는 건 확실히 알겠네.”

“너, 너 이 자식! 그분들이 두렵지도 않은 거냐?!”

“아 글쎄 누군지 모른다니까. 그리고 그 녀석들이 나를 알 리가 없잖아.”


제논은 망설임 없이 그룩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죽은 자는 원래 말이 없는 법이니까.”




* * *




그룩을 처리한 뒤 제논은 고개를 돌려 이리스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분명 총으로 무장한 용병들이 십 수명 가까이 있었건만 레벨2인 그녀의 적수가 되지는 못하는 듯했다.

제논은 이리스가 마지막 용병을 쓰러뜨리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예상외로 가차 없이 다 죽였네요.”

“네... 되도록 인간을 베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세상이기에 각오해야만 하는 일이죠. 혹시 실망하셨나요?”

“오히려 마음이 맞아 다행입니다.”


제논은 어깨를 들썩이며 대답한 뒤 그룩의 시체로 다가갔다.

그의 시체 주변에 널브러진 크리트 슈트의 파편들.

그 원재료가 희귀한 광물인 만큼 이대로 버려두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고 가서 재가공하면 쓸만한 장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실력 있는 대장장이를 만나야만 하겠지만, 불가능 한 일은 아닐 것이다.

제논은 이리스가 자신을 보지 않는 틈을 타 슈트의 파편들을 모아 아이템 창에 몰래 집어넣었다.

이 세계에서 아이템 창은 이질적인 능력이었기에 보여서 좋을 건 없었으므로.


‘이건 또 뭐야? 별걸 다 가지고 있네.’


제논이 크리트 슈트를 모두 회수하자 그룩의 맨몸이 온전히 드러났고, 그제야 그룩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평상시 마력을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마도구, 마력 저장 반지였다.

등급이 높아 보이진 않는 게 큰 마력을 저장할 순 없어 보였지만, 전리품으로 챙겨가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제논은 주저 없이 반지를 자신의 손에 끼웠다.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떻게 할까요? 제논님.”

“생각할 게 있나요. 그분들인지 뭔지가 오기 전에 얼른 이 마을을 떠야죠.”

“그럼 마을 주민들은...”


이리스는 마을에 있는 주민들이 걱정되는 눈치였다.

비록 약탈자이긴 했지만, 용병들의 존재로 인해 최소한 몬스터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을 테니.

그들을 모두 소탕한 지금 그들의 안전을 지켜줄 사람은 더 이상 이 마을에는 없었다.

제논은 그런 이리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걱정되면 이 마을에 대해서 군대에 보고라도 해보는 게 어때요. 뭐 상부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기왕이면 마을 주민들을 모두 데려오는 쪽으로 말해봐야겠어요.”


마을 주민들을 모두 데려오고 싶다라.

참으로 꿈이 큰 아가씨라고 생각했지만, 제논은 고개를 끄덕여 이리스의 의견에 동의해 주었다.

뭐 꿈은 크면 클수록 좋은 거니까.

제논은 그룩에게서 쓸만한 것들을 알뜰하게 회수한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출발합시다. 다음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다음 목적지요?”


제논은 주머니에서 퀘스트 확인용 마도구를 꺼내 펼쳤다.

이미 달성한 퀘스트의 목록은 전부 사라지고 단 하나의 퀘스트가 미달성 된 채 마도구에 표시되고 있었다.


[이리스 바렌을 탈리온까지 귀환시키시오]

[보수: 15,000P]


제논은 남아있는 퀘스트 목록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지었다.


“돌아가야죠, 탈리온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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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뒤바뀐 현실 +1 21.02.16 89 7 14쪽
1 프롤로그 +1 21.02.16 159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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