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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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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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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8,632

작성
21.10.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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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0. 쓰레기들의 행성 (4)

DUMMY

80.


“상담요?”


“그래. 특별히 공짜로-”


“험버트 이 씹새끼야!”


퍼억!


순간 스스로를 바투 루앙이라 밝힌 아프로 머리의 얼굴이 뭉개지더니,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오른팔이 없는, 외팔이 남성이었다.


“루... 루앙. 아아악!”


“험버트 이 개새끼야. 너 오늘 좀 맞자.”


남자는 컨테이너 창문으로 머리만 내밀었던 ‘자칭 바투 루앙’의 머리끄댕이를 잡고 꺼내더니.


“말했지? 나는 니가 와이프 팔아서 술 마시던, 애새끼들 납치해서 창녀촌에 팔아넘기던 신경 안 쓴다고! 그러니까 나한테 피해 주는 일만 하지 말라고! 그런데 니가 감히 내 사칭을 해?”


정말 죽이려는 기세로, 사정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퍽! 퍽!


링링과 유아라는 난데없는 폭력에 얼굴을 찌푸리고, 한겨울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 멀뚱멀뚱 쳐다만 보는 가운데 새롭게 나타난 남자를 인식한 [빅 데이터]가, 나만 보이는 창을 하나 띄웠다.


[ 바투 루앙 ( 29세 ) ]

[ 마나량 : 811 ]

[ 이명 : 없음 ]

[ 마나의 속성 : 변화 ]


[ 비고 ]

- 비회원. 우주연합 2급 현상수배범 : 밀입국 딜러

- 마나를 이용해 자신의 주변을 투명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음


“루... 루앙! 사... 살려줘! 우린 친구잖- 악!”


“친구? 친구 같은 소리 하네. 험버트 넌 그냥 기생충 같은 새끼야. 기생충이면 기생충답게 숙주가 어떻게 해야 오래 살까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사칭을 해서 날 엿먹이려고 해? 너 같은 새끼는 그냥 죽어야 해!”


퍽! 퍽!


‘진짜’는 ‘가짜’를 거의 곤죽이 될 때까지 두들겨 패고 나서야 발길질을 멈췄다. 녀석은 땀에 흠뻑 젖은 이마를 한 번 훔치더니, 이번엔 한겨울 쪽을 가리켰다.


“야. 거기 너.”


“... 뭐요.”


“그거 내놔.”


“그게 뭔데요?”


“뭐긴 뭐야! 험버트 이 개새끼가 줬던 내 명함 내놓으라고!”


“아니. 아저씨. 나한테 뭐 맡겨 놨어요?”


“... 뭐?”


“나한테 뭐 맡겨 놨냐고요. 이 명함 아저씨가 준 것도 아니면서 왜 내놓으라 마라에요?”


큰 소리로 윽박지르던 남자는, 한겨울이 어이가 없다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꾸하자 오히려 당황한 듯했다. 하긴, 저 겁 없는 여자한테 위협이 통할 리가 없지.


“... 너 미친년이냐?”


“뭐래. 아저씨 나 알아요? 왜 초면에 지랄이에요?”


저 여자는 나한테 초면에 지랄했다. 한편 당돌하게 대꾸한 한겨울을 멀뚱멀뚱 쳐다보던 남자는.


“하. 참. 그래. 그렇지. 연합은 그런 게 있었지. 애들이라고 보호해 주고, 여자라고 보호해 주는.”


뒤통수를 살살 긁으며 기가 찬다는 듯 중얼거리더니.


“근데 그거 아냐? 여긴 패러독스야. 여자나 애라고 봐주는 거 없다고.”


빠악-!


이내 한겨울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


몇 분 후.


“사... 살려줘...”


‘진짜’ 바투 루앙은 얼굴이 떡이 된 채, ‘가짜’ 바투 루앙과 나란히 쓰러져 있었다.


“일어나요. 패러독스에선 여자나 애들도 봐주지 않는다면서요?”


“나... 나는 장애인이라고... 장애인은 봐 줘야지...”


추잡스럽게 하나뿐인 팔을 흔드는 바투 루앙. 사실 둘의 싸움엔 딱히 내가 나설 필요조차 없었다. 사실 싸움이라 하기도 뭐한 것이, 바투 루앙은 주먹 한 번 잘못 뻗었다가 한겨울에게 시종일관 두들겨 맞았을 뿐이니까.


[ 마나량 : 2441 ]


사실 뭐. 당연한 결과였다. 마나량도 마나량이지만 한겨울은 마법사지만 미친년마냥 사지로 뛰어드는 게 습관인지라 격투술도 꽤나 뛰어날 뿐더러, 무엇보다 우주연합 직속 사관학교 이니시움 출신이기에 사람 패는데 딱히 거부감이 없었으니 바투 루앙에게 애초부터 승산은 없었다.


한편 한겨울은 쓰러진 바투 루앙의 배를 툭툭 차며 물었다.


“야. 유아라. 이 아저씨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명함으로 보니까 이 아저씨가 네가 말한 딜러 같은데.”


“... 일단은 얘기를 한 번 해보는 게 좋겠네요오.”


유아라는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으며 물었다.


“저기. 당신이 이스케이프 매니저, 바투 루앙이 맞나요오?”


“씨발. 보면 몰라- 욱!”


“어이, 아저씨. 말 착하게 하세요.”


순간 배를 부여잡으며 비명을 지르는 바투 루앙. 한겨울이 녀석의 배를 걷어찬 것이다.


“... 예. 제가 바투 루앙이 맞습니다... 근데 이제 이스케이프 매니저는 아니에요... 며... 몇 달 전에 그 쪽 일은 그만두고, 지금은 작은 전당포를 하고 있습니다...”


“그만뒀다고요오? 왜죠오?”


“그... 그건 말이죠...”


매가 사람을 만든다고, 바투 루앙은 공손한 말투로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 긴 얘기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저번에 쓰레기차에 태워서 내보내려던 고객들이 사실은 세르부스 출신 테러리스트였고, 그 녀석들이 쓰레기차를 폭파시키는 바람에 연합 단속이 강화돼서 그만뒀다아. 이 말이네요오.”


“그... 그렇습니다. 단속이 심해진 이후로 뇌물도 안 통하고, 연합 안보부라도 떴다간 싹 다 죽음인지라... 이제 그쪽 딜러들은 싸그리 자취를 감췄습죠... 이젠 아무도 활동하지 않습니다.”


“딜러들이 싹 다 숨었다고? 뭐야. 우리 탈출 도와줄 사람이 없는 거 아냐?”


“흐음. 어쩌죠오?”


바투 루앙의 말에 두 여자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링링은 이미 그 정답이 뭔지 아는 모양이었다.


“루... 루앙 씨가 도와주시면 되겠네요...”


“오. 그러네. 다 숨었어도 한 명은 바로 눈앞에 있잖아.”


“후훗. 좋은 생각이네요오. 링링. 역시 제 동생다워요오.”


자기들끼리 뭔가 결론을 낸 모양인지 쓰러져있는 남자를 응시하는 세 여자. 그녀들의 시선에 바투 루앙은 기겁을 하며, 잘려나간 오른팔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제... 제가요? 아... 안 돼요. 걸리면 저 정말 죽습니다. 아니. 안 걸려도 죽어요! 오른팔! 제 오른팔 보이시죠? 이거 저희 암시장 커뮤니티에서 자른 겁니다! 저 때문에 업계 죽었다고 보복당한 거라구요! 그런데 한 번 더 일했다간 분명...”


바투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지이이잉-!


순간 한겨울은 쓰러져있는 바투 루앙의 얼굴 옆에다가 아주 얇은 [빛]을 투사했기 때문.


타다다다닥-!


한겨울의 손에서 쏘아져 나온 [빛]에 땅은 점점 패이며, 사방으로 튀는 자갈. 자갈들을 얼굴로 다 받아내는 바투 루앙이 벌벌 떠는 와중에, 한겨울이 비릿하게 중얼거렸다.


“아저씨.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협조하고 그 커뮤니티? 거기 사람들한테 죽을래요. 아니면 협조 안 하고 저한테 죽을래요?”


“혀... 협조하겠습니다! 아니. 제발 하게 해 주세요!”


“야. 방금 다들 들었지? 이 아저씨가 우리 도와주신대.”


“...”


“...”


지 혼자 좋다고 싱긋 웃는 한겨울. 저 여자 성격 좋아졌다는 말은 취소다.


진짜, 내가 쟤보다 강해서 다행이다.


---


협조하겠다고 말한 바투 루앙이었지만, 투명해지는 자기 능력으로 몇 번이나 도망치려고 했다.


허나 어디까지나 보이지만 않을 뿐이지, 도망치면서 내는 발소리같은 건 다 들렸고.


[ 마나 스캔 중... ]

[ 마나량 : 811 ]


[빅 데이터]의 마나 스캔 기능에 녀석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뜬금없는 효과가 있었기에 도망치는 족족 실패.


“아저씨. 한 번만 더 도망치면 이승에서 도망칠 줄 알아요.”


“... 네...”


녀석은 그렇게 암시장 외곽에 있는, 한 녹색 컨테이너까지 우리를 인도했다.


쿵쿵쿵!


“레밀! 문 열어!”


“... 오늘 장사 안 해요...”


“레밀! 나 바투야! 당장 문 열어!”


“... 바투? 니가 이 시간엔 왜?”


끼이이이-


컨테이너 문을 열면서 나온 것은 하의는 팬티뿐이요 상의는 속옷도 안 한 채 반팔뿐인 여성이었다. 자다 깬 건지 레밀은 눈을 비비다가, 순간 바투 루앙의 면상을 보고 놀란 것처럼 중얼거렸다.


“어머, 바투. 얼굴이 왜 그래?”


“... 넘어졌어. 그보다 ‘빨판’ 있지? 그거 있는대로 다 줘.”


바투 루앙이 화제를 돌렸지만, 여자는 시선을 돌려 우리 쪽을 보더니.


“우리 불쌍한 바투... 딱 보니까 애들한테 두들겨 맞고 쪽팔려서 넘어졌다 하는구나...”


라 하며 바투 루앙을 껴안아줄 뿐이다.


“오구오구... 우리 불쌍한 바투... 많이 아프지? 누나가 약 발라 줄까?”


“... 헛소리 말고 빨판이나 내놔.”


“우웅... 우리 바투 또 삐졌구나. 그나저나 웬 빨판? 너 그쪽 일 그만뒀잖아?”


“... 일하게 됐어. 어쩌다 보니까.”


의외로 솔직하게 말하는 바투 루앙. 아무튼 녀석이 말한 빨판이란, 바로 [순간접착형 모듈]의 은어이다.


패러독스 출신의 비회원들이 연합 행성으로 밀항하는 방법은 크게 ‘밀수’와 ‘기생’,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밀수’는 연합 공무원들이 몰래몰래 자기 잇속 채우기 위해 사들이는 밀수품들 사이에 껴 가는 방식이다. 패러독스에서 연합 행성으로 가는 사람이라면 거의 전부가 ‘밀수’를 이용할 만큼 쉽고, 대중적인 형태의 밀항 방식이기도 하지. 허나 연합 공무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밀수품에 사람이 있는 걸 모를 수가 없는 만큼, 상당한 양의 뇌물이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단속이 심해진 지금은 쓸 수 없는 방법이다.


그에 반해 ‘기생’은 쓰레기차의 쓰레기 싣는 부분에 몰래 [순간접착형 모듈]로 달라붙어 탈출하는 방식이다. 번거롭고 준비해야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사실상 ‘밀수’에 밀려 사장된 방식이지만, 연합 공무원들 눈에 띄지 않고 정말 ‘몰래’ 가는 유일한 방법.


“기생하려고? 잡히면 죽을 텐데?”


“... 안 잡혀도 죽어. 쟤네들한테 목숨 걸렸거든.”


이 자식... 마음엔 안 들지만 프로긴 프로다.


“근데 빨판은 진짜 없어. 너도 알다시피 빨판은 [디바인]에서만 나오잖아? 밀항 단속 심해지는데 굳이 떼올 필요 있나 해서 안 떼오고 있지. [디바인] 애들도 좀 정신 오만년 나간 짓거리들 하기 시작한 것도 한몫 하구.”


“정신 나간 짓거리? 그 사이보그 광신도들이 또 무슨 짓 했어?”


“에휴. 나도 몰라요~ 걔네들이 정신 나간 짓 하루이틀 하겠냐마는, 요즘은 더 심해졌어. 근래 암시장에서 납치사건 몇 번 있었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거 [디바인]애들이 한 짓이라는 말도 있다구.”


“...”


“아무튼 뭐... 빨판은 없어. 아마 딴 데 가도 없을 거야. 저번에 연합이 세르부스에다가 전쟁 선포한 이후로 암시장에서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레밀이


“그보다 우리 불쌍한 바투우~ 누나가 약 발라줄 테니까 들어올래? 들어온 김에 라면도 먹고 가고-”


“됐어. 잠이나 마저 자.”


쾅-!


문을 닫자마자 바투 루앙은 우리 쪽으로 다가와, 다시 굽실굽실대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드... 들으셨죠? 아무래도 나가는 건 당분간은 좀 힘들...”


“가야죠오.”


“... 네? 어딜요?”


“그 [디바인]이라는 곳 말이에요오. 좌표 아시죠오?”


유아라의 말에 바투 루앙의 얼굴에 절망감이 서렸다.


“... 잠시만요. 그... 고객님들께서 디바인이 어떤 곳인지 모르시나본데, 거기는 인간이 곧 신이 된다고 주장하는 정신 나간 사이보그 광신도들 가득한 곳이거든요? 이 시국에 거기 갔다간-”


"그래서요?"


"그... 그러니까 거기 가면-"


세 여자가 녀석이 ‘가기 싫다’라는 말을 열심히 늘려 말하는 걸 지켜보는 동안.


[ 마나를 되찾았습니다. ]

[ 마나량 : 7273 (-17962) -> 7323 (-17912) ]


나의 눈에는 또,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려주듯 새로운 창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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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88. 이기적 유전자 (4) +8 21.12.07 2,182 102 9쪽
91 87. 이기적 유전자 (3) +5 21.12.07 2,247 83 10쪽
90 86. 이기적 유전자 (2) +22 21.12.01 2,752 122 10쪽
89 85. 이기적 유전자 (1) +17 21.11.29 2,846 136 10쪽
88 84. 쓰레기 둘의 행성 (完) +79 21.11.11 3,726 242 15쪽
87 83. 쓰레기들의 행성 (7) +6 21.11.07 2,588 99 15쪽
86 82. 쓰레기들의 행성 (6) +4 21.11.03 2,571 103 12쪽
85 81. 쓰레기들의 행성 (5) +2 21.11.02 2,630 99 15쪽
» 80. 쓰레기들의 행성 (4) +4 21.10.22 2,646 100 12쪽
83 79. 쓰레기들의 행성 (3) +1 21.10.16 2,605 105 10쪽
82 78. 쓰레기들의 행성 (2) +7 21.10.14 2,683 116 12쪽
81 77. 쓰레기들의 행성 (1) +4 21.10.08 2,761 100 12쪽
80 76. 가상의 우상 (4) +4 21.10.07 2,698 112 11쪽
79 75. 가상의 우상 (3) +4 21.10.06 2,679 113 13쪽
78 74. Virtual Idol (2) +4 21.10.05 2,724 112 10쪽
77 73. Virtual Idol (1) +5 21.10.04 2,852 108 13쪽
76 외전 - 짧 모음 +4 21.10.03 2,785 117 10쪽
75 72.5 파티 (6) +10 21.10.03 2,750 127 7쪽
74 72.. 파티 (5) +2 21.10.02 2,738 103 13쪽
73 71. 파티 (4) +4 21.10.01 2,748 9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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