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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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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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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글자
13쪽

2. 단서 (1)

DUMMY

2.


[이니시움 아카데미]의 입소식이 끝나고, 한 주가 지났다.


새로운 반을 맞이하여, 처음엔 약간 서먹서먹하고 쭈뼛쭈뼛했던 학생들이 하나둘 무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때 채서연 걔가 말이야, 김종우 교수님 수업에서 마나로 ‘점’ 만드는데... 그게 터져가지고... 푸흐흡...”


“꺄하하학!”


별것도 아닌 이야기에 웃겨 죽으려는 여자애의 목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운다.


‘이쪽 세계’에서는 수업이 시작하기 전마다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전쟁의 연속이었던 ‘저쪽 세계’에선 보기 드문 광경들이다.


평화롭다.


“근데 성영훈 좀 이상하지 않아?”


“맞아, 맞아. 그거 알아? 글쎄 성영훈 걔가 저번에...”


어떤 의미로는 전쟁터보다 치열한 정보전이 오갔지만, 아무튼 평화롭다.


아무튼 학생 신분으로 열다섯이면, 아무하고나 잘 어울리기 좋은 시기다.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누구에게 손익계산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때니까.


게다가 학기 초, 거의 동등한 조건에서 하나둘 친구들을 늘려가는 시기.


인간관계의 황금기에서.


“야. 근데 권민성은 진짜 상또라이 아니냐?”


“걔 중2병 완전 심해. 입소식때 말한 거 기억나지? 여러분들 꼬라지 보니 10년 뒤에 세상은 망합니다... 재수없어.”


나는 완전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고 있었다.


사실 입소식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찬밥신세는 아니었다. 식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왔을 땐, 남자애들은 누구보다도 먼저 내게 달려왔었으니까.


“야. 니 개웃기더라. 중2병 컨셉 제대로 잡았던데? 이름이 권민성이랬나?”


“아까 니 말하는거 보고 개빵터져서 뒤질뻔 함.”


그뿐만이 아니었다.


“권민성이라고 했나요? 내 이름은 미르 돌로레스. 아마 다음 시험이 끝나면 당신이 내게 찾아오게 될 거에요.”


“안녕. 나는 이병준이라고 해. 근데 너 마나는 얼마나 다뤄? 한 번 겨뤄볼까?”


학년 수석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여기저기 다른 반에서도 몰려오곤 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이 바뀌는 데는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권민성? 아아. 그는 ‘찐’이다.”


“오이오이! 녀석을 화나게 하면 안 된다구! 흑염룡이 아카데미를 날려버릴지도 모른다구!”


우선, 재미라는 이유로 다가왔던 남자아이들은 나와 몇 마디 나눠본 이후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아마 이유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부재.


그 예시로, 아마 저번 주 수요일이었을 것이다. 반의 무리에 껴서 대화할 때.


“와. 어제 ‘질서’반의 김석희가 나한테 시비걸더라고. 그래서 막 내가 그 새끼 멱살 잡고 딱... ”


“그럴 필요 없이 그냥 죽이면 되지 않나?”


“아... 그래...”


라고 시원하게 저지르기도 했고, 또 그 다음 날 수업시간엔,


“누구 7급 뮤턴트 [슬라임]의 특성에 대해 설명해 볼 사람? 없구나. 그럼... 학년 수석이 한번 대답해 볼까?”


“전쟁터의 시체에서 많이 발생하고, 핏물이랑 구정물 덩어리라 더럽습니다. 베는 느낌은 썩 그래요.”


“그... 그렇구나. 자. 수업하자. 일단 [슬라임]은 액체형 뮤턴트로 실험실에서 인공발생시키는 뮤턴트구...”


등등. 원인으로 예상되는 사건들이 많아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학교생활이라던가, 친구들과의 대화라던가는 해본 적이 없는데.애초에 ‘저쪽 세계’의 내 또래는 대부분 10살도 되기 전에 다 죽거나 변했으니까.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재미로 다가왔던 녀석들이 다 떨어져 나가니까, 내게 다가왔던 녀석들 중 남은 건 단 한 부류뿐이다. 그리고 2학년 학년평가시험 수석이라는 이유로 다가온 녀석들 말이다.


하지만 녀석들 역시, 저번 금요일날 있었던 [전교생 마력량 측정]에서.


“권민성! 마나량 D!”


“뭐? D?”


“입소식에서 그 지랄을 떨더니?”


내 마나량이 D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럽게 떨어져나갔다.


마나량 D판정은 100 ~ 300 정도이고, 아카데미 내의 전체 학생 평균은 111정도.


이것만 보면 평균 언저리 혹은 그 이상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훨씬 어린 학생들이 다니는 리틀 아카데미까지 포함해야 111이니까.


나는 정규 아카데미이고 2학년 평균은 400쯤 하니, D판정은 간단하게 하위권이라는 의미였다.


아무리 이론이 많아도, 지식만으로는 [헌터]가 될 수 없다. 실제로 별로 쓸모도 없다.


[헌터 자격증 시험]에서 필기시험 삭제는 이미 ‘이쪽 세계’에서도 시행된 상태니까.


이니시움 아카데미에서 다음 학기로 넘어갈 사람들을 선별할 때 조금 반영되는 게 전부이다.


아무튼, 그래서 현재 나를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


나는 대충 강의실 한구석에 앉아 햇빛을 즐긴다.


“느긋해서 좋지만 말이야...”


“오... 또 ‘그’가 혼잣말을 시작했다구!”


“세계의 멸망이 오고 있는 거냐구!”


물론 나 자신이 관심대상이 아닐 뿐, 나의 일거수일투족은 아직도 관심대상이다. 놀림감으로.


혼잣말은 어쩔 수 없다. ‘저쪽 세계’에서 [하이브 대공습]때 뮤턴트 군락지에 갇혔을 때 생겼던 버릇이라...


문득 든 생각인데, 진짜 겪었던 사실들이 하나같이 망상 같아서 진짜 내가 중2병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그만해! 마나량 D로 세상을 구할 민성이한테 뭐 하는 짓이야!”


“사스가... D의 의지를 잇는 남자...”


“푸하하!”


철없는 애새끼들이 지껄이는 거라고 치부하려 하는데, 얘네랑 내가 동갑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약간 좆같아졌다. 힘만 잃지 않았어도 이딴 취급 받지 않는데.


드르륵-


아이들이 소란스러운 와중에, 반의 앞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온다.


“자자... 조용히 해라.”


그 정체는 핸슨 최 교수. 내가 소속된 [자유로움]반의 담당교수이다.


이니시움 아카데미는 수업은 신청해서 듣는 구조지만, 결국 조회와 종례는 각자의 반에서 하게 된다.


우수한 [헌터] 지망생들이라 해봐야 아직은 애들. 약간의 통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들 헌터라는 길을 위해 열심히 스스로의 실력을 갈고닦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노력하길 바란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평범한 꼰대연설이다.


“아다시피 현재 여섯 반에 있는 200명중 헌터 시험에 합격하는 건 기껏해야 10명이 채 안 된다. 그리고 1년차에 헌터 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은 5명이 채 안 되지. 나머지는 그저 도움닫기판이 되는 것뿐이다.”


눈에 힘을 팍 줬다.


[ 이름 : 핸슨 최 (44세) ]

[ 미래의 이명 : 없음 ]

[ 마나량 : 4881 ]

[ 마나의 속성 : ... ]


‘알림 off'


[미래의 이명 : 없음]에서 창을 닫았다.


[이명]이란 말 그대로, 인류의 멸망으로 다가가는 [공통사건]에서 뭔가 해낸 사람에게 붙여지는 일종의 칭호 같은 것. 원래는 [이명]이라 표기돼 있었지만 헷갈려서 그냥 [미래의 이명]으로 바꾼 항목이다


아무튼 본질은, 이명도 없는 핸슨 최 교수는 사실상 ‘저쪽 세계’에선 이도저도 아니던 사람이란 말이다.


어쩌면... 지금 하는 말이 본인처럼 되지는 말라는 말일수도 있겠다.


타산지석, 갑자기 그의 말에 흥미가 들어 열심히 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면, 죽을 각오로 노력해라. 1이라도 마나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뮤턴트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기위해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해라. 그게 우주연합과 본인 스스로를 위한 길임을 명심하고-”


열심히 듣기는 포기.


뻔한 소리의 반복에 집중력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우주연합 얘기를 꺼내는 순간 기분이 팍 상해부렀다.


“마지막으로 수업엔 꼭 출석해라. 출석 점수는 너희들을 평가할 때 꽤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니까. 출석이 미달이면 유급할 수도 있다. 알았나?”


“예!”


[자유로움]반의 학생들이 모두들 소리 높여 대답했다.


허나 핸슨 최 교수는 짜증 섞인 말투로 첨언했다.


“특히 권민성. 입학고사 수석이고 수강신청 기간이라고 출석을 빼먹나본데, 입학고사 시험은 그저 필기뿐인 약식이고 수강신청 기간의 출석 또한 점수에 포함된단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아나?”


“예.”


“마나량 D판정을 받은 너는 좋은 점수를 못 받는다는 의미다. 그럼 출석으로라도 점수를 벌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알겠습니다.”


“네가 얼마나 반 평균을 깎아먹는지 한 번 지켜보도록 하겠다. 이상, 종례 끝.”


핸슨 최 교수는 그렇게 자기 할 말만 다 하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이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빠르게 피드백됐다.


“크. 교수님한테는 입도 뻥긋 못하는 그저 갓...”


... 어차피 이지선다다.


뭐라 하면 “교수한테도 대드는 그저 갓...” 이랬을 게 뻔하다.


‘저쪽 세계’에서 괜히 말 많은 잼민이들이 살아남지 못한게 아니다.


---


수업이 끝나면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각자의 일상을 갖는다.


기숙사에 가서 쉬는 녀석들도 있고,


“영훈아. 수업 끝났는데 이제 어디 갈 거야?”


“본가에 가봐야 해. 가문에 일이 있어서. 너는?”


“음... 원래 너랑 모의 던전 돌려 했는데, 그러면 연구회나 가야겠다.”


연구회나 세미나를 가기도 하고, 공부회를 모으기도 한다.


좋은 가문에서 태어난 녀석들은 외출 허가를 받아 가문의 일을 하기도 한다.


좀 더 대단한 사람은... 기업의 의뢰를 받고 아예 아카데미 밖에서 더 오래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 내 기숙사 룸메이트 같은 분, 아니 사람 말이다.


아무튼, 나는 기숙사파다.


셔틀버스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와중에, 나는 마나를 동력으로 작동하는 타블렛, 마나블렛을 킨다. 물론 아카데미 생도에게 기본으로 지급되는 보급품이다.


[ 힘을 되찾을 방법 ]


마나의 대부분을 잃은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힘을 되찾을 방법이다.


놀아도 힘이 있어야 화끈하게 놀 수 있다. 비리비리한 상태로 코딱지만큼 쓰면서 놀아봤자 비리비리하게 가는 거다.


그리고 힘을 되찾을 수 있는 힌트는 단 한 가지.


저번 입소식에서 학년대표 소감을 발표할 때, 40의 마나를 되찾았다는 것.


그걸 바탕으로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워, 이것저것 해 보고 있는 중이다.


[ 1. 관심 끌어보기 ( x ) ]


첫 번째로 떠오른 것은 역시 관종짓의 여파가 아니었나 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도 해 봤다.


아카데미 여기저기서 소리도 질러보고, 교수와 언쟁을 벌여보기도 했다. 그러나 별 소용이 없었다.


[ 2. 중2병 행동하기 ( x ) ]


이것 또한 아니었다. 한 주간 의도치 않게 중2병처럼 행동했지만, 마나는 되찾아지지 않았다.


평판만 나빠졌을 뿐, 마나량은 제자리걸음이었다.


[ 3. 처음부터 다시 기초 수련하기 ( △ ) ]


이건 좀 애매했다.


아카데미에 와서 친구도 없는 내가 뭘 하겠는가. 힘을 되찾을 생각뿐이니, ‘저쪽 세계’에서 마나를 수련할 때처럼 같은 수련을 해 보았다.


그 결과,


[ 마나가 1 올랐습니다. ]

[ 마나량 : 117(-24887) -> 118(-24887) ]


“오... 오른다! 그런데 고작... 1?”


확실히 마나량이 오르긴 하는데, ‘되찾는다’는 개념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미 한 번 지나간 경지를 답습함으로서 마나가 올라가긴 하는데, 그 속도는 거의 1/10도 안 되는 것 같았다.


다른 녀석들이 열 발자국 갈 때, 나만 한 발자국 가는 셈이다.


아무튼, 친구도 없는 내가 학교 끝나고 뭘 하겠는가.


그대로 기숙사로 퇴근해서 마나를 수련할 뿐이다.


“그래도, 이번 일주일 간 18이나 올렸어.”


1년은 52주니니까, 총 936을 올릴 수 있다. 졸업할 때 즈음이면 1972, 지금 있는 마나랑 합치면 2000가까이 된다.


[헌터] 자격증을 따기엔 좀 못 미치지만, 어차피 마나량만으로 헌터가 되는 건 아니다.


마나 운용으로 커버하면 된다.


헌터가 되면 진짜 마음껏 화끈하게 놀 수 있다.


나는 2년만 고생하자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화이팅을 날렸다.


“2년만 고생하자!”


“저기...”


풀썩-


셔틀버스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았다. 묵직하고 푸짐한 엉덩이가 내 공간을 침범한다.


고개를 돌려 보니, 웬 안경잡이 토실이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안타깝게도 남자다.


나는 최대한 다정하게 그의 영역침범을 꾸짖었다.


“아이씨. 자리도 많은데 왜 여기 앉고 지랄이야!”


“미... 미안하다능.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랬다능...”


누구지? 씹덕체가 인상깊은 친구로다.


“뭔데?”


“듣는 수업 알려줄 수 있냐능? 너랑 같은 수업 듣고 싶다능.”


뭐지? 남자의 고백은 사절인데.


“왜?”


“그... 입소식때 느꼈다능. 민성쿤에게는 뭐가 있다고... 아나타를 존경하고 싶다능!”


이게 뭔 개소리인가.


안 되겠다. 다시 한 번 다정하게 꾸짖어 주는...


[ 마나를 20 되찾았습니다. ]


[ 마나량 : 118(-24887) -> 138(-248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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