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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감 님의 서재입니다.

벌레 키우는 F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곧감
작품등록일 :
2020.12.05 21:22
최근연재일 :
2020.12.23 21:56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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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3
추천수 :
203
글자수 :
85,171

작성
20.12.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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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10 벌레 키우는 F급 헌터

DUMMY

고블린은 수풀에 숨어서 적들을 바라봤다.


특이한 갑옷과 투구를 쓴 놈들. 하지만 이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키리릭-


한 고블린이 손가락으로 놈들의 수를 세었다. 수가 고블린들보다 적었다.


키엑-


고블린들은 습격을 준비했다. 적들이 숨어있는 곳 가까이 접근했다.


키에엑!


고블린들이 소리를 지르며 일제히 달려 나갔다. 투구 때문에 놈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당황했으리라.


키엑! 키엑!


신선한 고기를 먹을 생각에 고블린들이 흥분했다. 놈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텅!


방패에 막혔다. 고블린은 개의치 않고 다시 칼을 찔러 넣었다.


텅-


이번에도 공격이 막혔다.


키릭?


뭔가 이상했다.


이 정도 했으면 놈이 공격을 할 타이밍이었다. 고블린은 그 틈을 노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놈은 그러지 않았다. 공격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것처럼 우직하게 방패만 들이밀었다.


키륵?


주변을 보니 다른 고블린들도 상황이 똑같았다. 이상한 놈들. 하지만 이놈들 덕분에 손쉽게 고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키엑!


그래. 다른 고블린도 동의하는 듯싶었다.


키에에에엑!


소리가 이상했다. 이건 동의한다는 소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키릭?


공격 한번 하지 않는 놈들을 앞에 두고 뒤를 돌아봤다.


키에에엑!


한 고블린이 바닥에 쓰러졌다. 발목이 잘려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키엑- 키엑-


이 고블린은 필사적으로 손을 써 기어가려 했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콰직!


머리가 박살이 났다.


동족의 머리를 박살 낸 건 다리가 여섯 개 달리고 얼굴에 위협적인 무기를 달고서 기어 다니는 괴물이었다.


키릭?


고블린은 저 괴물을 알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거라 색깔이 다르긴 했지만.


언제 나타난 걸까. 그리고 그렇게 센 놈은 아닌데 어떻게 동족을 죽였을까.


반격조차 하지 않는 놈들은 내버려 두고, 저 괴물부터 잡기로 했다. 동족을 죽인 위협적인 놈.


키엑!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놈의 위협적인 턱을 피하고 칼을 휘둘렀다.


깡!


키릭?


칼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 이게 무슨 일이지? 이 괴물이 이렇게 단단했었나?


콰직.


키에에에엑!


당황한 사이 괴물이 발목을 물었다. 발목이 부러진 고블린은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


키엑! 키엑!


고블린은 필사적으로 괴물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콰직!


방금 전 동족과 같은 신세가 됐다.



#



“호우!”

“이예에!”


얌이가 고블린을 한 마리 죽일 때마다 헌터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얌이의 턱에 걸리면 한방이었다. 아주 통쾌했다.


보다 못한 고블린들이 일제히 점프해 얌이의 등에 올라탔다. 깔아뭉갠 뒤 공격할 생각이었다.


“어어.”


몇몇 헌터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기우였다.


얌이가 몸을 흔들자 고블린들이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이리저리 날아갔다.


“이제 우리도 싸우죠!”

“오케이!”


고블린들의 수가 줄어들고, 시선도 얌이에게 쏠리자 헌터들도 공격하기 시작했다.


“급할 거 없으니까 천천히 합시다!”


혹시나 압도적인 상황에 신나서 급하게 공격할까 봐 사재혁이 당부했다.


“예!”


헌터들은 뭉쳐서 한 마리 한 마리 잡아갔다.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키에엑!


고블린 한 마리가 도망가는 것으로 전투가 마무리됐다.


“이겼다!”

“쉽게 이긴 거 같은데?”

“진짜 하나도 안 힘드네.”


원래 전투는 체력 소모가 심했다. 특별히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항시 집중하고 긴장해야 해서 그랬다.


게다가 어떻게든 한 사람분 몫은 해야 하니 공격이 필수인데 공격할 때 체력 소모가 심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이야 공략이 이렇게 쉬울 줄이야.”

“그러게.”


사람이 별로 없어서 빡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처음에는 방어만 했고, 나중에는 실적 신경 쓸 필요 없이 다 같이 몰려다니며 공격해서 그런 것 같았다.


“역시 사재혁씨 덕분입니다!”

“유후!”


헌터들이 사재혁을 향해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하하···.”


사재혁은 머쓱해서 그냥 웃고 말았다.


‘다 얌이 덕분인데.’


감사 인사는 얌이에게 해달라고 해주고 싶었지만, 저들은 얌이와 말이 안 통하니···.


게다가 헌터들은 사재혁이 얌이를 조종한다고 믿으면서도, 얌이와 가까이 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어째 조금은 무서워하는 거 같았다.


“부럽다. 부러워.”

“저런 소환수 있으면 좋겠네요.”

“진짜 부럽다. 난 이상한 뼈강화 같은 능력인데.”


헌터들은 잡담을 나누면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마정석을 채취했다. 짐꾼 일 하면서도 분위기가 좋았다.


할 일이 없었던 사재혁은 얌이에게 다가갔다. 얌이는 고블린 시체 근처에서 뭔가 하고 있었다.


“얌이야, 뭐해.”

[웅?]


얌이가 고개를 돌렸다.


“허억.”


얌이는 고블린 시체를 한입 뜯어먹고 있었다. 고블린 살덩이에서 나온 피가 얌이의 턱을 적시고 있었다.


[왜 불러.]


얌이가 다가왔다.


천진난만한 목소리와 피범벅인 얼굴.


‘어우, 이래서 헌터들이 피한 건가.’


사재혁도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 왜 그걸 먹고 있는 거야.”

[그냥 먹어 봤어.]


얌이는 우물거리던 걸 퉤 뱉었다.


[근데 맛없어. 재혀기가 준 거 그거. 그거 먹고 싶어!]

‘휴···.’


다행이었다.


몬스터 고기에 맛 들이면 어쩌나 했다. 저렇게 생으로 먹는 건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 봤으면 비명을 지르고 도망갈 게 분명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먹이값이 장난 아니게 들뻔했네.’


몬스터 사체 가격도 무시하지 못했다.


“그런 거 먹지 말고 이거나 먹자.”

[힝. 이것도 맛없어.]


얌이는 맛없다면서도 사재혁이 준 에너지바를 받아먹었다. 사재혁도 하나 더 꺼내 입에 물었다.


이 에너지바는 던전용으로 만들어진 전투식량이었다. 던전으로 지구의 것은 가져올 수가 없는데, 용케 던전에서 나온 것들로 이런 걸 만든 거였다.


지금 마시고 있는 물도 그랬다.


‘이런 건 어떻게 만들었나 몰라.’


사재혁은 얌이에게도 물을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경계를 서고 있던 임윤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제 교대하시죠.”

“아이고, 더 쉬셔도 되는데.”


임윤중은 아주 깍듯했다.


“···전 한 거 없어요. 오히려 앞에서 고블린들이랑 싸운 윤중씨 같은 헌터분들이 쉬어야죠.”


사재혁도 앞에 서서 싸우고 싶었지만, 절대 안 된다고 헌터들이 말리는 바람에 그냥 뒤에만 있었다.


“헌터분들이 잘 쉬고 그래야 제가 안전합니다. 그러니까 교대해요.”

“하하, 알겠습니다.”


사재혁의 말에 임윤중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교대를 했다.


그렇게 모든 인원이 배를 살짝 채우고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공략을 진행했다.



#



고블린 무리가 또 나타났다.


“이번에도 잘해봅시다!”

“어이!”


헌터들이 기합을 넣었다.


상황은 전과 비슷했다.


고블린들이 달려오고 헌터들은 방어에 치중했다. 그리고 숨어있던 얌이가 고블린 뒤를 친다!


얌이가 익숙하게 고블린 한 마리를 물어 죽였다. 그러고 다른 타겟을 찾던 얌이의 앞에 한 고블린이 떡하니 나타났다.


이번 고블린은 뭔가 달랐다. 빈손이었다. 무기가 없는 데도 얌이 앞에 서서 얌이를 도발했다.


[초록 못난이!]


얌이가 달려들었다. 하지만 고블린은 얌이의 공격을 재빨리 피했다. 그리고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어디가!]


얌이가 공격해도 고블린은 맞서 공격하지 않고 계속 도망만 쳤다.


[너어!]


약이 바짝 올라서 뒤쫓아갔다. 고블린을 거의 잡을랑 말랑할 때였다.


[앗!]


갑자기 땅이 주저앉았다.


얌이가 구덩이 속으로 떨어졌다.


“뭐, 뭐야!”


그 모습을 보고 다들 깜짝 놀랐다. 사재혁도 놀라서 뛰쳐나갈 뻔했다.


다른 고블린들이 어느새 커다란 돌을 낑낑거리며 들고 왔다. 그걸 구덩이 속에 집어 던졌다.


쿵!


키에엑!


고블린이 소리를 질렀다. 가장 큰 골칫덩이를 해치웠다는 기쁨의 괴성이었다.


“어, 어떡하죠?”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말에 다들 사재혁을 돌아봤다.


“동요하지 마세요.”


사재혁은 평온했다. 어떤 흔들림도 얼굴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모습에 헌터들도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


“전처럼 그냥 막고만 있으면 됩니다.”

“그럼 그렇지!”

“저 개미가 쉽게 당할 리 없지. 암, 그렇고 말고.”


다시 헌터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헌터들이 다시 앞을 보고 전투태세를 갖출 때, 사재혁은 두 손을 몰래 꽉 잡았다. 떨리는 손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였다.


‘제발···.’


사재혁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균열 안에 얌이가 있을 때는 마음속으로 대화가 됐었지만, 이곳에서는 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몰랐다. 얌이가 지금 어떻게 됐는지.


‘얌이는 살아있을 거야···!’


그저 믿을 뿐이었다.


얌이의 내구 능력치를 믿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도 믿었다.


‘죽었다면 이 능력이 메시지 한 줄이라도 띄웠겠지!’


만약 얌이가 죽었다면 분명히 무슨 최초, 아니면 처음으로 죽었다든지 하면서 메시지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키킥-


고블린들이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키에엑!


그중 리더로 보이는 놈이 헌터들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고블린들이 천천히 압박하며 접근했다.


키에-?


고블린 리더가 공격하라고 지시를 내리려던 찰나.


갑자기 발밑에서 뭔가 솟구쳐 올랐다.


[푸하!]


얌이였다.


“그래! 믿고 있었다고!”


헌터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후우···.’


사재혁은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이 초록 못난이들!]


얌이는 넘어진 고블린 리더의 발을 턱으로 물었다. 발이 잘릴 정도로 물진 않았다. 사람 손으로 꽉 잡는다는 정도로 힘을 조절했다.


키엑?


[얌이 아팠어!]


그리곤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레슬링에서 풍차돌리기 하는 것 같았다. 얌이는 돌면서 고블린들에게 돌진했다.


퍽! 퍽! 퍽!


키엑! 키엑! 키엑!


고블린들이 볼링핀처럼 날아갔다. 마지막 놈이 날아가자 얌이는 턱에 힘을 빼며 물고 있던 놈도 날려버렸다.


키에에엑-


쿵!


녀석은 나무에 머리를 처박고는 그대로 기절했다.


“하하···. 소, 소환수 기술이 좋네요.”

“···일단 마무리부터 짓죠.”


헌터들은 정신을 차리고 아직 죽지 않은 고블린들을 마무리했다.


사재혁은 얌이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얌이야 괜찮아?”

[어지럽다. 빙글빙글 돌아!]

“으이그,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더니.”


얌이는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비틀거렸다. 사재혁은 얌이를 붙잡고는 몸을 살펴봤다.


몸에 살짝 들어간 부분이 있긴 한데,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고블린들이 머리 좀 쓴다고 하더니 이럴 줄은···.’


좀 더 조심해서 공략을 진행해야 할 것 같았다.



#



“보스네요.”


나무 위에 올라가서 살펴보고 온 헌터가 말했다.


“보면-”


그리곤 자기가 본 것을 땅바닥에 그렸다.


“수는 예상보다 많아요.”

“쓰읍.”


원래라면 고블린 몇 무리 더 만날 텐데 아니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보스가 있는 곳에 모여 있는 듯했다.


“어떡하죠?”


헌터들이 사재혁을 바라봤다.


‘···아니 당신들이 헌터야!’


사재혁은 한 마디 톡 쏘아 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대신 정찰한 헌터가 그린 그림을 자세히 살펴봤다.


“음···.”


얌이를 그냥 돌진시키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 얌이를 무력화시킬지 몰랐다. 보스도 있었고.


‘이거···?’


보다가 문득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하나 떠오른 생각이 있는데···, 다들 아공간은 꽉 차 있죠?”

“네? 네, 뭐 그렇죠. 다들 그렇지?”


끄덕끄덕.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방법 어떨까요.”


사재혁이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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