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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

22세기 총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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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98
작품등록일 :
2022.06.09 01:09
최근연재일 :
2022.06.09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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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9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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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비[1]

DUMMY

“꺄아아악! 하... 하지 마! 저리 가세요!”

“이봐! 네 상황을 모르는 거야? 발버둥 치지 마! 멍청한 년아, 망치로 대가리를 으깨버린다.”


폐허가 된 마천루의 잔해를 덮은 주황빛 황야, 수도권 중심가였던 거리는 무법천지가 되어 악인들의 사냥터가 되었다.


오늘도 자신의 사명이라 믿으며 위험한 횡단길에 올랐던 초라한 상단은, 총으로 무장한 도적들의 습격을 받고 괴멸했다.


상단에 따라붙었던 총잡이 네 명은 가슴과 머리에 총알구멍이 나서 피를 쏟은 채 죽어 있었고, 상단 주인이었던 여인의 남편 역시 기관총에 난사 당해 외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다.


마차 안에 홀로 숨어있던 그녀만이 유일한 생존자가 되어, 마지막까지 고통을 맛보게 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여인을 둘러싼 여섯 명의 총잡이 중, 가장 덩치가 큰 대머리가 냄새나는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마차의 바퀴에 기댄 채로 쓰러진 여성에게 다가갔다.


여성은 도적들에게 둘러싸여 도망갈 곳 없이,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며 애처로운 비명만을 내지를 뿐이었다.


“누가 도와주세요!!! 여기... 여기 살인자들이 있어요!!!”


대머리는 그녀의 비명에 담긴 조그마한 희망까지 짓밟으려는 듯, 소총을 뒤에 둘러맨 채로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여성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고개를 들어 올렸다.


“살인자라고 하면 섭섭하지, 돈 한 푼 더 아끼겠다고 지름길을 탔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이런걸 로우리턴 하이 리스트라고 하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입니다. 대장.”


잠시 헛기침하며 분위기를 전환한 대장은, 여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채 그녀의 얇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쨌든, 우리도 너희와 같은 사업자야,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이라고. 이 정도 대가는 받아야지 일할 맛이 나지... 안 그래?!”


대머리는 고함을 지르며 여인이 입고 있던 스웨터를 찢어버렸다. 그의 거친 손에 낡은 스웨터는 부드럽게 찢겨나가 여인의 하얀 속살과 그녀의 속옷이 드러났다.


그 모습을 보던 그의 수하들은 군침을 삼켰고, 여성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지만, 그 절규는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대머리의 거대한 몸은 여인의 연약한 몸 위로 포개져 그녀를 덮쳤고, 마차 옆에 쓰러진 여인의 옷은 대머리가 원하는 대로 조금씩 벗겨져 나갔다.


사소한 저항은 대머리의 완력에 제압당했고, 그녀가 그런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대머리의 남성은 더욱 흥분된다는 듯이 콧김을 뱉어내며 거칠게 그녀의 옷을 찢어갔고, 자기 바지를 내렸다.


“이 멍청한 년... 야! 너희들도 끝나고 즐기게 해 줄 테니까 이 년 팔 좀 잡아봐!”


대장의 단호한 명령이 있었음에도, 주변의 도적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장은 다시 한번 신경질적인 말투로 소리쳤다.


“빨리 이 년 팔 잡으라고!”


이번에도 부하들의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대장은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의 수하들은, 한 곳으로 시선을 집중한 상태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 대장이 그들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그곳엔 폐허의 좁은 골목에서 나와 천천히 걸어오는 남성이 보였다.


남성은 전신을 어두운 남색 망토로 덮고 있었으며, 거친 수염과 머릿결을 가지고 있었다. 다부진 체형에 키는 180 정도의 장신이었으며, 챙이 위로 굽은 낡은 라운드 햇으로 표정을 가리고 있었다.


전쟁 이후, 폐허가 된 한반도의 총잡이들은 낯선 이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그의 눈과 무기를 확인하는 게 생존을 위한 습관이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그 사내는 챙 아래에 눈을 감추었고, 망토 아래에는 자신의 무기를 감추고 있었을 터였다.


대머리는 방금 막 치마까지 찢어 팬티까지 드러낸 여성을 두고 일어나며 주섬주섬 바지를 입었다.


“너. 저년 못 도망가게 지켜보고 있어.”


대머리는 삐쩍 마른 젊은 도적을 향해 여성을 밀어내며 말했다. 하지만 삐쩍 마른 젊은 도적은 넋을 놓은 채로 미간을 찌푸리며 낯선 사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저 망토 입은 사내의 모습이 그의 희미한 기억 속에서 본 듯한 실루엣이었기 때문이다.


“야... 내 말이 안 들리는 거냐?”


대머리가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자, 그제야 삐쩍 마른 젊은 도적은 여성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런데, 대장... 저... 저 녀석, 혹시...”

“어이 멈춰!”


삐쩍 마른 도적이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장 선두에 있던 도적이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을 내밀며 말했다.


“여긴 우리 구역이야! 행색을 보아하니 훔칠 것도 없는 것 같고 너도 우리와 같은 총잡이인 것 같은데, 서로 안 좋은 꼴 보지 말고 갈 길 가는 게 어때?”


남색 망토의 사내는 약 20m 정도 거리에 멈춰 도적의 권총을 바라보더니, 망토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 뒤적거렸다.


“이 새끼, 뭐 하는 거야!”


그 모습을 본 도적 두목인 대머리는 등에 메고 있던 소총을 단숨에 어깨에 견착하더니, 엄청난 속도로 남색 망토 사내를 향해 발포했다.


그의 간결하고 빠른 동작은, 그가 도적들의 두목으로서 충분한 실력을 갖춘 총잡이라는 걸 증명하는 듯 보였다. 그 동작이 얼마나 빨랐냐면, 주변에 있던 도적들도 총격 소리를 듣고 누가 쏜 총탄인지 잠깐 모를 정도였다.


그가 쏜 소총은 레일건으로, 자석과 전기를 이용한 현대의 보편적인 정밀소총이었다. 발포할 때 나는 특유의 푸른 불빛이 주변을 감쌌다.


화약총보다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은 소리였지만, 나무배트로 공을 치는 듯한 특유의 둔탁한 충격음을 내며 날아간 총알은, 남색 망토 사내의 얼굴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갔다.


2차 발포는 없었고 대머리 도적은 여전히 사내를 노리고 있었다.


“내가 조금만 더 무도덕한 녀석이었다면 방금 넌 죽었다. 또 돌발행동을 한다면 다음엔 네 대가리를 날려주겠어.”


망토 사내는 대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 손을 천천히 꺼내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반대편 손은 자신의 품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의 느긋한 태도로 보아, 대머리의 위협이 큰 효과는 없어 보였다.


마침내 품에서 물건을 찾은 사내는 천천히 망토에서 손을 빼냈다. 그가 꺼낼 물건이 무엇일지 잔뜩 긴장하며 각기 무기로 그를 조준하고 있던 도적들은, 그가 손을 빼는 순간 몸을 움찔하며 움츠러들었지만, 이내 그가 손에 든 물건을 보며 콧방귀를 뀌고 긴장을 풀었다.


그가 손에서 꺼낸 건 몇 장의 헤진 종이었다.


“뭐야 이 녀석... 성경이라도 읽어 전도라도 하려고?”

“완전히 미친 녀석이었잖아. 어이 혼자 그러고 다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뒤지니까 조심해.”


긴장이 풀린 도적들은 비아냥거리며 낯선 남자에게 떠나라는 듯 손짓을 했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종이를 한 장씩 넘기며, 도적들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지목했다.


“김이철, 장성연, 이연우, 이필재, 그리고 성권... 맨 뒤에 있는 젓가락은 수배서에 없는데?”


‘성권’이라는 이름과 함께 지목당한 대머리는, 낯선 남성의 정체를 어렴풋이 깨닫고 냉정한 태도로 돌변해 입을 열었다.


“너... 현상금 사냥꾼이냐?”

“아... 오해하지 마, 난 그런 거에 관심 없어. 우리 대장이 여의도에서 배포하는 현상수배서는 믿지 말라고 했거든, 수배서에 적힌 녀석들을 찾아서 다 죽이다 보면, 분명 무고한 녀석들도 쏴 죽이게 될 거라면서 말이야. 뭐 나는 무고하든 말든 돈만 받으면 상관없지만 말이야.”

“무슨 소리 하는 거냐 너.”

“이건 개인적인 의뢰야... 나쁘게 생각하지 마.”

“... 혼자 온 거냐?”

“물론이지, 너희 같은 녀석들 처리하는데, 트럭이라도 끌고 올까 봐?”


상황을 파악한 대장과 도적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도적들을 주변으로 소산시켰고, 낯선 남자는 현상수배서를 떨어트리며 다시 망토 속으로 자기 손을 감췄다.


대머리는 부하들의 위치를 고개를 까딱거리며 배정한 후, 여성을 잡고 있던 도적을 바라보고 말했다.


“총 맞아 죽은 시체랑 즐기기 싫으면 그년 잘 지키고 있어.”


하지만 아까부터 상태가 이상하던 삐쩍 마른 도적은, 이번에도 안절부절못하며 조심스러운 말투로 대장을 향해 중얼거렸다.


“대... 대장, 우... 우리 조금 위험한 것 같아.”


낯선 사내의 정체를 의심하던 삐쩍 마른 도적은, 남성이 가진 특유의 사람 신경질을 긁는 느끼한 말투에 그의 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여자나 잘 지켜.”


대장은 그의 충고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걸어가 망토 남성의 일직선상 앞에 위치했다. 도적들은 주변의 건물이나 마차 잔해 등, 각기 엄폐물에 숨어 남성을 포위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남성은 여유로운 말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솔직히 나도 사람인지라, 내가 처리하는 녀석들이 사실 착한 녀석이었으면 어쩌지? 같은 망설임이 조금 있거든... 근데 너희는 진짜 쓰레기 새끼들이구나.”


남성은 마차의 잔해와 주변에 널린 시체, 그리고 겁에 질린 속옷 차림의 여성을 한 번씩 바라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다행이야. 이 쓰레기들아.”


그 후에는 순식간이었다. 긴장된 대치가 길어지는 일 따위는 없었다, 말을 끝내기 무섭게 몸을 움직인 건 망토의 남성이었다. 그는 몸을 푹 속이며 자신의 품 안에서 붉은 권총을 꺼내 앞으로 굴렀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그를 조준하던 도적들은 총을 일제히 격발했지만, 남성의 움직임이 워낙 재빨라, 그들이 조준하던 곳엔 이미 아무도 없었다.


앞으로 구른 남성은, 뒤쪽의 10m 정도 위치에 있던 남성의 머리를 정확히 명중했고, 무릎쏴 자세로 착지하여 그의 옆에 있던 남성에게도 격발했다. 두 번째 남성은 어깨 부위에 총을 맞고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순식간에 두 명이 당하자, 당황한 총잡이들이 잠시 틈을 보였지만, 이내 자세를 고쳐잡고 앞으로 굴러나온 남성을 향해 총을 조준했다.


하지만, 곧이어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남성의 망토 속에서 ‘핑’하는 소리와 무언가 떨어지는 충격음이 들리더니, 그의 망토 속에서 연막이 뿜어져 나오며 순식간에 주변의 시야를 가려버렸다.


연막 속에서는 총잡이들이 레일건을 난사하며 불빛과 소음을 뿜어대는 탓에 난장판이 되었다.


뒤에 빠져 여성을 권총으로 위협하며 상황을 지켜보던 삐쩍 마른 총잡이는,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던 그 낯선 남성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제... 제비.”

“뭐라고?!”


연막이 끝나는 지점에 살짝 걸쳐있던 대장은, 삐쩍 마른 부하를 향해 소리쳤다.


“저 녀석이 제비라고?”

“분명합니다... 저 목소리며, 붉은색 권총 그리고 남색 망토... 부천에서 가장 위험한 용병단의 제비에요! 전국에서 4명 밖에 없는 최대 현상금이 걸린 미친놈입니다. 승산이 없어요 대장!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합니다!”


자신의 부하가 호들갑을 떨며 퇴각을 부추기자, 대장은 흥미롭다는 듯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 나보고 도망치자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오히려 잘 됐어, 폐허가 된 수도에 내 이름을 떨칠 좋은 기회야. 저 녀석을 죽이고 현상금까지 받아내 우리 도적단을 키워서 세력을 키우면 딱 맞겠군! 기다려라! 제비! 이 몸이 간다!”


남성은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연막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곧이어, 둔탁한 레일건의 총격음과 연막 사이로 푸른빛의 섬광이 여러 번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채, 불빛과 총격음만으로 상황을 파악해야 했던 삐쩍 마른 남성은, 점점 공포감에 이성을 장악당하기 시작했다.


삐쩍 마른 남성은 점차 여성을 데리고 뒤로 물러나더니, 곧이어 여성을 끌고 자리를 이탈해 빠른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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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제비[1] 22.06.09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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