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어서오세요.

천재 배우의 슬기로운 회귀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케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10.29 12:46
최근연재일 :
2022.11.30 22:2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32,148
추천수 :
1,176
글자수 :
165,243

작성
22.11.23 22:20
조회
633
추천
28
글자
12쪽

제23화

DUMMY

촬영장으로 이동 중이던 도현은 출발하기 전 김석주 대표가 한 말이 떠올랐다.


-이성빈이 오늘 메인이라니까. 네가 가서 직접 한 번 봐봐.


당연히 그의 연기가 어떤지 보라는 뜻일 터.

아마 이성빈이 아니었다면 김 대표는 급작스런 이창호 감독의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했을 것이다.

그의 연기가 궁금하던 차에 잘 됐다 싶었다.

또한 이성빈이란 사람에 대해 개인적인 호기심이 인 것도 사실.


‘스크린이나 TV화면으로 보는 거랑 직접 보는 거랑은 확실히 다르겠지. 어떤 사람일까?’


이성빈의 연기는 수많은 작품을 통해서 봐왔다.

당대 손꼽히는 배우로 명성을 날릴 그의 이십대는 어떨까?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배우.’


연기를 잘 하는 배우는 많다.

하지만 그 배우만이 지닌 고유의 분위기를 렌즈에 투영시키는 이는 손에 꼽는다.

가령 김혜수가 흰 티에 청바지를 입고 그냥 서있는 것만으로도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흔히들 ‘아우라'라고도 부르는 그것을 이성빈은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타고난 재능을 활용할 줄 아는 영리한 배우였다.

과연 현장에선 어떻게 현장을 사로잡을까 기대가 됐다.


반면, 도현은 타인에게서 보고 배워야 할 것을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배우였다.


‘배울 게 많으면 좋겠다.’


물론 도현 본인 또한 그 ‘아우라'를 지닌 배우라는 걸 아직은 자각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도현은 스파이패밀리의 시나리오를 보며 촬영장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한편, 콜타임 전에 파주 세트장에 도착한 이창호 감독은 바로 현장 상황부터 체크했다.


“준비는 다 끝냈지?”

“네. 줄리엣이랑 이성빈 배우님께는 콘티랑 다 설명 했습니다. 바로 촬영 들어가시죠.”

“좋아.”


이 감독의 허락이 떨어지자 스텝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하필 비행기가 결항일 게 뭐야.’


하필이면 해주기로 했던 카메오가 기상악화로 제주도에서 발이 묶였던 것이다.

오전에 그 얘기를 전달 받았을 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드림엔터 정도나 되는 기획사가 대체할 사람을 찾지 못할 거란 생각은 1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일이 벌어지고만 것이다.


‘그래. 촬영 당일 카메오 부탁할 배우가 어딨겠어.’


드림엔터 관계자들은 급하게 소속 아티스트들의 스케줄을 전부 확인했지만, 가능한 인원이 거짓말처럼 한 명도 없었다.

꼭 그런 날이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도 안되는 그런 날.

그래서 드림엔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창호에게 카메오 없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요청했고, 그 때 불현듯 떠오른 사람이 도현이었다.

창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작정 스타포스로 향했다.

때마침 도현이 회사에 있었고 김 대표님도 흔쾌히 허락해줘서 다행이지.


“아찔했다 진짜.”


하마터면 자신의 커리어에 씻지 못할 스크래치가 갈 뻔한 상황을 기적적으로 모면한 창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스텝 두 명이 각각 줄리엣과 이성빈의 대기실로 호출하러 간 사이, 드림엔터쪽 관계자들이 다급히 다가왔다.


“감독님!”


절실한 눈빛으로 ‘제발 구했다'고 말해주길 기다리는 듯 했다.

창호는 걱정 말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팀의 막내로 보이는 여스텝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까지 글썽였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자 창호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이제 다 해결됬으니 우리 줄리엣 뮤비에 집중할까요?”


그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독님! 저희 부르셨어요?”


나인틴 촬영이후 한결 밝아진 민아가 토끼처럼 총총하고 뛰어왔다.

보아하니 조금 전까지의 위험천만한 상황을 모르는 눈치.

촬영 앞두고 굳이 알려서 걱정만 키울 필요도 없으니 창호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네. 이제 촬영 들어갈까요?”

“좋아요! 그런데 오늘 카메오가 누군데요 감독님.”

“완전 궁금해요.”

“누구에요?”

“어떤 훈훈한 배우님이실까요?”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줄리엣에게 창호가 누군지 말하려는 순간, 세트장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오는 익숙한 실루엣에 민아의 동공이 확대되며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어머! 오빠!”

“어! 민아야. 하루 만이다.”


도현이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등장했다.


“도현 오빠였어요?”

“네.”


민아가 도현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대기실에서 나오던 이성빈이 도현을 발견한 것도 그 때였다.


“형. 오늘 카메오가 이도현 씨였어?”


카메오가 펑크날지도 모른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그게 이도현일 줄이야.

성빈의 매니저도 몰랐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게. 이도현 씨였네?”


도현을 바라보는 성빈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번뜩였다.


*


-따라와~ 아워 시크릿 가든~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온 도현은 하은의 뮤직비디오 때와 전혀 다른 풍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조명 탓인지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숲 속의 세트장은 꼭 요정이라도 나올 것만 같이 신비스럽다.

그 중심에서 줄리엣 멤버들이 노래에 따라 칼군무를 펼치고 있었다.

격렬한 춤사위에도 줄리엣 멤버들은 힘들어 하는 기색 하나 없이 본인들의 매력을 어필하느라 여념이 없다.

능숙한 표정 연기는 그녀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눈에 보일 정도.


“커트!”

“감독님 어때요?”


이창호 감독의 컷 소리에 줄리엣 멤버들은 바로 달려와 촬영 장면을 모니터하며 바로바로 피드백을 주고 받았다.


“여기 이 부분에서 민아 씨 눈빛을 좀 더 사랑스럽게 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레이 씨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모든 걸 놓치지 않겠다는 듯, 사소한 손짓부터 심지러 렌즈를 바라보는 시선과 표정까지 전부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럼 다시 한 번 갈까요?”

““네!””


목소리도 그렇게 우렁찰 수가 없다.

수차례 같은 구간을 반복하며 촬영에 임하는 줄리엣을 보며 아이돌이 왜 3D업종의 끝판왕이라 불리는지 알 것도 같았다.


“완전히 다른 세상 같죠?”

“!?”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도현이 흠칫하며 돌아봤다.

이성빈이 도현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걸었다.


“저번에 로드픽쳐스에서 봤죠? 반가워요.”

“네. 기억하시네요. 이도현입니다.”

“이성빈이에요.”


백금발로 물들인 머리, 르네상스풍의 백색 연미복과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하늘색 코트를 걸친 성빈은 마치 어린 왕자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서있었다.


“확실히 뮤비라 그런지 컨셉이 확실하네요.”

“도현 씨도 만만치 않은 걸요?”


성빈의 말처럼 도현 역시 처음 세트장에 들어올 때와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성빈과 대조되는 백은발에 외눈 안경을 쓴 도현.

뒤꼬리가 두갈래로 갈라진 블랙 턱시도와 흰장갑까지 낀 도현의 컨셉은 바로 시계토끼였다.

그랬다.

오늘 줄리엣의 뮤비 컨셉은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섯 앨리스를 신비와 모험이 도사리는 이상한 나라로 인도할 안내자 역할을 도현이 맡은 것이다.


“그..그렇죠.”

“잘 어울리는데요?”

“하하. 어색합니다.”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에 의상이 어색한 도현이지만 보는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던가.’

‘내가 카메오가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도현과 성빈은 다소 과해보이는 컨셉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서로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다.


“오늘 카메오가 도현 씨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저도 오늘 제가 뮤직비디오 촬영에 올 줄은 몰랐어요. 저녁은 집에서 먹기로 했는데 어머니께 연락 드려야겠어요.”


역시.

성빈은 도현의 대답으로 대강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급하게 투입 된 거구나. 그것도 오늘.’


서로에 대해 궁금해 했던 도현과 성빈은 누구 하나 선뜻 입을 떼지 못했다.

두 사람의 시선 모두 줄리엣에게 향해있지만, 감각은 서로롤 향해 있었다.

그러다 슬쩍 고개를 틀어 성빈을 볼 때면.


“...”

“....”


성빈과 눈이 마주쳐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다 로드픽쳐스에서 어정쩡하게 스친 탓이리라.

도현은 턱밑까지 차오른 질문들 때문에 타이밍을 쟀다.


김 감독님과 미팅은 어땠어요?

연기 연습은 어떻게 해요?

단편 영화는 어떻게 시작한 거예요?

임하동 역을 연기할 땐 전사를 어떻게 구상했어요?

등등 묻고 싶은 건 수두룩했지만 서로 의식을 한다는 걸 느껴서 그런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가 쉽지 않았다.


‘이상하게 어색하네. 그래도 저쪽에서 먼저 인사를 걸었으니 이번엔 내가 먼저.’


도현은 이러다 촬영이 끝날 때까지 어색할까봐 먼저 용기를 내기로 했다.


“저 성빈 씨는...”


도현이 막 입을 떼려는 찰나.


“커트! 좋았어요! 다음은 도현 씨 들어와서 진행할 게요!”


이창호 감독의 외침에 도현은 잠시 후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따 봬요.”

“네. 촬영 화이팅입니다.”


서로 어색한 화이팅을 날리며 도현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

알맹이 없는 인사에 불과했지만, 성빈은 일단 통성명한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도현이 감독쪽으로 다가가자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마치 중세 판타지 배경의 영화에서 툭 튀어나온 모습에.


“와... 제가 아는 도현 씨 맞아요?”

“오빠 진짜 장난 아니다. 말 안하고 보면 오빤 줄 모르겠어.”

“아무렴요. 누가 이 모습 보고 시계토끼라고 생각할지 그게 더 문제겠는데요?”

“감독님 그럼 오빠 머리 위에 토끼 귀라도 씌우는 건 어때요?”


이창호 감독과 민아가 달라진 도현의 모습을 극찬하기 바빴다.

뒤에 있던 멤버들은 친분이 없어 말을 걸지는 못했지만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럼 다시 한 번 체크 하고 촬영 들어갈 게요.”


그러자 도현과 줄리엣 멤버들이 이 감독 쪽으로 몰려들었다.


“시계 토끼 역할인 도현 씨가 다섯 명의 앨리스를 안내하는 거예요. 먼저 줄리엣 멤버들이 춤을 추고 있으면 중간에 도현 씨가 들어가는 겁니다. 도현 씨는 바쁘다는 듯 시계를 보며 저기서 저쪽으로 또 저쪽에서 이쪽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앨리스들의 시선을 끄는 거죠. 카메라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갈 거에요. 이땐 카메라 렌즈는 보지 마시고 연기하시면 돼요. 여기까진 이해하셨죠?”

“네.”

“그럼 처음에 관심고 없던 앨리스들이 왔다갔다 하는 도현 씨를 신경 쓰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도현 씨가 저 지점에 서서 무언가 고심하는 척 하세요. 그럼 앨리스들이 도현 씨 뒤에 일렬로 서있다가 제가 신호를 보내면 고개만 내밀어 도현 씨를 보는 거에요.”


이 감독은 도현과 줄리엣이 이해하기 쉽게 자세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현 씨가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화면 밖으로 나오면 되시고. 일렬로 서있던 앨리스들은 호기심이 일어 도현 씨가 사라진 방향으로 한명씩 나오면 되요. 질문 받겠습니다.”


대사도 없고 크게 어려운 동선도 없어서 그런지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그럼 처음은 가볍게 가볼까요?”

“네.”

““네!””


이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도현은 줄리엣보다 먼저 한 걸음 나와 세트장을 등지며 섰다.

줄리엣 멤버들을 돌아본 도현은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는가 싶더니, 시간을 확인한 그가 한쪽 다리를 뒤로 빼며 기품있게 인사했다.


““!?””


고개를 든 도현은 이미 시계토끼에 몰입한 상태였다.

도현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며 말했다.


“앨리스 여러분? 이상한 나라로 출발할 준비는 다 되셨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배우의 슬기로운 회귀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1 22.12.01 201 0 -
공지 연재시간은 밤 10시 20분입니다(수정) 22.11.03 716 0 -
29 제29화 +3 22.11.30 472 20 11쪽
28 제28화(수정) +3 22.11.29 459 24 12쪽
27 제27화 +2 22.11.28 487 24 12쪽
26 제26화 +3 22.11.26 543 28 13쪽
25 제25화 +2 22.11.25 534 26 12쪽
24 제24화 +2 22.11.24 571 30 11쪽
» 제23화 +3 22.11.23 634 28 12쪽
22 제22화 +4 22.11.22 617 26 11쪽
21 제21화 +3 22.11.21 673 29 13쪽
20 제20화 +3 22.11.19 757 29 19쪽
19 제19화 +3 22.11.18 775 27 14쪽
18 제18화 +2 22.11.17 776 31 12쪽
17 제17화 +2 22.11.16 812 31 12쪽
16 제16화(수정) +6 22.11.15 893 34 17쪽
15 제15화 +4 22.11.14 936 36 12쪽
14 제14화 +3 22.11.12 939 34 13쪽
13 제13화 +3 22.11.11 943 37 12쪽
12 제12화 +3 22.11.10 979 40 12쪽
11 제11화 +3 22.11.09 1,023 37 13쪽
10 제10화 +3 22.11.08 1,095 40 12쪽
9 제9화 +2 22.11.07 1,120 43 12쪽
8 제8화 +5 22.11.06 1,216 46 12쪽
7 제7화 +3 22.11.05 1,241 43 12쪽
6 제6화 +6 22.11.04 1,306 40 13쪽
5 제5화 +6 22.11.03 1,496 48 11쪽
4 제4화 +7 22.11.02 1,857 58 13쪽
3 제3화 +4 22.11.01 2,225 77 13쪽
2 제2화 +11 22.11.01 2,675 8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