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어서오세요.

천재 배우의 슬기로운 회귀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케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10.29 12:46
최근연재일 :
2022.11.30 22:2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32,217
추천수 :
1,176
글자수 :
165,243

작성
22.11.19 22:20
조회
759
추천
29
글자
19쪽

제20화

DUMMY

오늘도 유성고는 나인틴의 촬영으로 분주했다.

대망의 마지막 촬영이 진행되는 터라 감독과 배우를 비롯한 전 스텝들이 기합이 바짝 들어간 상태.


“자자. 준비들 하시고!”


모든 배우들과 카메라 감독까지 제 위치에 스탠바이한 상태로 우중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레디~ 액션!”


이윽고 김우중 감독의 입에서 신호탄이 쏘아졌다.


“거기서!”


영원고 2층의 어느 복도 위로 검붉은 그림자가 드리운 시각.

개교기념일이라 텅 빈 학교가 웬일로 시끄럽다.


타닥 타닥 타닥.


수많은 발자국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발자국의 주인은 바로.


“달리기는 왜 이렇게 빠른 거야!”


태빈과 규현을 필두로 한 친구들은 같은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을 뒤쫓고 있었다.

남학생들에 비해 뒤쳐지는 여학생들은 숨을 헐떡이며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남학생들한테 당부하는 걸 잊지 않았다.


“야! 절대로 놓치면 안 돼!”

“그 자식 잡으면 죽여 버릴 거야! 감히 날 이렇게 힘들게 해!”

“힘들어 죽겠다. 나 좀 살려줘!!”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슬아슬한 술래잡기가 벌어진 영원고다.

한편 맨 앞에서 쫓고 있던 규현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외쳤다.


“자기야! 내가 잡을 테니까 자기는 천천히 올라와!”

“알았어. 헤헷!”


규현의 걱정에 지나의 볼이 발개지자 옆에서 함께 달리던 유성고 여신들이라 불리는 민정과 세라가 궁시렁 거렸다.


“짜증나. 너희 둘은 이 와중에도 연애질이냐!”

“그럼 너희도 연애하던가.”

“내가 이꼴 보겠다고 개교기념일에 학교를 나온 게 아닌데.”


지나, 세라, 민정이 투닥 거리는 그 사이 남학생들은 그 의문의 학생을 옥상까지 몰아넣는데 성공했다.

아니 몰아넣었다 생각했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어져 당황한 기색을 기대했건만 그는 남학생들을 등지고 서있었다.


“그동안 잘도 도망 다녔겠다. 그 뻔뻔한 낯짝이나 좀 보자!”


준석의 호기로운 외침에도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뒤쳐졌던 세 명이 옥상 문을 열고 나타났다.


“헉. 헉. 헉. 죽을 거 같아.”

“진짜 너무 힘들어.”

“자기야~ 나 죽어.”


태빈과 우민이 세라와 민정을 부축이고, 지나는 바로 규현에게 달려갔다.

마침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다.

때마침 그의 어깨 너머로 검붉은 노을이 시야를 어지럽히는 순간.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뒤로 돌며 얼굴을 드러냈다.

그러자 모두가 석상이라도 된 듯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지금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현진은 자신이 제대로 본 것이 맞는지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의 옆에 서 있는 규현을 비롯한 지나, 우민, 지우, 세라, 민정, 준석 모두가 믿기 힘든 상황에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었다.


“진짜라고?”

“헐... 미친.”

“대박.”

“실화로?”

“이런 반전이 있어도 되는 거야?”

“설마 너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진짜.”


설마하니 눈앞에 서있는 그가 작성자 K였다니.

얼굴이 완전히 가려진 흐릿한 실루엣.

호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입 꼬리가 장난스럽기 그지없다.

인정을 하는 것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그 상황에 나란히 선 여덟 명은 보고도 믿기 힘들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까지 그의 손에서 놀아났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저마다 놀란 표정을 지으며 분위기가 고조되는 그 순간, 규현이 그를 가리키며 확답을 받아내기 위해 마지막으로 물었다.


“네... 네가 진짜... 그 작성자 K였다고?”


잠시 후,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던 작성자 K의 입에서 모두가 기다리던 우렁찬 외침이 흘러나왔다.


“커~~~~트!”


그 소리와 함께 촬영장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적막을 깬 것 역시 동일 인물이었다.


“그동안 나인틴 시즌1 촬영하느라 모두 수고했다!”


카메라를 등지고 서있던 작성자 K의 정체는 뜬금없게도 김우중 감독이었다.

마지막 촬영에 임한 배우들을 위한 일종의 제작진 일동의 이벤트였다고나 할까.

자신들과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그를 향해 배우들 모두가 달려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독님!”

“설마하니 작성자 K가 감독님이었을 줄이야.”

“어우. 이런 반전을 감히 누가 생각했겠어요.”

“우리 임 작가님도 진짜 엉뚱하시다니까.”

“교복도 너무 잘 어울리시는데요? 우리 감독님 완전 동안이신 데요?”

“감독님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힝. 감독님 보고 싶어서 어떡해요.”


모두가 김우중 감독에게 뛰어간 와중에도 도현은 혼자 그 자리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첫 촬영에 들어갔던 <나인틴>은 작성자 K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은 채, 시즌 2를 기약했다.


‘첫 촬영 들어간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 끝났다니.’


조금 전 마지막 촬영이 끝났음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지금 이 감정을 온전히 음미하기 위해선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잠깐이 지나고 도현이 마침내 걸음을 땠다.

그 걸음의 끝에 선 도현이 말했다.


“감독님··· 감사했습니다.”


배우들의 축하를 받으며 정신이 없던 우중은 도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도현의 눈빛은 시원섭섭함부터 시작해 안도, 슬픔, 기쁨 등 참으로 많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 감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중이 도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도현이 너도 수고 많았다. 그동안 아주 잘해줬어.”


어깨를 쓸어내리는 우중의 손길은 그 어떤 말보다 따뜻한 위로이자 응원으로 다가왔다.

곧이어 공식적인 드라마 촬영을 모두 끝낸 배우들에게 제작진의 작은 선물이 남아있었다.


“어머?”

“우와...”

“향기 너무 좋다.”

“이거 생화죠?”


바로 꽃다발이었다.

제작진의 갑작스런 선물에 감동한 배우들은 한동안 꽃다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노란색이 장미인 것은 알겠는데 보라색 꽃의 이름을 통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묘하게 어울린 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도현과 같은 표정을 짓자 우중이 입을 열었다.


“보라색 꽃은 라일락이야. 노란 장미와 라일락의 조화가 뭔가 싶지?”

“네. 이름이 뭔지 너무너무너무 궁금해요!”


지윤이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묻자 우중이 피식 웃으며 해답을 알려줬다.


“그 꽃다발들··· 임 작가가 준비한 거야. 영원한 우정과 사랑의 노란 장미. 젊은 날의 추억의 라일락. 임 작가는 젊은 날의 추억을 기억하며 영원한 우정을 이어가자 뭐 이런 깊은 뜻으로 줬겠지만. 난 우리 핸드메이드와 앞으로 대한민국 톱스타가 될 여러분들이 지금의 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앞으로도 쭉~~~ 우리와 인연을 이어나가줬음 하는 바람이야. 하하!”


마지막 촬영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임 작가였지만, 서운해 하는 배우는 한 명도 없었다.

오히여 수줍은 임 작가의 선물이란 말에 그녀가 얼마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지 알기에 고마울 따름이다.

꽃다발에서 시선을 뗀 도현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들을 바라보며 축하해 주는 수많은 스텝들 사이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엄지를 세우고 있는 현욱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우재와 유나가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들에게 달려간 도현이 꽃다발 속에서 노란 장미를 한 송이씩 꺼내 건네며 말했다.


“우리의 우정도 영원히 갔으면 좋겠어.”

“물론이지.”

“감동이다.”

“누나가 할 소리야.”


노란 장미를 받은 현욱, 우재, 유나가 한껏 감동에 젖은 그 순간.

본분을 잊지 않고 있던 조연출의 외침이 오늘의 이 자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렸다.


“자자! 그럼 우리 배우 분들은 라이브 이벤트 준비하러 가실게요!”


*


“오빠 나 어때?”

“예뻐.”

“망했네.”


한치의 망설임 없는 도현의 대답에 지윤이 울상이 됐다.

도현은 그럴 거면서 왜 물어보냐고 했지만 비단 지윤만의 호들갑은 아니었다.


“언니 나 눈 많이 부었지.”

“나는 나는? 나는 어때?”

“부기가 안 빠져...”


라이브 방송을 앞둔 나인틴 배우들은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특히나 마지막 촬영을 끝낸 터라 감정이 북받쳐 울었던 여배우들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라이브까지 1분 남았습니다. 배우 분들께선 준비해주세요.”


스텝의 말에 여배우들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반면 남자 배우들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다들 평소랑 똑같은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태빈의 그 말 한 마디에 여배우들은 미리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뒤돌더니 도끼눈을 뜨고 말했다.


““네가 뭘 알아!””

“아이고. 깜짝이야.”


여배우들의 박력에 태빈은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10초 남았습니다.”


핸드메이드 미디어컨텐츠팀의 박요한 피디의 외침에 산만했던 배우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9, 8, 7, 6, 5, 4, 3, 들어갑니다! 온!”


박요한 피디의 신호에 맞춰 채널의 라이브 방송이 오픈됐다.

암전되어 있던 화면에 배우들의 모습이 나타난 순간 댓글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나 둘!”

태빈의 신호에 맞춰.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배우들 모두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


-와.. 미모들 뭐임. 실화임?

-꺄악! 태빈 오빠 너무 질생겼어요!

-미모 원탑 민호 오빠!

-민정 언니 너무 예뻐요!

-지윤 누나 사랑해요! 저랑 사겨주세요!

-가람아 사랑한다!

....


댓글창의 반응은 눈으로 읽기도 힘들 정도.

동시에 시청자수도 폭발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 천 명대로 시작했던 시청자수는 어느새 만 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우들은 그 어마어마한 화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숫자 설마 오류 난 건 아니겠지?’


도현이 놀랄 눈으로 옆의 민호를 보자 그도 놀란 기색을 겨우 숨기는 눈치였다.


“형. 진짜 장난 아니네요.”

“그러니까.”


옆자리에 있던 태빈도 조용히 속삭였다.

이는 핸드메이드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1차 티저에 이어 2차 티저까지 공개된 상황이라 어느 정도 반응은 예상했지만, 팬들이 이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도현 오빠 사랑해요!

-하은이 팬인데 오빠 보러왔어요!

-나인틴 완전 기대할 게요! 도현 오빠!

-오빠 수트빨에 반해서 왔어요!! 기대할 게요 도현 오빠!


그 중에서도 도현을 언급하는 댓글의 비중이 상당했다.

비록 비대면일지라도 도현은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럼 우리 자기소개 한번 씩 할까요?”


진행은 경험이 많은 민아가 맡았다.


“안녕하세요! 강지우 역을 맡은 유태빈입니다.”

“반갑습니다! 차규현 역의 이도현입니다.”

“박우민 역의 이민호입니다.”

....


차례대로 인사를 마치고 민아는 능숙한 실력으로 라이브를 진행했다.

배우들은 자신들의 근황을 알리면서 팬들의 질문에도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인틴에 관한 질문 중엔 유독 러브라인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역시 배우는 배우였다.

별 거 아닌 가벼운 눈 맞춤으로도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하게 설레는 장면을 많이 만들었다.


-어? 방금 태빈 오빠랑 민아 누나 눈빛이 심상치 않았는데?

-민호 오빠랑 지윤 누나도 기류가 딱 핑크빛인데?


시청자들은 명탐정이라도 된 듯 각자의 뇌피셜을 피력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도현을 비롯한 무려 여덟 명이나 되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말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라이브가 진행된 한 시간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고, 어느덧 라이브를 마무리 할 시간이 되었다.


“자 그럼 아쉽지만 여러분! 저희는 이만 여기서 인사드려야 할 거 같아요.”


민아의 입에서 클로즈 멘트가 나오자 댓글창이 난리가 났다.


-벌써 끝내요? ㅜㅜ

-시간 언제 이렇게 순삭됨?

-아쉬워요~

-우리 딱 한 시간만 더 하자.


하지만 시청자들 말고도 아쉬움에 슬퍼하는 이들이 있었다.


“힝. 저도 여러분하고 헤어지기 싫어요.”

“시간 진짜 빨리 간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지났지?”

“여러분들하고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까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배우들 역시 시청자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어야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할 수 있기에.


“여러분. 우리 나인틴 많이 많이 사랑해주시고 저희들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사랑해주세요~!!””

민아를 따라 모두가 함께 클로즈 멘트를 치며 라이브 방송은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모니터 화면이 암전되면서 한껏 긴장했던 배우들의 입에서도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고 있던 제작진들도 마찬가지였다.


“후우... 배우 분들 모두 라방이 익숙지 않을 텐데 별 문제없이 끝내서 다행이네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박요한 피디가 십년감수한 표정으로 말하자 배우들 모두 피디와 제작진들에게 수고했다며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현도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와... 진짜 라방도 긴장감 장난 아니다. 하마터면 내 입이 생각을 거치지 않고 날뛸 뻔 했어.”

“나도 나도. 난 입이 막 근질근질 거리는 걸 간신히 참았다니까.”

“그래도 넌 입담이 좀 되더라? 인별그램 라방으로 다져진 내공인가?”

“인별그램으로 소통하는 게 도움이 좀 된 것도 같아.”


우현과 민아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아닌가.


‘둘이 언제 이렇게 친해졌지? 설마....’


도현이 고개가 45도 각도로 기우려는 찰나 그의 뒤에서 민호가 슬그머니 다가와 속삭였다.


“너도 신기하지.”

“응?”

“그냥 모른 척 해.”

“이미 그 정도로? 저렇게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들 계시는데?”


도현의 시선이 제작진들 뒤로 포진해 있는 매니저들에게로 향했다.

특히나 팔짱을 낀 채 살벌한 안광을 뿌리는 두 사람이 보였다.


“당사자인 둘은 극구 아니라고 하니까. 아직 아무 말 없는 거지.”

“한 커플은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게 지윤이가 될 줄이야. 역시 영원고 여신 삼대장.”

“우현이 형이 로미오가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전쟁 통에도 사랑을 싹 튼다고 했어.”


도현과 민호는 자연스럽게 함께 자리를 뜨는 우현과 민아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이 둘의 대화에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지윤이 합류했다.


“오빠들도 알아챘어?”

“얘는 방금. 나는 촬영장에서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었지.”

“역시 도현 오빠 눈치 꽝인 건 인정.”

“얘가 관심이 없는 거엔 아예 신경을 안 쓰는 타입이잖아.”

“머 예전부터 그러긴 했지.”


둘의 말처럼 도현의 관심은 딱 거기까지였다.

우현과 민아가 사귀는 말든, 옆에서 민호와 지윤이 떠들던 말든, 그의 머릿속은 온통 나인틴과 라방이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와 이 기세를 몰아 로맨스오피스도 유종의 미를 거두자, 마지막으로 김근수 감독님은 언제 연락 오실까. 이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얘 봐봐. 바로 옆에서 얘기하는데 혼자 딴 세상에서 살고 있잖아. 아마 얼마 전에 김근수 감독님 꺼 오디션 본 거 생각하는 중일 거다.”

“별 말 없는 거 보면 잘 봤겠지?”

“도화 쌤 휴가 낸 거 보면 몰라?”

“아... 그렇지. 도현 오빠가 도화 쌤이랑 타이틀 매치에서 이겨서 독종 타이틀 차지했지.”

“스타포스 사대 독종으로 도현이 올랐잖아. 일대는 우리 대표님. 이대는 이훈 선배님. 삼대는 도화 쌤. 사대는 이도현.”

“참. 이렇게 보면 대단하다니까. 일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거 보면.”

“뭐 그만큼 노력을 하니까 성과가 따라오는 거겠지. 우리도 도현이 보면서 분발해야 돼.”“동감. 이 오빠 보고 있으면 항상 자극된다니까.”

“이하 동문.”


그 때 생각에 빠져있는 줄 알았던 도현이 입을 열었다.


“이런 말은 보통 당사자 없을 때 하지 않나?”


그러자 지윤이 ‘으.. 소름..’이라며 학을 땠다.


“그거 강세라 대사잖아. 아직도 그걸 외우고 있었어?”

“좋은 대사는 언제 어디서 써먹을지 모르를 거니까.”

“됐고 우리도 슬슬 비켜주자.”


어느새 스텝들이 다가와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세 사람은 죄송하다며 스튜디오를 나와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의 풍경은 다양했다.

여덟 명의 배우가 한 공간에 있으니 하는 것도 다양했다.

특히나 눈에 띄는 건.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 너무너무 아쉬워서 다시 돌아왔어요. 여기가 어디냐구요? 바.로. 나인틴 출연배우들이 함께 쓰는 대기실입니다.”


걸그룹답게 팬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민아는 인별그램으로 라방을 찍고 있었다.


“우리 나인틴 식구들~ 제 팬들에게 손 한번 흔들어 주세요~!”


팬을 끔찍이 아끼는 민하의 요청에 이제막 대기실에 들어온 도현, 민호, 지윤이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상 머지않아 스타포스 삼대장으로 불릴 세 사람이었습니다.”


에너지가 넘쳐서 그런지 그녀는 스텝들에게도 카메라를 들이대며 라방을 그야말로 즐겼다.


“어우. 민아 쟤도 에너지는 진짜 갑이야.”

“내 말이.”


세 사람은 녹초가 되어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본인들의 매니저가 함께 있는 대기실 구석으로 향했다.

새 배우의 매니저들은 이들 셋을 보자 기다렸다는 듯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이게 뭔데? 대본이나 시나리오라고 하기엔 딱 봐도 얇은데. 무슨 기획안이야?”


도현은 현욱에게 받은 서류봉투를 살폈다.


[라온장학재단]


“장학재단?”


뜬금없는 장학재단 등장에 도현이 당황한 사이.

옆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힐파운데이션?”

“글로리아동복지회?”


도현이 휙-하고 고개를 돌리자 지윤과 민호의 당황스런 눈빛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냐 말하고 있었다.


“안에 있는 것 좀 꺼내서 봐봐.”

“어... 알았어.”


현욱의 말에 봉투 안에 서류를 꺼냈다.


<기부증서>

기 부 자 : 이도현

기부금액 : 1,000,000원


도현님의 따뜻한 나눔은...

...


그 내용물을 확인한 도현은 너무 놀라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당황을 금치 못하는 도현과 민호, 지윤을 향해 현욱이 말했다.


“대표님이 보내신 선물이야.”

“갑자기 웬 선물?”

“너희들 작품 하나 잘 끝냈잖아.”


띵~


김 대표님의 선물이라는 말에 도현은 망치로 뒤통수를 빵 맞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기부라니.”


이건 반칙이지.


“이런 거 보면 참 우리 대표님도 스윗하신 분이라니까.”


잠시 잊고 있었다.

우리 대표님이 엉뚱하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를 타고났다는 걸 말이다.

도현을 비롯한 민호, 지윤.

스타포스 삼인방은 멍하니 기부증서를 보고 있었고.


-작품 끝냈다고 소속배우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대표라니.

-와.. 스타포스 대표 클라스 보소.


이들의 모습은 민아의 라방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배우의 슬기로운 회귀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1 22.12.01 201 0 -
공지 연재시간은 밤 10시 20분입니다(수정) 22.11.03 716 0 -
29 제29화 +3 22.11.30 475 20 11쪽
28 제28화(수정) +3 22.11.29 461 24 12쪽
27 제27화 +2 22.11.28 489 24 12쪽
26 제26화 +3 22.11.26 545 28 13쪽
25 제25화 +2 22.11.25 536 26 12쪽
24 제24화 +2 22.11.24 573 30 11쪽
23 제23화 +3 22.11.23 636 28 12쪽
22 제22화 +4 22.11.22 619 26 11쪽
21 제21화 +3 22.11.21 675 29 13쪽
» 제20화 +3 22.11.19 760 29 19쪽
19 제19화 +3 22.11.18 777 27 14쪽
18 제18화 +2 22.11.17 778 31 12쪽
17 제17화 +2 22.11.16 814 31 12쪽
16 제16화(수정) +6 22.11.15 895 34 17쪽
15 제15화 +4 22.11.14 938 36 12쪽
14 제14화 +3 22.11.12 941 34 13쪽
13 제13화 +3 22.11.11 945 37 12쪽
12 제12화 +3 22.11.10 981 40 12쪽
11 제11화 +3 22.11.09 1,025 37 13쪽
10 제10화 +3 22.11.08 1,097 40 12쪽
9 제9화 +2 22.11.07 1,122 43 12쪽
8 제8화 +5 22.11.06 1,218 46 12쪽
7 제7화 +3 22.11.05 1,244 43 12쪽
6 제6화 +6 22.11.04 1,309 40 13쪽
5 제5화 +6 22.11.03 1,499 48 11쪽
4 제4화 +7 22.11.02 1,860 58 13쪽
3 제3화 +4 22.11.01 2,227 77 13쪽
2 제2화 +11 22.11.01 2,678 8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