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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와님의 서재입니다.

그와 그녀 사이의 거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와짜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19.12.29 17:09
최근연재일 :
2020.01.3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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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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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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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계획

DUMMY

이틀째 비가 퍼붓고 있었다. 7월에 들어선 만큼 장마가 시작된 것이었다. 대낮임에도 햇빛이 없어 상가 안은 어둑했다. 다만, 벽에 걸린 손전등과 군데군데 놓인 촛불만이 은은하게 내부를 밝혀주었다.

오전엔 2시간 동안 좀비가 쳐들어 왔을 상황을 가정해 사람들이 훈련을 했다. 노인과 아이들은 대피를, 나머지 사람들은 총과 무기를 챙겨 각자의 위치로 달려갔다. 대부분 옥상 위로 달려갔지만, 몸놀림이 날렵한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 철문을 빠르게 내리고 들어왔다. 그렇게 훈련을 마치자 근무를 서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가롭게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호만큼은 유린에게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묻고 있었다.


“유린씨, 그러면 무기들을 빼낼 방법은 없을까요?”

“문도 잠겨있고 동대장님이 항상 수량 체크를 하셔서 몰래 빼내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냥 무기가 필요하시면 직접 부탁해보시는 게 어떠세요?”

“글쎄요. 그건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네요. 이런 세상에서 무기를 대가 없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죠.”

“그럼 그냥 포기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음...”

호가 볼을 긁적이며 생각에 빠졌다.


***


“야, 지금 호가 떠날 계획 짜고 있던 것 같던데. 어제부터 계속 나한테 지도 가지고 있냐고 물어봤어. 오늘은 유린씨하고 무슨 얘기 중이던데.”

지용이 같은 매트리스에 누워있는 주행에게 말했다.

“그래서 지도 줬어?”

“아니, 지도는 가지고 있질 않아서.”

“가지고 있어도 일단 주지 마.”

“왜?”

“너 쟤 그냥 떠나게 놔둘 거야?”

“글쎄다. 근데 여길 떠나는 건 확실히 미친 짓인 것 같은데.”

“그니까. 어떻게든 말려야지. 근데 좋은 방법 있어?”

주행이 한숨을 내쉬었다.


“시내에 벌떼처럼 있는 좀비들을 보여줄까?”

지용이 물었다.

“걔는 그런 거 신경도 안 쓸걸?”

“음... 근데 걔가 떠나려는 이유가 걔 와이프가 걔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서 그런 거 아니야?”

“그렇지, 지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지.”

주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더 소중한 무언가를 만들어주면 되잖아.”

“뭐? 그게 가능해?”

주행이 지용을 쳐다봤다.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좀 더 생각해볼게. 그리고 어머니한테 얘기 좀 드려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을 가지고 계실지 혹시 아냐?”

“엄마한테?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주행이 코를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가서 꼭 여쭤봐.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니까.”

“음...”


***


“야, 아까부터 유린씨하고 뭐해. 빨리 포커나 치러 가자니까.”

지훈이 호를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중요한 얘기하고 있다고!”

“여기 갇혀있는데 뭐가 그렇게 중요해. 빨리 와! 사람들이 너 좀 소개해 달란다.”

지훈이 재촉했다.


“맞아요, 정호씨. 가서 머리 좀 식히고 오세요.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다고 방법이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한 번 방법을 찾아볼게요.”

“그럼, 유린씨 부탁 좀 드릴게요. 진짜, 정말요!”

호가 유린의 손을 꼭 붙잡았다.

“야, 유린씨 손잡지 마. 저기 주행이 온다. 너 착한 놈이 화나면 더 무서운 거 알지?”

지훈이 반대편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주행을 가리켰다.

“븅신아, 중요한 부탁드리고 있었어.”

호가 짜증을 냈다.

“아, 빨리 가자니까. 그럼 유린씨, 주행이 하고 시간 되면 같이 구경하러 오세요. 포커 칠 줄 아시죠?”

지훈이 호의 옷을 잡아끌었다.

“방법은 아는데 실제로 해본 적은 없네요. 그럼 조금 뒤에 갈 테니까 먼저 놀고 계세요.”


***


“너 근데 진짜 니 와이프 찾으러 갈 거야?”

지훈이 물었다.

“왜?”

“궁금해서 그렇지. 근데, 좀비들이 이렇게 뛰어다니는데?”

“일단, 의사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보고. 이제 1주일도 안 남았어. 어차피 지도도 찾아야 되고 무기도 필요하고, 아무튼 필요한 물자가 많아.”

“그럼 좀비가 안 느려지면?”

“그래도 당연히 가야지! 근데 왜 물어보는 거야?”

호가 떨떠름하게 지훈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나도 같이 간다고. 물론, 좀비가 느려져야 되지만.”

지훈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 지훈을 미친 사람처럼 보며 호가 물었다.

“뭐? 니가 왜?”

“그게 중요하냐? 한 사람이라도 많으면 좋은 거지. 내가 가면 아마도 한솔이도 갈 거야. 일단 2명 확보했네? 좋지?”

지훈이 입술을 내밀며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호는 멈춰 서서 지훈을 빤히 바라봤다.

‘이 새끼,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


“유린씨, 호하고 무슨 얘기 하셨어요?”

주행이 유린 옆에 앉았다.

“정호씨가 물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라고요. 특히 무기를 찾던데요.”

“그래서요?”

주행이 유린을 빤히 바라봤다.

“물자는 대충 핑계를 댔고, 무기는 어차피 동대장님이 관리해서 저도 어쩔 수 없는걸요. 그런데 지용씨하고는 얘기 잘해보셨어요?”

“하... 아직까지 딱히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머니하고 상의해 보려고요.”

주행이 힘없이 말했다.

“어머니가 아셔도 괜찮을까요?”

유린이 걱정스럽게 주행을 쳐다봤다.

“지금은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곧 있으면 의사가 말한 시간이 다가오기도 하고,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닌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현명한 답변 주셨으면 좋겠네요...”

유린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지훈아! 왜 이렇게 늦게 와? 한솔이 포커 못 쳐가지고 재미없다.”

한창 진행 중인 포커 판에는 주행이 말한 3소대장과 한솔 그리고 모르는 사람 2명이 앉아있었다.

“아, 형님. 이놈이 좀 비싼 친구입니다. 그런데 포커는 또 기가 막히게 쳐요.”

지훈이 웃으며 쇼핑백을 내려놨다.

“안녕하세요. 정호입니다. 지훈이 친구입니다.”

호도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어서 와요. 저는 3소대장인 주철이고 여기는 2소대장인 김승현, 그 옆에는 4소대장인 이승윤이에요. 주행이한테 얘기 많이 들어서 뵙고 싶어서 초대했어요.”

주철이 호탕하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훈이 형 친구분이시면 저한테도 형이시네요.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승현이 말했다. 그의 동그란 얼굴에는 수염이 빼곡하게 나있었다.

“그럼 저는 형님 두 분이 오셨으니 이제 빠질게요. 너무 못 쳐서 죄송합니다.”

한솔이 멋쩍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솔이 수고했어~”

4소대장인 승윤이 말했다. 그는 상당히 말랐지만 앉은키는 커 보였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주철이 펼쳐져 있던 카드를 모아서 섞기 시작했다.


***


주행이 자신의 어머니인 민옥을 찾아갔다. 그녀는 소민과 함께 한별이와 놀아주는 중이었다.

“주행 삼촌! 아빠랑 같이 있지 않았어?”

소민이 물었다.

“응? 한별이 보러 왔지. 근데 아빠가 너 찾던데?”

“아빠가?”

“응. 할 말 있다던데. 빨리 가봐.”

주행이 억지로 웃어보였다.

“알겠어~ 한별아 누나 좀 이따 올게.”

소민이 한별의 머리에 뽀뽀를 했다.


소민이 사라지자 주행이 한별을 안아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민옥이 물었다.

“엄마, 호 와이프 기억나시죠?”

“그럼~ 옛날부터 봐왔는데.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착하고 호 녀석이 정말 땡잡았지.”

민옥이 흐뭇하게 웃었다.

“그 이윤씨가 지금 외국에 있는 거 아시죠? 그런데 호가 거길 가려고 해요.”

“응?”

민옥이 눈이 커졌다.

“말리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주행이 한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별은 손에든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서 놀고 있었다.

“그렇구나...”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던 민옥이 입을 열었다.

“그럼 보내 줘야지.”

“네?”

주행은 인상을 찌푸렸다.

“어미가 호의 엄마하고 오랜 시간 친구였잖니. 그런데 사고가 난 뒤부터 항상 호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더라. 그때 우리가 초대만 하지 않았다면...”

민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부분은 저도 항상 호에게 미안해하고 있어요...”

주행도 고개를 숙였다.


“아무튼 그 뒤로 호의 기억도 그렇게 됐고, 밝은 척했지만 항상 얼굴에 묻어 나오는 슬픔이 아직도 어미의 기억 속에 낙인처럼 남아있구나. 그런데 윤이를 만난 뒤로는 달라졌어. 진심으로 웃을 줄 알게 됐지. 나는 호의 그 웃음이 너무 좋았단다. 여기 와서 보여준 웃음은 죄다 가짜였단 걸 알고 있니, 아들? 어미는 다시 한번 그 웃음을 보고 싶구나.”

“하...”

주행의 한숨에 한별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아저씨, 무슨 일 있어요?”

한별이 주행을 올려다보았다.

“아니야, 아저씨도 너처럼 어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


“아빠, 나 불렀어?”

“아니.”

지용이 계속 책을 읽으며 대답했다.

“뭐지? 주행 삼촌이 아빠가 나 찾았다는데.”

“걔가 장난친 거네.”

“아닌데, 삼촌 표정은 그런 표정이 아니었는데...”

소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녀를 지용이 책 너머로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 그렇지!”

지용이 세게 책을 덮자 근처에 있던 촛불이 꺼져버렸다.

“아빠! 깜짝 놀랐잖아!”

“딸, 와서 앉아봐. 할 말 있어.”

지용이 손짓했다.

“갑자기?”


***


“와, 정호 형 진짜 잘 치네!”

2소대장인 승현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어느새 정호의 앞에는 과자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진짜 호가 잘 치네! 4소대장하고 지훈이가 거의 다 잃었잖아.”

주철이 말했다.

“아니에요, 운이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형님도 잘 치시네요. 솔직히 제가 진 횟수는 더 많은 것 같아요.”

“에이~ 100번 잃어도 1번 크게 이기면 잘 하는 거지.”

주철이 크게 웃었다.


이 와중에 4소대장인 승윤의 얼굴엔 땀방울이 가득 맺혀 있었다. 인상을 찌푸린 그의 얼굴은 없던 볼살까지 만들어냈다.

“그럼 어떻게 오늘은 여기서 끝낼까요?”

지훈이 말했다.

“안되지! 더 가져올 테니까 기다려.”

승윤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휴, 저 형 승부욕 또 발동했네.”

승현이 뒤를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호야, 승윤이 오면은 그냥 좀 져줘.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너무 따고 그러면 피곤해져. 솔직히 과자 몇 개잖아.”

주철이 말했다.

“네, 알겠어요. 그런데 사실 몇 번 져드려고 했는데, 알아서 죽으셔서...”

호가 머리를 긁적였다.

“푸하하하하”

네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소리가 상가를 가득 메우자 여기저기서 이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멀리서 군복을 입은 남자 한 명이 이들에게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군복을 입은 남자는 세운이었다.

“오~ 귀염둥이 왔어~ 무슨 일이야?”

승현이 말했다.

“동대장님께서 소대장님들 모여 달라고 해서요. 아, 정호 형님도 부르십니다.”

“아효... 진짜 군대 다시 온 거 같다니까.”

주철이 불평을 해댔다.

“알겠어~ 조금 뒤에 갈 테니까 1소대장님하고 4소대장님 찾으러 가봐~”

승현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쇼!”

세운이 떠나자 지훈이 불평을 했다.

“아, 씨. 오랜만에 술 마시려고 이렇게 가져왔는데...”

지훈이 쇼핑백을 ‘툭’쳐서 넘어뜨렸다.


***


“지훈씨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유린이 갑작스러운 지훈의 방문에 깜짝 놀라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신다고 하시고 안 오셔서 들렸어요. 그리고 호에 대해서 할 말도 있고요. 걔가 떠날 거라는 거 들으셨죠?”

“네, 그런데 왜요?”

“그 얘기나 같이 해보려고요. 근데 혹시 술 드실 줄 아세요?”

“아...”




매 화 더 좋은 글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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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병원 20.01.15 18 0 16쪽
4 4화. 좀비! 20.01.14 17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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