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리꾼의 서재입니다.

갓 끈을 풀어 헤친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서리꾼2
작품등록일 :
2019.02.18 04:06
최근연재일 :
2019.05.08 07:33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4,480
추천수 :
6
글자수 :
335,341

작성
19.04.29 09:04
조회
44
추천
0
글자
15쪽

4. 크리에이터 (11)

DUMMY

그들은 단단히 각오를 하고 온 모양새였다. 평범한 옷차림이었던 그날과 달리 본격적인 전투복 같은 도복을 입고 있었다. 선비와 인수도 흔치 않은 옷차림이었지만 괴한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닌자 같은데······.”


괴한의 복장을 본 인수의 감상이었다. 인수의 중얼거림에도 그들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유독 닌자라는 말을 싫어했던 자는 이미 지난 전투에서 생을 달리했으니.


“올 줄 알고 있었소. 한 번 미행에 실패했다고 포기할 자들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오.”


선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암기가 날아왔다. 소리도, 예고도 없는 기습이었으나 그녀는 여유롭게 흑접선을 휘둘러 그것을 튕겨냈다. 이미 기습에 능한 자들임을 알고 있었기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이미 흑접선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리로!”


선비가 다급히 외치며 인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인수는 의문을 품을 생각도 하지 않고 선비를 마주보며 달렸다. 선비의 곁을 스치는 순간 인수의 등 뒤로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려왔다.


긴 칼과 흑접선이 강하게 부딪치는 소리였다. 인수를 한칼에 죽일 작정으로 칼을 휘두른 자는 또 다른 괴한이었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두 명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비열한 수를, 읏!”


자신이 아닌 인수를 노린 기습에 분노를 내뱉으려던 선비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등 뒤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폭발적인 힘으로 칼을 튕겨내고는 그대로 몸을 틀었다. 선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인수의 양옆에서 칼을 휘둘러오는 또 다른 괴한 두 명이었다. 그리고 가장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자들도 암기를 날리려는 듯 손목을 움찔거렸다.


두 개의 암기. 두 개의 칼날. 그것을 보자마자 머리보다 단전이 먼저 반응했다. 손으로 이어진 혈도를 따라서 파도처럼 내공이 밀려들었다.


격렬한 흐름에 팔이 잘게 떨렸다. 그 여파로 두루마기의 소매마저 부풀었다. 눈 깜짝할 사이 거대한 내공이 손끝을 지나 흑접선으로 모여들었다.


그 순간 선비는 이미 바닥을 내리치고 있었다. 흑접선이 바닥에 꽂는 모습을 본 인수는 무슨 일인지 몰라도 큰일이 났음을 눈치 채고 잽싸게 몸을 숙였다.


흑접선이 콘크리트 바닥을 내려쳤다. 망치로 내려친 것 같은 육중한 소리 뒤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흙먼지가 들썩였다. 몸을 숙이던 인수도 몸을 휘청거릴 정도로 큰 진동이었다.


두 개의 칼날이 인수의 등과 어깨를 스쳤다. 동시에 괴한들의 팔이 기이하게 꺾였다. 인간 같지 않은 관절의 움직임이었다. 칼의 궤적이 순식간에 인수에게로 향했다.


상대의 반사 신경마저 무용지물로 만드는 기묘한 검술이었다. 그러나 두 개의 칼날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솟아오른 대나무에 의해 무력하게 튕겨졌다.


군자검법 기개로 형상화된 대나무 장벽이 늠름한 자태를 뽐내며 선비와 인수를 감쌌다. 산불마저 막아냈던 최강의 방패는 암기와 칼날을 모두 막아내며 이번에도 그 역할을 다했다.


“어서 이리로 오시오.”


선비가 대나무 장벽을 쳐다보며 재촉했다. 대나무는 벌써 시들어 산산이 흩어지려 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상대만 벌써 다섯. 급박한 상황일지라도 내공의 안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인수가 선비 곁으로 합류하자 대나무 장벽은 사라졌다. 선비는 괴한들의 급습을 대비하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다섯 명의 괴한들은 한데 모여 있었다.


선비는 수적우세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긴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복면에 가려져 표정은 읽을 수 없지만 눈빛에 경계가 서려 있었다. 그중에서도 지난번 달아났던 자들의 시선에서는 두려움마저 읽을 수 있었다.


흑립에 가려진 선비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지난번 극도의 분노에 휩싸인 채 보여준 무위 때문이리라. 그 덕분에 잠깐이나마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미룰 수 있었으나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 선비문의 방식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요란하게 매복을 하였소.”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긴 칼을 휘두르던 세 명의 괴한 중 한 명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들을 불러온 두 명의 괴한을 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날카로웠다. 그 찰나의 시선에도 두 명은 어깨를 움츠렸다. 그 모습에서 그들의 상하관계를 알 수 있었다.


선비는 새로이 나타난 세 명의 괴한들을 유심히 살폈다. 저들과 같은 자들이 속한 조직에서 직급의 고하는 곧 무력의 고하가 아니겠는가.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길쭉한 칼날을 가진 도(刀). 기성품인 지 세 명의 칼은 모두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칼집도 없었다.


생김새가 어떠하든 길고 날카로운 칼은 존재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사거리와 살상력. 어느 면으로 봐도 철부채는 비교대상이 아니었다.


“피를 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오.”


“골이 따분한 말을.”


“노잼.”


“이응이응.”


선비의 한마디에 세 개의 대답이 연이어 돌아왔다. 말의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인상이 찌푸려질 말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선비는 자신도 모르게 찌푸려지는 미간을 막을 수 없었다.


“그걸 현실에서 말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네······.”


인수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황당함이 번졌다.


그제야 선비는 자신이 느낀 거북함의 정체를 깨달았다. 책 속 언어와 책 밖 언어가 다르듯 두 세계의 언어에도 차이가 있기에 그 경계를 허물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약속이 아니던가.


말 한마디에 괴한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일변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범죄자가 아닌 생각 없고 철없는 무뢰배들이었다.


그러나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여전히 위험한 자들이었다. 인수를 습격할 때 보여준 기술은 진짜였다. 예상할 수 없는 궤도로 꺾이는 칼날을 피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스스로를 설득할 수 없었다.


힘을 가진 철부지. 가장 멀리하고 싶은 자들이 있다면 이런 부류일 것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자들이다. 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불길함에 어깨가 딱딱하게 굳었다.


괴한들을 주시하며 선비가 슬쩍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들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괴한과 인수의 사이에 사선으로 자리를 잡은 뒤 선비는 움직이지 않았다. 괴한들의 칼이 인수에게 닿지 않는 거리. 갑자기 인수의 등 뒤에서 나타나도 흑접선을 뻗을 수 있는 간격이었다.


선비는 고개를 모로 꺾었다. 흑립 아래의 얼굴이 인수에게 드러났고,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녀의 소리 없는 말은 곧 인수에게 닿았다.


이에 인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노골적이지 않은 애매한 시선처리로 선비의 입술을 읽어내려 애썼다.


몇 번의 반복. 선비는 인수가 읽어냈기를 바라며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바람과 달리 인수는 머릿속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평범한 20대였던 그가 독순술 따위를 배웠을 리 없었다. 비슷한 단어들을 한 아름 꺼내 이리저리 조합해보며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뭐 하는 거누?”


“뭔가 존나 구리누?”


“아까 머가리를 잘라 버렸어야 했누.”


괴한들의 시선을 끈 것은 오히려 인수였다. 선비의 소리 없는 말들을 해석하려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이 수상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다 박멸된 거 아니었어······?”


생각에 잠겨 있던 인수가 고개를 쳐들며 경악했다.


그 반응에 선비는 설명을 바라며 인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야 했다. 무엇이 화를 돋우었는지 괴한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급변하는 분위기에 선비는 혀를 차며 흑접선을 가슴 앞까지 올렸다. 그것이 신호라고 생각했는지 괴한들이 땅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그들은 숨지 않았다. 암기를 날리던 자들과는 싸움의 방식부터 달랐다. 긴 칼로 머리를 쪼개겠다는 살벌한 눈빛과 패도적인 기세를 온몸으로 뿜어냈다.


선비도 발을 내딛었다. 흑접선을 펼쳐 휘둘러 칼 든 자들 사이로 날아오는 은밀한 손님들을 쳐냈다. 동시에 궤적을 따라서 매화가 피었다.


한껏 핀 매화 십여 송이가 칼 든 괴한들을 향해 하늘하늘 날아가며 꽃잎을 흩뿌렸다. 그들의 반응은 번개 같았다. 지지대도 없이 공중에서 자세를 바꾸더니 칼을 휘둘러 날아오는 꽃잎을 정확히 가격했다.


둔탁한 금속음이 울렸다. 괴한들은 무엇인가 잘못됐음을 깨닫자마자 반발력을 이용해 다시 몸을 틀어 꽃잎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실화누?”


난간 위에 착지한 괴한이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렸다. 나머지 두 명의 시선은 직급이 낮은 괴한들에게로 쏠렸다.


“얕보면 안 된다고 말했잖습니까······.”


“화내기 전에 끝내야 됩니다, 정말로······.”


주눅 든 목소리였지만 그들은 분명하게 말했다.


선비는 그들이 자신을 바라볼 때 스쳐간 공포를 읽었다. 화내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말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들에게 심어준 공포보다 시야 변두리에서 느낀 인수의 시선 때문이었다.


선비는 선비심공의 기운에 기대어 불편한 심기를 애써 떨쳐냈다. 다른 감정에 휘둘려도 될 만큼 호락호락한 자들이 아니었다. 내키지 않는다고 해서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괴한들이 칼을 고쳐 잡았다. 그들의 기세도 진지해졌다. 패도적인 기세가 줄어든 대신 날카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주변 공기마저 날이 선 것 같았다.


선비는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기껏 깨끗하게 갈고 닦은 마음 위로 불쾌한 감정이 싹을 틔웠다. 그리고 싹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덩치를 키우더니 사방으로 줄기를 뻗으려 했다.


“인수.”


선비가 나지막이 인수를 불렀다. 바닥을 뚫을 듯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인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낯설지만 뇌리에 박힌 목소리였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가 보내는 신호임을 알았다.


당장 자리를 떠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수는 쉽사리 발을 떼지 못했다. 걱정스러웠다. 홀로 다섯이나 되는 적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선비의 싸움은 언제나 수적으로 열세였다.


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칼을 든 괴한들을 쳐다보았다.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것을 볼 때의 시선과 닮아 있었다. 이들이 있는 공간에 선비를 두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우려스러웠다.


인수의 시선을 느낀 괴한들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인상을 구겼는지 복면도 꿈틀거렸다.


“인수.”


선비가 재차 인수를 불렀다. 낮게 가라앉다 못해 무엇인가를 억누르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한 목소리였다.


선비의 재촉에 인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표정으로 몸을 틀었다. 자신의 걱정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던가. 오히려 짐이었다. 카메라도 들고 오지 않았다. 유일한 존재 가치였던 촬영조차 할 수 없었다.


인수는 무의미한 걱정을 떨쳐내며 건너편 옥상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자 암기가 날아들었고, 칼 든 괴한들이 높이 솟았다.


“어딜―!”


선비가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다. 억눌렸던 것이 터져나가듯 크고 웅장한 외침이었다. 탁 트인 공간임에도 피부로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외침과 함께 휘두른 흑접선에 선비의 정면으로 거센 바람이 일었다. 둔기와 같은 강풍에 인수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던 수십 발의 암기가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공중으로 솟았던 괴한들도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었다. 발 디딜 곳 없는 공중에서 그들은 균형을 잃었고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사이 인수는 보이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이미 인수는 관심 밖이었다. 눈앞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나운 기운으로부터 그들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선비는 어느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찌나 힘을 주고 흑접선을 쥐고 있는지 펄럭이는 소매 사이로 드러난 팔은 힘줄이 도드라지고 근육이 갈라져 있었다.


선비심공조차 억누르지 못하는 분노를 불러오는 위험한 무공. 낙방필법이었다.


그날의 격전 이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그녀였다. 적이라지만 의도치 않은 과한 상처를 입힌 것이 마음에 걸렸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먹혀 버릴까 두려웠다.


그러나 왜 깨닫지 못했을까. 선비는 자신이 처했던 상황들이 언제나 어쩔 수 없는 위기였음을 알았다.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 일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인정했다. 스스로 길고 긴 싸움에 뛰어들었고 매 순간이 위기로 다가오리라는 사실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죽게 될 것임을.


인수가 이 자리에 없음을 위안으로 삼았다. 이미 분노로 이성을 잃은 모습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왜 저리 화났누?”


“그날이누.”


“낄낄. 웃기누. 다들 조심해야겠누.”


사방에 흩어진 괴한들의 대화가 옥상 위에 크게 울렸다. 그들의 대화가 선비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적정선을 유지하려 억누르던 화가 이성의 마개를 내던지며 치솟았다.


“버러지 같은 놈들―!”


선비가 이를 악물고 호통을 쳤다. 그녀의 일갈에 괴한들의 가식적인 여유는 금세 깨어졌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진실을 대변했다.


흑립으로 얼굴을 가려도 무섭게 일그러진 표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분노는 순수했다.


걱정, 과시, 위협과 같은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분노. 세상 모든 것이 조롱거리인 자들의 입꼬리마저도 단숨에 끌어내렸다.


일평생 겪어보지 못했으리라. 분노란 흔히 두려움에서 비롯된 자기보호 표현. 말하자면 생물의 본능과 닿아 있지 않던가. 낙방필법에서 비롯된 선비의 분노는 상대로 하여금 생물의 본능과는 별개의 무엇처럼 느끼게 했다.


그녀의 분노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벌써 두 번째 목격하는 괴한 둘이었다. 그들은 이미 멀찌감치 거리를 벌린 뒤였다. 이 싸움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노골적인 표현이었다.


“쯧. 역시 쓸모없는 놈들이누.”


“셋이서 상대 못하고 도망친 거 보면 모르누. 고기방패도 안 될 찌끄래기 아니누.”


“저 년 손 안 보이누? 우리 뚝배기 깨려고 야무지게 잡았누. 방심하다 골로 가면 오랜만에 육개장도 먹고, 이야― 기분 좋겠누.”


빈정거림으로 얼룩진 괴한들의 대화가 다시 시작됐다. 선비의 분노가 벗겨낸 허세를 금세 다시 주워 입은 모습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선비는 이미 그들의 대화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이미 의지로 어찌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한 번 끝을 봤기에 내성을 생겼으리라는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도리어 반대였다. 한 번 화를 담았던 몸은 처음보다 더 빠르게 달아올랐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화가 가슴 속에 맴돌았다. 출구를 찾듯 이리저리 날뛰었다. 단단하게 뭉친 어떤 것이 목구멍을 타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선비의 눈빛이 흑립을 꿰뚫을 것처럼 번들거렸다. 그 날카로운 시선은 곧 괴한 중 한 명에게로 집중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갓 끈을 풀어 헤친 선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4. 크리에이터 (15) 19.05.08 46 0 15쪽
46 4. 크리에이터 (14) 19.05.06 65 0 15쪽
45 4. 크리에이터 (13) 19.05.03 44 0 14쪽
44 4. 크리에이터 (12) 19.05.01 52 0 17쪽
» 4. 크리에이터 (11) 19.04.29 45 0 15쪽
42 4. 크리에이터 (10) 19.04.26 54 0 14쪽
41 4. 크리에이터 (9) 19.04.24 44 0 15쪽
40 4. 크리에이터 (8) 19.04.22 51 0 14쪽
39 4. 크리에이터 (7) 19.04.19 55 0 18쪽
38 4. 크리에이터 (6) 19.04.17 55 0 15쪽
37 4. 크리에이터 (5) 19.04.15 48 0 18쪽
36 4. 크리에이터 (4) 19.04.12 65 0 14쪽
35 4. 크리에이터 (3) 19.04.10 46 0 16쪽
34 4. 크리에이터 (2) 19.04.08 60 0 17쪽
33 4. 크리에이터 (1) 19.04.05 56 0 13쪽
32 3. 마담 (11) 19.04.03 66 0 21쪽
31 3. 마담 (10) 19.04.01 87 0 15쪽
30 3. 마담 (9) 19.03.29 62 0 18쪽
29 3. 마담 (8) 19.03.27 72 0 14쪽
28 3. 마담 (7) 19.03.25 88 0 14쪽
27 3. 마담 (6) 19.03.22 81 0 12쪽
26 3. 마담 (5) 19.03.20 69 0 17쪽
25 3. 마담 (4) 19.03.18 82 0 19쪽
24 3. 마담 (3) 19.03.15 70 0 13쪽
23 3. 마담 (2) 19.03.13 76 0 18쪽
22 3. 마담 (1) 19.03.11 163 0 13쪽
21 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10) 19.03.08 88 0 12쪽
20 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9) 19.03.06 67 0 10쪽
19 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8) 19.03.04 84 0 16쪽
18 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7) 19.03.01 77 0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