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나만 아는 잊혀진 게임
소설은 소설일 뿐, 오해하지 말자
Prologue. 나만 아는 잊혀진 게임
눈을 떠보니 나만 아는 잊혀진 게임 속이었다.
***
비운의 명작, 불의 표장(標章)!
2000년도 초반 출시와 동시 잠시 화제가 됐던 시뮬레이션 롤 플레잉 게임(SRPG). 지옥의 난이도로 유명했던 이 게임은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1. 한 번 죽으면 영원한 죽음.
2. 자동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들.
3. 저장&로딩 신공 불가.
인공지능이 부족했던 점과 여타 이유로 인기몰이에 실패해 개발사도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그 애증의 게임이...
<추억의 명작, 불의 표장! 풀스 4로 리메이크!>
<신 제목은 미정!>
<제작자 왈: 리메이크의 제목은 후일 유저가 만들어가는 스토리에 따라 정할 것이다. 모두가 만들어가는 그 여정을...>
‘제목이 미정이라고?’
유저가 만드는 스토리를 따라가다니.
개발자의 무리 같지만, 먼저 흥미가 돌았다.
[이든]은 눈을 가리는 긴 앞 머리카락을 치웠다.
벌써 25살의 나이.
자신의 시대보다 이른 타이틀이지만, 파랜드 택틱스와 창세기전 시리즈까지, 고전이란 고전은 모두 경험한 본인에게도 특별한 게임으로 남아 있다. 특히 애정캐가 죽었을 땐 눈물을 펑펑 쏟았던 기억이 난다.
이든은 거실 중앙에 준비한 물품들에 눈길을 줬다.
작은 하얀색 의자.
천장에 매달린 피아노 줄.
그리고 식탁에 놓인 유서.
그래. 이 빌어먹을 세상과 인연을 끊기 전, 많은 플레이 시간을 투자했던 게임의 리메이크는 한 판 하고 죽어도 괜찮지 않을까?
편한 합리화에 씁쓸한 웃음이 배어 나왔다.
온 종일 준비했던 자살의 부담감을 잠시 내려놓자 수마가 밀려온다.
어느새 감긴 눈과 어느덧 몰아치는 무력감.
식탁에 기댔던 몸이 깊은 수면으로 이끌렸다.
***
혼란스럽다.
눈을 떠 본 첫 광경은 끝이 없는 하얀 세상에 뜬금없이 존재하는 LG의 최신 스마트 TV와 플레이스테이션 4 콘솔. 뜬끔없다.
깔끔한 화면 위, 화려한 이펙트로 휘갈긴 [불의 표장]이란 글자가 활활 타올랐다.
띠잉.
비현실적인 현상에 두통이 느껴졌다.
혹시, 이미 자살을 해 사후 세계에서 눈을 뜬 게 아닐지.
"노우 노우. 그건 아니야. 네가 진짜 죽었으면 여기 있을 리 없거든."
정리 해고 당해 세상 다 산 아저씨의 말투가 이리 들릴까.
나른한 목소리의 정체는...
클래식한 곰방대로 담배 피는 검은 고양이었다.
"어서 와 인간."
소설은 소설일 뿐, 오해하지 말자
- 작가의말
- 댓글 &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신작으로 돌아왔습니다.퀄리티를 유지, 아니 더 발전시켜 나아가는 소설로 쓰겠습니다잊혀진 SRPG 게임인 [불의 표장]에 빠진 주인공의 대활약과 모험!기대해주세요.1화와 2화는 화요일에 올라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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