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아닌데 헌터함

1화

허공에 게이트가 나타나는 시대.

방치하는 순간 몬스터들이 빌딩을 누비는 서울에서.

“나는 헌터요.”

박춘식은 스스로를 헌터라 자기를 소개한다.

그러나 그의 지갑에 있는 건 주민등록증 단 하나다.

자격증이라고는 없었다.

그 흔한 운전 면허도 없었다.

아, 그가 좋아하는 히어로 영화사 클럽 회원권은 있었다.

침대에서 정자세로 자고 있던 춘식은 눈을 번뜩 떴다.

“엇! 게이트의 기운이...”

그는 잠옷 차림으로 보도를 누볐다.

헌터라면 인간을 초월한 속도로 달리거나, 날아다니던가 했을 것이다.

그러나 춘식의 속도는 평범한 달리기.

단 하나 뚜렷한 장점이 있다면, 지치지 않고 전속력을 유지한다는 점이었다.

“어어, 저 사람. 그 뉴스에서 나온 그 인간 아니야?”

“아, 인간 극장에도 나왔었다.”

지나가던 커플이 춘식을 보고 사진을 찍어댔다.

춘식은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서비스 정신을 발했다.

그리고 도착한 던전 앞.

예상대로 헌터 길드가 와서 통제 중이다.

주변엔 경찰도 있었다.

사실 경찰까지 오는 일은 없었지만, 이 동네만큼은 달랐다.

“씨, 씨발. 저 미친 새끼가 또 왔어.”

“뭐 하고 있어요? 공권력으로 어서 체포하라니까?”

헌터들은 땀을 삐질 흘리며 경찰들에게 지시했다.

경찰들은 그런 저들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휴... 대한민국 이 좆 같은 법.”

헌터는 절대로 민간인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춘식은 스스로를 헌터라 말하지만, 법규상 그는 민간인.

그에게 행정을 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경찰뿐.

즉, 박춘식은 헌터들에게 있어 촉법소년 그 자체였다.

“내가 왔다.”

경찰들이 춘식에게 다가갔다.

“아, 박춘식씨. 지난번에도 말했잖습니까. 헌터 자격증도 없으면서 게이트에 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고.”

춘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요한 건 그딴 카드 쪼가리가 아니라 할 수 있느냐다. 물러가도록.”

경찰들이 곤봉과 방패로 무장하고, 진을 짰다.

춘식은 철옹성 같은 그들을 향해 산책하듯 걸었다.

밀리는 방패.

뚫리는 진열.

춘식의 진격은 그저 스티로폼 상자로 쌓은 벽을 무너뜨리듯 경찰무리들을 뚫었다.

헌터가 하는 수 없이 외쳤다.

“발포하라고!!”

경찰들이 총을 들며 경고했다.

“추, 춘식씨. 이번 건 우리도 쉽게 쉽게 못 해. 당신이 하도 사고 쳐서 위에서 지령까지 떨어졌다고. 그러니까 물러나자고. 응?”

춘식은 콧방귀 뀌며 게이트를 향해 걸어갈 뿐이다.

경찰은 눈을 질끈 감으며 총구를 겨눴다.

“...하, 사격 개시!”

탕탕탕!

춘식을 향해 발사되는 총알들.

그러나 그의 몸은 전속력으로 뛰어오느라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근육 위에 코팅된 땀.

총알들이 미끄러져 궤적을 틀었다.

춘식은 민간인에게 발사될까 봐 떠나가는 총알들을 하나하나 재빠르게 잡았다.

다리는 느리지만 그의 손은 빨랐다.

그것이 춘식이었다.

“흥, 레드 게이트인가.”

그렇게 춘식은 1급에 분류되는 게이트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3분 뒤.

게이트 너머에서 사람의 고성들이 쏟아져 나왔다.

“와, 왔어! 왔어!!”

“바깥은 뭘 한 거야? 제발 좀 막으라고!!!”

“야이 씨발놈아! 보물은 우리가 찜했단 말이다!”

그리고, 1분 뒤.

춘식은 던전 보스를 잡아야만 얻을 수 있다는 보물 상자를 어깨에 둘러멘 채 아스팔트 도로에 발을 올렸다.

“자고로 영웅이란 재물욕을 멀리해야 하는 법이다. 이 보물은 게이트로 피해당한 이들에게 뿌리도록하지.”

박춘식.

직업 : 무직.

나이 : 30세.

특징 : 빨간 팬티.

취미 : 히어로 영화 감상.

그는 헌터가 아니면서 헌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