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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이혼물 1화 만에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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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뽀
작품등록일 :
2022.03.28 02:29
최근연재일 :
2022.03.28 08:05
연재수 :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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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76
글자수 :
5,801

작성
22.03.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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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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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글자
13쪽

이혼의 시작과 끝(完)

DUMMY

아들이 태어났다. 고추가 딸랑대는 게 내 물건보다 크다. 이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내 아들이 아니라고.

저 눈매는 간혹 우리 집, 삥이나 뜯던 천마 놈과 똑 닮았다.


"여보. 사실대로 말해."

"쳇, 들켰군."

"그놈이랑 바람이라도 난 거야?"

"그래요. 남자구실도 잘하고 다 좋은걸요? 그거 알아요? 여자는 원래 나쁜 남자 좋아하는 거!"


이 뻔뻔한 년.

바람피운 걸로도 모자라, 나한테 그딴 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방금 출산한 애 엄마이지만, 분노가 샘솟는다. 성난 손으로 붓을 번쩍 들고 이혼 문서를 작성했다.


"이혼해, 이 천하 쌍년아!"

"뭐 천하 쌍년?"

"위자료 챙겨주는 거 잊지 마라! 외가까지 탈탈 털어 주겠다!"


아내의 손에 도장까지 쥐여주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움켜잡았다. 둔탁한 악력에 바스러질 것만 같다.


"아악!"

"흥, 역시 내 아들이었군."

"어머! 천마 님!"


저 양아치 새끼가 여길 왜?


"출산 날이라 들어서 와 봤는데. 역시, 이 쭉정이 씨가 애 배기게 할 리 없지."

"뭐, 뭐요?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누가 천마 아니랄까 봐! 당장 나한테 사과부터 해!"

"힘으로 그렇게 만들어봐."

"이 새끼가?"


오냐, 해보자!

한대 퍽- 맞고 쓰러졌다. 놈은 죽일 가치도 없다며 손에 쥔 이혼 문서를 뺏고, 아내에게 들이밀었다.


"찍으시오. 이딴 거렁뱅이를 버리고 본좌와 함께 가지."

"어머! 천마 님!"


아내가 망설임 없이 단번에 도장을 찍었다. 천마 놈은 내 얼굴을 즈려 밟으며 지렁이 보듯 쳐다본다.


"위자료는 주겠다. 안 그래도 돈이 썩어 넘쳐서 말이다."

"씨발···."



*



그렇게 양아치 천마 새끼와 한때 사랑했던 여자가 집을 떠났다.

좆같은 세상. 병신같은 내 모습. 집에 있기 싫구나. 그 못된 년이 떠올라 있기가 괴롭구나.


난 무력감에 눈물을 질질 짜며 마당을 걸었다. 점술방 할아버지가 내 앞길을 막았다. 정처 없이 터덜터덜 걷다 보니 장내로 나온 모양이다.


"요놈 요고! 귀인 상이네. 잠깐 손 좀 내밀어봐라."

"귀인은 개뿔. 병신 상이겠지."

"아! 손이나 퍼뜩 내놔봐!"

"에효, 맘대로 하쇼."


손에 주름 감촉이 느껴진다. 노인이 소금도 뿌리고 찰싹찰싹 때렸다. 눈알이 닿을 만큼 가까이서 보더니, 노인은 뒷걸음질 쳤다.


"대운의 상. 네 놈은 천운을 탄, 난 놈이구나!"

"아, 진짜! 장난 그만 치시고 썩 가요!"

"방금 이혼했지? 그리고 뺏겼지? 고추가 작다니 뭐니 하면서 천하의 몹쓸 놈한테!"

"오오! 뭐야, 어떻게 아셨어요?"


족집게?

묘사가 다 일치한다. 어제도 아니고 방금이란 것도. 고추가 작다고 핀잔받으며 살아왔던 것도. 천하의 몹쓸 놈 하면 당연히 천마인 것도.

그 하나 틀리지 않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점쟁이 점쟁이 하는 건가···.


"여태 자네 운을 빌어먹을 아내가 다 가져갔어. 넌 이제 뭘 해도 될 놈이야. 돈은 됐네. 나중에 성공해서 술이나 사."

"그러지 말고, 지금 당장 가죠. 객루에서 비싼 대접 한번 해드리겠습니다."


위자료도 들어올 테니, 술 한번 사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푸념도 늘어놓고.

넙죽 받아먹을 줄 알았는데. 노인은 식은땀을 흘리고 손사래 쳤다.


"아니, 몇 년 뒤에. 몇 년 뒤에 와서 사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네 놈은 의미 없이 걸어야 해. 산길을 헤매야 돼."




***



이혼한 지 3년이 지났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노인 말대로 산길을 헤매다 영약도 먹고, 은거 기인을 만나 수련도 했다. 인면지주의 거미까지 잡아 독에 대한 내성도 갖추었다.

근육도 빵빵해지고, 얼굴도 젊어졌다. 무공을 익히고 변화했다. 사람들은 날 절세 미남이라 불렀다.

아, 가장 중요한 것 한가지. 고추도 커졌다. 구렁이같이 어마어마하다.


"오춘아, 어깨 좀 주물러줘."

"하오! 하오!"


지금 진땀 빼며 손이나 놀래는 놈은 무림 맹주의 아들이다. 정파에서 수재 중의 수재인데, 지금은 자발적으로 내 시중이나 들고 있다.

옆에 있던 아름다운 처자가 오춘이를 밀어냈다.


"오빠, 가가의 몸은 내 꺼야! 시원하시지요? 가가."

"크흠! 대공. 제 동생이 대공을 가가라 불러도 되겠습니까?"


무림맹에서는 날 일등 사윗감으로 점찍어두었다. 최근에 사파 수장 혈마를 반 죽여놨더니, 이 난리다.


"···당분간 재혼할 생각은 없네만."

"그거 아쉽군요, 대공."

"재혼 하실 거면 저예요, 저. 아시겠죠?"


소월은 참 당돌한 처자다. 멋대로 신랑감으로 정하는데 기분 나쁘지는 않다. 이게 다 표현이고 사람 사는 맛이 아니겠는가.

소월이가 머리에 가슴을 올리고 어깨를 주물렀다. 손을 경직시켰다. 앞에 요염한 처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방님. 기루에 한참을 안 오셔서 제가 찾아와 보았답니다."

"···아, 일이 있어서 말일세. 최근 사파와의 전쟁이 있다 보니 그렇게 됐군."

"소저는 상심이 크게 다가옵니다. 부디, 저를 잊지 마시기를."


저 요염한 여인은 절세미인의 반열에 오른 기녀다. 어느 남자와도 잠자리를 가지지 않고, 외모와 말만으로 사내를 홀린다.

그런 여자가 내게 호감을 표하고 있다.


"내 돈 들고 한번 찾아가겠네."

"돈은요, 무슨. 후훗."


소소가 접시에 과일을 담아왔다. 소월의 안마를 받으며 소소가 집어준 과일을 우물대자,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황실 복장의 신하들이 마차를 이끌고 마당에 당도했다.

황금 비단을 걸친 여자가 내려왔다. 공주답게 고고한 기품을 뽐내며 차가운 눈으로 날 응시한다.


"대공. 이곳에서 무얼 하시는 지요? 아바마마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공주마마···. 그 얘기는 전에-"

"대공께서는 왕이 될 분이십니다. 그 총명한 지혜로 나라를 돌보시어, 태평성대를 이루시는 것이 사명이지요."

"그래도 결혼은 조금···. 당분간 재혼할 생각이 없어서."


공주가 인상을 찡그리며 소월과 소소를 힐끔 보았다.


"아무래도 저 여시들이 방해가 되는 모양이군요."


만만찮은 기류가 흐른다. 마른하늘에 벼락이 흐르는지, 몸이 저릿저릿하다.

저 세 여자만 모였다 하면 이렇다. 난 눈치가 보여 헛기침하고, 오춘이를 불렀다.


"오춘아···. 이거 어찌해야 되냐?"

"소월이랑 혼사만 맺으시면 다 해결되지요, 대공."


제기랄, 얘도 마찬가지다.

하는 수 없이 난 화제나 돌리기로 했다.


"크흠! 지금 그런 태평한 소리나 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에 천마 놈이 우리 영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데."


물론 거짓말이다. 천마 놈은 전처랑 시시덕대며 산다고 들었다. 무림 일은 뒤로 둔 채 하루하루 좋은 날을 보낸다고는 하는데···.


미안하다 나의 은인 천마여.

그 빌어먹을 전처를 데려가 준 점은 고마우나, 지금 상황에선 별수가 없구나.




***




오춘이와 천마의 본거지에 들어왔다. 사악한 마교들이 진을 치고 대기했다.

섣불리 움직이지 못 할 테지.

그간 죽여왔던 마교만 수 만 명. 최근 혈마까지 제압한 나야말로 천하제일.

발을 치켜들고 지면을 내려찍었다.


"지멸각-!"


땅이 쩌적 갈라진다. 지진이 일어 건물마저 부서지자, 마교 무리들은 우왕좌왕하며 도망가기 바빴다.


"제기랄!"

"튀어라!"

"저, 저 빌어먹을 괴물 같으니!"


길이 나자 오춘이를 보았다. 오춘이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기 바쁘다.


"대공께서야 말로 지존이십니다."

"과찬이구나, 오춘아. 그런 소리는 좀 부끄러워."


짤막한 대화나 나누었다. 그때 공기가 뜨거워졌다. 이 느낌은 틀림없다.


"오춘아, 뒤로 물러나거라. 지금부터는 파괴가 일어날 듯하구나."

"예, 대공."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피보다 짙은 붉은 기운을 내뿜는 사내가 보인다. 내게서 아내를 뺏어가고, 위자료까지 챙겨 준 위인이 지상에 내려왔다.


"그 쭉정이가 제법 사내가 되어 왔구나."

"천마. 너에게 감사를 전한다. 자네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겠지. 그리고 미안하게 되었군. 이렇게 되어 말이야."


정말로 고마운 존재다. 천마도 내 진심을 알아차렸는지 훗, 웃고는 주먹 쥐었다.


"와라!"

"그럼 시작하겠다, 내 주먹을 받아라! 천마여!"


서로의 내공이 충돌되었다. 대기가 울리고 나무는 뿌리째 뽑혀 나간다. 지상은 사람이 살던 곳이라 말할 수 없이 참혹했다.

천마와 난 무수한 공방을 펼치며 뛰어올랐다. 주먹과 손날치기, 발차기. 모든 초식이 유효타를 날리지 못했다. 그렇게 머리가 구름에 닿을 만큼 높이 올랐다.


"네 이놈! 감히, 본좌 앞에서 실력을 숨기는 것이더냐!"


들켰군.

천마의 말대로 난 실력을 숨겼다. 모욕의 의미는 아니다. 단지, 은인을 죽여야만 한다는 생각에 망설여질 뿐이다.


"본좌 또한 무인! 그것이 정녕 본좌에 대한 감사란 말인가!"

"···실례했군."

"훗, 본 실력을 드러내거라! 쭉정이!"


역시 천마야말로, 진정한 사내로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주먹에 온 내공을 쓸어 모았다. 하늘마저 담긴 천격. 나의 최강 비전 기술이자, 절대로 전수해서는 안 될 무시무시한 무공이다.


이 주먹을 천마의 가슴에 날렸다.


"천공권!"


허공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구름은 터져나가 맑은 하늘이 되었다.

태양의 직사광선이 선명히 보인다.

우린 지상에 안착했다. 그늘졌던 천마의 얼굴이 표정을 드러낸다. 그는 미소를 띠고, 내게 말했다.


"왜···, 본좌를 죽이지 않은 거지?"


그의 말대로 죽이지 않았다. 직격을 피해 반쪽만을 가격한 결과.

천마의 단전 9할이 파괴되었다. 웬만한 무림인으로 살 수 있게 힘을 남겨주었다.


"너의 사명을 완수하라. 못된 여자를 만나 괴로워하는 유부남들을 구원하라. 그것이 널 살려두는 이유다, 천마여."

"···참 재미난 놈이군. 쭉정이란 말은 취소하마, 천하제일이여."


천마는 눈을 감았다. 몇 분이면 걸을 정도로 회복될 테니 괜찮을 것이다. 오춘이는 내게 달려와 무릎 꿇었다.


"대공. 그 천공권을 제게 가르쳐주십시오!"

"···오춘아. 천공권은 있어서는 안 될 무공이란다. 이걸 지상에 쓰기라도 했다간 산림이 파괴되겠지."

"아쉽군요. 대공의 뜻을 받들어 다시는 묻지 않겠습니다. 그 밖에도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소좌. 감히 주제도 모르고···.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워할 것 없다. 5년 이내에 무림 맹주가 될 재목이 바로 너란다."

"대공······."


오춘이가 눈물을 쥐어짜 내며 흐느껴 울었다. 어깨를 몇 번 토닥이다,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저 익숙한 모양새.

틀림없는 천하 쌍년이다.

전처는 5살 될법한 아들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게 손가락질했다.


"당자야. 저분이 네 새 아버지시란다."

"아버지!"


어린애가 내 앞으로 달려들었다. 난 오래전 아기 때 봐왔던 저 얼굴을 보며 손을 펼쳤다. 손바닥으로 찰싹- 머리를 약하게 때렸다. 거의 애교에 가깝게.


"누가 네 아비냐?"

"으아아앙-!"


전처가 다급하게 이쪽으로 달려왔다. 헐레벌떡 숨을 내쉬다, 날 매섭게 쏘아본다.


"당신! 어떻게 애한테 그럴 수가 있어요!"

"이젠 아들까지 팔아먹다니. 정말 천하 쌍년이란 말이 어울리는구나."

"아니, 그건···. 가가. 소자는 줄곧 당신을 사랑해왔답니다. 그땐 천마가 절 협박해서······."


감히 천마를!

저 위대한 사내의 명성에 먹칠을 다 하다니!

되지도 않는 거짓 변명에 손을 펼쳐 들고 전처의 뺨을 날렸다.



찰싹───!



전처의 볼이 빨개졌다. 마음 같아서는 죽이고 싶었으나, 그럴 수는 없다. 천마의 아들을 어미 없이 살게 둘 수는 없다.


아무튼, 이렇게 무림은 평화를 되찾았다.



***



[에필로그]



천마는 아들과 함께 전 세계를 돌며 고통받는 유부남들을 구원했다.

못된 아내인지 착한 아내인지 구분하는 데에 탁월한 천마다.

그에게 은총 입은 추종자들이 잔뜩 생기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이전의 혈마무리들과는 다르게, 세계 평화를 위해 애쓰는 정의로운 집단이다.


전처는 국외로 추방되었다. 나라에 역병과도 같은 천하 쌍년 하면 전처의 이름이 나온다.

아주 그냥 이름이 욕지거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가가는 제 것이옵니다."

"서방님. 부디 제 마음을···."

"대공. 어서 황실로 입성하시지요."


세 여자로부터 압박당하며 살고 있다. 그래도 사는 재미는 있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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