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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바이의 서재입니다.

수신(水神)의 나라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스터바이
작품등록일 :
2019.04.01 21:03
최근연재일 :
2019.04.19 20:2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1,416
추천수 :
141
글자수 :
79,510

작성
19.04.1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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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
추천
8
글자
10쪽

12. 도박장(1)

DUMMY

12. 도박장(1)


당장이라도 머리가 부서져버릴 것 같은 순간, 영원이 옆으로 몸을 틀었다.

휘이익!

쇠파이프가 머리를 스칠 듯이 지나갔다.

영원은 몸을 틀자마자 곧바로 다리를 들었다. 그냥 가볍게 들어 올린 것 같지만 그의 발끝에는 실로 가늠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힘이 실렸다.

그 발끝에 사내의 사타구니가 걸린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끄으으..!

쇠파이프를 휘두른 사내가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다리를 오므리고 모로 누운 사내는 두 손으로 낭심을 붙잡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사내의 커다란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거대한 덩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눈물이다.

흐으으으..

사내는 비명은커녕 신음조차 겨우 흘리고 있을 뿐이다.

히끅! 히끅!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종업원이 딸꾹질을 하면서 몸서리를 쳤다.

“거기 아저씨 아줌마 두 분 다 나오세요.”

산적 같은 사장이 나자빠지는 걸 본 사람들이다.

고등학생으로 보이지만 어쨌든지 산적 같은 사장을 한 방에 뻗게 만들었으니 무서운 게 당연하고 당연히 말 한 마디에 주춤거리며 나올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장 상사와 이 중사가 정복차림의 경찰 몇 명을 데리고 들어왔다.

영원은 두 사람에게 눈을 찡긋거렸다.

절대로 아는 체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거다.

“이 사람 왜 이러는 겁니까?”

“위중해 보이는데 아무래도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사람 당장 병원으로 이송하세요.”

장 상사와 이 중사가 주거니 받거니 한 마디씩 하더니 정복경찰에게 지시를 내렸다.

두 명의 경찰이 사내의 어깨와 다리를 들었다.

사내는 몸부림을 치려고 했지만 낭심에서 치밀어 오른 고통에 꼼짝을 할 수가 없다.

끄으으으..

신음조차도 간신히 흘려내는 사내.

세 명의 종업원은 자신들의 사장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을 그저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현실을 깨달았다.

사장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들을 상대하게 된 것인데 애초에 경찰들이 들어올 때부터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던 종업원들이 울상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났다.

“신분증 좀 봅시다.”

이 중사가 종업원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종업원들의 눈빛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신분증 없어요? 어서 줘보세요.”

이 중사가 다그쳤다.

종업원들은 울상을 하고서도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었다.

“혹시 불법체류자입니까?”

종업원들이 달아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데려가세요.”

이 중사가 경찰에게 지시를 내렸다.

“한 번만 봐 주오.”

“연변에서 빚을 내서 온지 이제 1년밖에 안됐단 말이오. 빚도 다 갚지 못했소. 한 번만 봐 주오.”

경찰에게 끌려가면서 종업원들은 울며불며 매달렸다.

하나 이 중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니, 당장 저들이 없어야 일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외면하는 게 당연한 거다.

식당에는 이제 영원을 비롯한 세 사람만이 남았다.

“일곱놈이 들어왔는데 어디에도 안 보입니다. 틀림없이 비밀공간이 있을 겁니다.”

영원이 여전히 기운을 운용하면서 말했다.

아침부터 꽤나 많은 기운을 많이 소비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다. 기운을 쓰지 않으면 수사하는 시간이 엄청 늘어나게 될 것이었다.

“장 상사님, 기찬이하고 같이 비밀통로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보십시오. 놈들이 사용한 출입구가 있을 겁니다.”

“알았다.”

장 상사가 대답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 중사는 장 상사와 반대쪽에서부터 벽을 두드리고 바닥을 쿵쿵 찍기도 하면서 비밀 공간 찾기에 나섰다.

두 사람이 움직이는 것을 본 영원이 기운의 영역을 좀 더 넓혔다.

영원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올라왔다. 집중도를 높인 만큼 힘이 드는 까닭이다.

그때까지 주방바닥을 두드려대기만 수류의 기운이 마침내 주방바닥을 통과해서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기운은 그렇게 공간을 뛰어넘었다.

벽이 막혔어도 그 너머의 상황을 마치 홀로그램을 보듯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불빛 한 점 없는 캄캄한 밤에 야시경을 착용한 것과 같은 거다.

역시 있구나..

영원은 주방 아래쪽에서 많은 사람들의 기척을 잡아냈다.

이제 통로를 찾으면 된다.

그런데 아무리 기운을 풀어내도 통로가 보이지 않는다.

통로가 어디 있을까..

그렇게 미간을 찌푸린 채 통로 찾기에 여념이 없던 영원이 급하게 냉장고 옆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왜..?

장 상사와 이 중사가 눈짓으로 물었다.

쉿!

영원이 검지를 입에 댔다.

그때, 갑자기 냉장고 옆에 있던 거울이 옆으로 스르르르 밀려나더니 사람이 나왔다.

“어이! 거기 당신들 뭐야?”

거울 뒤에서 멸치와 칼치가 거들먹거리며 나왔다.

놈들은 거울 옆에 붙어있던 영원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장 상사와 이 중사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지하 도박장에서 가끔씩 식당상황을 파악하던 그들 둘은 사장과 종업원들이 경찰에 의해 끌려 나간 것은 보지 못하고 낯선 이들 셋이서 주방을 비롯한 식당을 휘젓고 다니는 걸 보고는 튀어나온 것이었다.

바로 지척에 있던 영원이 몸을 움직였다.

쾅! 콰직!

아우우우욱!

뼈부러지는 소리가 나고 이어서 돼지 멱을 따는 소리도 나왔다.

영원이 다짜고짜 날린 주먹에 일격을 당한 멸치와 칼치는 반항한 번 해보지도 못한 채 팔목에 수갑을 차고 말았다.

“아우우.. 왜 그래요?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수갑을 채워요?”

수갑으로 영원 일행이 경찰임을 파악한 멸치가 우는 소리를 내며 반항했다.

퍽퍽퍽..!

이 중사의 전투화가 멸치의 허벅지에 작렬했다.

아악!

멸치가 죽는다고 소리를 질렀다.

“엄살 떨지 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라. 거울 뒤에 비밀스럽게 지하실을 만들어 놓았는데 뭐하는 곳이지?”

장 상사가 물었다.

멸치와 칼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안 되겠다. 기찬아.”

이 중사가 멸치의 허벅지를 또 다시 걷어찼다.

무지막지한 타격에 멸치의 허벅지 근육이 터졌다.

근육이 터지거나 파열될 경우 보통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멸치가 눈을 까뒤집고 게거품을 물었다.

이 중사는 곧바로 찬물을 퍼부었다.

주방이었기에 물은 얼마든지 있었다.

“에이, 여기 뜨거운 물도 있었네..”

이 중사가 아쉽다는 듯이 말을 흐렸다.

멸치의 머리카락이 삐죽 섰다.

그때까지 구타를 당하지 않고 멸치가 당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던 칼치도 몸을 잔뜩 움츠렸다.

“그래? 그런 훌륭한 도구가 있으면 당연히 써야지. 우선 얘들 손톱부터 뜨거운 물에 담가라. 열 개 다 뽑을 때까지 대답을 하나 안하나 보자. 아니, 어차피 지하실에 들어가 보면 알게 될 건데 그게 무슨 큰 비밀이라도 된다고 버티는지 알 수가 없네. 손톱 다 뽑히고 나면 발톱까지 싹 다 뽑아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

장 상사가 이 중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라는 신호다.

그걸 본 멸치와 칼치의 눈에 공포가 올라왔다.

둘은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그렇다고 괜히 조직에 대해 얘기하는 순간, 자신들은 그 즉시 죽었다고 봐야한다.

그래서 멸치와 칼치는 정말 공포스러웠지만 이를 앙다문 채 버티기에 들어갔다.

“말 안하겠다? 그래, 좀 뜨겁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참을 수 있을 거다.”

이 중사가 멸치의 손을 잡았다.

멸치가 완강히 버텼지만 수갑을 찬 상태로는 한계가 있다.

뜨거운 물이 멸치의 엄지손톱에 닿는 순간.

“도 도박장입니다!”

멸치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오줌까지 살짝 지린 채 질러댄 소리다.

“도박장?”

되묻는 이 중사를 보면서 멸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단 말이지? 밑에 몇 명이나 있어?”

“손님들은 모두 스무 명이 있습니다.”

한 번 입을 열기 시작한 멸치는 자신이 언제 버텼었냐는 듯 아주 고분고분 대답했다.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고삐리들은 밑에서 뭐하는 거야?”

영원이 멸치에게 물었다.

멸치는 새파랗게 어린 학생놈이 반말로 묻자 눈만 깜빡거렸다.

“뭐야, 아직도 시원찮네? 이 중사, 뭐해?”

영원이 이 중사를 부하 부리듯 하는 것을 본 멸치의 입이 저절로 열렸다.

“처 청소하고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합니다.”

“꽁치가 누구야?”

“꽁치 형님은 지금 없습니다.”

“어디 갔어?”

“제주도..”

“제주도? 제주도는 왜 갔어?”

“그 그냥 여행 간다고..”

“김대식이라는 학생 알아?”

“모 몰라요.”

“너도 김대식 몰라?”

“모릅니다.”

칼치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영원은 두 사람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걸 확인했다.

“이 중사, 물가지고 안 되나 보다. 기름 좀 끓여. 기름으로 대화를 나눠 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기름통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이 중사.

눈동자를 굴려대던 멸치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우린 그냥 도박장만 관리하는 거라서 아무 것도 몰라요. 꽁치 형님이 잘 알고 있어요.”

“꽁치가 아는 것 말고 너도 김대식이 알지?”

“교육을 두 번 시켰어요.”

“교육? 김대식이도 너희 똘만이였어?”

“그건 아닌데 우연히 애들 따라 왔기에..”

“김대식이 제주도로 전학 간 거 알지?”

“네.”

“꽁치가 김대식이 때문에 간 거지?”

“네.”

“꽁치가 결국 김대식이 죽인 거네.”

“네?”

“꽁치 언제 올라와?”

“내일..”

멸치의 말을 되뇌던 영원의 귀가 쫑긋했다.

심문을 하면서도 지하 도박장에 기운을 풀어놓았었는데 묘한 소리가 들린 거다.

흐흑, 제발..

앳된 여자가 흐느끼는 소리다.

영원은 소리가 흘러나온 곳으로 좀 더 기운을 집중했다.

“이런..”

기운이 오라오지 않는다.

아침부터 줄기차게 써댄 까닭에 기운이 바닥이 나버린 거다.

기운을 쓰지 못하자 흐느끼는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흐느끼는 소리에서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는데..

영원이 장 상사와 이 중사를 돌아보았다.

“밑에 먼저 내려갈 테니까 정보 좀 더 캐보세요.”

“그래, 여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기찬이 하고 같이 내려가.”

장 상사의 대답을 뒤로 하고 영원과 이 중사가 거울 뒤의 통로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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