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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바이의 서재입니다.

수신(水神)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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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바이
작품등록일 :
2019.04.01 21:03
최근연재일 :
2019.04.19 20:2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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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10

작성
19.04.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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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드래곤과 수류비공(水流秘功)(2)

DUMMY

2. 드래곤과 수류비공(水流秘功)(2)


윤아현이 커피를 한 모금 머금었다.

쓴맛인지 단맛인지 맹맹하기만 한데 이게 도무지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신경이 온통 오영원에게 쏠려있으니 커피 맛이 느껴질 리가 없다.

윤아현을 보는 김대안 원장의 눈빛에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아현아, 사무실은 안 나가봐도 괜찮은 거니?”

윤아현은 용산 선진상가에 컴퓨터 전문 매장을 갖고 있는데 이제 오픈한 지 3개월밖에 안 됐다. 한창 바쁘고 정신없을 때인데 아침에 변고를 겪고는 이렇게 병원에 붙어있다.

묻는 김대안 원장의 눈에는 어서 가보라는 빛이 역력하다.

친구이면서 대한그룹 회장이자 대한병원 이사장이기도 한 윤경철의 무남독녀 외동딸이 바로 윤아현이다. 아기 때부터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터라 친딸과 다름이 아니다.

“네, 아까 직원한테 연락했어요.”

“그래도 괜찮겠니?”

“저 분이 아니었으면 저는 오늘 아침에 죽었을 거예요. 생명의 은인이 저렇게 혼수상태로 누워있는데 어떻게 나 몰라라 하고 내 볼일을 보겠어요..”

윤아현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흐를 것 같았다.

콰당탕..!

원장실의 문이 부서질 듯 열리고 한 사람이 넘어질 것처럼 뛰어 들어왔다.

기획실장 김대운으로 병원장 김대안의 동생이다.

“원장님, 왔습니다!”

“와? 뭐가? 설마..!”

“네, 지방의 작은 의원인데 혈액이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바로 출발한다고 했으니까 늦어도 1시간이면 도착할 겁니다!”

“오오, 하늘이 영웅을 버리지 않으셨도다..”

“저, 정말이에요? 정말, 혈액이 있대요?”

“그래, 아현아. 평택의 작은 의원인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RH-AB형 혈액을 보관하고 있었단다.”

“아아,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윤아현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

넓은 병실의 창가에 병상이 있고 거기에 오영원이 미동조차 없이 누워있었다.

아현이 가만히 병상 옆 의자에 앉았다.

가만히 보니 영원의 얼굴이 참으로 남자답다.

살짝 각이 진 얼굴에 주먹만큼이나 큰 코는 믿음직스러워 보이고 굳게 다물고 있는 두툼한 입술에서는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그리고 부리부리한 눈동자는 또 어떻던가..

결코 잘생겼다고 할 수 없는 얼굴이지만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영원이 아현에게는 세상 어떤 미남자보다도 더 멋지게 보인다. 무심코 손가락을 들어 영원의 입술을 살짝 누르던 그녀가 흠칫 놀라며 손가락을 뗐다.

어휴 주책바가지, 아픈 사람을 두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자책한 아현이 이번에는 영원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무슨 놈의 손이 나무토막, 아니 이건 마치 쇳덩이를 만지는 것 같다. 게다가 어떻게 된 손이 마디마다 옹이가 박혀있는 게 흉기가 따로 없다.

아현이 영원의 손에 얼굴을 댔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잖아요. 지금도 그렇고.. 어서 깨어나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인사도 나누고..”

꽤나 긴 시간을 앉아 있던 아현은 밤이 늦어서야 돌아갔다.

다음날 저녁, 또 그 다음날 저녁에도 그녀는 오영원의 병실을 찾았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녀의 퇴근은 병원으로 고정되었다. 병원부터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일상이 시작된 것이다.

열흘째 되는 날.

퇴근하고 병실에 들어서던 아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택배박스들이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고 선물상자부터 사탕바구니며 초콜릿까지 수많은 상자들이 병실의 한쪽에 산처럼 쌓여있었다.

“어서 오세요.”

담당 간호사 이혜정의 인사에도 아현의 눈은 산처럼 쌓인 상자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혜정 언니, 이게 다 뭐예요?”

“오영원씨한테 온 거예요. 국민영웅이잖아요.”

황당한 눈으로 선물들을 둘러보던 아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영원이 누워있는 병상으로 향했다.

비록 깨어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영원은 혈색이 좋았다.

아현이 가만히 영원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영원씨..”

맑은 눈물이 영원의 볼에 떨어졌다.

그리고 하루 이틀이 지나고 한 달 두 달이 지나더니 어느새 1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

영원은 사막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온통 모래뿐, 게다가 배가 얼마나 고픈지 사막의 모래가 마치 빵가루처럼 보인다.

꾸르르르..

뱃속에서 먹을 것을 달라고 야단이다.

물도 없는 상황에서 열흘간이나 작전을 펼쳤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이런 허기는 처음이다.

“굶어 죽을 것 같네..”

구시렁거린 영원은 좀 더 멀리 시야를 두었다.

배를 쓰다듬던 영원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응?

저만치에 뭔가 번쩍거리고 있었다.

영원이 저도 모르게 움직였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마침내 그 번쩍거리는 것의 실체가 눈에 들어왔다.

허..!

영원이 기함을 토해냈다.

갓난아이 주먹만 한 크기의 아주 작은 도마뱀이다.

놀랍게도 형형색색의 도마뱀 몇 마리가 한데 어우러져 싸우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놈의 입에서 금빛기류가 뿜어져 나왔다. 거기에 맞서는 것은 빨간색의 도마뱀이었는데 이 녀석은 입에서 시뻘건 불길을 뿜어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녀석은 찬란한 은빛일색이었는데 얼음덩어리를 뱉어내면서 다른 두 마리와 싸우고 있었다.

꿈이네..

영원은 굳이 확인할 것도 없이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까지 한참 정신없이 싸워대던 녀석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작을 멈추더니 일제히 영원을 돌아보았다.

까우우울..!

까우울!

까우우우울..!

앙증맞은 소리를 낸 녀석들이 눈을 빛내더니 영원에게 달려들었다.

헉!

갑작스런 상황에 영원이 헛숨을 들이켰지만 도마뱀들의 공격은 정말 빨랐다.

어엇..!

산전수전 온갖 역경을 겪고 전쟁터를 밥 먹듯이 누빈 영원이었지만 어떻게 대처할 틈도 없었다.

빨간색 도마뱀이 가장 빨랐다.

녀석은 영원의 오른손을 타고 오르면서 불을 뿜었다.

그에 질세라 은빛 도마뱀이 왼손을 맡아서 얼음덩어리를 뱉어냈다.

황금빛 도마뱀은 양쪽 팔 대신에 텅 비어버린 가슴에 붙어서 금빛기류를 뿜어냈다.

이 이것들이!

영원은 급하게 손을 털고 가슴을 훔쳤다.

까울!

영원의 손에 얻어맞은 도마뱀들이 모래바닥에 처박혔다.

어우 깜짝이야..

영원이 그렇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도마뱀들이 꿈틀거리며 모래를 헤치고 나왔다.

까우우울..!

도마뱀들이 다시 달려들었다.

영원의 발에 걷어 채인 빨간색 도마뱀이 하늘 높이 솟구치며 빨간점으로 변하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주먹에 얻어맞은 금빛 도마뱀은 저만큼 날아가더니 요란하게 모래를 뚫고 들어갔다. 은빛 도마뱀은 영원의 발에 깔린 채 끽끼익..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하지만 도마뱀들은 어느새 다시 멀쩡한 몸이 되어서는 영원에게 달려들었다.

실컷 얻어맞고 또 달려들고..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영원은 지쳐버렸다.

빈틈을 발견한 도마뱀들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으 으아아아아..!

영원이 비명을 질렀다.

오른쪽은 뜨겁다 못해 살이 타들어가는 것 같고 왼쪽은 차가움이 지나쳐서 점점 감각이 없어지고 있었다. 가슴 쪽도 마찬가지여서 심장이 정신없이 뛰고 오장육부가 지진이라도 만난 것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이 아니다.

영원은 이내 정신을 잃었다.

하나 영원의 내부에서는 무지막지한 기운들이 서로 뒤엉킨 채 분탕질을 치고 있었다.

이대로는 몸이 터져서 죽어버릴 것만 같은데..

“어머, 이 이것 좀 보세요!”

아현이 소리를 질렀다.

영원의 몸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언니! 언니!”

뒤늦게 병실에는 자신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녀가 급히 간호사 호출벨을 눌렀다.

-네, 아가씨.

“어 언니! 빨리 오세요! 영원씨가 불덩이 아니, 얼음장 같아요!”

좀 전까지만 해도 시뻘겋게 달아올랐던 영원의 몸은 얼음장처럼 냉기를 쏟아내는 중이다. 아니, 그 사이 새하얀 서릿발이 영원의 몸을 뒤덮고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찐빵처럼 마구 부풀어 오르기까지 한다.

생명의 은인이 죽게 생겼다.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는데..

아현은 어쩔 줄을 모르고 발만 동동 굴렀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던 영원의 내부의 기운들이 갑자기 한 곳으로 몰렸다.

영원의 단전에서 작은 기운이 일어났다.

수류(水流)의 기운이다.

이미 고인이 되신지 오래인 할아버지에게 아주 어려서부터 가르침을 받았던 수류비공이 단전에서 일어나더니 그 끔찍한 열기와 냉기를 아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아니, 변화는 아주 순식간에 일어났는데 영원의 몸이 꿀렁거리더니 마치 잔뜩 압축이라도 하듯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뻥튀기하듯 커지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쿠당탕!

이혜정이 문이 부서져라 열고 들어섰다.

“어 언니..!”

울상을 지은 아현이 혜정을 반겼다.

“아가씨, 환자 상태가..”

혜정이 말을 흐렸다.

호들갑을 떨어대던 혜정의 말과 달리 영원의 상태가 너무나도 멀쩡했던 것이다.

눈을 동그랗게 뜬 아현이 영원의 팔을 만져보았다.

서리가 내려앉은 것 같던 몸은 어디가고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

아니, 무슨 남자의 피부가 이렇게 부드럽고 매끄러울까..

그러고 보니 얼굴이 변한 것 같은데..

이렇게 어린 사람이었었나?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얼굴이다.

아현이 이 황당한 상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병실 문이 다시 한 번 부서질 듯이 요란을 떨었다.

그리고 숨을 헐떡이며 들어선 사람은 바로 김대안 원장이다.

“환자가 어떻다고?”

다짜고짜 묻는 김대안 원장.

“아니, 그게.. 몸이 불덩어리처럼 시뻘겋게 달아오르더니 또 금세 냉동인간처럼 서리로 뒤덮였어요..”

아현이 억울하다는 투로 말을 흐렸다.

김대안과 이혜정의 눈길이 영원의 얼굴에 머물렀지만 아무리 봐도 멀쩡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아현이 거짓말을 할 사람도 아니다.

혹시, 착각을 했을까..?

충분히 그럴 수가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어린 학생이 왜 병상에 누워 있지..?

김대안과 이혜정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바로 그 순간.

으으..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안 그래도 영원의 얼굴에 모여 있던 세 사람의 눈에 초조함이 묻어나왔다.

아현은 마른침까지 꿀꺽 삼켰다.

“으으으음..!”

신음을 흘리던 영원이 숨을 멈췄다.

뭐냐..?

세 사람, 젊은 여자 둘에 늙은 남자 하나..

가만, 지금 눈을 뜬 건가..?

아니다. 분명히 눈을 감고 있는데 어떻게..?

눈으로 보지 않고도 몇 사람이 있는지 또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니 이럴 수가!

그런데 여긴 어디?

병원인가?

킁킁.. 아, 이건 아무래도 병원 냄새가 분명하다.

아, 맞다. 신도림역에서 칼을 맞았었지,,!

대한민국 특수부대의 전설이라는 오영원이 할머니한테 칼을 맞았다는 게 말이 되나?

한데 사실이다.

그래서 이렇게 병원에 누워있는 것이고.

에혀,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쥐구멍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고 싶은데..

“오영원씨, 오영원씨 정신이 드십니까? 오영원씨?”

이혜정의 목소리가 영원에게는 천둥처럼 들렸다.

마침내 영원이 눈을 떴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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