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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르미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판타지 소설의 개연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제밤과 어제밤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곳 문피아에서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작가님 작품의 하나의 에피소드에 관한 글에 몇몇 독자분들이 댓글로 엄청난 비난을 쏟아냈고, 작가님은 그 화를 통으로 들어내고 수정해서 다시 올리셨죠.

발단은 문제의 화에서 전개된 사건이 이전의 전개와 주인공의 성격에 안 맞는다면서 하차 댓글 테러를 벌인 것이지요.



그런데 그 화가 업로드된 직후에 읽었던 저는 작가님의 묘사와 글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엄청 몰입해서 읽었고, 설마 그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짐작조차 못했습니다.

나중에 수정 공지가 올라와서 가보니 하차 댓글 테러가 줄을 짓고 있더군요.



그래서 문득 생각을 좀 해보았습니다.

하차 댓글을 단 분들도 분명 저와 같은 내용의 글을 읽었을 텐데, 왜 사람마다 이렇게 같은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까 하는 것이죠.



하나의 사실을 놓고도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정반대로 이해할 수 있으니, 소설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애초에 소설은 진실이나 진리를 담은 것도 아닌, 작가의 상상과 그를 뒷받침하는 사상에 기반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니까요.

더군다나 허구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판타지 소설임에야.



그래서 저는 판타지 소설의 개연성이란, ‘등장인물이 현실과는 다른 이 판타지 세상에서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했을까’하는 것에 기반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을 가진 보통의 사람으로서 보일 수 있는 사고와 행동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죠.

나 같아도 화를 낼 만한 상황에 화를 내고, 슬플 법한 일에 슬퍼하고, 어리석어 보일 수 있는 결정도 내리고, 때로는 감정에 치우쳐 판단을 그르치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많은 독자분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현실에서 그와 같은 자신들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보다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영웅적 인물상을 보여주기를 원하시는 듯해요.

그렇다 보니, 모든 상황에서 철두철미하게 계산적인 소시오 패스 유형의 주인공들이 판타지 소설계에 난무하는 것도 같고요.

물론 저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아무리 이성이 우선한다고 하는 사람도, 그가 소시오 패스가 아닌 한 결국은 감정에 근거에 거의 대부분의 결정을 내리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인 배우자를 결정하는 것만 봐도,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이 태반이고, 이성으로 결정한 것은 끝내 좋지 못한 결과를 낳기 마련이죠.



그리고 소설은 인간의 그 감정이라는 것을 최고조로 북돋아서 카타르시스를 주는 매체입니다.

즉, 소설은 감정의 기폭제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성과 논리의 산물이면, 그것은 소설이 아니라, 논문이겠죠.



그래서 소설을 읽을 때에는 소설에서의 주인공들이 감정적으로 행동하거나 어리석은 판단을 하거나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으로서 보일 수 있는 행동이라면 또 그것 자체로는 당연히 개연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읽는 이로서 자신의 취향과 맞다, 맞지 않는다 정도는 표현할 수 있겠지만 말이죠.



그런데,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고 해서 열심히 글을 쓰신 작가분을 비난하고, 고치지 않으면 하차하겠다는 폭언을 싸지르는 것은 독자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이런 부분은 설명이 좀 부족한 것 같으니, 조금 더 부연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 ‘사전 전후의 묘사가 조금 더 충실했으면 좋겠다’ 정도면 몰라도 말이죠.



날도 꾸무룩하고, 분명 상처받으셨을 작가님 생각에 괜히 두서 없이 적어보네요.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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