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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s 판타지

네가 바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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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우진
작품등록일 :
2022.12.30 21:53
최근연재일 :
2023.01.03 15: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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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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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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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화 - 내 첫경험 돌려줘

DUMMY

금요일 오후, 대부분의 대학에서 한주의 강의가 끝나는 날. 수진과 유미는 벌써 세시간째 강남역의 한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이렇게 길게 마시는 두사람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좀 특별했다.


수진이 고등학교 때부터 3년간 사귀어 왔던 남자와 끝내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가지고 술을 마시기로 했기 때문이다. 수진과 유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란히 같은 대학에 진학했고, 비록 같은 과는 아니었지만 둘은 언제나 캠퍼스에서 어울려 다녔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언제나 수진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귀기 시작한 남자 친구가 있었다.


셋이 같이 다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히 유미는 수진과 그 남자 사이의 관계를 모두 알게 되었고 요 근래 와서 둘 사이가 심각하게 벌어진 것도 전부 알고 있었다. 오늘은 수진의 뜻에 따라 그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같이 이야기나 해보자고 술집에 온것이었지만, 애초부터 이건 침착하게 토의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었다. 수진은 이미 500cc 7잔을 혼자 연달아 다 마셔 버렸고 이제는 그 남자에 대한 험담과 비난만이 계속 될 따름이었다.


수진이 8잔째 마저 다 마시고 카운터에 추가로 주문을 하려고 하자 보다 못한 유미가 막고 나선다.


"수진아, 이제 그만 마셔"


"아냐! 오늘은 끝까지 마실래"


"아..네.."


수진이 거세게 팔을 뿌리치는 바람에 유미는 할 수 없다는 시늉을 해보이며 자리에 도로 앉는다. 종업원이 500cc 한잔을 가져오자마자 수진은 잔이 테이블에 놓이기가 무섭게 그 남자에 대한 욕설을 퍼부으며 스트레이트로 들이켰다.


"수진아 근데, 머리를 또 자른거야?"


"아, 머리?... 그래, 이걸로 또 다 잊어버릴거야. 단발이라 좀 보기가 싫지?"


"술주정은 그만해..."


"뭐? 술주정? 누가 술주정한다고 그래? 나 아직 안취했거든?..."


"그래... 내가 잘못했다"


수진이 반색을 하며 빈 500cc 잔을 이리저리 휘젓는 통에 잔에 남아 있던 맥주 몇방울이 옆 테이블로 튀었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차피, 더 말려봐야 들을것 같지도 않고 그냥 이대로 놔두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머리를 자르다니, 유미는 6년전에 중학교 그 시절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수진이 컵을 테이블에 거칠게 내려 놓더니 다시 말한다.


"그 자식은 도대체가 여자를 모르는것 같아"


"니 말이 맞아"


그 남자를 질책하는 말에 유미가 동의하자 수진은 잠시 뭔가 생각하는듯 하더니 다시 500cc 새 잔을 잡고 그대로 비워 버린다. 이번에는 거의 다 마셨다고 생각한 순간 수진의 상체가 휘청거렸기 때문에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를 부축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수진아, 마시는건 좋은데 좀 작은 컵으로 마시자"


"안돼! 이 따위 기억 다 없어질때 까지 마실거야...아..."


수진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테이블에 엎드려 버린다. 겉으로는 멀쩡한 척 했지만 이미 많이 취해서 의자에 앉아 있기 조차 힘들었던 것이다. 유미가 의자를 끌어 당겨 옆으로 오더니 수진의 귀에 대고 나지막하게 말한다.


"술을 이렇게 마신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아"


"하지만 어떻게 해! 집에 있으면 미쳐 버리겠구... 견디기 힘들어.."


수진은 머리를 도리질 치며 나지막히 대답한다. 확실히 그녀는 요 근래 정말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 남자와 만나기는 자주 만났지만 항상 우울한 표정이었고 가끔 그 남자가 다른 여자와 만난다는 소문만 들려도 예민하게 반응 하곤 했기 때문이다.


"요즘 그 사람하곤 어떻게 지내?"


"그냥 만나면 같이 자... 자고 나면 싸우고..."


"그건, 아니지 않니? 너도 알잖아..."


"그렇겠지..."


수진이 초점 없는 눈동자를 들어 유미를 쳐다 본다. 초점은 없었지만 눈망울이 반짝이는 것이 눈물이 고여 있는것 같이 느껴진다. 사실, 유미는 이런 수진의 모습을 요 몇개월간 계속 봐 왔다. 그럴 때마다 잘해라, 대화로 풀어라 하는식으로 충고를 하곤 했지만 이제는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 역시 다른 대학의 여자애와 심심치 않게 만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무엇보다도 심각한건 둘 사이에 이제 거의 남아 있을 것이 없다는 점이었다.


보통 그런 단계에 접어들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것은 여자쪽이다. 유미는 여기서 뭔가 해줄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때 수진의 한쪽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수진은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그저께도... 같이 잤는데 웬지 이게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어차피 이젠 같이 안고 있어도 별로 감정이 들지도 않아..."


"수진아, 이건 잘 생각해야 돼. 그리고 네가 먼저 결정해야 돼... 이전에 그 사건도 있었고 이제 더 이상은..."


그 사건이라는 것은 1년전에 수진이 그 남자의 애를 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남자는 당시 수진에게 미안하다고 깊이 사과하는 한편, 수술비도 마련해주고 한동안 그 전보다 훨씬 더 잘해주는 등 수진의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조심을 한다거나 하는 기색은 없었다.


"유미야...역시 안될까?"


수진의 양볼을 타고 눈물이 하염 없이 흘러내린다. 그녀는 너무나 슬픈 표정을 하고 유미에게 반문을 했지만 유미의 대답은 차갑기 그지 없다.


"만나면 싸우고... 그래서 헤어지고 나면 만나기 싫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가 어떻게 또 만나서 자고... 최근은 계속 그래왔잖아?"


유미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는 수진의 표정은 이제 슬프다 못해 처량하기 까지 하다. 그녀는 유미의 말을 들으며 눈물만 계속 흘렸다. 입으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것 같았지만 눈물이 너무 많이 흘러내려서 주체를 못하는지, 계속 움찔거리기만 한다.


"그저께 마지막으로 품에 안겼다고 생각하고 이제 그 남자 시원하게 잊어 버려..."


유미의 그 말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수진이 갑자기 상체를 일으키며 소리를 지른다.


"시원하게?...씨팔! 나쁜자식!... 내 첫경험 돌려줘!.. 난 몸도 주구 마음도 줬는데...나쁜 놈....흑흑.."


수진이 테이블에서 술잔을 다 밀어제끼며 소리를 치는 통에 주위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지만 유미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터질 고름이라면 확실하게 터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보기에 그 남자는 이미 수진을 섹스파트너로서 그 이상도 그 이하로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더욱 안좋은것은 둘이 싸우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만나봐야 섹스파트너로서도 어울리지 못할 것이다.


수진은 고등학교 때부터 3년간 그 남자에게 너무나 헌신적으로 했고 때로는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오히려 그 남자를 감싸고 두둔해주기 까지 했다. 처음에는 그 남자 역시 수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듯 했으나 수진의 지극한 마음 씀씀이가 역으로 작용했던지, 바람을 피우는 횟수도 증가하고 나중에는 아예 무시하기 까지 했다.


그 남자가 수진에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오직 같이 자기 위해서 잠자리에 들기전 뿐이었다. 하지만, 수진은 그 남자가 같이 자기 위해서 상냥하게 하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자고 나면 다시 되돌아갈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해서 관계를 지속해 온 것이다.


유미는 수진이 테이블위에서 몇분간 자지러지게 우는 것을 지켜보다가 다시 입을 연다.


"수진아, 남자에게 당하고 욕해봐야 남는건 없어"


"알았어... 그럼 오늘은 당초 목적대로 끝까지 마시자. 어때 유미야 그렇게 할거지? 오늘 왕창 마시고 다 잊어 버릴래"


"그래, 오늘은 나랑 아침까지 같이 마시자. 노래방 갈래? 노래방?"


"노래방에 맥주 없잖아..."


"내가 아는 단골집 아저씨한테 부탁하면 돼"


"응...그래"


유미는 일어나려는 수진을 다시 의자에 도로 앉히며 말한다.


"여긴 내가 낼테니까 잠시 앉아있어. 금방 계산하고 올게"


"응.."


수진을 의자에 앉혀 놓고 유미가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카운터로 걸어가는데 수진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운다.


"유미야"


"왜?..."


"고마워..."


유미는 싱거운 소리 다한다는듯한 제스쳐를 해보이고 카운터에 가서 지갑을 꺼냈다. 수진은 그런 유미의 모습이 웬지 뿌옇게 느껴졌다. 머릿속에 그 남자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갑자기 잘 떠오르질 않는다. 술을 마셔서 일까... 3년이나 알아 온 사람인데 갑자기 얼굴이 떠오르지 않다니...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으니 웬지 처량한 웃음이 나온다.


"시원하게 잊을 수 있을까... 아마, 절대 그렇게 되진 않을걸..."


수진의 무너져 가는 기억과 함께 그 해 여름은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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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 인생은 날씨 같은거야 (完) 23.01.03 3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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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 처녀들의 꿈같은 점심 시간 22.12.31 49 0 6쪽
1 1화 - 그 사람 생각만 하고 살거야 +1 22.12.30 65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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