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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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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작품등록일 :
2023.05.10 20:55
최근연재일 :
2023.05.1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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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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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DUMMY

중독.


코로나로 한창 시끄럽던 여름 어느날.

중식당을 3년째 운영하던 수진은 밀려드는 배달 주문에 남편, 동국과 때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웍이 불 위에 춤을 추고 기름 먹은 밥알은 손놀림에 섞이고 볶아졌다.

분주히 움직이는데도 산더미처럼 쌓인 주문이 줄어들 새도 없이 새로운 주문이 밀려 들어왔다.

몸이 두개라도 모자라다 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불경기라는 뉴스 앵커의 말과 달리 식당은 최근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행복에 비명을 지를 세도 없이 수진은 다음 음식을 준비한다.

주방은 대부분 남편이 도맡아 하지만 지금 같이 주문이 폭주할때면 그녀도 한 손 거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진 빌라 볶음밥 두개는 다 된 거 같고 푸르지오 짜장 탕수육 세트는 다 됐어?”

“어.”

“단무지가 없네? 미리 포장한 거 다 떨어졌어?”

“어.”


남편의 단답형 대답에 미간을 구길 세도 없이 빠릿한 그녀는 일회용 용기에 단무지를 옮겨 담았다.

말의 의도를 이해시키는 것 보다 본인이 직접 하는게 더 빠르기 때문이다.

수진의 시선이 식당 구석 혼자 턱을 괴고 유튜브를 시청중인 딸 수아에게로 향했다.

여느 때처럼 수아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유튜브에 푹 빠져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가는 날 보다 많은 요즘이다.

이왕이면 쉬며 놀아주고 싶지만, 홀을 봐주던 언니도 아이 때문에 그만 뒀던터라 하는 수 없이 저대로 방치해야 했다.

자주 가던 키즈카페도 예약제로 바뀌고 일정 인원이 아니면 받아 주지 않아 택한 방법이 핸드폰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식당을 운영하려면 이게 최선이다.

코로나도 진정 국면에 접어 들고 있으니 조만간 부모 노릇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수진은 상념을 털어버리고 막 포장한 음식을 배달대행 직원에게 넘겼다.


“푸르지오 204동 303호요.”

“네. 수고하세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몰랐다.

인근 중국집 몇 개가 문을 닫은 통에 식당은 갈수록 바빠졌다. 그나마 점심때는 홀 손님이라도 없어 할 만했지만, 저녁때는 홀과 주방을 수시로 들락 거려야 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대견한 딸은 투정한번 부리지 않고 핸드폰에서 나오는 영상에 집중해 주었다.

뭘 보고 있는건지.

때때로 힐끔힐끔 화면을 보았지만 수시로 바뀌는 화면에 내용은 짐작도 할 수 없다.

저녁 8시.

드디어 하루 일과가 끝이 났다.

동국이 주방을 정리하는 사이 수진은 마감을 하다말고 수아에게로 다가갔다.

어쩜 저리도 집중해 보는지, 딸은 엄마가 오는지도 모르고 영상에 푹 빠져 있다.


“그렇게 재밌어?”

“···..”

“뭘 보는데?”


수진이 수저통에 기대어 놓은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확인했다. 그러자 하루 종일 순하기 순했던 수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왜! 나 보고 있잖아!”

“얘는 하루 종일 보고도 안질려?”

“내놔! 아직 다 안 봤단 말이야.”

“너는 엄마한테 무슨 말 버릇이야. 많이 봤어, 이제 그만 봐!”


도끼눈을 뜬 수아. 수진은 당황스러웠다.

또래에 비해 어른스럽고 투정도 잘 부리지 않던 아이가 갑자기 변하다니. 이게 다 자신이 잘 챙겨주지 않아 발생된 문제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단호히 혼을 내야 한다.

틈틈이 읽었던 ‘똑부러진 육아 법’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너 왜 안하던 짓을 해! 그리고 원래 유튜브 시청시간은 정해져 있잖아. 엄마, 아빠가 바빠서 하는 수 없이 틀어 줬는데. 너 이러면 내일부터 핸드폰 안 줄줄 알아!”

“엄마, 시러!”


수아는 발을 툴툴 구르며 주방에 있는 동국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런 딸의 애교가 싫지 않은지 동국은 기름 벤 손으로 딸의 머리를 헝클어 주었다.


“거 좀! 집에 갈 때 까지만 보라고 내버려 두지는.”

“아니, 아빠라는 사람이 그게 할 소리야?”

“왜 애한테 짜증이야. 잔소리 그만하고 빨리 짐 챙겨. 시간 없어.”


할말은 많았지만, 힘들어 싸울 힘도 없었다.

수진은 끌어오르는 분을 삭히고 남은 일을 마저이어야 했다.

늦은 저녁도 먹고 애도 씻기고 재워야 하니, 감정 소모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았을 테다.

어느덧 시계는 11시를 가리키고 딸, 수아는 곤히 잠이 들었다.

수진도 노곤 노곤해 졸음이 몰려왔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으니 남편에게 대화를 청 하게 되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수아.

남편 말만따라 물 들어오니 노 젓고는 있지만, 딸의 성정이 더 삐뚤어지기 전에 바로잡아야 했다.


“오빠, 어머니 좀 오시라고 하면 안 될까? 방학 끝나도 정상수업은 안 할 거 같은데. 계속 이대로 지낼 순 없잖아!”

“말은 해 볼게.”

“그러지 말고 강경하게 말 좀 해봐!”

“알았어.”


시큰둥한 대답.

동국은 관심밖인 모양이다. 아내가 애가 타는 것도 모르고 달콤한 휴식을 방해받아 귀찮다는 투로 대답했다.

평소 같으면 이러다 말았을 테지만, 오늘 수진은 단호했다.

벌써 몇주째 이 상태인지, 이번에야 말로 단판을 지으려나 보다.


“어제도 말 한다고 해놓고 안했잖아! 그러지 말고, 아직 늦은 시간 아니니까 지금 해봐!”

“부모님 주무실 거야!”

“진짜 이럴 거야? 수아 하루종일 핸드폰만 보는거 미안하지도 않아?”

“그럼 장모님께 한번 말 해보던가! 넌 왜 우리 엄마한테만 그러냐.”


사정을 뻔히 아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다니.

수진은 서운함에 목이 메였다.

암 투병중인 아버지 간병 때문에 바쁜데도 매번 미안하다며 눈물 짓던 엄마의 얼굴이 떠올라 더 서러웠다.

일이 힘들어 투정 부리는게 아닌데, 마음데로 단정지은 남편이 너무 얄미웠다.

수진은 그만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길 만한 사안인데 그간 심적으로 많이 힘에 부쳤나 보다.

동국도 아차 싶었다.

부부간에도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는데, 그는 서둘러 즐기던 게임을 종료하고 거실로 나섰다.

통화 연결음이 들리는 거로 보아 어머니께 전화 드리는 듯 보였다.

10여분이 지난 후.

다시 들어온 동국이 침대에 몸을 뉘며 결과를 알려 주었다.


“이번주는 안되고, 다음주는 시간을 내 보겠다고 하시네.”

“고마워!”

“내일도 바뻐. 어서 자!”


다음날도 같은 일상의 반복이었다.

단지 달라진 건 수아에게 핸드폰을 주지 않았다는 것.

최대한 색칠 공부부터 장난감 놀이로 버티고 정 안되면 tv를 틀어주는 식으로 유튜브 시청시간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홀 손님이 다른 채널을 요구할때면 어쩔수 없이 딸애에게 핸드폰을 쥐어 줘야했다.

그러다 며칠 후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너무 바뻐서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온 종일 핸드폰을 맡겼는데 수아의 상태가 이상해 보인다.

테이블을 치우다 멈칫한 수진의 시선이 수아에게 고정됐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손으로 틀어 막아야 했다.

뻘겋게 충열된 눈으로 수아가 기괴한 표정을 짓는다.

마치 다른 사람인 듯.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체 음침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순간 소름이 돋고 식은땀이 등 줄기를 타고 흘렀다.

수진은 한달음에 달려가 핸드폰을 낚아 체 화면을 확인했다.

그녀의 눈이 놀라움에 번쩍 떠졌다. 입술은 미세하게 떨려 왔으며 핸드폰을 쥔 손엔 땀이 흥건이 일었다.

금발의 아이가 장난감을 소개하는 영상.

지극히 평범하고 몇 번 본적 있는 영상이다. 하지만 그녀가 놀란 건 그때문이 아니었다.

스치듯 사라진 영상엔 딸과 같이 붉은 눈동자가 영상 중앙에 희미하기 비췄기 때문이다.

재빨리 영상을 뒤로 돌려 방금 봤던 장면을 확인했다. 하지만 몇 번을 돌려 보아도 문제의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헛것을 본 건가?’


핸드폰을 내려 놓는 수진의 입술을 비집고 긴 한숨이 내쉬어 졌다.

영상은 물론이고 딸의 눈도 멀쩡했으니, 당연히 잘 못 봤겠거니 생각이 들었을 테다. 하지만 너무 생생하고 소름끼친 기억에 회수한 핸드폰을 다시 주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다행히 수아도 투정 부리지 않았다.

아이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장난감 바구니에서 주섬 주섬 장난감을 꺼내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예민해졌나?’


건조해져 붉어진 수아의 눈이 화면에 비췄겠 거니, 수진은 그렇게 생각하고 상념을 털어냈다.

내일은 어머님이 오시는 날.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딱히 얘를 잘 봐주시는 편은 아니지만, 없는 것 보단 나을거라 생각한 수진이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은 철저히 빗나가고 말았다.

아이를 봐 준다는 개념이 어머니는 사뭇 남달랐었다.

다음날 식당일을 마치고 부부는 집으로 향했다.

하루종일 아이를 보느라 힘드실 어머님을 위해 평소 좋아하시던 아구찜도 시간 맞춰 주문해 놓았다.

보름간 봐 주시기로 했으니 가장 힘들 이때 잘 구슬리려는 의도였다.

당연히 용돈도 넉넉히 드리고 이왕이면 다 맞춰줄 생각이다. 그래야 방학이 끝나고도 봐 주실 테니까.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현관을 드러섰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수진은 그만 할말을 잃고 말았다.

쇼파에 앉아 TV 시청 중인 어미니 그리고 딸은 거실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얼굴에 러그 자국이 선명한 거로 보아 꽤 오랫동안 본 모양이다.

순간 짜증이 솟구쳤지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애를 봐준 사람에게 할 짓은 아니다. 게다가 시어머니 아닌가!

이 상황이 달갑진 않지만 웃으며 돌려 말해야 했다.


“어머니, 애가 핸드폰 중독 증세가 있어서. 조심해야 할 거 같아요.”

“얼마 안 봤어! 그리고 동국이도 매 TV만 보고 컸는데 잘만 컸어야.”

“그래도 어머니 이왕이면 책을 보게 하는게 더 좋을 거 같아요.”

“알았다. 난 이만 가련다.”

“어머니 좋아하시는 아구찜 샀어요. 드시고···.”

“늦었어. 수아 할애비 밥도 챙겨 줘야 하고 그냥 가련다. 수아야 할머니 간다. 귀염둥이 내일 또 할미랑 놀자!”


시어머니가 돌아 가고 남편의 못 마땅한 눈이 그녀를 훑는다.

수진은 죄 지은 사람 마냥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뭐라고 항변하고 싶지만, 지금 입을 열었다 가는 싸움 밖에 나지 않을 테다.

아구찜을 먹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치우고 잠을 청했다.

집에 오기 전 까지만 해도 좋았던 기분은 구렁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했다. 하지만 피곤은 이 모든 감정을 지워 주었다.

머리를 베개에 눕히자 마자 금세 꿈나라로 빠져 들게 되었다.


‘지지직 지지직.’


주파수가 어긋난 라디오에서나 흘러나올 법한 노이즈가 잠결, 귓가에 들려온다.

희미한 빛이 눈커플 속 눈동자를 괴롭히고 침대 스프링을 타고 이유 모를 진동이 느껴 졌다.

몸이 천근 만근 무거운데도 수진의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희미한 시야에 이불 속 딸 아이의 얼굴이 아른 비친다.

얼굴을 비출 만한 조명기구는 없을 텐데 의아함에 몸이 돌아 갔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너무 놀라 그만 침대에 떨어지고 말았다.

소란에 뒤척이던 남편이 이불을 끌어안으며 몸을 틀었다. 그러자 이불 속 깨어 있는 딸의 모습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붉게 충열된 눈동자에 기괴한 표정.

누은체 발을 동동 굴리는 수아는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흑백화면.

희고 검은 점들이 수신 안되는 화면처럼 부시시거리고 동공 가득 맺힌 빛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산란했다. 그리고 핸드폰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목소리.

잡음 섞여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엄마인 수진은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엄마, 엄마, 엄마, 여기 무서워. 엄마···.”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흐느껴 우는 목소리는 딸아이의 음색이 분명했다.

잠들어 있는 동안 녹음했나 싶었지만, 상황은 너무도 괴이했다.

화면을 벗어난 수아의 붉은 눈이 수진을 바라본다. 그리고 기괴한 표정 그대로 음산한 한마디를 읊조렸다.


“킥킥킥, 이제 내가 수아야 엄마!”


수진의 눈이 뒤집혀 흰자를 내보이고 충격에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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