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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의 말씀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장편
작품등록일 :
2019.02.04 17:31
최근연재일 :
2023.10.23 21:19
연재수 :
4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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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84
추천수 :
584
글자수 :
2,078,347

작성
20.11.0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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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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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453화, 재수없는 헛것.

DUMMY

'허억-!'


아득해진 시야가 다시 또렷해졌다.


다시 쉬어지는 숨과 목 아래 신체의 감각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목, 목!'


목이 잘려났던게 퍼뜩 떠올랐다. 난 다급하게 내 목을 긁듯이 몇번 더듬 거리며 목을 콱 쥐었다.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빠른 심박수가 생생하다. 그 감각이 나를 안심시켰다.


'아랑은?!'


덜덜 덜리는 시야 속에서 간신히 아랑을 찾아냈다. 여전히 아랑은 두 다리 멀쩡히 선체 막사 밖을 경계하고 있었다.


안도감에 작게 숨을 내쉬었다.


'내가 뭘 본거지?'


나는 물론이거니와 아랑까지 단박에 목이 잘리는 광경은 다시 떠올려도 끔찍하다.


왜 그런게 보인거지? 뭐 때문에?덜덜 떨리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막사 밖에 서있는 인영을 향했다.


'밖에 있는 저 사람이 내게 환각 같은걸 보여준건가?'


환각이라. 내가 본것을 환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사실적이였다.


목이 잘리고 바닥에 쳐박히는 감각과 고통. 자로 잰듯 반듯하게 잘려 날아가버리는 막사와 내 목과 함께 떠올라 떨어지는 잔해물들.


눈으로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모든 것이 감히 환각이라고 치부할수 없을 정도였다.


좀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덜덜덜. 다리가 미친듯이 떨린다.


잠깐 힘이 풀려 주저앉을뻔 했지만 악착같이 다리에 힘을 주면서 버텼다.


'소리를...내면 안돼.'


꿀꺽. 침 삼키는 소리마저 들킬까 겁이 났다.


나는 마치 실제로 겪어본것처럼 소리를 내는 것에 민감하게 경계했다.


어라? 뭔가 이상하다. 누군가 환각을 보여줬다면 왜 나만 그런 환각을 본거지?


만약 아랑도 같은 환각을 봤다면 아랑도 지금 나와 같은 반응을 보여야할텐데 아랑에게는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않았다.


'게다가 환각을 봤다는 느낌보다는...진짜 겪어본 것 같아.'


뭔가 중요한 걸 놓치는 기분이다.


'그렇게 재수없는 헛것을 실제로 겪었다면 지금 내가 멀쩡히 서서 이러고 있을 수 가 없는데.'


나는 아예 그것을 재수없는 헛것으로 치부했고.


잘 붙어있는 목을 손가락으로 조물조물 거렸다.


뭐지? 뭘까? 뭔가가 떠오를듯 말듯하다. 정신이 산만해지자 공포어린 경계심이 살짝 풀어졌다.


사박.


막사 밖 인영이 우리에게 한발자국 더 다가왔다.


흠칫!!


그 소리에 헤이해진 경계심이 다시금 바짝 곤두세워졌다.


'아아. 진짜 생각 할 틈을 안 주네!'


괜히 울컥 짜증이 돋았다.


"포식자를 피해 풀 숲에 몸을 숨긴 토끼는 포식자의 작은 소리 하나 하나에 예민하게 귀를 쫑긋 거립니다."


라는 다큐멘터리 나레이션 목소리가 머리 속에 울렸다.


'진짜 딱 내가 그 토끼 꼴이네...'


아랑은 그가 더 가까이 다가오면 공격 하려는 듯 검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막사 밖 인영은 더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고.




"...!"




그 대신 내가 본 헛것을 따라하듯 그는 팔을 높이 치켜들었다.


설상가상 구름이 해를 가렸는지 막사에 짙게 드리워졌던 인영이 옅어졌다.


머리 속으로 아까 본 것들이 빠르게 지나갔고, 내 본능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뭐해? 죽고싶어?


쿵- 심장이 바닥으로 쳐박히는 감각과 함께 머리가 아파올만큼 정신이 또렷해졌다.


이성이 내게 소리쳤다. 움직여! 움직여! 소리가 나든 말든!


소리가 나든 말든 그는 우리를 공격할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굳어졌다. 이미 그가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나는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아랑에게 달려갔다.


한발자국, 두발자국, 세발자국. 쿵쿵쿵- 걸음걸이에 맞추듯 심장이 크게 뛰었다.


등 뒤에서 적막을 깨고 다가온 나를 아랑이 놀란 눈을 하고 돌아봤다.


놀란 얼굴이 무색하게 검 손잡이를 잡고있던 아랑의 손은 자연스럽게 나를 받아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아랑에게 닿자마자 외쳤다.




"쉴드!"




채앵!!


비명어린 외침과 함께 날붙이가 부딪히는 파열음이 귓전을 때렸다.


내가 본 그것과 한치의 차이도 없이 막사는 자로 잰듯이 잘려날아갔고, 잡다한 것이들이 공중으로 높이 떠올랐다.


'똑같아...'


목이 잘리면서 공중에 떠오를때 보았던 광경과 다를게 없었다.


쿵! 쿠웅! 콰직!


폭풍이 지나간듯 사방에서 잔해물들이 떨어져내리고 쓰러지면서 요란한 소리들을 냈다.


그 재수없는 헛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내 목과 아랑의 목 대신 내 쉴드가 무참히 깨졌다는 것이다.


쉴드가 깨지는 큰 반동에 아랑과 나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아-!"



쓰러지면서 바닥에 떨어진 잔해물에 이마를 긁혔다.


거칠게 찢겨진듯한 아픔과 뜨거운 것이 눈 위를 타고 내려와 뺨을 타고 흐르는 감각에 순간 다른 의미로 아찔했다.


'악! 하필 얼굴을!'


아니나 다를까. 내 이마을 긁어놓은 파편 위로 피가 뚝뚝 떨어졌다.


한쪽 눈을 뜨기 어려울만큼 피가 점점 더 흐르기 시작했다.


멀쩡한 한쪽 눈을 부릅 뜨고 우릴 공격한 인영의 주인을 찾았다.


역시 그 헛것에서 본 것처럼 우릴 공격한 사람도 똑같았다.


'아니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경악에 찬 눈으로 그를 응시하자 그는 우리를 혐오어린 시선으로 내려다봤다.




"일을 점점 귀찮게 만드는구나."




에반. 에반이였다.


내가 본 헛것에서도. 지금도. 우리를 무참히 죽인 사람은 다름 아닌 에반이다.


그는 내가 본 헛것과 마찬가지로 망연자실한듯 허망한 얼굴을 한체 두눈은 분노로 달궈져있었고 그의 분위기 또한 심상치않았다.


에반은 다시 한번 더 우리를 향해 오른팔을 휘둘렀다.


한번 더 쉴드를 외치려는 찰나. 시야가 훅- 높아지더니 심하게 흔들렸다.




"당신이야말로 일을 점점 크게 만드는 것 아닙니까?"




아랑이 나를 품 속에 들쳐안은체 에반의 공격을 피하고는 신경질적 말했다.


우리가 쓰러져있었던 자리는 에반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은체 엉망이 되어있었다.


그저 팔을 휘둘렀을 뿐인데. 마치 커다란 대검이 휘둘러진듯 땅이 갈라지고 건너편 막사도 부쉈다.


'헉...'


건너편 쓰러진 막사와 잔해물 사이로 파멸자의 시신이 튀어나왔다.


순간. 우리가 피했던 자리에 파멸자가 아닌 다른 이가 있었더라면. 이라는 오싹하고 아찔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멀지않은 곳에 위드와 예티, 호야 그리고 붙잡혀있는 정령들이 잠들어있는 막사가 있다.


많은 수의 정령들을 수용해야하기 때문인지 막사는 꽤 크고 넓었지만.


호야가 잠들면서 고양이에서 거대한 호랑이 사이즈로 변해버리는 바람에 나와 아랑이 있을 자리가 없었다.


'왜 갑자기 그렇게 커졌는지 모르겠지만. 위드씨가 호야한테 깔려서 질식사할뻔했었지...'


금방 발견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한번더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랑과 내가 다른 막사에 있어서 망정이지. 그 막사에 같이 있었다간.


'으...'


부서진 파편 잔해물들 대신 다른 것들이 끔찍하고 낭자하게 떨어졌을 것이다.


'아차, 아랑은 호야랑 예티가 어딨는지도 모르지. 이대로 마냥 피했다간 우리 쪽 사람들이 위험해질거야.'


에반이 다시 오른팔을 치켜들었다.


그 모습에 나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속박!"




우드득! 쾅!!!


에반의 발 밑으로 빠르게 균열이 일어났다. 균열 사이로 얼음이 비집고 솟구쳤다.


얼음은 그의 다리와 오른팔을 꿰뚫었다.


그의 신체를 관통한 얼음은 그의 피로 붉게 물들었고, 붉은 나무의 나뭇가지처럼 여러갈래로 갈라져 그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헙!"




'저게 뭐야!'


난 내가 한 구현에 적잖게 놀랐다.


'평소대로 구현하려고 했는데.'


평소 내가 구현한 속박은 식물이 자라나서 상대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지만. 장소가 장소인지라. 얼음이 솟구쳐서 상대의 신체를 주위를 단단하게 얼려서 움직이지 못 하게 하려고 했었다.


저렇게 흉폭하게 속박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에반의 오른팔과 양 다리에서 생긴 상처에서 꿀럭꿀럭 흘러나오는 피가 그의 하얀 발 밑을 붉게 물들여놓았다.


급한 나머지 내질렀던 구현이 마나 조절에 대차게 실패한 순간이다.




"......크윽!"




에반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버둥거렸다.


다리쪽 얼음은 크게 변화가 없었지만.


꽈드득!! 그의 오른팔을 꿰뚫었던 얼음에 균열이 생겼다.


'아...평소대로 했으면 벌써 빠져나왔겠는데.'


어쩌면 마나 조절이 실패하는게 나았을지도. 목 언저리가 서늘하게 느껴지는건 착각일까.


시선은 여전히 에반을 응시한체 아랑에게 말했다.




"아랑 더 움직이지말아봐. 여기서 움직이면 호야랑 예..."




중립자 속에 잠입해있는 예티의 이름을 들먹거렸다가 훗날 예티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기지를 발휘하듯 혀를 깨물었다.


'아옥, 아파...'




"위드씨가 위험해질거야."




깨물은 혀 때문에 어눌해진 발음으로 간신히 말을 마쳤다.




"네? 하지만......"




아랑은 그런 내 말에 반박하려는듯 말을 꺼내더니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




"대신 중립위원장에게 가까이 다가가줘. 할 수 있을까?"




'아랑?'


아랑이 대답이 없다. 어라, 왜 말이 없지? 그러고보니 아까도 말을 하려다가 않하는것 같던데. 설마?


설마하는 생각에 이번엔 진짜 목 언저리가 서늘해졌다.


헛것으로 봤던 아랑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에반을 감시하듯 응시하던 시선을 떼고. 황급히 아랑을 올려다보자 아랑과 시선 딱 마주쳤다.


마주쳤던 우리 둘의 시선은 서로 놀라서 잔뜩 커져있었고. 이내 내 시선은 아랑의 목으로 갈라졌다.


아랑의 목은 멀쩡했다. 매끈하고 하얀 목이 "저 무사해요!" 하며 날 반겨주었다.


'아...놀래라. 다행이다.'


안도한 나와 다르게 아랑의 표정은 심각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재밌게 봐주셨다면 추천 한번씩~ 11월 16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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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 455화, 보아라. 이 자신감을. +1 20.11.23 92 1 9쪽
454 454화, 밀어버리리라. +1 20.11.16 53 1 5쪽
» 453화, 재수없는 헛것. 20.11.09 32 0 10쪽
452 452화, 내 구현에? 20.11.01 21 0 13쪽
451 451화, 난 신경 써! 20.10.18 24 0 16쪽
450 450화, 당신이어서. 20.10.11 27 0 18쪽
449 449화, 이젠 더는 못 하겠어. 20.10.04 31 0 13쪽
448 448화, 아직 깨면 안돼. 20.08.23 35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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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441화, 달의 어둠에 바람. 20.02.26 24 0 13쪽
440 440화, 아무것도 하지말아요. 20.02.11 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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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 434화, 설명 끝. 19.03.11 36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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