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이 날 반긴다.
얼마만의 기상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직 정신이 몽롱했다.
“...”
우선 목부터 축이기로 했다.
맘 같아선 벌컥벌컥 들이켜고 싶은걸 가까스로 참았다.
아껴야 한다.
생수는 고사하고 상수도가 끊긴 게 벌써 반년이 넘었다.
“하아...”
반년.
‘그 사건’으로부터 벌써 반년이다.
그 기간에 놀라기 보다는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잊고 있던 기억이었다.
아니. 잊어야 했던 기억이었다.
맨 정신으론 버틸 재간이 없었으니까.
결국, 뇌 속에서 한 번 시작된 망상이 망막에 맺히기 시작했다.
「저길 좀 봐!」
언제나처럼 시작은 누군가의 외침.
사실 망상이 아니다. 그건 기억이다. 육 개월 전 내가 겪었던.
「어... 어... 저게 뭐야...!」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그저 다른 날 보다 조금 어둑했던 저녁. 그러나 남자가 가리킨 하늘이 이상했다.
「뭐가 막 쏟아지는데...?」
열십자로 찢어진 하늘.
그 틈 사이로 쏟아지는 괴생명체.
그 이후부턴 끔찍한 지옥도가 열렸다.
“멈춰...!”
비명.
불타는 도시.
끝없이 울리는 사이렌.
“으어... 아...!”
머리를 쥐어 뜯어봐도, 눈을 질끈 감아 봐도, 기억은 계속 재생된다.
막을 수가 없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화마처럼.
-띠링!
「ㅇㅇ(10.04): 이봐, 그럴 땐 수납장을 열어 보라니까.」
그때 타이밍 좋게 울린 알람이 시선을 끈다. 그제야 생각이 트였다.
그래. 그게 있었지.
도망치듯 달려간 거실엔 커다란 수납장이 거치되어있다.
수납장의 문은 두 개다.
오른쪽 문과 왼쪽 문.
각각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았다.
‘최선책과 차선책.’
내가 열어젖힌 건 오른쪽. 최선책이었다.
최선책.
그곳엔 원래대로라면 일반인이 절대 볼 수 없었던 물건이 들어있다.
-띠링!
「ㅇㅇ(10.04): 좋아. 그걸로 그 개새끼들 꼴통을 터뜨려 주는 거야!」
오히려 갤러가 더 신난 듯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수납장 안을 들여다본다.
손질 잘 된 저격총 하나가 반들거리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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