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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하이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황제, 탑스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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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하이
작품등록일 :
2018.12.09 16:41
최근연재일 :
2018.12.11 17:45
연재수 :
5 회
조회수 :
200,315
추천수 :
5,192
글자수 :
26,437

작성
18.12.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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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05. 이세계 황제, 탑스타 되다

DUMMY

교실에 도착하니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상민이 헐레벌떡 다가왔다.


“야! 오늘 가능? 빨리! 지금 톡하고 있어! 몇 시? 여섯 시? 일곱 시? 우리 집에서 할래, 너네 집에서 할래? 이쪽으로 온대. 너네 집이 제일 좋고, 안 되면 우리 집에서 하자. 너 사복 입지 말고 교복 입어라. 꼭 그렇게 해달래.”


실내의 시선이 영민에게로 화살처럼 꽂혔다.

상민의 시선도 영민에게 꽂은 채 손에 쥔 핸드폰을 가슴께로 들어올렸다.

대답하자마자 곧바로 손가락을 놀리기 위함이었다.

영민은 풀썩 헛웃음을 내뱉으며 대답했다.


“여섯 시에 우리 집 가자. 엄마한텐 말해놓을게. 근데 사전 인터뷰야, 아니면 바로 촬영이야?”

“바로 촬영이래. 사전 인터뷰는 그냥 나중에 사전인 척하고 하는 거래.”


영민의 입이 열리자마자 밑으로 고개를 처박은 상민은 대답하면서도 손가락으론 맹렬하게 핸드폰을 두드렸다.


“나도 같이 간다고 했다? 우리 둘이 해낸 거니까. 그치? 내가 다 키운 거야. 알지? 그리고 집에서 촬영했다가 장소 옮긴대. 오늘 늦게 끝날 수도 있으니까 부모님한테 말해놓고. 많이 늦으면 내일 학교 안 나와도 되는 거 알지? 되도록 오래 촬영하자. 내 얘기도 많이 하고. 나 교무실 갔다 올게. 기다려.”


그가 사라지자 교실엔 적막이 흘렀다.

바람 같이 왔다가 바람 같이 사라진 상민에, 영민은 입꼬리를 부드럽게 말아올리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무리 자신이 명랑하게 해도 저렇게 순수한 모습은 불가능했다.

몸과 마음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숨 가쁘게 움직이는데도 왠지 모르게 한없이 밝게 빛나 보였다.

손자의 재롱을 보는 것 같았지만, 심장은 상민 못지않게 두근대며 뛰었다.


“역시 진작 할 걸 그랬어.”



***



딩동!


“누구세요오?”


영민의 어머니가 다소 경직된 목소리로 외치자 뒤이어 영민과 상민이 더 크게 목소리를 키웠다.


“왔다!”

“가보자!”


이미 제작진과 말을 마치고 집에 카메라를 군데군데 설치했다. 또한 언제 벨을 누르는지도 정확히 알았지만 영민과 상민은 그것과는 상관없이 호들갑을 떨며 현관문에 다가갔다.

아직까지 이곳에 누가 오는지 알지 못했다.

고정 MC일지, 게스트일지, 게스트라면 한 명일지, 여러 명일지에 대해 상민과 영민은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

결론은 누가 됐건, 이름을 알든 모르든 반가워 해주자는 것이었다.


덜컥 문이 열리자 영민과 상민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김준성이다!”

“김준성 씨?”


상민은 대뜸 반말을 했지만 김준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둘을 껴안았다.


“안녕, 얘들아. 반가워. 김준성 아저씨야. 아저씨 알지?”

“그럼요! 당연히 알죠!”

“네. 딸기크리미 응원하고 있어요.”


딸기크리미의 이름이 나오자 준성은 방송 톤에 맞게 목소리를 과장되게 키웠다.


“오! 정말? 우리 애들 팬이니?”

“아뇨. 팬은 아닌데 하연이랑 같은 반이에요. 응원하고 있는 거예요. 예쁘잖아요.”

“크하하! 그래! 엄청 예쁘지!”


준성은 카메라를 직시하며 목소리를 낮췄다.


“들었죠? 실제로 보면 훨씬 예쁘다니까요?”


그때 작가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사실 미리 질문이 맞춰져 있었고, 작가가 알아서 타이밍을 맞춰 질문하는 거였다.


“딸기크리미 김하연 양하고 같은 반이에요?”

“네.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에요.”

“준성 씨는 알고 계셨어요?”

“교복을 보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었죠. 그런데 하연이한테 물어보니까 맞다고 하더라고요.”


질문은 짧게 끝났다.

영민은 거기서 확실히 눈치챘다.

김준성, 딸기크리미 커버영상에 달린 댓글, 짧은 질문.

분명히 여러 질문이 나와야 하는데 여기서 끝난 걸 보면 확실했다.


‘이따가 딸기크리미 보겠네.’


영민의 얼굴에 산뜻한 미소가 번졌다.

전생에 다섯 아내들이 있었건, 열 명이 넘는 자식들이 있었건 간에 현재 여기에 있는 건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에 완벽 적응한 장영민이었다.


“여기서 그 음악이 나왔다고? 배경이 어째 다른데? 카메라도 없고.”

“아, 그건 제가-“


상민은 물 만난 물고기마냥 지금까지 있던 일들을 최대한 미화시켰다.


“친구 좋다는 게 뭐겠어요. 제가 도와준다고 나섰죠. 홍보도 제가-“


침을 튀기며 열변하는 상민에게 준성은 손뼉을 치고, 탄성을 뱉으며 꽤나 찰진 리액션을 보였다.


“맞아! 너희한테도 기적이었겠지만 나한테도 기적이었어. 어떻게 올린 첫 날 내가 그걸 보냐고. 그것도 촬영 시작할 때.”

“준성 씨, 이제.”


이제 딸 만큼 땄으니 상민과의 대화는 이쯤에서 끝내자는 신호가 왔다.

상민은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했지만 준성도 이 차례를 기다려왔던 모양인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내가 직접 들을 수 있을까? 편곡이랑 연주는 너가 직접 한 거지?”

“네. 맞아요. 죽이죠?”

“하하! 그래, 죽이지! 죽이니까 내가 왔지. 어디 한 번 실제로도 죽이는지 들어볼까?”


준성은 상민과는 반대되게 자신감 넘치고 여유가 느껴지는 영민의 모습에 더욱 흥미가 갔다.

말하는 건 그 나이대에 맞았지만 어째 이질적인 게 느껴졌다.


‘특이한 아이야.’


또래들끼리는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이 아이에게 있었다. 조금 튀는 행동과 철없는 행동을 하여 흔히 말해 ‘또라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사실 널리고 널렸다. ‘4차원’도 마찬가지.

굳이 그렇게 튀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이 이질적인 느낌은 준성이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종종 보던 것과 비슷했다.


‘스타성인가?’


영상을 올린 지 하루 만에 반응이 터지고, 방송에서까지 찾아왔다. 물론 자신이 고른 거긴 하지만 그것도 이 아이의 운이었다.

게다가 하연에게 듣기론 이 아이가 거의 모든 아이돌 기획사, 그리고 배우 매니지먼트에서도 계속 찾아왔다고 한다.

결과는 모두 거절. 하지만 거절도 남다르다 들었다. 배우 매니지먼트를 제외하고 가수 기획사의 모든 곳과 대화를 한 번씩은 나눠본다는 것.

연예인이 되려 하는 게 아니고, 가수가 되고 싶은 것이다.


‘운도 있고, 철없지도 않고,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실력도 뛰어나.’


기획사들이 거절 당했는데도 꾸준히 찾아가는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제작자라면 누구라도 탐낼 수밖에 없는 스타의 재목이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장영민이라는 아이에 대해 듣긴 했었다.

다만 외모가 뛰어나고 노래 실력이 좋다는 것밖에 못 들었었고, 다른 데에 집중할 만한 여유가 없었기에 제대로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딸기크리미가 최우선이었으니까.

준성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으며 영민을 바라봤다.


“할게요.”


영민이 피아노에 자리잡자 소형 조명을 든 조명 감독과 VJ가 바삐 움직였다.

옆 얼굴을 비추는 뜨거운 빛의 각도와 세기가 고정됐다.

그제서야 영민은 건반 위에 손가락을 살포시 올렸다.





JS 엔터테인먼트의 좁은 연습실 안.

딸기크리미의 멤버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진이 들고 있는 핸드폰에 시선을 모았다.


“우와. 진짜 잘한다.”

“어떻게 이렇게 바꿨지? 우리 거보다 더 좋은 거 같아.”


이수진이 감탄하며 고개를 내젓자 신효정은 이에 동의하듯 덧붙였다.


“헤헤. 진짜 잘생겼다.”

“그러게. 하연아, 네가 말했던 대로네.”

“객관적으로 잘생겼으니까요.”

“쟨 어째 막낸데도 놀리는 맛이 없어. 이럴 땐 말도 좀 더듬고, 얼굴도 붉히고 얘처럼 헤헤, 웃고 그래야지.”


다른 건 몰라도 비주얼만은 현존 걸그룹 원탑이라고 평가 받는 딸기크리미의 멤버들이 장영민의 이모저모를 평가하며 대화를 나눴다.

언니들이 막내인 하연에게 짓궂은 장난을 할 때마다 하연은 유연하게 받아넘겼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이미 몇 년 동안이나 동고동락을 함께 한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김현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은근한 말투를 했다.


“넌 항상 그렇게 안 드러내더라? 그럼 남자들이 오해해. 얘 동영상 올린 거 봐. 딱 봐도 조회 수 먹는 것밖에 없는데 여기서 뜬금없이 우리 곡을 한다? 이건 백퍼야. 너 좋아하는 거라고.”

“맞아. 친하지도 않다며. 여자들이 그렇게 많이 달라붙는데 어장관리도 안 하고 사귀는 사람도 없다며. 이건 확실하다, 진짜. 너 계속 그렇게 하면 자기 싫어하는 줄 알고 상처 받을걸?”


맞이인 수진까지 가세하자 그녀들의 시선이 전부 하연에게 쏠렸다.

그리고 하연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볼 수 있었다.


“하하하! 봤어여? 봤어여?”

“프흐흐흐. 드디어 우리 막둥이한테도 봄이 찾아왔네?”


언니들이 눈빛에서 열기가 피어오르자 하연의 시선이 언제 흔들렸냐는 듯 다시 안정을 찾았다.

사실 하연이 영민을 신경 쓰는 건 맞다. 다만 그게 이성으로의 감정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처음 영민의 노래를 들었을 때, 힘을 전혀 주지 않았음에도 하연은 그 깊이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얘는 우리와 다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커버곡을 들은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졌다.


‘우리가 이렇게 불렀다면.’

‘우리 곡이 이런 편곡을 했었다면.’


이런 ‘만약’이라는 덧없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가슴을 덮쳐왔다.

친구라고는 한 명도 없는 학교를 갈 때마다 느껴지는 악의적인 시선들, 수군거리는 말들.

망한 그룹, 혹은 곧 망할 그룹이라는 목소리와 댓글들.

팬들은 졸린 눈이라며 귀엽게 봐주지만 이 눈 때문에 생기는 성형, 무성의, 인성쓰레기 루머들.

점점 값이 싸지고, 빈도가 줄어드는 행사 문의 때문에 한숨 쉬는 사장님과 직원들.

혹여나 부담스러워 할까봐 걱정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가족들.

그렇게 베개에 눈물을 잔뜩 쏟으며 잠에 들었던 다음 날, 등굣길에 영민과 시선을 마주쳤지만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돌아섰다.

자신과는 다른 미래를 맞이할 그에게 괜히 말을 붙여, 제대로 꽃 피우기도 전부터 루머에 휩싸일까봐, 너무 밝은 그와 자신이 내는 빛의 명암 차이가 너무 극명했기에.


‘고맙다고 했어야 했나. 아니면 잘 들었다고 할 걸 그랬나. 지금이라도 뒤돌아서 말할까? 반에 들어가서 말할까?’


어쩌면 커버해서 기분 나빠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었다. 언니들이 장난스레 하는 말처럼, 인터넷에서 일부의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자신은 오해를 사기 쉬우니까.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미 그의 주변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이 붙어있었기에 다가가 말을 붙일 틈이 보이지 않았다.


‘역시···. 오해하려나.’







역시 영민의 예상대로 준성은 자신의 회사로 모두를 데려왔다.

규모는 작았지만 나름 깔끔하고 있을 건 다 있었다.

짧게 회사를 소개한 뒤, 발걸음이 빨라지더니 음악이 새어나오는 문 앞에 섰다.

이 안엔 딸기크리미가 있을 확률이 100%였다.

떡하니 연습실이라고 적혀있었고, 새어나오는 음악이 영민이 커버했던 ‘Science Of Love’의 원곡이었으니까.

문을 열고 저벅저벅 들어가는 준성의 뒤를 따라 영민과 상민도 발걸음을 옮겼다.


‘하여간 방송이란.’


분명 거울로 들어온 것이 보였을 텐데 마치 못 본 척, 연습에 집중하는 척 댄스 연습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미 카메라도 다 설치돼있네. 얼씨구? VJ까지?’


설치된 카메라뿐만 아니라 연습실 안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찍는 VJ도 있었다.

트레이닝복도 아니고 청바지에, 블랙진에, 전혀 더럽혀지지 않은 새하얀 신발까지.

준성이 컴퓨터 앞으로 가서 음악을 멈추자 그제서야 ‘어?’소리를 내며 뒤돌아봤다.

놀란 듯 화들짝 몸을 돌리는 그녀들의 얼굴엔 땀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고, 화사한 메이크업이 되어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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