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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련자 님의 서재입니다.

봉래선무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만련자
작품등록일 :
2024.03.11 17:50
최근연재일 :
2024.03.22 20:36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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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776

작성
24.03.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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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화

DUMMY

백리혁은 인사를 받지 않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과연 그의 주변에는 채주들로 보이는 고수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는데 바로 옆에는 새한도채주가 서 있었다.

아마도 그가 백리혁에 대해 반로환동의 고수쯤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약관의 나이에 검강을 뽑아낼 초절정고수라는 건 말이 되지 않을 수준이기는 했으니 말이다.

‘좋구나. 저들의 오해를 이용해서 이 안개진이 어떻게 스승님의 진법과 닮아 있는지 알아봐야겠구나.’

그렇게 마음을 먹고는 입을 열었다..

“흥. 저 놈을 놓쳐서 반로환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구나. 운이 좋은 줄 알거라. 계속해서 대선표국을 핍박했다면 장강에 수로채는 씨가 말랐을 것이야.”

백리혁은 그렇게 자신이 반로환동한 고수라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는 수룡왕을 향했다.

“총채주는 내게 볼일이 있나?”

“선배께서는 손속이 무척 단호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장강수로채가 사라질 것 같아서 선배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흥! 그런 소릴 하려거든 나를 진법에 몰아넣기 전에 했어야 하지 않나? 진법에 갇힐 땐 가만히 있더니 진법을 깨고 나오니 이런 소릴 하다니. 너의 진의가 의심스럽다.”

“선배님이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나섰을 때는 이미 일이 벌어진 후였는지라 손 쓸 방도가 없었습니다. 저 진은 저도 손 댈 수가 없는 진이라서 말입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대신 보상을 통해 저희 진심을 전하려고 합니다.”

“좋다. 사과를 받아들이지. 어떤 보상을 해주겠다는 거냐?”

“그건 후배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제가 어떤 보상을 해야 선배님이 저희를 용서해주실 것인지 그것을 논의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럼 국주와 상의를 하거라. 그리고 난 저 진법이 궁금하구나. 저 진법의 유래를 알려주거나 설치한 자를 만나게 해주려무나.”

수룡왕은 진법이라는 말에 머뭇거렸다. 그러자 백리혁은 검을 뽑아들고는 내력을 몰아넣으며 말했다.

“수적들을 상대하며 이화폭우침이라는 물건을 만났다. 당가의 무형지독이 발려 있었지. 노부도 역시 깜짝 놀랄만한 선물이었지. 아마?”

백리혁이 뽑아든 검에서 청광이 뿜어져 나왔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1척, 2척, 3척 그렇게 검강이 천천히 뿜어져 나오며 계속해서 길어지기 시작했다.

꿀꺽! 여기저기서 마른 침이 삼켜지기 시작했다. 수로채의 채주들이었다. 그리고 수룡왕도 안색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선배님. 진법을 다루는 자는 이곳에 없습니다.”

“설마 나를 진법에 몰아넣을 때는 간단한 일이나 만나는 건 복잡한 일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백리혁이 말을 끊으며 재우쳤다.

“아닙니다. 선배님. 그는 진법을 펼쳐놓고 저희 총채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곳은 여기서 거리가 좀 된다는 게 문제지요. 선배님이 원하신다면 그곳으로 가셔서 보면 되겠습니다.”

“알았다. 총채로 가도록 하지. 국주는 이들과 상의를 끝내고 표행을 가도록 하시게.”

백리혁은 대놓고 국주에게 하대를 했다.

“아닙니다. 어르신. 저희가 끝까지 모셔야......”

“되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한다. 진법가를 만나게 되거든 내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시간을 보내다 돌아가겠다. 그러니 너는 네 갈 길을 가거라.”

“알겠습니다. 어르신.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국주는 반로환동했다는 말은 처음 들었지만 처세에 능한이 답게 매끄럽게 대처를 했다.


일각도 되지 않아 대선표국은 떠났고 백리혁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많아졌다고 해야 할까? 수룡왕을 비롯한 장강수로채의 채주들이 잔뜩 늘어섰으니 말이다.

하지만 백리혁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고 숫자로는 그를 압박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수적들이 백리혁의 눈치를 보아야만 했다.

수적선은 역시 빨랐다.

표국의 짐배로는 낼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더니 또 다시 안개 속으로 파고들었다.

거기서 이각 여 동안 더 달려가니 섬이 보였다.

멀리서 보니 강 위에 황량한 돌섬처럼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사방이 절벽으로 되어 있어 요새처럼 보였고 구불구불 위험천만한 길을 타고 들어가니 선착장이 지어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연회준비가 되어 있었고 상석의 자리에는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그 자리에 백리혁과 수룡왕이 나란히 같이 앉았다.

“앉으시지요. 선배님.”

수룡왕은 자신보다 백리혁이 먼저 앉기를 청했고 백리혁이 앉자 따라 앉았다.

“나는 진법가가 보고 싶을 뿐이다. 이런 것들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선배님을 모시는데 소홀히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얘들아!”

그러자 문이 열리며 여인들이 들어왔다. 어디서 데려왔는지 끌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치장이 화려한 미인들이었다.

“치워라. 나는 이곳에 진법가를 만나러 온 것이다.”

백리혁이 싸늘한 음색을 담아 소리치자 수룡왕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게 선배님의 뜻이라면 바로 진 봉공을 만나게 해드리겠습니다.”

상이 치워지고 일 각 여를 기다리자 한 초로의 노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순간 백리혁의 몸에서 북풍한설 보다 더 차가운 냉기가 뿜어져 나와 장내를 휘몰아쳤다.

그가 바로 백리장에 묵었던 식객 중의 하나 진가우라는 것을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서...선배님. 왜 그러십니까?”

수룡왕이 당황하며 물었지만 백리혁의 눈은 오직 봉공이라는 자에게만 쏠려 있었다. 그건 봉공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의 눈은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떠올릴 수는 없었다.

반로환동한 고수라는 말을 들었으니 10년 전 10살짜리 꼬마아이를 떠올릴 수는 없을 테니까.

백리혁이 먼저 몸을 날렸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검이 들려있었고 청광을 뿜어내는 강기가 덧씌워져 있었다.

“네 이놈.”

청광이 휘둘러지자 수십 줄기의 검기가 뿜어져 나가 그를 덮쳤다.

봉공은 당황하는 듯 했지만 그의 행동은 달랐다. 어느새 소매에서 산대를 뽑아 던졌는데 그 위로 허공에 커다란 원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속으로 검기들이 빨려 들어가더니 모두 소멸하고 말았다.

“흥! 반로환동한 고수라고 해도 이곳에서 나를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진 봉공이 자신감 가득한 소리를 지르며 한 손에 4개씩 모두 여덟 개의 산대가 쏘아졌다.

특이한 것은 백리혁이 아니라 그가 서 있는 땅을 노리고 던져진 것이었다.

“흥!”

백리혁은 그가 던진 산대가 진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땅을 향해 쏘아진 산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의 궤적을 따라 새로운 검이 생겨나듯 촘촘한 검기가 솟구치며 산대를 조각조각 내 흩어버렸다.

백리혁은 검을 곧추세우고는 진 봉공을 향해 무시무시한 살기를 끌어올렸다.

진 봉공도 역시 쇠로 만들어진 작은 삼각 깃발을 잔뜩 들고는 백리혁을 노려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수룡왕과 새한도채의 채주인 잔혈도부가 진 봉공의 곁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진 봉공이 이번엔 자신의 발밑에 깃발을 땅에 박았다.

깃발이 박히자마자 건물 전체의 땅이 호응을 하듯 빛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들이 서 있는 곳에 기이한 힘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룡왕과 잔혈도부에게 스며들었다.

그들의 옷자락이 팔락이며 그들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내력이 스며들었다는 것을 알렸다.

“천지전성대진(天地塡盛大陳)이 자네들을 후원할 테니 끝없이 내공이 제공될 것이네.”

하지만 총채주는 감히 덤벼들지는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선배님. 제발 고정해 주십시오. 선배님은 진법가를 만나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선배님이 약속을 지켜 주시지 않으면 대선표국과 한 약속도 지킬 수가 없습니다.”

그 순간 백리혁은 아차 싶었다. 십 년 전 백리장의 식객으로 있던 진가우를 만나자 눈이 뒤집혔다.

백리장의 원한을 생각하자면 당장 죽여 마땅한 놈이었지만 놈이 펼친 진법이 스승님의 거처에 있는 진과 닮은 이유를 캐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이제 세상에 남은 유일한 친인은 스승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그를 살피는 자들을 등한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남아의 복수는 평생이 걸려도 늦지 않다고 했다. 저 가증스러운 놈을 죽이는 게 잠시 미뤄진다고 해도 늦지는 않으리라.’

백리혁은 검을 내리며 말했다.

“실수다. 저놈 때문에 진법에 갇혀 고생한 것을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라서 그만.”

그러자 진 봉공이 소리를 질렀다.

“흥! 그게 어찌 내 책임이오? 나에게 진법을 펼쳐달라고 한 총채주의 책임이지. 난 그가 원하는 곳에 진법을 펼친 죄밖에 없소. 누가 걸려들지는 내가 정한 게 아니란 말이오.”

그러자 수룡왕이 읍을 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진을 펼쳐달라고 한 건 저입니다. 모든 게 제 책임입니다. 하지만 선배님. 진법가를 만나게 해주면 제 모든 죄를 용서해주시겠다고 약속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좋다. 약속을 지키마. 단 저 자가 성심껏 대답을 했을 때에 한해서 말이다.”

백리혁은 진 봉공을 노려보았고 수룡왕이 다시 한 번 읍을 해왔다.

“봉공님. 부탁드립니다. 반로환동하신 선배님의 궁금증을 풀어드리지 않으면 수채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흥! 이곳에는 내가 설치한 진법이 있는데 왜 수채가 사라진단 말이지? 난 내 진법을 믿는다. 자네들도 내 진법을 믿으란 말이네. 반로환동의 고수라고 해도 내 진법이 그리 간단하게 무너질 것이 아니야.”

진 봉공은 코와 입술을 씰룩거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수채에 커다란 손해가 나는 것은 사실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겠지?”

“저희가 봉공님을 지극히 모셔오지 않았습니까? 제발 이번만은 제 뜻을 따라 주시지요. 부탁드립니다.”

진 봉공은 수룡왕을 힐긋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선배는 무엇이 궁금하시오?”

백리혁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러자 진 봉공은 수룡왕과 잔혈도부와 함께 백리혁의 곁으로 다가왔다.

“장강에서 나를 유인했던 진법의 원리를 설명하라.”

“그거 참. 아무리 선배라고 해도 나를 너무 무시하시는구려. 남의 밑천을 그리 쉽게 보여줄 수는 없소이다.”

“흥! 네놈이 진정 죽고 싶은가 보구나.”

“나도 비장의 한 수쯤은 가지고 있소이다. 아무리 선배라고 해도 손해를 보지 않을 수는 없소.”

백리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백리장의 원수를 두고 참아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 게다가 그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으니 살기가 찌릿찌릿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여차하며 바로 목을 치겠다는 살기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결국 진가우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젠장. 진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 알아는 들을 수 있으시오?”

“물론이지 네가 엉터리로 말하는지도 알 수 있다. 그러니 거짓없이 낱낱이 고해 바치거라.”

진가우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판세는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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