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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정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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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이원정
작품등록일 :
2017.02.26 12:29
최근연재일 :
2017.03.09 23:00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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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글자수 :
93,799

작성
17.02.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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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장 회의 - (3)

DUMMY

오후 여섯시 반.


현장 근무를 하는 팀들은 보통 이 시각이면 퇴근을 했다. 오전 오후에 점검했던 사항을 파일로 정리하고, 팀원 끼리 정보를 주고받고, 내일 스케쥴을 체크하면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어쩌다 현장 점검이 길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곳에서 퇴근을 하기도 했다. 오늘 그런 일은 없을 테지만.


“자자, 다들 가자고. 회식합시다아.”


손 팀장의 말에 수민은 컴퓨터를 껐다. 준비는 진즉 해두었다. 점검결과 보고서 정리는 문제될 게 없었다. 오히려 앞으로 다가올 일이 더욱 성가셨다.


회식 준비에 가장 더딘 건 김 대리.


준열은 여전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뭔가를 했다. 손 팀장이 ‘에헤’ 하고 재촉하자 그의 손가락이 더욱 급하게 움직였다. 타다다닥 소리가 얼마나 났을까. 김 대리는 문서 저장 후에 컴퓨터를 껐고, 그의 어깨를 손 팀장이 가볍게 주물렀다.


김 대리가 업무를 마감하자 팀장을 필두로 전기팀이 회사문을 나섰다. 꼬리에 붙어있던 준열은 회사문을 나오기 전에 총무팀 파티션을 흘깃거렸다. 뭔가 확인할 게 있는 사람처럼.


희연과 눈이라도 마주치길 기대한 준열이나 총무팀 최 과장은 자리에 없었고, 그의 성의는 아쉬움으로 변모해 가슴에 남아야 했다. 일행의 가장 뒤로 늦춰졌던 준열은 발걸음을 재촉해 사무실을 나갔다.


신천의 밤은 요란하다.


두서없이 빛을 발하는 네온사인과 걸음을 훼방하는 입간판들. 조금 더 지나면 빛과 간판이 채우지 못한 이 공간을 술에 취한 목소리가 채울 게 분명했다.


하지만 수민은 걱정하지 않았다.


손 팀장이 주선하는 회식은 저녁 식사에 반주를 더한 정도다. 몇 년 전 결혼을 한 이후엔 늘 그랬다. 간혹 정말 술을 마시고 싶을 때면, 그는 보다 한적한 곳을 찾았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앞장서서 걷던 손 팀장이 감자탕 가게 앞에서 발길을 세웠다.


“야, 날도 춥고 그러니까 이거에 소주나 간단히, 응?”


“좋지요.”


감자탕 대자에 소주 2병. 빈 잔에 소주가 채워지고 국물이 끓어올랐다. 잔이 부딪히는 소리 후에 목으로 넘어가는 소주. 연이어 튀어나오는 ‘아’ 하는 탄성.


이 소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김 대리가 끓는 국물에 수저를 넣어 입으로 가져갔다. 국물이 뜨거운지 연신 ‘어뜨뜨’를 내뱉는 준열. 이를 보던 팀장은,


“어이구 우리 김 대리님, 사채라도 땡겼어? 뭘 그리 쫓기는 놈처럼 급해?”


김 대리가 턱의 양끝을 문지르며 답했다.


“이게 턱이요··· 침이 벌써 여기 이렇게 고여가지구 턱을 막 찔러요. 빨리 입으로 뭔가를 넣어 줘야 얘가 안심하고 그러죠. 헤헤.”


손 팀장은 기분 좋게 웃으며 고기와 건더기를 앞접시에 담았다. 가득 채워진 접시는 김 대리에게 향했고, 음식 따라 팀장의 말도 따라왔다.


“준열아, 조금만 참아라. 똘똘한 놈으로 하나 붙여 주께.”


“괜찮습니다. 집에 일찍 가봐야 할 일도 없어요.”


손 팀장은 물끄러미 준열의 눈을 보다가,


“하긴 늦게 남아도 희연이 보는 맛에 괜찮지?”


“예?”


준열이 답을 머뭇거리자 팀장이 빈 잔에 소주를 따랐다. 수민이 뒤늦게 병을 잡으려 했지만, 정현은 ‘그냥 알아서 먹자’며 제지했다.


그는 홀로 잔을 입에 털었고, 홀로 감탄사를 뱉었다. 수민은 이런 그를 홀로 둘 수 없다는 듯, 곧 그를 따라 술을 붓고 잔을 비웠다.


준열은 젓가락으로 뼈와 고기를 분리시키고 있었다. 팀장이 재차 말했다.


“야아, 최 과장 나이가 몇 개냐? 수민이랑 동갑인가?”


“저 보다 하나 어리죠.”


“한 두 살이면··· 사회 나와서 한두 개 이거는 그냥 같은 거그든? 그래도 우리 김 대리님 보단 세, 네 개는 많은 거잖아? 이건 또 확실히 많은 거라고. 직급도 더 높고. 고만 쳐다봐라. 감이냐, 걔가? 본다고 떨어지게?”


준열은 답 없이 젓가락질에 매진했다. 접시 한쪽엔 살점이 쌓여갔고, 정현의 말은 계속되었다.


“여자가 직급이 높으면 말이야··· 이게 귀찮을 수가 있어요. 여자가 남자를 무시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야아, 그러면 이게 또 힘들어지는 거그든? 그리고 희연이 그게 바싹 꼴아짜나? 이런 애들이 보통 저 뭐야··· 예민해서 까탈스럽다고. 변덕이 보통 심한 게 아니지. 여러모로 곤란한 거야.”


팀장의 말을 듣던 수민은 조금 이상했다. 정현은 직급 혹은 상하관계에 그다지 큰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자기 맘에 드느냐 아니냐가 우선이었고, 그에 따라 가까이 하거나 멀리 두거나 했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자신이 아는 손 팀장은 직급이나 나이의 고하로 관계의 어려움을 말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의아한 마음이 든 수민이나 따로 묻지는 않았다.


준열은 접시에 있던 뼈를 들어 스테인리스 그릇에 넣었다. 마음을 대신하는 ‘퉁’ 소리가 그릇을 울렸다. 재차 국자를 잡은 그는 살코기만 남은 자신의 접시에 국물을 더했다.


고기가 슬며시 풀어져 국물에 잠길 정도가 되자 그는 수저로 고기를 퍼 먹고, 접시를 들어 국물을 마셨다. ‘아’ 하는 탄성을 크게 발하는 준열. 마치 누구 들으라는 듯이.


“팀장님,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근데에··· 몰라요 저도··· 왜 이러는지.”


긴 변명이 아닌 짧은 인정. 느낌마저 처연하고.


이게 반박보다 좋은 효과를 낸 모양이다. 입을 벌려 뭐라 말하려던 손 팀장이 잠시 멈췄다. 그는 이마를 두어 번 문지르다가 장난 섞인 어조로 말했다.


“모르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잔이나 받어.”


수민은 여전히 팀장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모습은 비교적 괜찮았지만, 오지랖을 더했다면 별로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차였다.


대리와 팀장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수민은 잔을 비우고 밖으로 나갔다. 가게에 걸린 스토브가 뿜어대는 열기. 등 뒤에 그 열기를 계속 두는 건 탁하고 답답했다.


그는 담배를 피웠다. 차가운 바람이 외투가 없는 살갗에 매질을 가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잠시뿐인 매질이고, 그 차가움 덕분에 상쾌함을 얻고 있는 중이다.


수민의 입에서 담배 연기가 만들어질 때, 가게 문이 열리며 손 팀장이 나왔다. 그는 수민에게 다가와 손으로 라이터 찾는 시늉을 했다. 수민은 라이터를 건네며 물었다.


“김 대리는요?”


“더 먹어야겠단다.”


팀장이 불을 붙이며 담배를 피우는 동안 둘 사이 짧은 정적이 흘렀다. 수민이 담배를 새로 꺼내 입에 물자 정적이 멈췄다.


“어쩐 일로 그렇게까지 하셨어요?”


“응? 뭘?”


“최 과장 얘기요.”


정현의 입에선 대답 대신 담배 연기가 흘러 나왔다. 이 사이에 고기가 끼었는지 그는 ‘쯧’ 하는 소릴 여러 번 냈다.


“수민이 니두 대충 알겠지만, 준열이는 사고가 좀 그렇잖아. 상급자한테 좀 까불기는 해도 위아래가 명확하고, 인사 잘하고··· 좋게 말하면 예의 바르단 소린 듣겠지만, 이건 그만큼 애가 딱딱한 거그든.”


갑자기 준열에 대한 인평이 쏟아졌다. 수민은 영문을 몰라 그저 손 팀장을 바라보고. 그래도 눈에는 의문을 품어 상대가 하는 말에 관심을 표했다.


“그런데 최 과장이 남자가 있단 말이지. 그것도 회장 아들놈이란 말이야. 내가 볼 때는 얘들이 잘 안될 가능성도 있어. 꽤 있지. 암튼, 그런다고 희연이가 준열이를 받아주나? 희연이 걔도 준열이랑 그런 면은 또 비슷해요. 위아래가 명확하거든? 그러니까 그림이 안 나오지, 그림이.”


최 과장에게 남자가 있다는 건 수민에게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 상대가 윤 팀장이라는 사실은 조금 흥미로웠다. 손 팀장이 김 대리를 생각해 조언을 던진 것과 달리 수민은 윤 팀장과 주변 상황을 생각했다.


“팀장님, 혹시 요즘도 그 산악회 나가세요?”


“갑자기 웬 산악회?”


“좀 생각난 게 있어서요.”


“산악회는 영감 아픈 다음부터 중지됐지. 한 두어 달 됐나?”


“회장님 병세가 심각한가 봐요?”


“회장님은 무슨. 그냥 영감이 나이 들어 골골대는 거지.”


수민은 경영권 교체를 떠올렸다.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나 윤 팀장 주변에 모인 사람들 혹은 그가 모으려는 사람들. 더하여 사내에 있는 구파와 신파의 교체도 생각할 수 있었다.


윤 팀장은 아직 직함에 걸맞은 능력을 보이거나 성과를 낸 적이 없었다. 홀로 근무하는 연구실에서 과장으로 시작해 팀장으로 승진했을 뿐이다.


엠비에이 과정을 수료하긴 했지만 그게 모두를 설득할 수는 없었다. 회장 아들이란 신분 때문에 모인 사람은 있어도, 그는 보다 그럴듯한 명분과 업적을 필요로 했다.


가게 문이 열렸다. 뒤늦게 나온 김 대리가 웃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손 팀장은,


“어이구우 춥다. 먼저 들어간다. 피고 와.”


김 대리가 서운한 표정을 지었으나 팀장과 수민은 들어가기 바빴다. 둘 사이 멈췄던 대화는 안에서 다시 이어졌다.


“김 대리는 그냥 놔두죠.”


“그래야지. 왜에··· 그런 거잖냐. 이게 어떻게 안 되는 거야. 근데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보고 있으면 또 갑갑해요? 그러니까 또 껴들어, 참견을 한다고. 그러다 보면 나도 어딘가 민망하니까 도루 접어. 하여간 사람이란 게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어.”


“자기도 알 거예요. 그 친구도 곧 서른둘인데··· 자기가 제일 갑갑하겠죠.”


“아니, 희연이 같은 애들은 그게··· 애들이 메말랐다고. 인간이 참 건조해. 걔네 집은 누전도 안 날걸?”


“그래도 최 과장이 정확한 맛은 있잖아요. 서류 처리에 미스 없고. 그거면 되죠.”


준열과 희연의 얘기가 오가던 차에 김 대리가 돌아왔다. 대화가 중지되어 공백이 생길 찰나, 팀장이 매끄럽게 구멍을 메웠다.


“오늘 회의는 어땠어?”


의도를 알아 챈 수민이 웃으며 답했다.


“혹시 김원진 이라고 아세요? 기계 팀장인데···”


“김원진? 뭐야, 걔가 들어왔어?”


“예에, 좀 까탈스러운 것 같더라고요. 전력량계 교체 하는 것도 물어보고. 왜 그렇게 하는지도 물어보고···”


계속 대화에 끼지 못한 조급함이었을까? 김 대리가 소리 높여 말했다.


“전력량계 교체 하는 걸 물었다구요? 아니, 그 새끼는 뭔데 사원한테나 물어볼 걸 과장님한테 물어본대요? 개념을 어디 뒀데요? 아무튼 기계하는 새끼들은 이게 문제에요.”


“야, 기계하는 얘들이라고 다 그러냐?”


“전반적으로 그런 애들이 많다니까요. 기계면 기계나 보지, 왜 전기한테 지랄이냐구요. 에이, 씨발놈들.”


손 팀장이 웃으며 말했다.


“어? 니 그 씨발놈이 왠지 나를 향하는 거 같은데?”


“아이, 팀장님 또 왜 그러세요.”


김 대리와 놀아주던 그는 다시 수민을 쳐다보며,


“산악회에서 들은 거로는··· 밑에 있던 사람들이 단체로 항의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데. 처음에야 좀 이상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겼던 모양이야. 그러다가 단체로 그만두겠다고 하니까 윤 회장도 감이 왔는지 조사를 한 거지. 보니깐 영수증 가라로 꾸며서 식비 땡기고, 밑에 놈들 야근수당 올린 다음에 지가 챙겨먹고. 거기다 애들을 막 부려 먹었던 모양이야. 그러니 사단이 나지.”


얘길 듣던 김 대리가 불쑥 물었다.


“영수증 허위 기재는 알아도 대충 눈 감아 주거나, 밝혀지기도 어렵잖아요?”


“같은 날짜에 점심을 두 번이나 올리니 걸렸지. 아는 척은 좆나 하는데, 말 들어보면 애가 좀 멍청해. 더 웃긴 건 뭐나면···”


수민과 준열이 정현의 입에 시선을 집중했다.


“점심 두 끼 먹은 게 구라가 아니라 진짜라는 거야.”


준열이 ‘진짜요?’ 하며 눈을 크게 뜨자 손 팀장은 한심하다는 눈길로,


“마, 사람들이 놀리는 거지. 야아··· 여기서 해설을 하면 무슨 재미냐? 김 대리님, 이래가지구 나나 정 과장을 대리할 수 있겠어요?”


“제가 착해서 그렇습니다. 착해서.”


잠자코 지켜보던 수민은 그 뒤로 김 팀장이 어떻게 됐는지 물었다.


“감봉 조치 받고 청주 지사에서 시설관리쪽으로 좌천됐지. 산악회도 못나오게 됐고. 걔 안 나오니까 팀장들이 또 다 좋아해. 수민이 너도 봐서 알겠지만, 걔가 산행에 끼면 아주 답답하거든. 사람들 다 올라왔는데 저-어 뒤에서 혼자 헥헥대니까··· 이거 또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되고.”


또 다시 끼어든 준열.


“팀장님, 근데요··· 바보가 아니면 사람들이 자기 싫어하는 거 다 알 텐데··· 존심도 없나, 어떻게 계속 다녔데요?”


“아, 기계 고급을 4천도 안 주면서 어떻게 데리고 있냐? 그놈은 갈 때가 없고, 회사는 싸게 쓰고 싶고. 아다리가 맞은 거지. 그러니까 니들도 미리미리 나갈 준비해. 고여있다 보면 젖어요. 젖으면 계속 머무르게 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김 대리가 말했다.


“팀장님이 먼저 나가셔가지구 저 부르시면 안 될까요? 헤헤.”


준열을 흘깃 본 팀장은 이내 실실 웃다가 ‘쯧’하고 혀를 찼다.


“나도 생각중인데··· 당장은 힘들게 됐다.”


“왜요?”


“와이프가 임신 했거든.”


“어? 성공하신 거예요?”


“시험관 세 번 만에 됐다.”


“에이, 팀장님두··· 진작 좀 알려주시지.”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냐. 지들끼리 좋으면 됐지.”


계속해서 아쉬움을 표하는 준열과 됐다며 고개를 젓는 정현.


둘의 대화를 들으며 수민은 잔을 비웠다. 그는 김 대리의 표현을 과하다 여겼고, 팀장의 반응은 그나마 자신과 가깝다 여겼다. 자신도 그의 입장이었으면 같은 행동을 했을 거라고. 그러자면 먼저 결혼을 해야겠지만.


웃음이 났다. 의미 없는 생각을 했다 싶어 생긴 허탈한 웃음. 그는 소주병을 들어 얼마 남지 않은 술을 따랐다. 소박한 회식의 마지막이 될 술이었다.


떨어진 술에 아쉬움을 표하는 김 대리와 그만 가자며 일어선 손 팀장. 가게를 나온 그들은 각자 집으로 향했다. 팀장은 지하철까지 함께했지만, 타는 방향이 반대였다.


지하철은 비교적 한산했다. 앉을 자리는 없어도 어깨 펴는 덴 문제없었다. 수민은 딱히 앉을 필요를 못 느꼈다. 배가 부른 채로 앉기보다는 서 있는 게 편했다.


열차가 출발했다.


차량의 좁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벽. 거친 시멘트건 반들반들한 타일이건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 벽은 수민을 돕는 법을 알았다. 사람의 시선을 이끌만한 요소가 없다는 게, 사람을 자극할 정보가 없다는 것이 그를 단상에 빠지도록 도운 것이다.


수민은 오늘 하루를 되새겼다. 아침부터 저녁 회식까지.


회상하는 동안 몇 번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잠시나마 기대를 가졌던 자신에 대한 비웃음.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는지 그는 지하철 손잡이를 놓고 문 쪽으로 다가갔다.


기둥에 몸을 기대며 점퍼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두툼한 감촉. 아침에 손 팀장이 던졌던 말처럼 제법 비대해진 아랫배다.


수민은 다시 웃음을 그렸다. 허망했던 기대와 부풀은 배가 묘한 일치감을 줬다. 그는 조용히 읊조렸다. 자신만 들리도록 조용히.


“지랄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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